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놀래기
몸에 붙어사는 얄미운 기생충, 이빨 사이에 끼어있는 음식물 찌꺼기, 피부의
죽은 조직들…. 물고기를 성가시게 하는 것들은 의외로 많다.
손이라도 있으면 벅벅 긁어보겠지만 물고기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려운 몸을 바닥에 비벼대는 종도 있고,
발달된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수면을 박차고 튀어 오른 후 떨어질 때의
마찰을 이용해 성가시게 하는 것들을 떨어내는 종도 있다.
그런데 이런 시도들은 그다지 효율적이 못하고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필요의 산물인가. 바다 속에는 언제부턴가 이 같은 문제를 전문적으로
처리해 주는 '해결사'가 생겨났다.
다른 물고기의 몸에 붙은 불순물을 먹고사는 '클리닉 피시(Clinic Fish)'가 그들이다.
클리닉 피시는 청소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리기 위해
화려한 색깔과 뚜렷한 줄무늬로 몸을 치장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선 한눈에 이들을 알아볼 수 있고,
클리닉 피시의 입장에선 큰 물고기에 접근할 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클리닉 피시는 고객에 전속되어 몸에 붙어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눈에 잘 띄는 암초지대에 마련된 '클리닉 스테이션(Clinic Station)'에
머물다가 고객들이 찾아오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리닉피시에는 청소놀래기, 청소고비, 어린 나비고기 등 다양한 종이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새우 종류가 클리닉 피시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클리닉피시의 대표종인 청소놀래기의 경우 겉모습이 비슷한 가짜가 등장하면서
고객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청베도라치과에 속하는
'클리너 미믹(Cleaner mimic)'이 그러하다.
이 물고기는 청소놀래기와 흡사한 겉모습을 이용해 서비스를 기다리는
물고기에 가만히 다가가 날카로운 이빨로 순식간에 살점을 뜯어 먹고 도망쳐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