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형제들은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내복에 엄마가 손뜨개로 떠준 스웨터, 조끼만 입었을 뿐 목도리와 모자, 장갑까지 제대로 갖추는 날이 드물었다. 논에 물을 대어 얼린 스케이트장에서 서너 시간씩 놀다 보면 뜨개질 옷은 젖기 일쑤였고, 장갑도 물이 뚝뚝 떨어지곤 했다. 그래도 스케이트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결코 춥지 않았다.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아이 손을 붙들고 가까운 썰매장에 가곤 한다. 강화도의 썰매장은 어릴 적 스케이트장과 꼭 닮아 있다. 논에 물을 대어 얼린 것도 꼭 같고, 비닐하우스에서 어묵 파는 것도 꼭 같다. 다만, 스케이트 대신 스케이트 날을 단 썰매를 빌려준다는 것이 다르다. 돈 내고 들어가는 썰매장이 아니어도 물이 얕고 얼음이 꽝꽝 얼었다 싶은 개울을 보면 아이들과 한바탕 놀다 들어오곤 한다.
신나는 놀거리만 있으면 추위는 별거 아니다. 추울까 싶어 노심초사하는 것은 부모이고, 정작 아이는 장갑을 벗어던질 정도로 추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실 도시의 엄마들은 ‘추위 조바심’이 심하다. 두툼한 패딩 점퍼와 바지로도 모자라 모자와 목도리, 장갑, 부츠 심지어는 마스크까지 해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멀지 않은 시절, 우리 어릴 적에는 밤새 머리맡에 놓은 물사발에 살얼음이 얼고 걸레가 버석거릴 정도로 얼곤 했다. 두툼한 솜이불 속은 따뜻했지만 방 안 공기는 입김이 보일 정도로 차가웠다. 콧물을 좀 흘리긴 했어도 그때 우리는 병원에 가거나 약 먹는 일이 참 드물었다. 그랬는데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부모는 이상하게도 아이를 ‘따뜻하게’ 키우려고 든다. 그러고 아이에게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다고 투덜거린다.
‘아이를 춥게 키워야 건강하다’는 말을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덥지 않게 키워야 건강하다’일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아이를 ‘싸서’ 키우는 엄마에게는 더욱 필요한 이야기다. 춥게 키우라고 해서 아이가 늘 추위에 떨 정도로 키우라는 것이 아니다. 단열이 잘 되는 도시의 아파트에는 한겨울에도 땀을 흘리는 아이들이 많다. 실내 온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몸은 서늘하게, 음식은 따뜻하게’ 하라고 이야기한다. 겨울에 덥게 키워 땀을 자주 흘리면 뼈와 근육이 성글어진다고 한다.
예전 육아지에 근무하는 동안 외운 몇 가지 ‘육아 공식’ 중 하나가 ‘적당한 실내 온도는 18~20℃, 습도는 40~60%’였다. 여름에는 실내외 온도차를 5~8℃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으므로 적정한 실내 온도는 20℃ 이상이 되어야 한다. 반면 겨울철 실내 온도는 해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18~20℃를 유지하자’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겨울에는 추위를 더 느끼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20~24℃ 정도로 맞추는 집이 많다. 이쯤은 되어야 얇은 긴팔 옷을 입고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도시에 사는 동안, 나 역시 실내 온도를 항상 20℃ 이상으로 맞춰놓곤 했다. 한겨울에도 반바지와 반팔로 잤다. 아이들은 자주 땀을 흘렸고 나 역시 땀을 내면서 자는 것이 건강에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은 강화도에서의 첫 번째 겨울을 지내고 있다. 지난 12월은 정말 추웠다. 7~8℃, 조금 춥다 싶으면 영하 10℃ 이하로 떨어졌다. 그때 실내 기온은 영상 10~15℃ 정도였다. 긴팔 옷에 얄팍한 폴라플리스 점퍼를 하나 더 입고, 양말을 신어야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복에 얇은 티셔츠와 바지만 입고도 추운 기색 없이 잘 지냈다.
적정 기온 18℃, 이 역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가능하면 겨울에는 실내 온도를 약간 더 낮추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재미있는 날씨 이야기》(조석준, 해냄출판사)라는 책을 보면 습도가 60%로 일정할 때 노인들은 20℃, 남성은 18℃, 여성은 16℃, 어린이는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 쾌적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불편함 없이 몸을 움직이며 일할 수 있는 최저 온도가 14℃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겨울철 실내 온도를 14~15℃로 낮춰 잡아도 된다(물론 신생아가 있는 집은 예외로 하고). 우리 가족 역시 한 달 이내에 이 정도의 온도에 적응했다. 한창 추워지던 때 온 가족이 감기를 한 번 앓은 뒤로는 아직까지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도시에서 보낸 작년 겨울 내내 온 가족이 비염과 감기, 축농증으로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실내 온도를 떨어뜨리면 곤란하다. 매일 1℃ 정도씩만 낮추고, 2℃ 낮아질 때마다 얇은 옷을 한 겹 정도 더 껴입어야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다.
시골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대개는 기름 보일러를 사용한다. 불 때는 온돌방이 따로 있거나 우리집처럼 나무 때는 보일러를 사용하는 집도 있고, 형편이 나으면 태양열 난방기나 심야전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연료비가 워낙 많이 들어가는 탓에 실내 온도를 약간 낮추고 옷을 하나 더 껴입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시골 아이는 도시 아이보다 추위를 덜 타는 것 같다. 추위가 막 시작되던 겨울의 초입, 서울에 나갔다가 초등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을 보고 도시 엄마의 유난스러움을 알아차렸다. 그날 아침, 우리 아이들은 다른 집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좀 도톰하다 싶은 가을 점퍼를 입고 어린이집에 갔다. 그런데 그날 오후, 서울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두툼한 겨울 점퍼를 입고 있었다. 도시 엄마들은 추위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영하 2~3℃라면 겨울이라도 포근한 날씨다. 이런 날 우리 아이들은 내복에 면 티셔츠 하나만 입고도 춥다는 말 한마디 없이 마당에서 놀곤 한다. 추위를 느낄 줄 알고, 추우면 춥다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인데, 아이가 춥다고 하기 전에 굳이 옷부터 챙겨 입히는 것은 ‘오버’라는 생각이다. 맨손으로 눈을 뭉치고 신발이 좀 젖었다 싶어도 제 입으로 춥다고 말하기 전에는 그냥 내버려둔다. 추우면 스스로 집으로 돌아와서 옷을 달라고 한다. 그러니 미리 껴입히지 말고 그때까지 기다려라.
옛날 집은 외풍이 심했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창문이나 문을 열지 않아도 바깥 공기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환기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우리집만 해도 1980년에 지어진 집이라 외풍이 센 편이다. 추운 건 사실이지만 도시에서 살 때처럼 공기가 건조해지고 탁해지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제 스스로 숨 쉬듯 공기가 드나드는 집. 옛날 흙으로 지은 집이 그렇다고 한다. 요새는 일부러 흙집을 지어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강화도에도 흙집에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강화도에서 흙벽돌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임정숙 씨도 그중 한 명이다. 흙벽돌어린이집은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24시간 어린이집으로 운영된 곳이다. 흙과 짚 등을 넣어 벽돌을 만들고, 그 벽돌을 쌓아 만든 집이니 흙집의 장점은 고스란히 있으면서 훨씬 맵시 있게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난방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집 안은 그다지 춥지 않다. 공기 구멍이 많은 흙벽돌이 ‘공기 단열층’을 형성하기 때문에 긴팔 옷에 얇은 겉옷 하나만 걸치면 충분히 지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로 환기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통기성이 좋고 외풍을 느낄 만큼 찬 기운도 들어오지 않는다.
“자연 소재라 새집증후군이나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가능성이 전혀 없고, 통기성과 단열성이 좋아서 비용을 절약해주는 효과가 있지요. 가습기, 공기정화기가 필요 없고, 난방 효율도 높으니까요. 특히 아토피 아이들한테는 주거 환경이 중요한데 흙집이야말로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집이야말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도시라고 해서 미리 체념할 필요는 없다. 자주 환기를 하고 숯을 활용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들이 많이 있다. 학습과 교육에만 목매는 엄마에게도 한마디하고 싶다. ‘공부 잘하는 아이의 첫째 조건은 건강’이라고 말이다. 천식을 앓으면서 무슨 공부가 되겠나.
나도 언젠가 강화도에 내 손으로 흙집을 짓는 것이 꿈이다. 그전까지는 허름해도 바람 시원한 옛집에서 살 생각이다. 겨울이 추워야 다음 해에 해충이 적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자식 농사도 비슷하지 않을까. 겨울을 잘 나면 다음 해에 잔병치레가 없다고 한다. 실내 온도는 낮추고, 추워진 만큼 아이들을 자주 안아준다면 오히려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우리 형제들은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내복에 엄마가 손뜨개로 떠준 스웨터, 조끼만 입었을 뿐 목도리와 모자, 장갑까지 제대로 갖추는 날이 드물었다. 논에 물을 대어 얼린 스케이트장에서 서너 시간씩 놀다 보면 뜨개질 옷은 젖기 일쑤였고, 장갑도 물이 뚝뚝 떨어지곤 했다. 그래도 스케이트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결코 춥지 않았다.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아이 손을 붙들고 가까운 썰매장에 가곤 한다. 강화도의 썰매장은 어릴 적 스케이트장과 꼭 닮아 있다. 논에 물을 대어 얼린 것도 꼭 같고, 비닐하우스에서 어묵 파는 것도 꼭 같다. 다만, 스케이트 대신 스케이트 날을 단 썰매를 빌려준다는 것이 다르다. 돈 내고 들어가는 썰매장이 아니어도 물이 얕고 얼음이 꽝꽝 얼었다 싶은 개울을 보면 아이들과 한바탕 놀다 들어오곤 한다.
신나는 놀거리만 있으면 추위는 별거 아니다. 추울까 싶어 노심초사하는 것은 부모이고, 정작 아이는 장갑을 벗어던질 정도로 추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실 도시의 엄마들은 ‘추위 조바심’이 심하다. 두툼한 패딩 점퍼와 바지로도 모자라 모자와 목도리, 장갑, 부츠 심지어는 마스크까지 해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멀지 않은 시절, 우리 어릴 적에는 밤새 머리맡에 놓은 물사발에 살얼음이 얼고 걸레가 버석거릴 정도로 얼곤 했다. 두툼한 솜이불 속은 따뜻했지만 방 안 공기는 입김이 보일 정도로 차가웠다. 콧물을 좀 흘리긴 했어도 그때 우리는 병원에 가거나 약 먹는 일이 참 드물었다. 그랬는데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부모는 이상하게도 아이를 ‘따뜻하게’ 키우려고 든다. 그러고 아이에게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다고 투덜거린다.
‘아이를 춥게 키워야 건강하다’는 말을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덥지 않게 키워야 건강하다’일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아이를 ‘싸서’ 키우는 엄마에게는 더욱 필요한 이야기다. 춥게 키우라고 해서 아이가 늘 추위에 떨 정도로 키우라는 것이 아니다. 단열이 잘 되는 도시의 아파트에는 한겨울에도 땀을 흘리는 아이들이 많다. 실내 온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몸은 서늘하게, 음식은 따뜻하게’ 하라고 이야기한다. 겨울에 덥게 키워 땀을 자주 흘리면 뼈와 근육이 성글어진다고 한다.
예전 육아지에 근무하는 동안 외운 몇 가지 ‘육아 공식’ 중 하나가 ‘적당한 실내 온도는 18~20℃, 습도는 40~60%’였다. 여름에는 실내외 온도차를 5~8℃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으므로 적정한 실내 온도는 20℃ 이상이 되어야 한다. 반면 겨울철 실내 온도는 해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18~20℃를 유지하자’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겨울에는 추위를 더 느끼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20~24℃ 정도로 맞추는 집이 많다. 이쯤은 되어야 얇은 긴팔 옷을 입고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도시에 사는 동안, 나 역시 실내 온도를 항상 20℃ 이상으로 맞춰놓곤 했다. 한겨울에도 반바지와 반팔로 잤다. 아이들은 자주 땀을 흘렸고 나 역시 땀을 내면서 자는 것이 건강에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은 강화도에서의 첫 번째 겨울을 지내고 있다. 지난 12월은 정말 추웠다. 7~8℃, 조금 춥다 싶으면 영하 10℃ 이하로 떨어졌다. 그때 실내 기온은 영상 10~15℃ 정도였다. 긴팔 옷에 얄팍한 폴라플리스 점퍼를 하나 더 입고, 양말을 신어야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복에 얇은 티셔츠와 바지만 입고도 추운 기색 없이 잘 지냈다.
적정 기온 18℃, 이 역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가능하면 겨울에는 실내 온도를 약간 더 낮추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재미있는 날씨 이야기》(조석준, 해냄출판사)라는 책을 보면 습도가 60%로 일정할 때 노인들은 20℃, 남성은 18℃, 여성은 16℃, 어린이는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 쾌적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불편함 없이 몸을 움직이며 일할 수 있는 최저 온도가 14℃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겨울철 실내 온도를 14~15℃로 낮춰 잡아도 된다(물론 신생아가 있는 집은 예외로 하고). 우리 가족 역시 한 달 이내에 이 정도의 온도에 적응했다. 한창 추워지던 때 온 가족이 감기를 한 번 앓은 뒤로는 아직까지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도시에서 보낸 작년 겨울 내내 온 가족이 비염과 감기, 축농증으로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실내 온도를 떨어뜨리면 곤란하다. 매일 1℃ 정도씩만 낮추고, 2℃ 낮아질 때마다 얇은 옷을 한 겹 정도 더 껴입어야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다.
시골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대개는 기름 보일러를 사용한다. 불 때는 온돌방이 따로 있거나 우리집처럼 나무 때는 보일러를 사용하는 집도 있고, 형편이 나으면 태양열 난방기나 심야전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연료비가 워낙 많이 들어가는 탓에 실내 온도를 약간 낮추고 옷을 하나 더 껴입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시골 아이는 도시 아이보다 추위를 덜 타는 것 같다. 추위가 막 시작되던 겨울의 초입, 서울에 나갔다가 초등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을 보고 도시 엄마의 유난스러움을 알아차렸다. 그날 아침, 우리 아이들은 다른 집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좀 도톰하다 싶은 가을 점퍼를 입고 어린이집에 갔다. 그런데 그날 오후, 서울에서 만난 아이들은 모두 두툼한 겨울 점퍼를 입고 있었다. 도시 엄마들은 추위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영하 2~3℃라면 겨울이라도 포근한 날씨다. 이런 날 우리 아이들은 내복에 면 티셔츠 하나만 입고도 춥다는 말 한마디 없이 마당에서 놀곤 한다. 추위를 느낄 줄 알고, 추우면 춥다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아이들인데, 아이가 춥다고 하기 전에 굳이 옷부터 챙겨 입히는 것은 ‘오버’라는 생각이다. 맨손으로 눈을 뭉치고 신발이 좀 젖었다 싶어도 제 입으로 춥다고 말하기 전에는 그냥 내버려둔다. 추우면 스스로 집으로 돌아와서 옷을 달라고 한다. 그러니 미리 껴입히지 말고 그때까지 기다려라.
옛날 집은 외풍이 심했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창문이나 문을 열지 않아도 바깥 공기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환기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우리집만 해도 1980년에 지어진 집이라 외풍이 센 편이다. 추운 건 사실이지만 도시에서 살 때처럼 공기가 건조해지고 탁해지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제 스스로 숨 쉬듯 공기가 드나드는 집. 옛날 흙으로 지은 집이 그렇다고 한다. 요새는 일부러 흙집을 지어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강화도에도 흙집에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강화도에서 흙벽돌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임정숙 씨도 그중 한 명이다. 흙벽돌어린이집은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24시간 어린이집으로 운영된 곳이다. 흙과 짚 등을 넣어 벽돌을 만들고, 그 벽돌을 쌓아 만든 집이니 흙집의 장점은 고스란히 있으면서 훨씬 맵시 있게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난방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집 안은 그다지 춥지 않다. 공기 구멍이 많은 흙벽돌이 ‘공기 단열층’을 형성하기 때문에 긴팔 옷에 얇은 겉옷 하나만 걸치면 충분히 지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로 환기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통기성이 좋고 외풍을 느낄 만큼 찬 기운도 들어오지 않는다.
“자연 소재라 새집증후군이나 환경호르몬에 노출될 가능성이 전혀 없고, 통기성과 단열성이 좋아서 비용을 절약해주는 효과가 있지요. 가습기, 공기정화기가 필요 없고, 난방 효율도 높으니까요. 특히 아토피 아이들한테는 주거 환경이 중요한데 흙집이야말로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집이야말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도시라고 해서 미리 체념할 필요는 없다. 자주 환기를 하고 숯을 활용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들이 많이 있다. 학습과 교육에만 목매는 엄마에게도 한마디하고 싶다. ‘공부 잘하는 아이의 첫째 조건은 건강’이라고 말이다. 천식을 앓으면서 무슨 공부가 되겠나.
나도 언젠가 강화도에 내 손으로 흙집을 짓는 것이 꿈이다. 그전까지는 허름해도 바람 시원한 옛집에서 살 생각이다. 겨울이 추워야 다음 해에 해충이 적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자식 농사도 비슷하지 않을까. 겨울을 잘 나면 다음 해에 잔병치레가 없다고 한다. 실내 온도는 낮추고, 추워진 만큼 아이들을 자주 안아준다면 오히려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