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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북의 가을은 낙엽 속으로 산북은 가을을 천천히 밀어내면서 교정 곳곳에는 가을의 자취를 지우는 서늘한 바람이 낙엽을 굴린다. 여름날, 그리도 무성한 그늘을 제공했던 잎들은 대지를 기름지게 하는 자양분으로의 분해를 시작 하면서 스스로는 작은 소리조차 담질 않고 땅으로 흡수되는 게다. 제 몫을 다 한 자연은 스스로 자연임에 순응하면서 우주의 법칙을 안는다. 마지막 피운 꽃에는 벌에게 나눌 수 있음을 보여주고. 아예 불을 태우던 단풍도 한껏 자랑한 아름다움의 끝에 선다. 가을의 끝자락에 매달려 차가워지는 바람에 나를 맡기고 땅으로 처져가는 맥들을 놓아 간다. 그들의 옆에는 수많은 후손을 달아 놓고, 대지의 품으로 갈거니.
물 위에 내린 낙엽이 맴을 돈다. 삶의 끈을 놓은 잎은 모든 것들에 맡겨져 정착되는 곳에서 그렇게 자연의 순환의 끊임없는 고리에 얹힌다. 그래도 드문드문 꽃은 핀다. 세상은 아름다운 게다. 촌로가 능력만큼의 땅에 가꾼 배추도, 힘겨워 밭에 둔 농기구에 남겨진 정성이 그대로 묻어 작은 씨 한톨이 가슴에 안길 몸뚱이로 자란 게다. 작은 텃밭의 배추는 촌로의 손을 떠나 누구의 식탁에 앉을까 자꾸만 시들어 가는 초목만 보고서 잠든 겨울을 생각하지만 얼어가는 대지 속에서의 치열한 삶을 우리는 못 보는 것일 뿐 자연은 늘 상생의 법칙이 우리가 숨쉬는 것 만큼 자연스러울 게지. 보이는 건 돌기를 멈춘 물레방아와, 앙상한 나무, 생기를 잃은 듯한 갈색 낙엽 더미려니. 걷이가 끝난 들판은 새로운 힘을 비축하면서 훤한 속살을 드러낸다. 누군가에게 일군만큼의 수확을 준 보람이 너른 벌판에 담겨있다. 어느 시인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로 단정했지만, 낙엽은 나름대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대지에 심는 게지. 그들의 위대한 대지와의 혼합은 지구상의 생명을 이끌어가는 위대한 에너지 아니든가. 우리는 그들이 자연 속으로 사그라들어가는 순항을 무엇에 비겨 위대하지 않다하랴. 가을 꽃에 앉아 나름대로 계절을 수놓는 나비나 우리네가 살프시 앉아 꾸미는 지구나 무에 다르랴. 우리네도 자연의 조그마한 극히 자그마한 부분 아니든가
가을은 잎에서, 꽃에서, 열매에서, 하늘과 땅, 바람들에 나름의 흔적을 남기고, 우리에게 변화라는 의미를 던지며 물러간다. 이 맘 때 우리는 뿌린 씨앗의 열매를 거둔다고 풍성해서, 또는 얻는 게 적어서 변화하는 삶을 망각하지만, 모든것은 순간이라도 같을 게 없는 변하는 과정인 것을. 무덤덤한 자연을 닮는 삶은 부러운 게다.
마지막 잎새처럼 대롱대롱 매달릴 삶들 아닌가 누구나 주어지는 마당에서 자연이 되기를 소망해보며 산북의 가을이 멀어져가는 아름다움에 잠시 젖어본다. 2008/11/15 문경 산북의 산돌 <대학가요제, 꽃과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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