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 사회에 '품앗이'와 '두레'를 통해 이웃끼리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족같이 따스한 정을 나누고 있어 언론을 통해 최근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던 대전 대덕구 법동 주민들.
이들은 '한밭레츠'라는 공동체를 결성하고 5년전부터 '두루'라는 지역화페 레츠(LETS: Local Exchange and Trading System)를 공동체에서 사용하면서 서로 부족한 것을 노동과 봉사 등으로 채워주는 색다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서로 기쁨과 어려움을 나눠갖는 아름다운 지역 공동체를 가꾸고 있어서인지 길거리에서 만나는 주민들 표정이 밝다. 여느 도회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회색빛 풍경이지만 깔끔하게 단정된 거리가 이방인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이래저래 인간미 풍기는 기분좋은 동네가 법동이다. 이곳에 가톨릭 교회가 설립된 것은 1995년 2월. 법동 지역 아파트 단지에 이주해온 신자들이 대전 용전동본당에서 분가해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꾸렸다.
대전 동부지구장좌 성당인 법동성당(주임 지경준 신부)은 아파트 단지로 조성된 법2동 외곽에 있다. 2001년에 봉헌된 이 성당은 색과 빛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높이 24m 종탑은 이 지역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성당 외관은 전통 교회 건축 양식을 받아들여 장방형으로 꾸며져 있으나 건물 왼편 벽면 중앙에 종탑을 세워 변화를 주었다. 성당 주변은 사철나무로 조경돼 있고, 입구 오른편 작은 정원에는 성모상이 봉안돼 있다.
장방형 성당 내부는 군더더기 하나없이 단순하다. 고딕 양식 기법으로 지은 성당 양쪽 벽면 17개 창에는 예수 일생을 주제로 한 색유리화가 장식돼 있다. 마리아의 예수 잉태를 비롯해서 예수 탄생, 동방박사의 아기 예수 경배, 성전 봉헌, 예수께서 제자들을 부르심, 가나 첫 기적, 빵 두개와 물고기 다섯마리 기적, 예수 수난 등 각 유리창에 새겨진 색유리화를 따라 가노라면 예수 생애를 절로 묵상하게 된다. 빛으로 투영된 화려한 이 색유리화는 노틀담수녀회 김겸순 수녀 작품이다.
햇빛을 가득 머금은 색유리화는 성당 구석구석에 화려한 채색으로 장식해 경외감 속에서 차분하게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출해 낸다. 특히 유리화 사이 벽면에 '십자가의 길 14처'를 설치해 기도하는 이들이 색유리화의 빛 속에서 하느님과 대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제대 정중앙에서 바라다 보이는 성가대석 외벽 장미창에는 예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던 '최후의 만찬'을 주제로 한 색유리화가 장식돼 있다. 제대에서 사제가 거행하는 성체성사와 절묘한 일치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제단은 대리석으로 만든 제대와 감실, 독서대로 꾸며져 있다. 반원형 벽면에는 대형 십자가가 걸려 있다. 감실 바로 옆에는 성당 준공 뒤 전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자 돌아가면서 쓴 신구약 성서 필사본이 놓여 있다.
법동본당 신자들은 기도로 성전을 지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1997년 성당 기공과 함께 680일간 전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고리기도를 했다. 또 성당 봉헌과 함께 77일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신자들이 성서필사와 성체조배를 했다.
본당 환경보존분과장 임세혁(루가)씨는 "대전교구에서 법동본당 신자들이 신심이 깊고, 잘 화합돼 있다고 인정받고 있다"며 "이는 성전을 지을 때 전 신자들이 한 마음이 되어 기도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동본당 1420가구 3500명 신자들은 색과 빛으로 넘쳐나는 아름다운 성당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예수님을 닮은 마음의 성전을 가꾸며 살고 있다.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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