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농촌에서 살 생각이라면 노후준비 반은 해결
(윤순덕 박사,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개발연구소) 젊어서는 벌면서 쓰기 때문에 벌이가 크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고정적으로 들어오던 현금수입은 끊기고 생활비만 계속해서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이가 없는 노후에 큰 걱정 없이 살아가려면 최소한 20년간 쓸 수 있는 자금을 지금부터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노후에 필요한 자금은 어느 정도 될까? 노부부가 자신이 소유한 집에 살고 있다는 전제하에 필요한 노후생활자금의 규모를 계산해보자. 2006년도 통계청에서 발표한 60세 이상 2인 가구의 평균생활비는 월 138만원이었다. 따라서 식비, 의료비, 생활비 등을 충당하는 정도의 기본적인 생활비로는 연간 1,656만원 정도 든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경조사비, 여행, 건강검진비, 차량유지비 등 조금 여유 있는 생활수준을 염두에 둔다면 연간 902만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매월 생활비로 한다면 평균 200만원 정도 되는 셈이다.
이 정도 규모의 생활비로 20년간을 살아간다면 대략 4억 8760만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은퇴 시점은 지금부터 대략 30년 쯤 후이고 그 동안의 물가 상승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200만원이 은퇴시점에 가서는 650만원 정도 될 것이다. 매월 이 만큼의 생활비를 20년간 쓰려면 총 필요한 노후자금은 15억 원 정도가 된다.
이 중에서 40% 정도는 국민연금과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등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9억 원 정도는 지금부터 부부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월 150만원씩 30년간 저축을 해야만 한다.
빠듯한 생활에서 이 정도의 금액을 저축하려고 한다면 당장 엄두가 나지 않는다. 노후에 살 집도 있고 퇴직금도 있으면서 여윳돈으로 이 정도의 금액을 마련해야 한다니 말이다. 젊었을 때 보다 은퇴 후에는 주택이나 땅 같은 재산은 있지만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60% 정도는 주택이나 토지 등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33%는 수입이 전혀 없다. 가지고 있는 재산의 형태는 주택이 41%, 토지 32.1%, 자동차 12.3%, 건물 9%, 부대시설 0.5% 등이다.
그러나 노후를 농촌에서 보내고자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도시에서는 제아무리 비싸다하더라도 팔지 않은 한 무용지물인 게 집이다. 그렇지만 터전을 농촌으로 바꾼다면, 도시 집값의 반값으로 비슷한 평수의 집에서 살수 있고 나머지 반으로는 생활비에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한강주변의 똑 같은 아파트도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아파트 값이 2억에서 4억원까지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가치 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푸르른 들판을 바라볼 수 있는 가치가 높아지고 노인들에게 더 각광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은퇴 후 가서 살만한 지역과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에 투자한다면, 노후준비의 반은 해결한 셈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