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 조울증… 변덕도 너무 심하면 병 완벽주의·정서불안 때 발병 많아 (이 기사에 나오는 인물의 바이오코드를 괄호 안에 병기했으니 참고하기 바람)
글 : 고종관 중앙일보 기자
변덕 심한 상사가 있다면 조울증을 의심하라? 어느 정도는 일리 있는 말이다. 조울증은 의학용어로 양극성 장애. 들뜬 기분(조증)과 우울한 기분(울증)이 병적으로 심하게 반복되는 병이다.
우선 조증인 심리 상태를 보자. 조증일 때는 무리하고 황당한 사업 구상을 한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전화를 하고 사람을 만난다. 비싼 술집에 가서 흥청망청 돈을 쓰거나 도박을 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짙은 화장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옷차림으로 주위의 시선을 끈다. 분에 넘치는 과도한 쇼핑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다가 우울증에 들어서면 급전직하 삶에 흥미를 잃고 무력감에 빠진다. 때로는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양극성 장애는 의외로 많다. 심한 양극성 장애는 유병률이 1~2%,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까지 합치면 3~5%에 이른다. 양극성 장애는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정확하게 조증과 울증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조증과 정상 기분, 또는 조증은 약하게 울증이 길게 나타나는 등 증상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덕이 심한 사람으로 치부된다. 일반적으로 병원을 찾기까지 평균 8년이 걸린다는 게 이런 사실을 반영한다.
대체로 특별한 이유 없이 과도하게 기분이 좋거나 나쁜 상태가 3일 이상 지속되거나, 이유가 있다고 해도 과도한 감정 상태가 1주일 이상 계속되면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의사들은 양극성 장애를 우울증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평가한다.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우울증에 비해 두 배나 높고 자살 시도 역시 10%에 달한다. 양극성 장애의 대표적 인물이 37세의 나이에 자살한 반 고흐(0115)다. 헤밍웨이(1135), 레오나르도 다빈치(0820), 모차르트(1105) 등 유명 예술가들도 심각한 조울증에 시달렸다.
문제는 조울증을 방치하면 알코올이나 약물에 빠질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학업이나 결혼, 직업 등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울증 잠재 성향이 있는 사람이 입사나 직장 스트레스가 심할 때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
성향으로 보면 성격이 지나치게 완벽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일수록 발병 위험률이 높다. 기혼자보다는 이혼자나 독신자,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계층에서 발병 빈도가 높다. 20~30대에 많이 발생하지만 청소년기나 50세 이후 시작되기도 한다.
다행히 조울증은 다른 질환에 비해 치료가 잘 된다. 초기에 발견하면 90%,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도 60% 이상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의 기본은 약물이다. 리튬, 발브로에이트 등에서 최근에는 올란자핀과 같은 항정신성 약물이 많이 쓰인다. 급성기는 물론 재발 방지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약물과 함께 생활지도도 중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가을이나 겨울철에는 일조량이 적으므로 해가 밝은 날에는 야외에 나가 볕을 많이 쬐어야 한다. 과식하거나 거식증 같은 식사장애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일정하게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코노미스트 2005년 05월 09일 7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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