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취미의 허와 실 첫번째 이야기에서 명석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나니 그 뜻이 궁굼해 진다. 수석취미를 즐기는 우리 수석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인 명석, 그 말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명석이라는 말은 우리주변에서 아주 좋은 수석을 이르는 말로 널리, 그리고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그 말의 출처나 유래는 유감스럽게도 필자도 알지 못한다. 다른 용어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영향을 받은 말인가? 국어사전을 찾아보아도 명석이라는 단어는 나와 있지가 않다.
그러나 그 사전에서 이름몀자가 붙어 있는 단어를 찾아보니, '이름난', '훌륭한'의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훌륭하거나 이름난 개나 말은 "名犬'. '名馬'라고 하고, 훌륭한 칼은 '名劍'이라고 하며, 이름난 匠人은 '名工'이라고 하는 등 수 많은 예를 볼 수 있었다.
명석이라는 말도 이런 말을 원용하여 우리 수석용어로 사용한 것은 아닐까?
수석이론서에도 명석의 정의가 내려져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없는데, 어떠한 돌을 명석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명석이라는 말이 좋은 돌, 멋있는 돌, 훌륭한 돌을 나타내는 말임은 우리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우리 수석계에서 쓰이고 있는 것을 살펴보니 의외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탐석 가서 좋은 돌을 주었을 때에는 주변 사람들이 "야, 명석 하셨네요! 축하합나다." 하고 축하해 주고 있고, 다른 수석인의 집에 소장석을 구경 갔을 때에도 눈에 확 뜨이는 돌을 보게 되면 명석이라고 불러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수석인들은 아니, 우리 인간들이 다 그럴지도 모르는 것이지만, 몇 가지 속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의 하나는 자기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것이다. 내 돌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보니 때로는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그 돌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생각하게도 되는 것이다. 내 것은 치켜 세우고 남의 것은 깎아 내린다면 그것은 곤란하겠지만 내 것을 좋게, 너그럽게 보아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人之常情이라고 하겠다.
다음은 상대편의 입장을 생각하여 실제보다 추켜 세워주는 아첨성(?)이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아첨은 사실 애교(?)로 보아서 좋은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또 아첨이라기 보다 관대함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의 소장석을 구경 가서 무참하게 깎아 내려서 소장가를 실망(그렇게 평한 사람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고, 실망해서 수석을 그만둘 수도 있을 것임)시키는 것 보다는 적당히 추켜 세움으로서 소장가를 기분 좋게 해 주는 것이 결코 나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한가지는 수석취미에 있어서의 과장성(誇張性)이다. 어차피 축경미(縮景美)를 감상하는 취미이다 보니 과장성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조그마한 돌에 비죽비죽 몇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을 때에 삼산오악의 큰 경치를 느낀다거나 돌에 물이 조금 고이는 것을 보고도 드넓은 호수를 연상하는 것이 수석취미이니까, 웬만한 돌을 더 좋은 돌로 과장해서 명석이라고 하는 것이 결코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위에 이야기한 것들을 배경으로 명석이라는 용어를 다음과 같이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우선 명석이라는 말을 쓸 때에 그 앞에 장소나 시간, 지역등을 붙여서 사용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선 탐석지에서 어떤 사람이 좋은 돌을 주웠을 때에는 "야, 이 돌은 오늘 나온 돌 중 제일 명석이겠네요!" 이라고 하고, 개인 소장가의 소장석을 보고 나서는 "야, 이 돌이 이 집에서는 제일 명석 같네요!"라고 하거나 "야, 이 돌은 정말 명석이네요!" 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며, 전시회에 가서 전시석을 둘러 보고는 "명석들이 많이 나왔네요!"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정말로 뛰어난 보기 드믄 수석을 보았다면 "야! 이 돌은 정말 천하명석이네요!" 하던지 "이 돌은 우리나라 명석록에 올려도 되겠네요!" 하고 더 추켜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명석이라는 말을 어떤 틀에 딱 가두지 말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 적절히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지난번 4월달에 탐석한 그 명석(제목 옆의 수석)이 갑자기 보고 싶네!
높이 한자 정도되는 "금강산 일만이천봉" 남들은 인정해 줄지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 집의 명석중 하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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