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동과 해운대의 대표 맛집 10선
솔직히 고백해보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이유가 오로지 영화 때문이었던가? 남포동 영화의 거리의 왁자지껄한 분위기, 이제는 파빌리온이 세워진 해운대의 가을 정취 물씬 나는 파도 소리가 함께 떠오르지 않는가? 아차차, 먹거리를 빼먹었다고? 항구 도시 특유의 해물들과 시큼한 듯한 부산 특유의 먹거리들이 떠오른다고?
영화 상영이 끝날 즈음 하나둘씩 남포동과 해운대 맛 집들에 모여들어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영화광들과 영화 관계자들의 풍경은 정겹기 그지없다. 덜 깬 술기운과 쓰린 속을 달래려 삼삼오오 극장 주변 해장국집을 찾는 모습들은? 운이 좋으면 평소 동경해 마지않는 감독들과 배우들을 마주 칠 수 있으니 두 눈을 크게 뜨시길.
그래서 준비했다. 남포동과 해운대의 ‘맛집 베스트 5’. 부산국제영화제 단골손님이라면 ‘아, 여기!’라는 반가움의 탄식을 지을 것이며, 혹시 초보자라면 동행자에게 한 번쯤 가봤던 것인 냥 뽐낼 필수 코스다. 혹시 부산을 찾지 못하는 영화 팬들이라면 추억에 젖고 군침을 삼키며 부러워할 부산국제영화제 맛집 기행 10선.
[해운대]
원조할매국밥
해운대 스펀지 뒷길 30m 쯤 안 쪽의 31번 종점 맞은편/ Tel. 051-746-0387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학생이라면 가격 면에서, 해운대 모텔촌에 숙소에서 아침 해장을 원하는 영화광이라면 그야말로 ‘강추’다.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쇠고기국밥과 선지국밥이 2,500원, 따로국밥이 3,000원이니 가격대비 맛과 양에 있어 탁월한 선택 되겠다. 요 골목에 즐비한 국밥집 중에 왜 하필 이 집이냐고? 12회를 거치는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소문이라면 믿을 만 하지 않겠는가. 임권택 감독님도 즐겨 찾는다니 운이 좋다면 바로 옆자리에서 국밥을 즐기는 행운도 기대할 수 있겠다. 단돈 100원짜리 요구르트도 그야말로 서비스, 서비스!
미나미
해운대 그랜드호텔 바로 뒷골목. 버스는 글로리 콘도 앞 하차/ Tel. 051-731-5373
아침에 해장을 하고, 하루 종일 영화를 즐겼다면 또 한잔 생각이 날 주당들을 위한 오뎅바. ‘부산오뎅’으로 유명하니만큼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진한 국물 맛에 반할 게 분명하다. 모듬 오뎅이 10,000원, 오코노미야키가 15,000원에 다른 안주도 2만원을 넘지 않으니 저렴한 편. 선술집 분위기가 물씬 나는 만큼 지인들과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이다. 게다가 영화제 기간동안 소주나 정종을 즐기는 영화인들의 단골 술집이니 함께 영화인이 된 듯한 영화제만의 정취를 만끽하시길.
새아침식당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쪽 해변가 끝나는 미포선착장 옆/Tel. 051-742-4053
영화제를 헤매다 보면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집 밥’ 생각이 간절해지기 마련이다. 주인 할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정갈한 밑반찬과 생선구이가 곁들여진 5,000원 짜리 정식이 주 메뉴. 구수한 된장찌개와 얼큰한 김치찌개를 메인으로 짭쪼롬한 반찬들을 마음껏 즐기시길.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타들의 사인을 감상하다보면 식사 시간은 금새 흘러 갈 것이다. 바쁜 영화제 기간이라지만 패스트푸드로 때우다간 탈나기 십상이니 집 밥의 정취를 만끽하시라.
소문난삼계탕
해운대 메리호텔 뒤편 신시가지 방면 /Tel. 051-741-4545
영화제 기간 동안 연일되는 영화 관람과 음주로 지쳤다면 삼계탕 한 그릇으로 몸보신이 필요할 터. 14년 전통에 부산 사람들에게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소문난 삼계탕의 토종 삼계탕 한 그릇이 좋은 보약이 될 듯 싶다. 걸쭉한 국물과 인삼주를 한 잔 들이킨다면 그 간의 피로가 싹 풀릴 것이다. 걸쭉한 국물이 일품인 토종 삼계탕이 8,000냥 되겠다.
금수복국
해운대 메리어트호텔 건너편 서울 온천장 뒤편/Tel.051-742-3600
‘Since 1970’이란 자부심에 걸맞게 서울에도 체인점을 둔 명소이자 박정희 대통령이 부산을 찾을 때 마다 들렀다는 그 곳. 대중적인 메뉴인 은복국이 9,000원이니 시원한 국물 맛을 원한다면 찾아 볼만 하다. 다른 메뉴도 가격이 더 센 편이니 유의하시길. 서울에서 그리 흔치도 않은 복국이니 만큼 약간의 모험심이 필요할 메뉴랄까?
[남포동]
먹자골목
광복로 월드 오락식 윗길/ 노점상이니 폰 번호는 패스!
해운대 시장 초입과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 노점 먹거리의 선두주자이자 남포동 영화의 거리의 명소 중 명소. 딱히 찾을 것도 없이 부산극장과 대영극장 주변에서 왁자지껄한 곳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떡볶이, 비빔당면, 충무김밥, 팥빙수, 각종 튀김 등이 즐비하니 입맛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돌고래순두부
먹자골목 끝자락 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직진하면 정면 2층/ Tel. 051-246-1825
그러니까 맛집은 많이 찾으니까 맛집. 돌고래순두부야 말로 남포동 시절부터 부산국제영화제 폐인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바로 그 곳이다. 소싯적에는 800원이었다지만 지금은 2,500원인 순두부 백반 가격도 착하기 그지없다. 뚝배기 한 가득 차려진 붉디붉은 순두부찌개에 배추김치 한 그릇이면 한 끼 식사 뚝딱이다.
18번 완당집
부산극장에서 갤러리안경 방향 지하 1층/ Tel. 051-245-0018
‘완당은 운탕이라는 중국음식을 우리 입맛에 변형한 것’이란 설명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쟁 통에 생겨난 피난 음식이라는 설도 있다는 데, 어쨌건 매운맛을 선호하는 이라면 과감히 패스하시길. 이유는 남해 참멸치와 완도다시마로 끓인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로 승부하기 때문이란다. 완당면과 완당우동, 메밀국수 등이 4,000원 선이다.
인도가는길
남포동 먹자골목내 세명 약국에서 약 30m 미도아케이트 2층/ Tel.051-248-6630
부산에서 이국의 향취에 취하고 싶다면 적극 추천이다. 좁은 2층 계단을 올라서면 과도하리만치 인도풍의 인테리어와 각종 장식물, 그리고 인도 지도가 눈길을 확 잡아끈다. 인도식 복장을 한 종업원들은 덤이다. 밥 or 난, 라쉬가 곁들여진 세트가 8,000원이니 가격도 안성맞춤이다. 단, 화장실이 매우(?) 불편하다고 하니 여성분들은 주의하시길.
서울깍두기
남포동 피프광장 동쪽방향 350m/ Tel.051-245-3950
남포동 명소이니 피프광장에서 아마 부산 사투리를 쓰는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 본다면 반가이 가르쳐 줄 바로 그 곳. 전쟁 통에 정착해 세운지 50년 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은 내부 공사를 다시 해 ‘새끈한’ 내부가 빛이 난다고. 맛있는 깍두기로 유명하며, 양이 적다면 사리를 추가로 추문하는 센스가 필요 할 것이다.
자, ‘복집’을 제외하고 초저렴 메뉴로 엄선했으니 해운대와 남포동에서 끼니를 때울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찾아주는 찾아 봐도 좋겠다. 두 집 이상 들린 독자라면 필자가 상을 내릴지도 모르니 영수증 첨부하고 댓글을 달아 주시라. 아, 가고 싶다, 부산!
예매 못한 관객에게 드리는 표 구하는 Tip!
첫 번째, 현장 매표소에서 새벽부터 줄 서기. 이건 좀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체력 되고 열정으로 충만한 관객이라면 도전해 봄 직하다. 인터넷으로 매진된 영화라도 전체 좌석 중 15% 정도는 항상 현장 판매다. 주말엔 대개 4시 이후부터 전쟁이 시작되니 유의하시라. 긴팔 옷과 모포는 필수. 예매를 못했지만 아침엔 꼭 표를 내 손에 쥐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급한 관객, 그 영화 못 보면 죽어버릴 것 같은 충성도 높은 열혈 관객에게 추천하는 방법이다. 대개 9시 이전에 판매소 문을 여니 티켓을 쥐고 아침을 맞는다면 뻐근함과 뿌듯함이 동시에 밀려 올 것이다.
두 번째, 현장 매표소 옆 티켓 교환 부스 이용하기. 개인적으로 ‘강추’하는 방법이다. 우선 티켓 부스 자원봉사자와 친해지길. 이것저것 물어봐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고 핸드폰 번호 적어주고 ‘무슨, 무슨 표 나오면 꼭 알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면 분명 연락이 올 것이다. 한 상영관 당 분명 2장 정도는 취소하는 표가 생기기 마련이니 웬만하면 아침부터 자원봉사자를 포섭해 놓기만 한다면 적중률 100%다. 아, 그리고 운명과 인연을 믿는다면 현장 매표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자주 얼굴을 마주친 홀로 찾은 관객과 눈이 맞을 가능성도 있으니, 솔로라면 주의를 기울이시길.
세 번째, 각종 인터넷 게시판 이용하기. 삐삐 시대야 번거로웠겠지만 요즘은 다 핸드폰 번호 적어 놓으니 이처럼 편한 방법도 없다. 가장 활발하게 티켓 양도가 이뤄지는 사이트는 부산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http://www.piff.org)와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카페(http://cafe.naver.com/navertheatre) 두 곳 되겠다. 요 사이트 티켓 교환과 자유게시판에 들어가면 지금도 교환과 양도를 원하는 관객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 발 빠른 클릭과 전화질로 원하는 티켓을 손에 넣으시라. 영화제 기간에도 활성화되니 만큼 중간 중간 체크하는 노력 정도는 필수다. 어제, 부득이하게 커플 석으로 끊어 함께 보길 원한다며 핸드폰 번호를 올려놓은 게시물도 확인했으니 좋은 영화와 낯선 만남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을지 모른다.
네 번째, 주말을 피하고 화제작을 피하라. 영화제의 가장 큰 기쁨 중 낯선 영화에서 200% 만족을 느낄 때다. 괜히 매진된 영화에 발만 동동 구르지 말고 시야를 넓혀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여타 영화들에 눈을 돌리시라. 프로그래머 추천작들 중 유명세를 타지 않은 작품들도 꽤 된다. 그리고 만약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일요일쯤 출발해 월요일부터 다소 여유 있게 보고 싶은 작품들의 2,3회 상영을 노리는 것도 즐기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