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혼서(婚書)란?
가. 혼서의 종류
아들 편으로 혼함을 보내놓고 마음을 졸였다. 뭘 하고 싶어도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이것저것 벌였으나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했다. 그러다가 졸인 마음을 거둬들인 것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서다. 함을 가지고 간 아들여석보다 며느리 될 규수가 먼저 고맙다고 울먹이며 전화를 해주었다. '어머니가 못하고 아버지 혼자 준비하니 대충 그렇겠지'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참 잘 되었다. 이어서 아들이 함을 맞으러 모인 친지와 이웃으로부터 칭찬을 받았으며 부러움을 샀다고 덧붙여 주어서 그제야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다. 한시름 놓았다. 결국 정성들여 싼 혼함 하나로 혼사의 품위가 결정된 것이었다.
사실 아이 혼함을 꾸리면서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혼함에 대해 각별한 정성을 들인 이유가 있다. 맏딸이나 둘째딸을 시집보낼 때 똑같이 당한 일이 있었다. 신부아버지의 자리에서 올바른 혼함을 두 번 받았는데 두 번 다 혼서에 대하여 아쉬운 마음이었다. 혼서가 무엇인가? 한 남자의 짝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문서가 바로 혼서다. 짝이 된 아내는 장롱 깊숙이 평생토록 간직을 하다가 죽으면 관속에 넣어가는 것이다. 혼담이 오가면서 신랑측에서 신랑의 태어난 사성을 보내면, 신부측에선 날을 받아 연길문을 보낸다. 날이 확정되면 신랑측에서는 납폐문을 써서 채단과 함께 넣어서 보내면 신부측에선 다시 답서를 보내는 것이 통례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혼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 혼서를 아무렇게나 쓰는 것이 나니라 격식에 맞춰서 써야한다. 초혼과 재혼에 따라 접는 방법도 다르고 쓰는 내용도
그만큼 혼례라는 일이 중요한다는 뜻이다.
다시 혼서가 오가는 순서를 정리해보면
① 신랑 : 사성을 보낸다.(신랑의 태어난 연월일시)
② 신부 : 연길문을 보낸다.(신부의 생리주기를 고려하여 혼례식 날을 정해서 보낸다)
③ 신랑 : 납폐문을 보낸다.(신랑의 주혼자가 신부의 주혼자에게 혼례를 허락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뜻이 편지를 써서 혼함의 물목과 함께 넣어서 보낸다)
④ 신부 : 신랑측에서 보낸 혼함과 납폐문에 대한 납폐답서를 써서 보낸다.
☞ 위 네 가지를 통칭하여 혼서라고 하는데 신부가 혼례식 후에 잘 보관하였다가 죽으면 관속에 넣어서 가는 것이다. 깊숙이 간직하기 위해 우리 어른들은 장롱바닥에 보관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