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초겨울 백두대간 중 소백산을 넘어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고치령에서 찬 눈바람을 맞으며 산을 오른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아래 ‘무량수전 배홀림 기둥에 서서’의 부석사가 자리 잡고 있고 경북 ‘봉화’가 초라하게 누워 있지요. 이곳은 한 때 영남 선비들의 무거운 역사의 비극이 숨어있는 ‘순흥’ 고을이지요. 그 비극의 중심에는 세종의 여섯 째 아들인 금성대군인데,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를 찬탈한 친형인 세조에 맞서 단종을 복위시키려다 처참하게 죽어간 금성대군. 목숨을 잃을 줄 알면서도 그와 뜻을 같이한 순흥 부사와 영남의 선비들. 또 칼과 창을 분연히 들고 도의를 따르려했던 군사와 향리들. 결국 그들의 거사는 발각되고 모두 처참하게 죽임을 당해 인근 30 리에는 인적이 없었다는 슬픈 역사의 고장이지요.
‘워낭소리’는 지난 15년 동안 방송용 다큐멘터리만 만들어온 독립(독립영화 Independent film, 일명 ‘인디영화’라고도 하며 상업 자본에 의하지 않고 감독의 의지에 따라 제작한 영화) PD 이충렬 감독이 IMF 이후 아버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던 차 쇠락한 ‘봉화’의 모습에 촬영장소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축협관계자로부터 봉화군 상운면 하눌리의 여든 살 할아버지와 마흔 해를 살고 있는 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2년 여 동안 촬영을 한 영화이랍니다. 당초 방송용으로 기획, 제작되었으나 다가서는 방송사마다 퇴짜를 놓았다 합니다. 그 후 케이블TV를 찾았으나 이마저 거부를 당하고 대중에게 공개 기회를 얻지 못한 ‘워낭소리, Old Partner'는 2008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인디영화 부분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제34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2009년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분에 진출하는 역사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봉화군에는 변변한 상영관이 아직 하나 없다고 하며 오히려 그 할아버지의 생활이 모든 관심에 엉망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제 집사람과 함께 보며 마지막 겨울 땔감을 절뚝절뚝 모두 실어 나르고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는 소의 모습에 진한 슬픔이 배어나왔습니다.
- 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 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 -
첫댓글 예전의 집으로 보다 더 은은한 감동을 주는 영화....빠른 사회의 느린 미학...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의 소는 짐승이 아니라 오랜 친구이자 반려자였습니다!!!
자분자분 글이 가슴에 와 닫습니다 저두 조만간 한번가서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