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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부동산 투자를 남녀가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과 흡사하다 했다. 돈이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기다림에 익숙해야 하고, 막상 정리하려면 ‘팔리지’ 않아 힘들게 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부동산과 사랑 이 둘 사이엔 아주 확실한 차이가 있다. 사랑의 중매자는 여성시대지만 부동산 중매자는 남성천국이라는 사실. 부동산개발회사인 (주)동천아이앤디 강인덕(39) 사장은 이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아야 하는 여성이다. 부동산개발업에 뛰어든 지 10년이 훌쩍 넘지만 아직 동종업계 여사장과 부딪힌 적이 없으니 말이다. ‘복마전’ 같은 시장에 여성들이 ‘감히’ 뛰어들 생각을 못하는 현실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며 자리굳히기에 성공한 강 사장의 행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샵 스타시티’ 아파트 부문 성공의 주역 강 사장의 무게감을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광진구 자양동 건국대 부지에 들어설 ‘더 샵(#) 스타시티’다. 35~58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4동에 아파트만 1천177세대, 지난해 5월 말 분양 당시 70대 1의 경쟁률, 2조7천억 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이 몰려 화제를 뿌렸던 바로 그 ‘스타시티’의 아파트 부문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담당한 개발자가 강 사장이다. “여성의 진출이 드문 분야는 어디든 같은 것 같다. 높은 진입장벽 앞에서 각개전투로 생존하는 거다. 살아남아야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그때 경험하는 가장 일상적인 벽이 ‘여자가 할 수 있을까?’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성실하게 신뢰를 쌓는 방법 외엔 없었던 것 같다.” 강 사장 자신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개발’이라는 단어와의 인연은 꽤 깊고 격렬하다. 이화대학에서 사회사업을 전공한 강 사장, 90년대 초 사업구상에 들어간다. 이 때 아이템으로 떠올린 분야가 미술. 그림에 관심이 많아 콜렉터 겸 경매사업에 시선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경매 브로커가 주도하는 미술시장은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 그 즈음 경매를 배우기 위해 서초동 법원을 찾은 강 사장은 의외의 시장을 발견한다. 부동산 경매였다. “아침에 경매법정에 나가 오후 3시까지 지켜보기를 반복했다. 집에 와서 다시 정리해 보고 다음날 예상 낙찰가를 계산해 출근(?)했다. 어린 여자애가 매일 와서 붙박이로 앉아 있으니 눈길은 확실히 끌었던 것 모양이다. 같이 일해보자 제안한 브로커 아저씨가 여럿이었으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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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경매시장 기웃대며 배운 ‘방어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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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저한 독학이었다. 부동산 시장의 가능성을 본 강 사장은 본격적으로 뛰어들어보자 작정한다. 물론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워밍업’을 했으니 조직 경험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컨설팅 회사에 문을 두드렸지만 ‘여자는 교육파트가 낫다’며 현장 실무는 기회조차 차단했다. 본의 아니게 ‘멀티’ 독학이 계속 됐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개별적으로 고급빌라를 중개하기도 했다.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싶어 대학원 부동산학과에도 진학했다. 특이하게 변호사 사무실 근무경력도 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지나보니 가장 험한 경매시장부터 기웃거린 셈이었다(웃음). 정보에서도, 사기를 치는 수준에서도 고수들 사이에 있었던 거다. 그 과정에서 확실히 배운 것이 내가 사기를 치지 않아도 항상 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 방어력이야말로 기초체력이라는 사실이다. 부동산 관련 규정을 마스터하는 데는 변호사 사무실이 적격이었다.” 몇 달간의 심화학습을 끝내고 초기 진입이 이뤄진 때가 97년 경. 이후 강 사장은 규모를 키워 건설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개발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쌓는다. 이론화작업도 병행했다. 그가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프로젝트인 ‘갤러리아 팰리스’ 분양 결과를 내용으로 ‘주상복합건물에 있어서의 마케팅’이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논문을 쓴 것. 이때부터 ‘내 사업’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본격화한다. “여성이 없는 분야에서 활동할 때 여성을 앞세우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하는데 내 경우는 철저히 부정하는 쪽이었다. 여사장이라고 꺼리면 바로 ‘공격(찾아간다는 의미)’했다. 남자가 하면 달라지는 게 있나, 믿지 못하겠다면 뒷조사를 해보라 했다. 그럼 실제로도 한다. 그 다음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보여준 나의 기획력과 시장분석 능력, 언제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대응력·실행력을 믿는 거다.” 넘길 수 없는 호기심 하나. 술자리와 뗄 수 없는 분야,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다행히 술을 즐긴다(웃음). 피하면 그때는 정말 끝이다. 하지만 20~30명 중에 여자가 혼자인데 양으로 승부할 수 없다. 룸살롱 가면 마담과 대화를 나누고 적당한 때 빠지는 식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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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집중, 스릴 즐기는 게 천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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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의 머리에 골목길 일방통행로까지 입력해 있듯 강 사장의 머리 속엔 본인이 직접 뛰며 그린 전국 부동산지도가 있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강 사장의 재산목록 1호다. 하지만 부동산업계는 여전히 투기와 부정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버티게 하는 걸까? “개발부터 시행까지 수백에서 수천 억 원의 자본이 투여되는 일이다. 경력은 햇수가 아니라 해내느냐, 못해내느냐로 결정된다. 주말도 없고 잠도 못 잘 정도로 고도의 집중과 긴장이 필요하다. 또 이론적으로 계획하고 그림을 그린 다음 그것을 가능하도록 실행하는 일이다. 나의 기획이 바로 검증을 받고 성과로 나온다. 그 묘미가 만만찮다. 스릴을 즐기는 게 나의 천성인 것 같다.” 부동산 개발은 ‘세계적인 부를 창출하는 종합예술’이라는 그의 미래 ‘테마’는 문화예술과 리조트가 결합된 복합공간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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