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과 병원균에 의해 탄생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매번 유행을 탈 때마다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백신을 개발하는데 난항을 거듭하게 마련이다. 또 짧게는 1년, 길게는 10~40년을 주기로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유행할 균주를 예측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관련기관과의 협력하에 전세계적인 감시체계를 동원, 다음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균주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백신에 들어갈 균주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백신이 매년 독감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준다.
보통 백신의 주성분은 병원균이다. 예방주사라는 것이 약한 병원균을 인체 내에 투입시켜 그 병원균에 대한 항체를 스스로 만들게 함으로써 같은 병원균이 침투했을 때 방어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독감은 A형, B형, C형으로 분류되는데 백신에는 주로 유행을 일으키는 독감 A형 2종류와 B형 등 3~4종류의 균주가 포함된다. 물론 성분이 병원균이기 때문에 ‘인체 내에서 오히려 병을 일으키지는 않을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라 해도 백신에 들어가는 균주는 질병을 일으킬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100% 예방은 없다
백신을 맞고도 감기에 걸렸다는 사람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당연하다. 독감 백신이 감기를 예방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독감도 100% 예방을 장담하지는 못한다. 백신에 포함된 균주와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방주사를 맞았을 때 증상이 경미한 상태로 넘어 간다든지, 치유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든지, 주변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감염성이 적어진다든지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전체적으로는 독감에 대한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예방접종 시기는 독감이 유행하기 최소 2주 전까지는 맞아야 한다. 인체가 항체를 만드는데 2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9∼10월 초까지는 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다. 접종 후 열이 나거나 붓는 등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 개발되는 백신은 부작용이 거의 없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구세주가 될 수는 있다
'그까짓 감기에 뭐' 라는 생각으로 독감에 대한 예방접종을 경시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건강한 청년의 경우에는 독감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지만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고위험군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10세 미만의 아동 △55세 이상의 성인 △고혈압, 심장질환, 동맥경화증, 중풍 등 순환기계의 장애가 있는 사람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계의 장애가 있는 사람 △당뇨, 간경화 등 만성적인 지병을 앓고 있는 사람 △암,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력 결핍이 우려되는 사람 △3개월 이상의 임산부들이 그들이다. 이들에게는 예방접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반인에 비해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나 노약자, 만성질환자가 그들로, 가볍게는 축농증이나 중이염에서 급성 기관지염이나 급성폐렴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가 되면 예방접종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단, 독감 백신을 맞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다. 백신에 들어가는 균주를 달걀 노른자에서 배양하기 때문이다.
내 나이 이제 55살
독감은 기원전 2세기경 '유행성 열병' 이라고 기록된 이래 인류와 역사를 함께 해 왔다. 하지만 효과적인 예방수단으로 평가받는 백신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 못하다.
처음으로 백신이 개발된 것은 1945년 미국에서 포르말린으로 불활성화시킨 '전백신(whole virus vaccine)' 이었다. 그러나 초창기의 백신은 효과가 낮고 소아에게서 발열과 같은 부작용이 자주 나타났다.
195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바이러스의 외피를 분쇄시키면 항체반응이 충분히 형성되면서도 부작용은 적게 나타난다는 것이 알려졌으며, 1968년에 바이러스의 외피를 분쇄시킨 '분할백신(split vaccine)' 이 허가되었다. 이 분할 백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1980년에는 항원변이에 관여하는 인플루엔자 표면의 HA나 NA를 정제한 '아단위' 백신 또는 '표면항원백신' 이 영국에서 허가되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백신은 모두 이에 속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최근에는 코 속으로 접종하는 '약독화생백신' 이 개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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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국에 있었을 적에 병원 근무 경험이 10여년 있었습니다. 그립네요. (2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