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동의보감]겨울철 원기 회복에 그만 ‘가자미 식혜’
식해와 식혜는 발음이 비슷해서 같은 음식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전혀 다른 음식이다.
식혜는 엿기름을 발효시켜 만드는 음료인 반면 식해는 생선과 곡류로 만드는 일종의 젓갈이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둘 다 겨울철에 먹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또 원재료를 삭혀서 만드는 발효식품이라는 것이다.
원래 식해는 태국, 라오스 음식인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사람들도 좋아한다.
특히 중국에는 식해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전해온다.
1079년 북송 때의 시인인 소동파가 필화를 입고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을 때 그를 구해준 음식이 바로 식해였다.
소동파는 아들과 약속하기를,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그 신호로 밥 대신 식해를 감옥으로 들여보내라고 했다.
그런데 아들이 먼 길을 떠나면서 친척에게 옥바라지를 부탁했는데 이 친척이 그런 사정을 모르고 식해를 소동파에게 보낸 것이다.
이에 낙심한 동파가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신종(神宗)에게 시를 지어 바친다.
한데 시를 읽은 신종이 깊이 감동하여 그를 사면해주었다고 한다. 잘못 보낸 식해가 시인의 목숨을 살린 셈이다.
식해가 우리나라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초다.
찹쌀이나 좁쌀과 엿기름, 소금, 생선이 주재료고 여기에 무와 생강, 파, 마늘,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주재료인 생선의 종류에 따라 지방마다 즐기 는 식해도 달라진다.
경상도에선 마른고기 식해, 강원도에선 북어 식해, 황해도에선 연안 식해, 함경도에선 가자미 식해와 도루묵 식해가 별미다.
그중에도 대표적인 식해는 역시 가자미 식해가 아닐까 싶다.
가자미를 뼈째 삭힌 다음 조밥과 무를 넣어 만드는 함경도식 가자미 식해는 일명 이북식 홍어회로도 불린다.
가자미가 많이 잡히는 함경남도 신포, 홍원, 단천, 김책 등에서 많이 담그는데 북한에서는 고급 음식으로 분류돼
웬만한 사람들은 먹기 힘들 만큼 귀하다고 한다.
새콤매콤하면서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일품인 가자미 식해는 영양가 또한 으뜸이다.
우선, 가자미는 성질이 평안하면서 맛이 달고 독이 없어 허약한 것을 보강하고 기력을 북돋워준다.
'동의보감'에서는 가자미를 많이 먹으면 양기를 움직이게 한다며 그 효능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식해는 발효음식인 까닭에 소화가 잘 되어 환자나 노약자, 어린이들의 영양식으로 아주 좋다.
또 가자미식해에는 엿기름 대신 메조가 쓰이는데, 메조는 열을 다스리고 대장을 이롭게 하며
조혈작용을 촉진시키며 당뇨와 빈혈을 다스리는 데 효과적이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조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온 식품으로 겨울철 몸이 냉해지기 쉬운 계절에 알맞다.
또한 식해에는 마늘이나 고춧가루 등 김치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김치에서 얻을 수 있는 항암, 항산화 등
건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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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해[食秊]와 식혜[食醯]의 차이
`식해[食秊]`는 생선을 재료로 하여 생선을 토막친 다음 소금 ·조밥 ·고춧가루 ·무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한국 음식이고,
`식혜[食醯]`는 찹쌀과 엿기름물을 재료로하여 찹쌀을 쪄서 엿기름물을 붓고 삭힌 다음 밥알은
냉수에 헹구어 건져 놓고, 그 물에 설탕과 생강을 넣고 끓여 식힌 다음 밥알을 띄워 만든 한국
고유의 음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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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 전통가자미 식해 : 식해의 영양가치
우리 고유의 음료를 생각하면 단연 식혜가 떠오른다. 식혜는 식 후 더부룩한 속을 개운하게 하고,
푸짐한 고깃집 회식 후 따르는 갈증을 해소하는 데 그만이다. 하지만 같이 ‘시캐’라 불리면
서도 실제는 젓갈인 식혜의 이방인이 있으니 바로 ‘가자미 식해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엔 ‘
식혜’로 표기)다.
흔히 발음이 같아 같은 의미로 생각하기 쉽지만, 엿기름을 발효 해 음료로 먹는 음식을 식혜라
하고, 생선을 토막내서 삭힌 반찬은 식해라 하므로 전혀 다른 음식이다. 때문에 가자미 식해는
음료로 오해받기도 하는데, 실은 생선과 곡류로 만든 일종의 젓갈 이다.
가자미 식해는 가자미를 뼈째 삭힌 후 조밥과 무를 첨가하여 만든다. 함경도에서 주로 많이
해먹은 터라 이북식 홍어회로 불리 기도 한다. 깍두기에 섞어 다시 한번 발효시키면 더욱
새콤해져 맛이 일품이다. 북한에선 최고급 음식으로 분류되어 당 간부도 함부로 먹기 힘든
음식이라고 한다. 가자미 식해는 주로 반찬이 나술안주, 혹은 회냉면의 고명으로 이용된다.
가자미 식해에 쓰이는 가자미는 ‘가자미눈’이라는 말 때문에 좋은 대접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영양에 있어선 바다의 정력제라 할 만큼 뛰어나다. 동의보감에서는 동해의 가자미를
접어’라 칭하면서, 성질이 평안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고, 허약 한 것을 보강하고 기력을
세지게 하며, 많이 먹으면 양기를 움직 이게 한다고 해 그 가치를 높게 산다. 가자미는 원래
맛이 담백 한 저지방 고단백의 흰살 생선.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 더구나 발효시킨 가자미식해는
소화가 잘 되어 환자나 노약자의 영양식 으로 적합하다.
또 가자미에는 비타민B1, B2, 콜라겐이 풍부하다. 비타민 B1은 뇌와 신경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
,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 따 라서 뇌질환의 예방과 더불어 각기병, 멀미, 현기증 등을 방지하 는
효과가 있다. 비타민 B2는 설염이나 구내염, 질염 등 각종 염 증을 예방, 치료하며 성장발육을
도와준다. 기초화장품 성분으로 쓰이는 콜라겐 성분은 세포막을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팽팽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에 가자미식해는 생선을 뼈째 먹을 수 있어 칼슘을 다량 공 급해 준다.
그러나 잘 삭혔기 때문에 뼈가 입안에 거슬리지 않는 다. 오히려 씹히는 감촉이 사각거리면서도
탄력이 있어, 씹는 맛 과 부드러움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가자미 식해에는 엿기름이 아닌 조가 쓰이는 것이 특징이다. 조 는 예부터 말하는 오곡 안에
들어갈 정도로 중요한 곡식이다. 보 리 다음으로 많이 재배된 잡곡으로 이북지방에선 보릿고개를
넘 는 주식으로 이용되었다. 조에는 차조, 메조 두 종류가 있는데 가자미 식해에는 메조를 쓴다.
메조는 열을 다스리고 대장을 이롭게 하며 조혈이 빠르고 당뇨와 빈혈에 좋다고 전해진다.
단백질과 지방의 함량도 높다. 흥미로 운 것은 한방적 관점에서 볼때 곡식 중에 가장 따뜻한
곡식이 조 라는 사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보온식품으로 속이 냉한 사람들 이 먹으면 좋다.
그래서 조밥을 첨가한 가자미식해는 여름 보다 는 겨울철 별미로 인기가 높다.
김연주 기자의 메디컬 푸드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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