갯벌과 해양 2012/02/18 18:20
/ 생태지평연구소(@ecohorizon) 명호(@mhosr), 장지영 연구원
전남 보성 갯벌. 연안 갯벌은 어촌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자원의 보고 ⓒ생태지평연구소
갯벌 너 마저, 팔려가는가
공유수면인 연안습지 관리의 사회적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마을 어장 형태로 관리되는 연안습지는 어촌공동체의 경제 및 사회문화 유지에도 중요한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식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어패류 생산지이며, 산란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연안습지는 대부분 공유수면으로 관리된다. 공유수면이라 함은 법률적으로 ‘공유수면관리법’에 의해 관리되며, 개념상으로는 바다 및 바닷가를 포함하는 지역으로, ‘바닷가’라 함은 만조 수위선으로부터 지적공부에 등록된 지역까지의 사이를 말한다. 쉽게 표현하면 썰물과 밀물 사이 드러나는 갯벌을 말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공유수면은 국가의 소유로 사적인 권리의 대상이 되지 못하며, 제한적인 조건에서 점용 및 사용 등에 관해 해당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점용료를 지불한 상태에서 사용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갯벌은 마을 어촌계가 지자체의 점용 허가를 받아 마을 양식장으로 사용한다.
태안 갯벌에서의 맨손 어업 모습. 경제력이 필요하지 않은 맨손어업은 우리 어촌의 가장 흔한 모습이다. ⓒ생태지평연구소
흔히 맨손어업(Fishing without gear. 특별한 기계적인 도구나 장비, 어구 없이 손으로 낫이나 호미 및 갈고리류 등을 사용하여 수산동식물을 포획 및 채취하는 어업)은 이러한 마을 양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공유수면에 대한 점용 허가를 얻어서 사용되는 마을 어장은 어촌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이다. 최근 일부지역에서는 농업을 포기하고 어업으로 전환하여, 마을 양식장을 통해 마을 경제를 유지하는 지역이 생겨날 정도로 마을어장은 어촌 공동체 유지에 중요하다.
전남 무안 갯벌. 대부분의 어촌 공동체는 연안갯벌을 공동 양식장으로 사용한다. ⓒ생태지평연구소
갯벌과 어업을 기업에 넘겨 민영화하려는 ‘갯벌양식법’
최근 갯벌에 외부 자본의 유입을 허용하는 법안 제정과 개정 시도가 국회에서 진행되었다. 바로 <수산업법> 개정과 <갯벌양식어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이 그것이다. 생태지평연구소는 2011년 11월 해당 법안 상정 이후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해당 법안의 상정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중단시킨 상태였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는 해당 법안의 통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였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어촌사회의 고령화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어촌 공동체의 폐쇄성 역시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어촌 사회의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가 갯벌에 외부 자본의 유입을 정당화 시켜주지는 않는다.
갯벌에 형성된 양식장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그 영향에 대한 연구는 미약하다. ⓒ생태지평연구소
이미 캐나다 등에서도 양식업에 외부 자본의 유입을 통한 일종의 민영화가 시도된 바 있다. 하지만 갯벌과 같은 자연자원의 경우 외부 자본의 유입은 자원 황폐화와 어촌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서, 결과적으로 연안관리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어민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건강한 수산물 생산을 위해 더 좋은 방안이라는 것이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이런 국제적인 흐름은 외면한 채 갯벌과 어업마저 기업과 외부 자본에 내주는 ‘MB식 녹색성장’에 농림수산식품부 앞장서는 모습은 왠지 어민을 위해서라기 보다 정권 말기에 밥그릇 하나를 더 챙겨보겠다는 부처이기주의는 아닐까 심히 의심스럽다.
어민을 울리는 농림수산식품부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이번 법안 제/개정 과정에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수많은 꼼수를 부렸다. 그 중 핵심적인 내용은 <수산업법>인데, 이 법 제33조에 따르면 ‘어업권은 임대차의 목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어촌계, 지구별수협 또는 어촌계나 지구별수협 조합원으로 구성된 영어조합법인이 행사하는 것은 가능하게 되어있다. 여기에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업회사법인’을 추가하여 외부자본의 유입을 가능하게 하려했던 것이다. 처음 개정안에 따르면 외부 자본 유입비율을 90/100으로 설정 하여 갯벌을 몽땅 기업에 넘기려고 하다가 덜미를 잡히자, 최근 50/100으로 낮춘 것이다. 그러나 한번 개정이 되고나면 외부 자본 유입 비율은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 자본의 유입 가능성을 열어 놓는 순간부터 마을어장은 언제든지 외부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초기 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된 이후, 농림수산식품부는 생태지평연구소의 문제제기는 오해라며, 이 법안은 진정으로 어민을 위한 법안이며, 2007년 태안반도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에 대한 어민지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고 강변하였다. 심지어는 이 법안이 생태지평연구소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면 지역 어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며, 만약 예산확보가 안 될 경우 생태지평연구소에서 필요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해오기도 하였다.
생태지평연구소에서 농림수산식품부에 보낸 전문가 토론회 개최 제안 공문 ⓒ생태지평연구소
그래서 생태지평연구소는 2012년 1월 말 공식적으로 타당성 검토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제안했으나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를 거부하였다. 뿐만 아니라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농림수산식품부는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제기하였던 생태지평연구소와 협의가 잘 되었고, 제기된 문제는 수정법안에 반영했다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허위 보고하였고, 상임위가 열리는 2월 9일에는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까지 나서서 법안 통과를 시도하였다.
다행히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해당 법안 상정이 보류되었고, 상임위는 종료되었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4월 총선 이후 19대 국회가 구성되면 또 다시 ‘갯벌 민영화 법안’ 입법을 시도할 것이다. 따라서 어민공동체에 기반한 갯벌의 현명한 보전과 이용을 위해서, 외부 자본의 유입을 막고 국가와 국민의 소중한 자산인 갯벌을 보전하기 위해서도 관련 법안 변동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한 MB정부가 출범하면서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해체된 ‘해양수산부’의 부활을 다시 한번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어떻게 국가의 ‘해양 정책’과 ‘수산 정책’이 분리되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겠는가. 결과적으로 첫 단추가 잘못 채워져 이권을 챙기려는 부처이기주의만 심각해진 상황이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새만금 등 간척사업 주역 농림수산식품부가 갯벌 민영화법 제정에 앞장서 (0) | 18:20:38 |
---|---|
「수산업법 일부 개정」및「갯벌양식어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 검토 의견서 (0) | 2012/01/02 |
토론회]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유출사고, 그 후 4년 (0) | 2011/12/07 |
같이 떠나요 무안갯벌 "낙지길" 생태여행~ (0) | 2011/10/20 |
5월 21일(토)~22일(일) [참가자 대모집] 무안갯벌 길따라 생태여행 떠나요~ (0) | 2011/04/27 |
기후변화와 우리를 둘러싼 바다 (0) | 2011/03/03 |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생태지평 찾아 기사 올릴렸는데 님이 먼저 하셨군요. 역시입니다.
이런!!! 정부가 막장이다.
갯벌에서 조상대대로 살고 있는 어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합니다. 어촌은 이미 고령화(청년회장 65세)와 영세성으로 경제활동이 많이 둔화되어 공동체가 자연적으로 없어질지도 모르는 현실입니다. 그 대안은 없고 그래도 현재와 같이 자연에만 의존하면서 살고 공동체를 유지하라고 하는 것은 좀 지나친 듯합니다. 정확한 취지를 알고 응대하였으면 합니다
갯벌을 살릴 법을 만드려면 기업을 끌어들일 법안이 아니라 청년층을 어촌으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지원법과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법을 대책으로 만들라는 겁니다. 자연에만 의존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천연자원 자체가 곧 국력이고 인간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그것을 더욱 보강하고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필요한 거고, 지금 어렵다고 자꾸 기업을 끌어들이면 어종 자체는 돈 되는 것으로만 한정되고 그 상황에서 종다양성은 파괴됩니다. 종이 멸종되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종만 살린다는 것 자체가 재앙입니다.
젊은이들을 어촌으로 향할 수 있게 하려면 저비용 고효율 어업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되며 갯벌에서 하는 어업이 대기업이 들어 올만큼 고소득 품종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돈는 어종도 적합한 지역이 많지 않기 때문에 종다양성을 파괴하지는 않습니다 예컨데 지금 어촌에서 소득사업은 천연발생한 품종이라는 사실은 잘 모르고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어촌에 가서 어업인들과 의논해 보세요 지금과 같이 하면서 살수 있는지 막연히 자연만을 동경하는 것은 환상입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우리 어업인들의 삶을 생각하면 감히 그대로 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좋은 대안이 있으면 어업인에게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