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육지계(苦肉之計)는 삼십육계 중 34계(計)로서 패전(敗戰)의 계에 속한다. 고육지계는 ‘자신이 손해를 각오하고 다른 사람을 속이기 위해 꾸미는 계책’을 말하지만, 삼십육계가 으레 그렇듯 응용하기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고육지계의 원전을 살펴보면, 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적벽대전에서 유래한 말로써 아래와 같다.
위나라 조조는 오나라를 공략하기 위해 장강(長江·양자강)에 수십만 대군을 배치했다. 당시 오나라와 촉나라는 연합을 해서 위나라의 강성에 대항했다. 오나라에는 주유라는 탁월한 전략가가 있었고 촉나라에는 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제갈량이 있었다. 이 적벽대전에서 오나라 주유는 위나라의 대군을 상대하기 화공작전을 감행하는 데, 이때 황개의 고육지계와 제갈량의 그 유명한 ‘동남풍’ 제사가 어우러져 대승을 거두게 된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적벽대전의 승리로 이끌기 위한 초석은 황개의 고육지책이었다. 사실 주유의 화공작전은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로 아군이 적군에 거짓 투항하는 사항계(詐降計)를 사용하여 적에게 거짓 정보를 전달하여 아군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야만 되는 것이었다. 결국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오나라의 노장 황개가 자진해서 투입되는 데, 그는 조조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짜여진 각본으로 오나라 작전회의에서 오나라가 위나라에 항복해야 한다는 거짓 주장을 하게 되고 그에 대해 거의 반죽음에 이르는 체형을 받게 된다. 그 후 황개는 이를 빌미삼아 조조에게 거짓 투항의사를 전하고, 인화물을 잔뜩 실은 배를 몰아 조조 군대로 귀순하는 양 조조 선단에 접근했다. 조조의 선단에서는 황개의 귀순을 환영하며 손을 흔들었는 데, 선단에 접근한 황개는 갑자기 선단에 불을 지르고 도망쳤다. 또한 제갈량이 하늘에 제사를 드린 ‘동남풍’이 때마침 불어 조조의 선단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조조군은 불타 죽고 물에 익사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다가, 이를 놓치지 않고 오 촉 연합군이 활을 쏘아 집중공격했기 때문에 전군이 거의 섬멸당하고 조조는 간신히 목숨만 살아서 도망치는 참패를 당했다.
이 적벽대전의 승리에서 황개의 사항계는 주효했었고, 황개가 조조를 믿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매질하여 상처를 입은 계락이 ‘고육의 계’이며 이는 제갈량이 스스로 체형을 가한 황개의 소식을 들은 후, “자신의 몸에 고통을 가하는 고육의 계책을 쓰지 않고는 조조를 속일 수 없었겠지. (不用苦肉計 何能瞞過曹操)”라고 했다는 것에서 고육지계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희생의 법칙을 적용하라!
포지셔닝이라는 이론으로 유명한 알리스와 잭트라우트가 지은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보면 변화하는 시대에도 불변하는 마케팅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하면서 저자들은 22가지 마케팅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 13번 째 법칙을 보면, ‘희생의 법칙(The Law of Sacrifice)’이 소개되어 있다. 이 희생의 법칙은 ‘얻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한다’라는 말로써 고육지계와 거의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저자들은 성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뭔가를 포기해야하는 데, 희생할 수 있는 것을 총 3가지, 즉 ‘제품 계열’, ‘목표시장’, 그리고 ‘지속적인 변화’를 들고 있는 데, 경영자가 다양한 관점을 가지라는 말로 보여진다.
우선, ‘제품계열의 희생’의 의미는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사업을 슬림화하여 집중하라는 말과 부합하는 것으로써, 사업집중도를 높여 차별화를 해 나가야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외양상으로는 비록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제품계열을 줄이고 핵심역량 경영을 하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두 번째, ‘목표시장의 희생’은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듯 목표시장을 명확히 하여 고효율적인 자원배분으로 경제원칙에 맞게 운영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목표시장이 정확히 타겟팅되고 효과적이게 되면 그 외의 시장으로 파급될 힘도 있고 마케팅 여력도 있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콜라전쟁을 거론하고 있는 데, 수십 년 동안 코카콜라의 절대아성에 도전하다 실패한 기업들이 부지기수였으나 펩시사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유도 또한 이와 같다.
이 콜라전쟁을 좀 더 살펴보면, 펩시콜라사의 전략은 물론 여러 가지 유명한 것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목표시장을 좁혀서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코카콜라는 전부를 만족시키는 범용음료였고 이는 전체 목표시장에 타겟팅되어 있었다.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펩시는 주고객층을 젊은층(Young)을 선택하고 집중하여 소구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주효하여 결국 콜라시장을 양분하는 커다란 전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우리 소비자는 동네 가게에서 콜라를 선택할라치면 코카콜라 혹은 펩시콜라, 둘 중의 하나만을 선택하게 되는 단순한 메모리를 가지게 되었다.
이 콜라전쟁은 대단히 흥미롭고 시사하는 바가 있어 필자도 자주 다루는 내용이다. 펩시콜라의 희생의 법칙은 기업들이 흔히 저지러기 쉬운 오류를 배제해 줄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만하다.
끝으로 ‘지속적인 변화의 희생’은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탈피하라는 메시지와 같다. 어떻게 보면 지속적인 변화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유익하고 도전적인 말 같지만 이것도 ‘모든 법칙에 예외는 있다’라는 말과 같이 변화의 매너리즘-깊이는 없고 최신 기법 도입에만 급급한 현실에서 새로운 기법이 계속도입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기법도 효과가 없다.-에 빠져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좋은 조언이 아닐까 한다.
선택과 집중은 핵심역량경영의 요체
지속적인 변화의 희생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자. 시장의 급변하고 사람들의 기호가 정신없이 바뀌는 요즘, 기업들은 최신의 마케팅기법 등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러한 많은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 중 그렇게 또 많이 바뀐 기업이 드물다는 것은 상식의 오류와 같이 뭔가 함정이 있는 것이다. ‘혁신피로(innovation fatigue)’라는 말이 있다. 이는 지나치게 새로운 변화나 기법을 자주 실시하다보니 조직 내에서 관련 업무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고 수박 겉핡기식 학습이 이루어져 ‘혁신피로’에 걸리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즉,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기법 등이 한 가지 일관된 정책보다 훨씬 깊이가 약한 형태로 진행된다면 뿌리없는 나무만 잔뜩심어 결국에는 폭풍우에 모두 쓰러지게 되어 제대로 된 나무 한그루 심는 만 못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조직 내에서 항상 경계해야 될 사항이다.
기업의 역사를 간단히 조찰해보면, 외국의 유명저널 및 논문에서 많이 언급되었듯 초우량기업일수록 아주 단순한 사명과 미션을 가진 경우가 많다. 백년 가까이 되는 초우량회사 또한 어떻게 보면 조잡하고 뻔한 내용의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고 일관된 정책으로 초창기의 정신을 지녀가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은 그 회사 초창기의 비전 및 미션확립이 정확했다기보다는 일관성있게 정책을 추진해오다보니 그만큼 지식화가 촉진되어 지식축적이 사내에 그만큼 잘 되어 있어 깊이있는 발전을 이루어 하나의 정책이라도 전사적으로 잘 반영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교훈을 주는 것 같다.
위의 ‘희생의 법칙’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몇 가지 키워드를 도출해 낼 수 있는 데 이를 한 마디로 한다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말과 같이, 한 기업이 사업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의 핵심역량을 잘 조찰하고 육성하여 그것이 가장 유효적절히 펼쳐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의 방향키를 돌려야할 것이다. 너무 뻔한가? 언제 진리가 멀리 있던가?
제품출시 및 유통에서 흔히 저지르는 오류
우리는 흔히 신상품을 개발하고 또 출시하면서 상당히 부푼 가슴으로 시장에서 꼭 성공하리란 확신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게 지나치면 시장의 논리에서 비켜가기 시작한다.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필자가 모 회사 컨설팅을 의뢰받아 진행한 신상품 프로젝트를 한 번 살펴보면서 고육지계의 묘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A라는 회사는 현재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B제품을 작년부터 개발해서 올해 출시하기 위해 아주 들떠있다.
그 제품군의 경쟁상황을 보면 업계 1위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데, 제품 중 최고가인데도 불구하고 디자인과 성능, 선도자의 후광효과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업계 2위는 그 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국내 유수의 대기업 중 하나이며, 그 외에 중국산 제품 등을 합쳐 제품이 20여개 가까이 되는 상황이다.
A사에서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개선형 제품을 출시하게 되었는 데, 마케팅 부서에서는 대단히 고민이 많다. 강력한 기존 경쟁자들이 치열하게 접전을 펼치고 있고 소비자들의 선택이 독점에 가까운 1위 기업제품 선호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3위군들은 1위 제품의 고가 때문에 대안적 선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A사의 제품을 훌륭히 론칭시키고 성장시키겠는가하는 어떻게 보면 다른 회사에서도 있을 수 있는 고민이다.
A사의 마케팅부서의 B제품출시에 대한 강한 믿음은 다음과 같다. 우선 B제품이 현재 각광받는 제품군이다. 그리고 기존의 제품(시장 1위 제품)만큼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1위 제품보다 저렴하다. 굉장한 믿음이 아닐 수 없다. 흔히 기업에서 일으키는 마케팅 오류를 모두 담고 있는 듯 하다.
우선, 그 제품이 현재 각광받는 제품이다. 이 말은 다시 말해 경쟁이 대단히 치열해지고 있다라는 소리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제품출시를 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대단히 신중한 고려를 해야한다. 특히나 시장선도자가 영향력이 클수록.
두 번째, 기존의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이 말은 모든 후발기업들이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후발기업 중에서 성공한 기업이 굉장히 드문 것은 왜 일까? 고전적 사례(?)같지만 제일제당의 미풍이 그렇게 미원을 이길려고 했는 데 결국 실패했다. 품질이 나빠서? 마케팅 비용을 적게 사용해서?
마지막으로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다. 후발기업이 가장 잘 쓰는 말이 이 말이다. 시장선도제품의 가격대체제적 제품을 말하는 것으로써 이 경우도 그렇게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 그리고 후발주자의 제품이 영향력이 있으면 기존제품 업체에서 그 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가격경쟁이 더 치열해 질 수가 있어 후발주자가 오히려 불리하다. 만약 가격경쟁나중에 설명하겠지만 규모가 큰 기업에서 포트폴리오차원에서 행하는 경우는 경우가 다르다.
요약하자면, 기존시장에 기존제품의 경우 성능개선 혹은 가격 경쟁우위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 데, 이는 기존 시장의 결정요인에서 다른 제반요소들을 간과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기존시장에서 기존제품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받아들여져 존재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제품들의 경우 이미 최초 진입자 및 시장선도자가 그 제품에 대한 키워드를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타사의 제품이 기존제품의 일부 개선형으로 진입해서는 효과가 없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제품출시에 있어 기존시장에 기존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는 두 가지 경우이다. 즉, 사업 포트폴리오적인 측면에서와 사업성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적인 측면은 비록 주력제품은 아니지만 타 사업 및 제품군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때문에 그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그 제품을 통한 직접적인 수익발생보다는 간접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백화점의 경우 식품매장이 수익성면에서는 약하지만 고객을 끌어들이고 다른 층으로 보내는 분수효과를 내는 층으로의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비록 우리 제품이 기존시장에 기존제품이 많은 상태에서 출시하게 될 때, 시장 1위로써가 아닌 저비용으로 각광받는 제품군에 속했을 때, 마케팅비용대비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얻어낼 수 있는 시장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자일리톨껌을 들 수 있는 데, 껌을 생산하는 회사는 경쟁적으로 자일리톨껌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첫출시를 한 기업이 성공적으로 꿰도에 오르자, 타사들은 사업방어적인 측면과 수익성측면을 고려하여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타사들은 이미 시장 히트상품이 된 자일리톨에 대한 마케팅비용이 저렴하게 들어 시장선도자만큼은 아니지만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과 같다.
효과적인 시장침투전략
자, 이제 좀 더 깊이있는 접근을 해 보자. 기존시장에 기존제품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우선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시장진입에서 가장 보편적인 방법 몇 가지를 정리해 보겠다. 기존시장에 기존제품으로 시장진입을 하는 경우에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새로운 시장진입자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존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격경쟁력에 승부를 거는 방법, 기존제품보다 제품의 우수성을 어필하는 방법, 기존의 제품보다 전문성을 강조하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이 방법들은 A기업의 사례에서는 좋지 않은 방법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모두 좋은 방법들이라고 할 수 있고 많은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들이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 고려되어야할 사전 전략이 있다. 그것은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하는 전체적인 맵이다. 이 전체적인 맵은 무슨 제품을 들고, 어떤 컨셉으로 어떤 시장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써, 시장진입전략, 시장성장전략, 시장리딩전략 등 3단계에 모두 해당되는 일종의 프로세스 맵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적용한 사례들을 들어보자.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라는 말이 있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 후에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시한 궁극의 전략이었다. 이 시절, 유비는 위나라와 오나라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세력이 거의 없었던 상황인 데, 제갈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를 삼등분하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를 무엇을 의미하는 지 현대경영사례에서 살펴보자.
미국 자동차업계를 흔히 ‘Big3'라는 대명사로 표현한다. 이 ’Big3'는 포드(Ford),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크라이슬러(현, 다임러크라이슬러)사(社)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Big3'라는 용어를 누가 만들었던가?
포드?, 제너럴모터스?
그렇다. 크라이슬러 사(社) 이다. 왜 이런 용어를 만들었으며 마케팅 전략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결론부터 내리면 포드사와 제너럴모터스사의 강력한 이미지와 시장선도자의 이미지에 크라이슬러가 편승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는 Big3라는 용어로 자사 홍보가 아닌 전체 3사 홍보 및 Big3에 대한 엄청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 결과 Big3라는 시장분할을 통해 크라이슬러는 여타 다른 자동차 기업들과 차별화되기 시작했고 미국의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사업자 중 하나가 되었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도 마찬가지이다. 당시 유비의 세력이라는 것을 살펴보면, 가장 초라하고 또 자신보다 세력이 월등한 군소집단이 많았다. 제갈량은 독보적 3위로 1등군에 유비를 포지셔닝하게 만들었다.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점령하는 것이 최고의 포지셔닝전략이듯 제갈량은 이렇게 유비의 세력을 천하 3대 세력으로 만들고자 했고 그것이 주효하여 결국 ‘삼국지’라는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시장 1위가 될 수 없으면 시장 1위 군에라도 들 수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흔히 1위가 시장의 반을 먹고 2위가 1위의 반을, 그 반을 3위와 나머지 기업이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3위이지만 독립적 3위 기업이면 또 다른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빅3가 되면 시장에서 달콤함을 꿈꿀 수 있는 위치이다.
필자가 컨설팅하는 A 회사에게 제시한 바도 이와 같다. 그 제품군의 삼분지계를 통해 시장침투시 나머지 세력을 없이하고 독자적 3위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 이후는 성장전략이던 시장리딩을 하던 후차적인 문제이다. 일단 시장에서 살아남고 수익을 남기기 위한 생존전략이야말로 제품출시에 고려할 수 있는 절대절명의 과제가 아니겠는가. 기업에서 제품출시하는 시점에서 고육지계란 무리하게 시장을 크게 보고 다양하게 승부하기보다는 목표시장을 좁게하고 집중하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빅3의 전략’을 기존시장에 기존제품으로 승부하는 기업들에게 주장하고 싶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자원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초기에 이러한 틈새전략 혹은 ‘승자에 편승하기’ 전략을 권하고 싶다. 섣부른 1위를 지향하는 전략은 출혈이 너무 심하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기존경쟁자들이 쌓은 아성을 뚫고 들어가기엔 너무도 많은 마케팅 비용이 소요된다. ‘빅3 전략’을 통해 시장경쟁자로써 화살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보장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은가. 또한 빅3 전략을 통한 성공적인 시장 진입 후에 다른 전략은 얼마든지 개선의 여지기 있다.
빅3의 전략은 단순히 제품전략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업영역에도 충분히 고려할 여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위를 하고 있다면 그 기업의 주력사업군이 1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모든 사업군, 제품군까지 1위를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 후발주자들이 그 사업군에 진출하고 싶을 때, 그 사업군의 장단점을 조찰하여 일점(一點)전략으로 집중하게 되는 전략 또한 빅3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이렇게 성공한 사업은 확장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같이 브랜드 확장이 용이한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성공한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제품군 확장을 통해 1위군을 양산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고육지계와 관련된 여러 관점을 알아보았다. 흔히, 도마뱀은 위기순간, 도망가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자신의 꼬리를 자르고 도망간다는 말을 한다. 절대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신체일부를 포기하는 도마뱀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꺼리를 던져준다. 모두가 좋고 모두가 이익이면 그 이상의 최선이 없으나, 이는 한정자원으로 치고받는 무한경쟁시대에서는 잘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꼭 사업이 아니더라도 희생이 없으면 보상이 없다는 말은 어디든지 통용되는 것 같다. 고육지계(苦肉之計)를 살펴보면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은 초고속 변화 속에도 항상 좋은 조타수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