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포바 비롯, 레이커스·킹스·다저스 선수들 수두룩
학부모 회의, 식당과 타겟에서 스타들과 마주치기 예사
집근처 랄프마켓에 들렀던 리처드 몽고메리는 운동복 차림으로 장을 보는 금발의 키 큰 아가씨가 누구인지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는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에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했다. 샤라포바가 맨해턴비치에 산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 그녀에게 자신은 이 지역 시의원이라고 밝히고 교육구 기금모금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몇 달 후 기금모금 경매에서 샤라포바 촬영 관람권은 4,000달러에 팔렸다. 실리콘밸리가 프로그래머들의 타운이고, 내슈빌에 뮤지션들이 모여 산다면 남가주 해변의 소도시 맨해턴비치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홈 스윗 홈’이 되어가고 있다. 이곳의 스포츠 스타 주민으로는 샤라포바 외에도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다저스와 킹스, 여기에 프로배구, 사커, 풋볼까지 더해 낯익은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LA팀에서 한번도 뛰어 본일이 없는 탬파베이 부캐니어 제프 가시아도 이곳에 집을 마련했고 뉴욕 레인저스의 스타 크리스 드러리도 오프시즌엔 이곳으로 날아온다.
타이거 우즈도, 샤킬 오닐도 한 때는 이곳 주민이었다. 풋볼코치 놈 차우는 USC팀을 맡았을 때 여기에 집을 샀는데 NFL의 테네시 타이탄스로 옮겨갈 때도 팔지 않더니 UCLA팀을 맡으며 다시 이곳 주민으로 되돌아왔다.
인구 3만5,000명, 4스케어마일 소도시 주민들의 즐거움 중 하나는 그래도 미디어에서 보던 스타들을 거리에서 손쉽게 마주치는 일이다.
사커 스타 랜든 도노반, 레이커스의 라마르 오돔, 조던 파마르, 루크 월튼, 트레이너 게리 비티와 코치 커트 람비스와 브라이언 쇼에 더해 짐 클리먼스 코치도 자신의 4번째 집으로 맨하탄 비치의 한 주택을 계약 중이다.
스포츠 선수들의 주택물색을 전문으로 하는 맨해턴비치 소재 회사 ‘스포츠스타 리로케이션’의 에드 카민스키사장은 미 전국에서 맨해턴비치보다 더 많은 프로선수들이 모여 사는 지역은 이곳보다 훨씬 큰 도시인 애리조나의 스캇츠데일과 사우스 플로리다 밖에 없다고 말한다.
스타들을 끌어들이는 맨해턴비치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건 야구배트와 하키스틱을 구별 못하는 스포츠 문외한 보통 주민들과 다르지 않다. 깨끗한 해변, 조용하고 안전한 커뮤니티, 스모그를 걷어내는 바닷바람, 좋은 학군, 그리고 긴 바지 정도면 정장으로 여겨지는 캐주얼한 라이프스타일 등이다.
“사람들이 휴가를 바닷가로 가는데 매일 휴가지에 산다는 게 얼마나 좋습니까”라고 다저스 투수 데릭 로우는 반문한다.
샌호세 샥스로 막 이적한 전 킹스의 수비수 롭 브레이크는 오프시즌엔 대여섯명의 하키선수들이 뭉쳐 아침 서핑을 즐긴다고 자랑한다. ‘미스터 맨해턴비치’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이 도시의 열렬 팬인 그는 주말엔 바닷가 배구시합에도 참가한다. 오는 8월엔 연례 토너먼트에도 참가하는데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자신의 팀 실력이 지역주민들 팀보다 나을 것 없다는 게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맨해턴비치의 주민으로 거쳐 간 스포츠 스타들은 상당히 많다. 다저스의 은퇴한 1루수 에릭 캐로스는 이 지역 터주대감이라 할 수 있다. UCLA재학시절부터 이곳을 즐겨 찾았던 그는 1991년 다저스에 입단하면서부터 아예 뿌리를 내렸다. 그때 함께 뛰던 마이크 피아자를 여기로 데려온 것도 그였다. 술집이 늘어 선 바 타운이었던 당시의 맨해턴비치는 20대 초반 미혼의 다저스 선수들에게 인기있는 장소였고 드럼을 잘 쳤던 피아자는 곧잘 바에서 밴드들과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군수 및 우주항공 산업에 종사한 주민이 많았던 맨해턴비치는 그후 몇 년이 지나면서 펑키 비치타운에서 수백만달러 저택이 들어서는 상류층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맨해턴비치의 발전을 도운 것은 2000년 인근 엘세군도에 개장한 도요타 스포츠센터였다. 레이커스와 킹스의 훈련시설을 제공하는 토요타 스포츠센터에선 LA공항도 바로 코앞이었다.
“집에서 10분 운전거리에 훈련장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요! 선수에겐 훈련에 늦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없거든요”라고 킹스의 골리 제이슨 라바베라는 말한다.
킹스의 경우 23명 멤버중 75%가 맨하타비치에 거주한다. “할리웃도 가깝지요, 언제든 베벌리힐스로 샤핑도 갈 수 있지요, 그러면서 바닷가에서의 자유로운 일상도 즐길 수 있지요…” ‘미스터 맨해턴비치’ 롭 블레이크의 자랑은 끝이 없다.
샤킬 오닐의 전 에이전트 레오나드 알마토는 또 하나의 매력을 추가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주 소량의 옷만을 입고 다니거든요” 베벌리힐스에 대저택을 소유한 오닐도 이곳에 집을 렌트해 거주하며 특수제작 바이크를 타고 바닷가를 달리며 주민들에게 손 흔드는 걸 즐겼다고 알마토는 전한다.
“대부분의 스포츠선수들은 야외활동을 즐깁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면 태양과 바다가 너무 아름답지요. 그런 날 집안에 있으면 죄책감을 느끼거든요”라고 다저스의 내야수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말한다. 그는 이곳에서 아내인 미국 여자축구 스타 미아 햄과 쌍둥이 딸들과 함께 살고 있다.
다른 상류층 지역과 달리 맨해턴비치에는 게이티드 단지가 거의 없다. 뜰이 없이 집과 집이 맞닿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저스의 투수 브래드 페니가 이사나간 것도 좁은 공간 때문이다. 이웃과 함께 사는 듯한 프라이버시의 실종감이 싫어서다.
스타들이 흔한 이곳에선 스타들에 대한 특별대우도 없다. 학부모회의에서도 아이들 뒷바라지에 열중하는 평범한 부모일 뿐이다. 그저 보통사람 취급해주는 이런 환경이 진짜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고 만족하는 스타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