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엑터경을 아버지로 믿고 성장한 아더는 형 케이를 따라 참가한 무술대회에서 우연히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를 뽑아내면서 운명의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떠돌이 방랑 기사 랜슬롯과의 대결에서 신검 엑스칼리버의 힘을 빌어 랜슬롯에게 이길 수 있었던 아더는 곧 자신이 사실은 패배했음을 스스로 인정함으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악마성까지 느껴지는 마법사 멀린, 그러나 가만히 지켜보다보면 그에게서 구약성서의 세계에 등장하는 엄격한 선지자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외적을 물리치고 승리한 아더왕과 캐멜롯성의 원탁의 기사들은 충성과 신의를 맹세한다.
숲에서 치뤄진 아더왕과 귀네비어 왕비의 결혼식 장면 - 두 사람의 사랑은 곧 시험당하게 될 것이다.
<엑스칼리버>에는 중간중간에 상당히 야한 장면들도 있다. 랜스롯과 귀네비어 왕비의 불륜 장면이다.
마법에 취해 쓰러진 아더왕과 관계를 갖는 모르가나 -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이복동생과 관계를 갖는다.
모르가나의 간교한 술수에 말려들어 왕국을 잃게 된 아더왕은 퍼시발의 숭고한 노력으로 찾게 된 성배로(원래는 갤러해드가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기력을 회복하게 되고, 모드레드의 군대와 맞서 싸우기 위해 기사들을 결집해 달려나간다. <엑스칼리버> 전체에서 가장 멋진 비주얼 중 한 장면이다.
사악한 모드레드 군대와 의 대결에서 아더왕이 궁지에 몰리게 되자 달려와 왕을 구원하고 결국 숨지게 되는 랜슬롯, 그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도 왕비와 화해했는가를 묻는다(징한 놈이다).
아더왕을 싣고 성지 아발론으로 떠나가는 돛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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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든 어린 마음에 은빛 갑옷을 번쩍이며(그야말로 섬광처럼 와서 꽂혔다) 흩날리는 꽃잎들 사이를 말을 타고 질주하는 장면은 언제보아도 가슴 시원한 멋진 장면이다. 물론 이 영화를 세기에 길이 남을 명화라고 칭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흐른 뒤에 보더라도 전혀 촌스러운 구석이 없는 장면장면과 멋진 대사들,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환상적인 해석은 이 영화가 결코 우습게 볼 영화도 아니며 흥미거리로만 생각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우선은 그런 모든 해석과 상관없이 재미있고, 멋있다는 느낌에 시종일관 압도당한다. 이런 쾌감섞인 느낌을 전해줄 수 있는 장르는 역시 판타지를 제외하고는 찾기 어렵다. 왜냐하면 일단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그러므로 우리는 현실 세계의 도덕률이나 머리 아픈 생각거리들을 잠시 접어두고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엔 인간이 인생이란 잠시 스쳐가는 것에 불과할 만큼 오랜 삶을 사는 요정과 마법사, 시공을 초월한 운명이 존재한다.
암흑의 시대와 엑스칼리버의 등장
세상의 모든 전설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거쳐 전해지면서 숱한 이야기들과 혼성모방하며 골격이 세워지고, 살이 붙는 것처럼 영화 <엑스칼리버>의 기본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아더왕 전설 역시 같은 경로를 밟으며 오늘날의 이야기가 되었다. 아더왕 전설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영국의 중세 기사 모험담에서 출발하였으나 중세 영국과 프랑스의 작가들이 이 이야기를 다루면서 많은 종류의 이본(異本)이 존재하게 된다. 아더왕의 전설의 축은 아더왕의 탄생과 원탁의 기사들의 모험, 그리고 그의 기사 란슬롯(Lancelot)과 왕비 귀네비어(Guinevere)의 연애담, 그리고 성배(the Holy Grail)의 이야기가 한데 뒤섞이면서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다가 아더왕의 죽음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여기에서 인간계와 또다른 세계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인물 마법사 멀린(Merlin)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원래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11세기 이전부터 영국 웨일즈 지방에서 상당히 유명한 이야기였는데, 1131년에 몬머스의 제프리(Geoffrey of Monmouth)가 『영국 왕들의 역사(Historia Regum Britanniae)』를 완성시키며 켈트의 영웅 아더를 유럽에 소개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귀네비어는 란슬롯이 아니라 아더의 적인 모드레드와 간통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모든 운명은 마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서로 얽히고 섥히며 운명의 양탄자를 만들어낸다. 우리의 삶은 거기에 얽혀든 색색깔의 실처럼 정해진 궤도를 살아가는 것이라고 중세의 인간들은 믿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흔히 중세를 암흑시대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시대에도 남자와 여자는 격렬한 사랑을 나눴고, 그 흔적을 곳곳에 남겨두고 있는데 바로 트리스탄과 이졸테(Tristan and Iseult), 랜슬롯과 귀네비어(Lancelot and Guinevere), 이니어스와 디도(Aeneas and Dido),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Troilus and Criseyde), 단테와 베아트리체(Dante and Beatrice), 페트라르카와 로라(Petrarch and Laura) 등의 연애 이야기가 그것들이다. 이 무렵의 연애 이야기의 가장 특징적인 갈등은 연애의 중심에 남성이 서 있고, 대개의 여성들은 자신이 그 남성으로부터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지 못하거나 의심하는데서 비롯된다. 아더왕과 귀네비어의 사랑 역시 늘 같은 결론은 아니지만 대개는 흡사한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영화는 마치 스타워즈의 첫장면이 그러한 것처럼 의미심장한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The Dark Ages. The Land Was Divided And Without A King…. 암흑시대, 국가는 갈라지고, 왕은 존재하지 않았다..." 운명의 실타래는 아더왕의 아버지 우더 펜드래곤(Uther Pendragon)으로부터 시작된다. 잔인하고 전투적인 기사이자 웨일즈 지방의 영주인 우더는 그의 경쟁자인 콘월 공작의 군대와 맞붙어 싸우고 있었다. 격렬한 전투 와중에 나타나는 마법사 멀린에게 우더는 자신으로 하여금 왕이 될 수 있도록 신검 엑스칼리버(신검에 대한 전설은 동서양에 모두 있어왔다. 엑스칼리버와 함께 유명한 신검 전설은 지그프리트의 신검 '노퉁'일 것이다)를 구해줄 것을 요구한다. 멀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우더를 호숫가로 이끌어 여신으로부터 엑스칼리버를 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더는 엑스칼리버를 확보함으로써 왕위 계승에 대해 우선권을 인정받게 되고, 경쟁자 콘월을 굴복시켜 그의 성에서 승리에 대한 자축연을 연다. 콘월 공작은 우더에게 억울하게 왕위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아내인 이그레인에게 우더 앞에서 춤을 추도록 한다. 술에 취한 우더는 콘월 공작의 아내 이그레인에 대한 욕정을 억누를 수 없게 된다(자고로 인간사 모든 불행의 씨앗이 여성이라고 하면 욕할 사람 많겠지만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욕정이 그 중 하나인 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욕정, 겁탈 그리고 복수의 씨앗
J.R.R.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쓸 때 성배 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왔던 것처럼 <엑스칼리버>에서 우더가 이그레인을 겁탈하는 대목은 마치 <니벨룽겐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에서 여왕 브륀힐데와의 경기에서 군터와 지그프리트가 부리는 술수와 흡사하다. 우더는 멀린에게 이그레인과 하룻밤만 동침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멀린은 동침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그 결과 생겨나는 아기를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더는 멀린의 도움으로 이그레인의 남편 콘월 공작으로 변신해 이그레인과 동침하게 되지만 콘월 공작과 이그레인 사이에서 태어난 딸 모르가나는 타고난 마법사적 자질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 아비의 비참한 죽음과 어미인 이그레인이 우더 펜드래곤의 술수에 속아 부정한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 모르가나는 가슴깊이 원한을 품게 된다. 콘월은 죽고, 그의 성은 함락당한다. 그리고 이그레인은 자신의 남편의 아들이라고 믿으며 우더의 아들을 낳지만 멀린이 등장하여 아이를 데려가려 하자 그제서야 우더의 씨앗이었음을 알게 된다.
가끔 영국식 대사는 그 어두운 면으로 인해 위트 이상의 뼈아픔을 던져주고는 한다. 우더가 멀린에게 따지며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살육하고 왕이 되는 것뿐이오?" 라고 하자 멀린은 냉정한 표정으로 답한다. "그것조차 아닐 수 있소"라고. 마치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저주처럼 어린 아더를 안고 유유히 성 밖으로 사라지는 멀린을 쫓아 숲으로 달려가는 유더는 콘월 공작의 복수를 노린 잔당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유더는 신검 엑스칼리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바위에 엑스칼리버를 꽂고 숨을 거둔다. 이때 멀린은 장차 바위에서 엑스칼리버를 뽑는 자가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남긴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성장한 아더는 자신의 형으로 생각하고 있는 케이의 기사수업을 겸한 무술대회 참가를 시종하기 위해 종자로 따라나서게 된다. 그리고 잘 알려진대로 무술대회 중 형 케이의 검이 부러지고, 급하게 검을 가져다 달라는 케이의 부탁에 급한 나머지 바위에 꽂혀 있던 엑스칼리버를 뽑아 가져다 준다. 무술대회에 참가한 기사들은 그것이 엑스칼리버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우왕좌왕하게 된다. 과연 이 어린 종자가 힘세고 명망높은 기사들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단 말인가 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더는 검을 다시 바위에 꽂고, 기사들로 하여금 뽑아 보도록 하지만 검은 뽑히지 않았다. 아더가 다시 검을 뽑자 이번에는 출신도 알 수 없는 사생아를 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개의 기사들은 그를 왕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다만 리언데그란스 경을 비롯한 몇몇 기사들만이 그를 인정할 뿐이었다. 기사들은 아더를 인정하는 세력과 반대 세력으로 나뉘어 전투를 벌인다. 반대 세력의 기사들은 리언데그란스의 성을 공격하고, 아더는 자신의 기사들을 이끌고 리언데그란스 경을 구원하기 위해 달려가 적장 유리엔스와 격돌하게 된다. 격렬한 전투 끝에 적장 유리엔스를 사로잡게 되는데, 유리엔스는 기사도 아닌 아더에게 항복할 수도, 충성을 맹세할 수도 없다면 명예롭게 죽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더는 자신의 칼을 유리엔스에게 주며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자신을 기사로 임명해달라고 부탁한다. 방금 전까지 적으로 싸워왔던 적장에거 검을 내어준 아더를 보고 감동한 유리엔스는 아더를 기사로 임명하고,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전투에서 승리하고 훌륭한 기사인 유리엔스까지 얻은 아더는 리언데그란스의 성에 묵으며 상처를 치료하고 쉬게 된다. 이때 귀네비어를 만나게 된 아더는 자신의 아버지 유더 펜드래곤의 전철을 밟게 된다. 멀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네비어를 자신의 아내로 삼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최강의 기사 랜슬롯과 귀네비어
반대세력을 물리치고 왕이 된 아더의 궁전으로 그의 부하들이자 뛰어난 기사들인 케이와 리언데그란스 경 등이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정체불명의 떠돌이 기사와 결투를 벌였다가 패하여 그리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낀 젊은 아더왕은 부하들을 이끌고 떠돌이 기사를 찾아 가게 된다. 과연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게 된 아더와 랜슬롯. 랜슬롯은 자신이 충성을 맹세할 만큼 강한 군주를 만나지 못해 떠돌아 다니고 있다고 말한다. 한창 나이에 군주로서 위세가 높아진 아더왕은 랜슬롯과 겨루어 그를 자신의 부하로 삼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고, 랜슬롯에게 도전하게 된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지만 아더는 랜슬롯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왕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랜슬롯에게 지고 싶지 않았던 아더는 신검 엑스칼리버의 도움을 얻어 랜슬롯의 무기를 둘로 쪼개며 그를 굴복시킨다. 그러나 자기 이외의 존재로부터 도움을 얻은 탓이었을까, 그의 자만심을 벌주기 위함이었을까. 그만 절대로 부러질 수 없는 엑스칼리버조차 두 동강이 나고 만다. 아더는 자신의 잘못을 금방 깨닫고 랜슬롯에게 자신이 패했음을 인정한다. 멀린은 아더에게 호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엑스칼리버를 받아오라고 한다. 이제 왕은 자신의 교만을 깨닫고 한층 성숙해지고, 최강의 기사 랜슬롯을 얻었다.
아더왕은 반대세력을 제압함은 물론 자국을 노리는 외적의 침입도 물리치며 더욱 명성을 높이게 된다. 왕국을 건설하고 반석에 올려놓게 되었다고 생각한 아더는 모든 기사를 평등하게 대접한다는 의미(사실은 켈트족을 몰아내고, 세워진 색슨족의 국가에서 부족간의 차이를 없앤다는)에서 원탁을 만들고 그 안에 멀린이 밝혀놓은 마법의 불을 에워싸고 기사들이 둘러앉도록 했다. 이리하여 그들은 원탁의 기사들이라고 불리게 된다. 외적을 물리치고 국가의 평안을 가져오게 된 아더 왕은 금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성 캐멜롯을 건설하고, 그의 가장 절친한 친우이자 충성스러운 기사 랜슬롯을 왕비 귀네비어의 호위 기사로 임명해 귀네비어를 맞이해도록 시킨다. 그러나 이 호송 여행 도중 왕비 귀네비어와 랜슬롯은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된 아더와 귀네비어. 랜슬롯은 궁정에도 자주 들지 않고, 성밖의 숲 속에서 홀로 외따로이 지내는 일이 잦아진다. 이때 랜슬롯을 찾아와 종자로 맞아주길 부탁하는 어린 청년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퍼시발이었다. 바야흐로 왕국엔 평온한 기운만 감돌뿐 위기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위기의 씨앗은 이미 자라나고 있었다.
바로 아더왕의 배다른 누이이자 아더왕의 아버지로부터 억울한 죽임을 당한 콘월 공작의 딸인 모르가나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이복동생이자 원수 유더 펜드래곤의 아들인 아더가 통일왕국의 왕으로 존경받으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모르가나는 귀네비어를 꼬드겨 랜슬롯과 불륜의 분위기에 빠지게 하고, 멀린에게 접근해 그에게서 마법의 비급을 얻어내려고 한다. 한편 오랫동안 궁정을 찾지 않고 원탁회의에도 나타나지 않는 랜슬롯을 둘러싸고 궁정에는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다. 랜슬롯과 귀네비어가 불륜관계라는 것이다. 이 소문은 결국 기사 거웨인의 입을 통해 원탁의 만찬에서 폭로되기에 이른다. 왕은 왕비 귀네비어를 사랑했기에 몹시 화가 났지만 왕도 법은 지켜야 하기에 자신을 위한 옹호 기사가 되어 달라는 왕비의 부탁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왕비는 자신을 옹호해줄 기사를 구하지 못해 난처한 지경에 빠지게 되고, 거웨인 경은 왕비에게 모욕을 주며 공격한다. 이를 보다 못한 퍼시벌은 자신이 왕비를 위한 옹호기사가 될 터이니 자신을 기사로 임명해달라고 요구한다. 퍼시벌은 즉석에서 기사로 임명되지만 거웨인과 싸우기 직전 랜슬롯이 나타나 거웨인과 싸우게 된다. 부상을 당하기는 하지만 거웨인과 싸워 승리한 랜슬롯은 왕비의 명예를 지켜주게 되고, 이를 감사히 여긴 아더는 왕비에게 부상당한 랜슬롯을 간호해주도록 부탁한다.
무너진 신뢰와 성배를 찾아 떠나는 기사들
모르가나의 술수와 자신들의 사랑으로 인해 결국 불륜을 저지르고 마는 랜슬롯과 귀네비어 두 사람은 숲에서 알몸으로 뒹굴고, 멀린의 마법을 통해 이를 지켜보게 된 아더는 분노에 이성을 잃고 만다. 그가 사랑하고 가장 믿어 왔던 두 사람에게 배신 당한 것이다. 한밤중에 아더왕은 두 남녀가 알몸으로 부둥켜 안고 잠든 사이에 자신의 검 엑스칼리버를 꽂아두고 성으로 돌아온다. 한편 이 모든 운명의 다른 한 실타래를 쥐고 있는 모르가나는 멀린에게 배운 흑마법을 통해 왕의 중요한 조언자이자 참모인 멀린을 마법으로 얼음 기둥 속에 가둬둔다. 왕은 가장 강력한 기사 랜슬롯, 사랑하는 왕비를 잃었고, 신검 엑스칼리버를 버렸으며, 현명한 마법사 멀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한때 빛나는 황금빛으로 가득했던 캐멜롯은 이제 우울하고 음침한 기운만저 감돌게 되었다. 아직도 귀네비어 왕비를 잊지 못하고 있던 아더가 잠든 사이 그의 배다른 누이인 모르가나는 마법을 이용해 왕비로 변신하여 아더와 관계를 갖는다. 그의 어머니 이그레인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유더 펜드래곤의 아들 아더에게 복수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아더의 왕국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쇠약해지고 아더왕 역시 과거의 건강함을 잃고 쇠약해진다. 왕비는 어디로 갔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고, 랜슬롯은 국왕에 대한 신의를 저 버린 자기 자신을 원망하며 미친 듯이 떠돌게 된다. 이런 틈을 노려 모르가나는 아더와의 통정으로 낳은 자식 모드레드를 앞세워 아더왕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키워나간다. 원탁의 기사들은 신을 분노케 하여 왕국이 붕괴되어간다고 생각하여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 사용했으며 십자가형을 당했을 때 옆구리에서 흐른 보혈(寶血)을 받은 잔인 성배를 찾아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며 각자 떠나게 된다. 이 성스러운 유물인 성배를 찾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노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성배를 찾아 떠난 원탁의 기사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하고 세월은 계속 흘러간다. 퍼시벌은 성배를 찾아 떠돌다가 자신의 동료기사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지만 갑옷 속의 기사는 어느 새 해골이 된지 오래였다. 갖은 고생 끝에 퍼시벌은 성배가 있는 곳을 안다는 금빛 갑옷을 입은 소년 기사를 따라 모르가나에게 이끌려가게 된다. 모르가나는 퍼시벌에게 어느덧 자라 장성한 모드레드의 편에 설 것을 요구하지만 이를 거절한 퍼시벌은 이미 죽임을 당해 목 매달린 기사들과 함께 나무에 매달리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퍼시벌은 이제 기사의 몰골을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도 성배를 찾아다니지만, 자기 눈 앞에서 동료 기사인 유리엔스가 모드레드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게 될 뿐이었다. 모르가나는 아들에게 아버지이자 외삼촌인 아더왕을 찾아가 왕좌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도록 시킨다. 궁전을 찾은 모드레드는 아더왕을 협박해 왕좌를 내놓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라고 협박한다. 우연히 랜슬롯과 마주치게 된 퍼시벌은 미치광이가 된 그의 공격을 받아 급류에 빠져 목숨을 잃을 지경이 된다. 퍼시벌은 죽음에 임박해서 과거에 보았던 성배의 환상을 다시 접하게 되고, 성배가 있는 곳이 바로 캐멜롯 성임을 깨우치게 된다. 마치 메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와 마찬가지로 성배는 바로 가장 가까운 곳, 사람의 마음 안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 퍼시벌은 기운을 잃고 죽어가고 있는 아더왕에게 성배에 담긴 포도주를 마시게 한다. 성배를 통해 기운을 되찾게 된 아더왕은 모르가나와 모드레드에게 빼앗기게 된 왕국을 부흥시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엑스칼리버를 쥐려고 한다. 그는 부하기사들과 함께 은빛 갑옷을 차려입고 꽃잎이 흩날리는 숲길을 달려 귀네비어 왕비가 머물고 있는 수녀원을 찾는다.
엑스칼리버의 부활과 최후의 격전
이제 두 사람은 과거의 불꽃 같은 사랑을 말할 수는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과거의 일을 서로 용서하고,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귀네비어 왕비는 자신의 침대 밑에서 오랜 세월 간직해온 왕의 검 엑스칼리버를 꺼내 돌려준다. 아더왕은 왕비 귀네비어에게 말한다. "이것은 감히 희망도 하지 못한 것이었소. 나는 이 생의 뒤에 올 것을 종종 생각하오. 미래에 속하지 않고 인간으로 남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오. 그 때는 내게 와서, 나를 가지시오. 나는 당신의 남편이오. 그것이 내가 가진 꿈이오."라고 말이다. 이미 오랫동안 세를 규합하고 있던 모드레드와 모르가나 일당의 군세는 막강했고, 모르가나의 마법으로 인해 아더왕의 군대는 도저히 모드레드의 군대를 물리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왕은 절망한 나머지 그의 군대가 주둔해 있던 스톤 헨지의 돌을 내리치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갇혀있던 멀린이 깨어나게 된다. 다시 아더왕 곁으로 돌아온 멀린을 보면서 아더왕은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다. 그는 멀린에게 묻는다. 이것은 꿈인가? 멀린은 어떤 이에게는 꿈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라며 연기처럼 사라진다. |
존 부어맨 John Boorman - Voluntary Outsider |
1933년 영국에서 태어난 감독 존 부어맨. 나는 그를 별도의 장을 두어 다룰 것인가를 고심한 끝에 그냥 <엑스칼리버>와 묻어서 함께 다루는 것으로 최종결정을 내리면서도 내내 아쉬웠다. 그의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으므로 별도로 작가론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고, 그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냥 쉽게 다루기엔 뭔가 허전함이 남기 때문이다. 감독으로서의 부침이 심했던 존 부어맨은 늘 성공과 실패 사이를 극심하게 오가야 했다.
30대 초반인 1965년에 처음 영화 연출을 맡았지만 이전까지는 그가 참여한 영상물에 대한 기록이 없다. 그는 기독교 관련 학교를 다녔고,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 일을 했다. 나중엔 여성잡지와 BBC라디오 방송국에서 논평을 하다가 1955년에 이르러서야 BBC에서 텔레비전 영상 편집보조 일을 시작했디. 그가 영화에서 연출을 맡은 것은 1965년 코미디 영화를 통해서였다. 이 영화에서 그는 적당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리 마빈의 호의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그는 1967년 리 마빈 주연의 <포인트 블랭크 Point Plank>를 촬영했고, 다음 작품에서도 리 마빈을 기용해 영화를 만들었는데 일본 배우 미후네 도시로가 출연한 <태평양의 지옥 Hell in the Pacific>이 그의 작품이었다. 이후 1974년 미래세계를 다룬 <자도즈 Zardoz>의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했다. 뒤이어 1977년에는 <엑소시스트 2>를 연출했고, 1981년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엑스칼리버>를 완성한다. 1985년엔 <에메랄드 포레스트>를 연출했지만 흥행에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그는 1995년의 <랭군의 저편 Beyond Rangoon>을 통해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이 영화는 처참하게 실패하고 만다.
그를 다시 세인들로 하여금 주목의 대상이 되게 한 것은 아일랜드의 유명한 도둑 마틴 카힐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제너럴>을 통해서였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칸느의 승자가 된다. 이후 피어스 브로스넌을 기용해 2001년 <파나마의 재단사 The Tailor of Panama>를 연출하지만 별다른 재미는 보지 못했다. 그는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온 감독이다. 그의 작품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몇 편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Tip 한 가지 - 영화 <엑스칼리버>에는 존 부어맨 감독의 자식들이 총출동했다. 호수의 여신으로 등장해 아더왕에게 엑스칼리버를 건네주는 역은 큰딸 텔셰(Telsche)가 유더와의 격렬한 정사 장면을 연출한 이그레인 역에는 둘째 딸 카트린(Katrine)이 어린 모드레드역에는 아들 찰리(Charlie)가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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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 참고 도서
『아서왕 - 전설로 태어난 기사의 수호신 - 시공디스커버리총서 115』/ 안 베르텔로트 지음/ 채계병 옮김 / 시공사 / 2003년
『원탁의 기사』/ 토마스 불핀치 지음/ 한영환 옮김/ 범우사/ 1999년
『샤를마뉴 황제의 전설』/ 토마스 불핀치 지음/ 이성규 옮김/ 범우사/ 1998년
『니벨룽겐의 노래』/ 허창운 옮김/ 범우사/ 1997년
『중세기사 이야기』/ 스다 부로 지음/ 이완진 옮김/ 나이츠나이츠/ 2000년
『협객의 나라 중국』/ 강효백 지음/ 한길사/ 200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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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은 자신을 가두고, 왕국을 빼앗으려 한 모르가나가 잠든 모드레드 군대의 숙영지 막사에 나타나 그녀에게 아직도 과거의 강력한 마법을 기억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오랜 세월동안 마법을 통해 늙지 않았던 모르가나는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마법을 풀어 갑자기 오랜 세월의 노화를 한꺼번에 겪게 된다. 모르가나의 입에서는 그녀의 생기라도 되는 양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입밖으로 나온 연기는 안개로 화하여 모드레드 군대의 숙영지 주변을 에워싼다. 깜짝 놀란 모드레드는 모르가나의 숙소로 향하는데 늙어 버린 모르가나를 발견한 모드레드는 단칼에 모르가나를 베어 버리고 만다. 아더왕은 안개가 병력이 부족한 자신의 군대를 위해 멀린이 펼친 마법이라 생각하고, 군대를 총동원해 모드레드의 군대를 기습한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모드레드의 군대를 공격하는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 그러나 처음의 기세는 모드레드 군대의 강력한 군세로 인해 꺽이고 원탁의 기사들도 하나둘씩 쓰러져 간다. 이때 정신을 회복하고 나타난 랜슬롯이 합세하며 모드레드의 군대는 결국 전멸당하고 만다. 그러나 적군을 모두 전멸시키는 와중에 랜슬롯도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최후의 순간 모드레드가 나타난다. 퍼시벌은 앞으로 나서려는 아더왕을 말리지만 자신의 조카이자 아들이기도 한 모드레드의 생명을 직접 거두려는 아더왕은 퍼시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선다. 모드레드의 창에 가슴 한 복판을 꿰뚫린 아더왕은 모드레드의 창을 잡아당기면서 앞으로 전진해나가 아들의 가슴에 엑스칼리버를 깊숙히 꽂아넣는다. 유더 펜드래곤의 한 순간의 욕정이 빚어낸 3대에 걸친 불행한 운명이 매듭지어지는 순간이다. 왕은 최후의 순간이 자신에게 다가왔음을 느끼고, 퍼시벌에게 엑스칼리버를 호수에 가서 던져달라고 부탁한다. 퍼시벌은 그의 부탁을 거절하지만 다시 간곡히 부탁하는 아더왕의 부탁에 못이겨 엑스칼리버를 들고 호숫가로 향하지만 칼을 버리지 못한다. 아더왕은 칼을 던졌는가? 묻지만 퍼시벌이 칼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퍼시벌을 설득하여 새로운 왕이 나타나면 엑스칼리버는 저절로 다시 떠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퍼시벌은 다시 한 번 호수로 가 엑스칼리버를 던진다. 호수에서 여신의 올라오며 엑스칼리버를 받아 사라진다. 칼을 던지고 다시 왕에게 돌아온 퍼시벌은 그러나 다시는 아더왕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더왕은 작은 돛배 위에 몸을 눕히고, 여신들의 호종을 받으며 영원의 땅 아발론으로 떠나가고 있었다.
아발론 - 영웅들이 기거하는 영원의 땅
아발론(Avalon), 원탁의 기사들과 아더왕이 죽어서 머무르게 된다는 전설상의 섬이다. 대개의 중세 판타지 전설들이 그러하고, 세계 각지의 전설들이 그러하지만 아발론은 그러한 권선징악 판타지의 종국에 이르는 구원의 성지이자 선물로 등장한다. 이렇게 저렇게 고초를 겪은 그리스의 영웅들이 종국에는 하늘의 별자리(성좌)를 차지하게 된 것처럼 중세의 영웅이 죽어서 가게 될 성지는 아발론인 것이다. 굳이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단군신화격에 해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영국인들은 자신들 최초의 왕을 알프레드 대왕(영화 <브레이브 하트>편에 소개)이라고 하지, 아더왕이라고 하지 않는다. 아더왕 전설이 단지 자신들만의 것이 아니라고 여겼던 탓일까? 그러고 보면 <엑스칼리버>의 근간이 되는 '아더왕 전설'은 신화로 승격되기에는 너무나 교훈적이다. 이 영화는 전설의 왕 유더 펜드래곤과 그의 자식인 아더, 그리고 다시 그의 자식인 모드레드 3대에 걸친 자만과 질투, 불륜과 애증의 서사시이다. 그리고 멀린은 대체로 도덕적인 교훈을 선사하는 인물이지만 또 선인이라고만 판단하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강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에게서 동양적인 참모의 상이나, 끝까지 주인공을 포기하지 않고 가르치려 드는 동양의 신선들을 연상하면 안될 것이다.
그는 교훈을 주지만 인간이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가혹하게 그를 버린다. 우더 펜드래곤은 마치 전국시대 통일과업을 목전에 두고 좌절한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나 5호16국의 통일을 눈앞에 두고 죽어 결국 나라를 조광윤에게 빼앗긴 '시영', 통일까지는 이르렀으나 결국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무너진 진시황과 흡사하다. 무력을 앞세워 강하게 밀어부칠 줄만 알았던 이 사람들의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내는 일이야 뭐 그리 어렵겠는가. 그러나 막상 닥쳤을 때 그것을 절제할 수 있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더는 마치 다윗이 그러했던 것처럼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었으나, 한 순간 욕정에 몸을 더럽힌 나머지 그야말로 3대가 꼬여 버린 것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부정하게 태어난 아더 역시 마법의 꼬임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나 자신의 이복누이와 살을 섞어 모드레드를 태어나게 한다. 이 모든 것이 운명에 의해 결정되어진 일이라고만 한다면 <엑스칼리버>에서 교훈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접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억지로 교훈을 찾아보자는 시도조차도 좀 무의미하다고 여기고 있기는 하다. 그건 일종의 강박증에 불과하므로...이 영화보다 좀더 선명한 교훈을 담고 있는 텍스트들은 쎄고 널렸다. 당장 불경이나 성경 한 구절을 펼쳐보라. 거기 어디 틀린 말이 있는가?)
이 영화의 매력은 스펙타클한 요소들과 교훈적인 요소들이 서로 부대끼지 않을 만큼 절묘하게 배합해놓은 그 황금분할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왕 말 꺼낸 것이고 하니 교훈적인 요소들을 찾아보면 멀린의 마법은 우리 주변의 여러 손쉬운 유혹과 같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 편리함은 때로 자신의 생명으로, 때로는 왕국의 붕괴로 이어지고 보상해야 하는 것이다. 우더가 욕정에 눈이 어두워 이그레인을 겁탈하기 위해 사용한 마법은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아더왕이 랜슬롯에게 이기기 위해 신검 엑스칼리버의 위력을 빌렸을 때 검은 깨어지고 만다. 아더왕에게서 왕위를 빼앗기 위해 마법을 도둑질한 모르가나 역시 비참하게 자식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만다. 다만 아더왕은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뉘우치며 손수 자신의 잘못들을 시정해나간다. 그리고 그 결과 그에게 주어진 것은 성지 아발론에서의 영원한 휴식이다. 비록 멀린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많이 녹아들어 있기는 하지만 성배를 찾는 전설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엑스칼리버>에는 기독교적인 정신이 많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비록 유더는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지 못하고 죽지만 아더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때마다 구원을 얻게 된다.
아더왕이 실존인물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지만 대체로 지난 6세기경의 켈트족의 전설적인 인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그토록 훌륭한 인물이자 중세 기사의 이상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중세를 받치고 있는 중요한 기둥인 기사집단에 대한 시대적 요청 때문이었을 것이다. 삼국지의 관우가 처음엔 유비의 일개 장수에서 출발하여 제후의 반열에 오르고, 왕이 되고, 황제로 승격되더니 결국엔 신의 지위에 오르는 것과 흡사한 길을 걷게 된 것과 같다. 이와 같은 사례는 단지 관우나 아더왕 이야기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샤를마뉴 대제의 충실한 기사 '롤랑'에게서도 재현된다. 처음엔 영국의 몰락한 부족인 켈트족의 지방 영웅에서 비롯된 아더왕이 11세기에 들어서면서 잉글랜드의 헨리 2세에 이르러 자신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뒷받침해주는 도구로 이용되면서 아더왕은 중앙권력의 상징이 되고, 역사적, 신화적 인물로 변모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기독교적인 색채가 가미되면서 순결한 영혼의 통치자, 성배를 찾는 인물로, 기독교의 수호자이자 완벽한 기사의 전형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자고로 세상이 보이는 대로 굴러가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더왕 전설을 다룬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하는 것은 역시 이 영화가 드러내고, 찬양하고 있는 그 미덕들이 여전히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덕목들도 있기 때문이겠지만.
모드레드의 창에 가슴 한 복판을 꿰뚫린 아더왕은 모드레드의 창을 잡아당기면서 앞으로 전진해나가 아들의 가슴에 엑스칼리버를 깊숙히 꽂아넣는다. 유더 펜드래곤의 한 순간의 욕정이 빚어낸 3대에 걸친 불행한 운명이 매듭지어지는 순간이다. |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