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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거리 <27> 달맞이 고개 | |
바닷바람에 연분홍 꽃잎이 춤을 춘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따라 피어난 벚꽃의 무리들. 달빛과 파도와 바람과 어울려 월광 소나타를 들려주는 것만 같다. 봄날의 정취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해운대 달맞이고개는 벚꽃이 만개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빠져 있다.해운대 달맞이길은 미포에서 청사포로 가는 와우산 능선을 따라 송정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15번이나 굽어진다고 하여 ‘15곡도’라 불리는 이 고갯길은 달이 뜨거나 달이 지는 모습 중 하나만 보여 주는 동해와 남해의 바다와 달리 월출과 월몰의 장관을 함께 선사한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널리 알려진 달맞이고개가 지금의 모습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것 20여년 전이다. 1980년대초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된 전국토공원화 사업의 하나로 길가에 자연석을 쌓고 벚나무를 심어 오늘의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골프장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없었지만, 골프장이 철거되고 나서부터 음식점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3㎞ 남짓한 고갯길을 따라 들어서 있는 음식점은 30여 곳. 수려한 달맞이고개의 풍광에 누가 잘 어울리나 경쟁하듯 화려한 외양을 자랑하고 있다.달맞이고개 손님들은 분위기와 경치에 반해 음식 맛을 가릴 겨를이 없지만 집마다의 손맛을 살린 음식들이 제각각의 개성을 뽐낸다. 송정 쪽으로 난 길의 ‘해뜨는 집’은 신선하고 깔끔한 양식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곳. 부드러운 왕게와 안심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왕게그라탕과 안심스테이크(3만1천원)가 자랑거리다.달팽이에 부드러운 소스를 올린 전채요리부터 입맛을 다시게 한다. 전복 껍데기에 담겨 나오는 왕게는 각종 야채와 소스를 섞은 뒤 달걀처럼 생긴 노란 소스를 올리고 오븐에서 익혀 나오는데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는다. 피망 양송이 양파 햄에다 치즈가루를 올려 오븐에서 익힌 통감자도 먹음직스럽다. 양식 음식점이 주종을 이루는 달맞이고개지만 얼큰한 국물이 있는 한식점도 찾아볼 수 있다. 부드럽고 고소한 갈비를 맛볼 수 있는 ‘부광가든’은 게장과 어우러진 갈비 맛이 일품이다. 두꺼운 갈비살을 사과 껍질 벗기듯 깎은 통갈비(1만4천원)와 연한 고기의 육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생갈비(1만3천원), 고소하고 달콤한 양념이 알맞게 배어들어 일본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양념갈비(1만1천원)는 제각각의 맛을 자랑한다.손님이 직접 재래식 숯불에 고기를 구울 수 있는데 고온의 숯불이 짧은 시간에 고기를 구워낸다. 둥근 통나무 테이블과 연기를 불 위에서 바로 빨아들이는 환기통도 20년 전 그대로여서 편안하다. 바다 냄새가 스민 갈치정식도 추천할 만하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깔끔한 인테리어 덕분에 영화촬영지로 등장하기도 했던 ‘나팔꽃’은 창밖으로 펼쳐진 벚꽃의 장관이 아름답기 그지없다.1층은 퓨전식 한식집인데 두툼한 기장갈치에 굵은 왕소금을 뿌린 갈치구이정식(1만2천원)이 인기다.매운고추를 넣어 매콤한 맛의 갈치찌개정식(1만3천원)은 술안주로 제격일듯. 겨자소스로 상큼한 맛이 나는 야채샐러드나 장어구이 기장미역 등 곁들여지는 음식도 하나하나 음미해 봄직하다. / 최현녕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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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kookje.co.kr [2002/03/18 20:06] |
부산의 맛거리 <25> 송도 카페촌 부산의 맛거리 <24> 청사포 회촌
부산의 맛거리 <23> 강서구 잉어찜 | ||||||||||||
사계절 갈대의 풍광이 아름다운 낙동강의 별미라면 잉어찜을 빼놓을 수 없다. 싱싱한 잉어를 쪄서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잉어찜은 낙동강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부산 강서구 서낙동강의 둔치도에는 아름다운 갈대의 풍광을 만끽하며 고향의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잉어찜 전문점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낙동강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족들이 늘면서 최근 5년새 음식점들이 모여든 것이다. 가락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녹산 방향으로 난 길에 잉어찜 간판을 크게 내건 전문점이 10여 곳이 있다. 부드러운 살의 잉어는 향수에 푹 빠져들게 한다. 피를 맑게 해주고 성인병을 예방해 주는 강장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잉어는 단백질 지방 미네랄 등이 풍부하며, 예로부터 몸이 붓고 소변을 잘 보지 못할 때 약으로 쓰였다. 아이를 낳고도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산부들도 잉어를 고아 먹곤 했다. 둔치도 안쪽의 죽전가(竹田家)는 풍치가 좋아 화가나 사진작가들의 작품 배경이 되곤 한다. 봄에는 멀구슬나무의 은은한 낙화가 장관을 이루고 여름에는 베고니아가, 가을이면 국화가 만발한다. 음식점 앞으로 대나무밭이 있어 죽전가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둔치도가 고향인 부부가 정성스럽고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어온다. 두 번을 쪄서 완성되는 잉어찜(2~3인분 3만원, 4인분 4만원)은 부드럽고 담백하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약 40㎝ 정도로 팔뚝만한 크기가 한 접시 가득 올라와 입맛을 돌게 하는데 텃밭에서 키운 상추에 마늘 한쪽, 이 집에서 직접 담근 장을 살짝 올려 먹으면 쫄깃쫄깃한 살점이 입 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진다. 처음 잉어의 배를 갈라 옥수수 콘을 듬뿍 집어넣어 쪄 비린내를 말끔히 없앤 뒤, 두번째 찔 때는 양념과 야채를 올려 맛을 낸다. 찹쌀가루 들깨가루 마늘 생강 양파 감자 무를 갈아 진간장 물엿 고추장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 양념은 잉어 맛을 매콤하면서 향긋하게 해준다. 대밭에서 1년을 묵혀 곰삭은 김치도 별미거니와 동김치를 물에 우려내 햇볕에 말린 다음 물엿과 간장으로 끓여 꼬들꼬들한 무장아찌도 우리 음식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해준다.금방 지어낸 뚝배기밥(1인분 2천원) 맛에 반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현미 율무 콩 보리를 갈아 쌀과 함께 지어내 찰진데다 끓는 물을 부어 마지막에 마시는 숭늉은 구수하기 그지없다. 기름을 쫙 뺀 장어구이(1인분 1만3천원)도 깔끔하다. 파 양파 생강 마늘을 3~4시간 고아 고추장과 마늘로 간을 해서 만든 장어소스로 맛을 냈는데, 채를 썰어 듬뿍 올려진 생강과 파가 담백한 장어의 살점을 향긋하게 해준다. 낙동강 갈대를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민물집은 맵싸한 잉어찜 맛이 특징이다. 찌지 않고 양념이 잘 배도록 센 불에서 졸인 뒤 파 고추 당근을 길게 채썰어 먹음직스럽게 올려낸다. 고추장 물엿 간장 마늘 생강 정종에 계피를 넣어 향긋한 양념에 알맞게 졸인 감자가 별미다. 3년 전 개통된 8차선 국도 아래 펼쳐진 갈대의 장관을 어느 곳보다 잘 볼 수 있다. / 최현녕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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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거리 <22> 범일동 초밥거리
부산의 맛거리 <21> 온천장 곰장어 | ||||||||
찬바람을 맞으며 뜨끈뜨끈한 오뎅국물에 언몸을 녹일 수 있는 서민의 주점 포장마차에서 곰장어는 으뜸안주로 통한다. 곰장어는 찬 겨울바람으로 마음까지 시린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이 좋은 술안주다. 온천이 많은 동래온천 주변에 70년대부터 곰장어 밀집촌이 형성되었다. 부산 동래구 온천1동 할매산곰장어 맞은편에 5개의 곰장어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나란히 서 있는 가건물 때문에 온천장 곰장어가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다. 80년대부터 스태미나 음식으로 알려지게 된 것도 온천장 곰장어의 유명세를 불러주었다. 현재 허심청과 녹천탕 천일탕 등 온천 밀집지역 인근으로 곰장어 전문점은 8곳이 있다. 대부분 새벽까지 문을 열어 놓고 술손님을 기다리는데 양념구이 소금구이 통구이 3가지로 조리된다. 곰장어를 먹고 나면 밥(1공기 1천원)을 볶아줘 식사시간이나 주말에는 외식손님도 적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곰장어는 라이신과 알기닌 등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어린이 성장발달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3~4인분) 3만원, 중(2인분) 2만원, 소(1~2인분) 1만5천원으로 가격은 대동소이하나 곰장어를 굽는 연료나 양념, 주인의 손맛은 각기 달라 집마다 미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서 한 번 구워낸 다음 바알간 양념과 설탕 양파를 듬뿍 올려 다시 한 번 더 구워내는 양념구이는 곰장어의 담백하고 쫄깃한 맛, 양념의 매콤하고 달짝한 맛이 어우러진 별미다. 할매산곰장어는 70년대부터 시작해 시어머니 며느리 딸까지 3대를 이어가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연탄불을 고집한다. 원조 멤버 가운데 한 곳으로 주인 최막필(53)씨는 근 20년을 매일 같이 풍로가 달린 연탄불 앞에서 곰장어를 구워왔다고 한다. 온천을 하고 난 뒤 출출하던 차에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찾아온 손님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장어를 불에 익혀 참기름과 소금에 살짝 찍어 먹는 소금구이는 곰장어 본래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데다 냄새까지 구수하다. 원조소문난곰장어는 곰장어를 연탄불에서 구운 뒤 양파와 함께 다시 살짝 굽는다. 최근에는 돌판을 식탁에 올려 구워주기도 하는데 먹는 동안 식지 않고 따뜻하다. 연탄불에 구울지 돌판에 올려 구울지는 손님이 선택사항. 곰장어 마니아들은 일단 연탄불에서 먼저 구운 뒤 돌판에서 다시 데워 먹는 방법을 선호한다. 원조소문난곰장어는 최근 보수공사로 매장이 한층 넓어져 단체손님들이 자주 찾고 있다. 문을 연지 2년밖에 안됐지만 깔끔한 인테리어와 주인의 별난 정성에 있어서는 록왕산곰장어도 뒤지지 않는다. 연탄불로 굽지 않고 100% 돌판에 올려 익혀 먹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반찬으로 나오는 곰장어 수육 또한 이 집의 자랑거리. 곰장어 껍질로 만들어 내는데 약간 씁쓸한 맛이 나지만 단백질이 농축되어 있는 영양 덩어리다. 소금물에 씻어 비린내를 없앤 뒤 양파즙 후추 등 6가지 재료로 만든 양념을 넣어 푹 고아내는데 묵처럼 부드럽다. 볶아 주는 밥맛도 좋다. 송송 썬 파와 김치에 김을 올려 정성껏 볶아주는데 곰장어 양념과 어울러진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에 누구라도 금세 반하고 만다. / 최현녕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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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거리 <20> 광안리 불고기
부산의 맛거리 <19> 금호마을 청둥오리촌 | ||||
불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살찔 걱정이 없으면서도 에너지 공급원으로 손색이 없는 오리로 추위와 공해에 허약해진 몸을 보충해 주는 것은 어떨까. ‘마흔이 넘으면 오리고기는 찾아다니면서 먹으라’고 말하지 않던가. 오리는 필수 아미노산이 고루 들어 있어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한다. 지방 함량이 높은 에너지 공급원이지만 60%정도가 불포화 지방산이어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의 혈관계 질환 예방에 좋다. 노화방지는 물론 피부를 탱탱하게 해줘 여성들의 미용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뛰어난 자색을 자랑했던 중국의 서태후도 오리고기를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백오리와 달리 청둥오리는 야생의 성질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점에서 파는 청둥오리는 집오리와 야생 겨울철새를 짝짓기시켜 사육된다. 백오리와 달리 털이 검고 크기도 훨씬 작다. 5~6개월 동안 길러야 하고 운동량이 많아 껍질이 얇고 지방이 적은 점도 백오리와 다르다. 김해공항에서 약2㎞ 떨어져 있는 강서구 대저2동 금호마을에는 청둥오리 요리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음식점이 11곳이나 있다. 동서고가로와 서부산인터체인지가 가까워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고 공항과도 멀지 않아 결혼피로연 손님들의 발길도 잦다. 애당초 청둥오리 농장이 먼저 자리를 잡았으나 공항 주위로 도로가 개통되면서 농장은 철거되고 음식점만 남게되었다. 지금은 강서구청 인근 농장에서 사육한 오리를 공급받고 있다. 몸에 좋은 청둥오리에 온갖 한방약재까지 넣는다면 금상첨화. 한방약탕(3만5천원)은 일상에 쫓겨 몸이 지친 사람에게는 한철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마을 입구 초원의 집은 보글보글 끓는 청둥오리 약탕을 큰 뚝배기에 담아낸다. 압력솥에서 끓인 뒤 옮겨 담은 것인데 녹각 당귀 황기 감초 대추 밤 들깨 구기자 등 11가지 한방 재료가 들어 있다. 말이 탕이지 약탕에 가깝다. 갖은 약재가 듬뿍 들어 있고 압력솥에서 오래 삶아 국물이 거의 없이 걸쭉하다. 약간 쓴 듯 담백하고 부드러운 육질이 여느 고기와 다르다. 오리의 배를 갈라 그 속에서 익힌 찹쌀은 오리와 한방약재의 영양성분이 스며들어 더욱 먹음직하다. 갖은 재료가 듬뿍 들어 있어서인지 한 마리로도 3~4명이 너끈히 먹을 수 있다. 압력솥에서 푹 고아내기 때문에 조리시간이 45분이나 걸리므로 아예 예약을 해놓는 편이 낫다. 청둥오리 전문점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금호마을은 20년 묵은 손맛을 자랑한다. 매운탕으로 나오는 오리도리탕(2만5천원)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주먹만한 감자와 듬뿍 들어간 팽이버섯이 먹음직스럽다. 송송 썬 미나리와 붉은고추 푸른 풋고추 파가 미각을 돋우고 무도 시원한 국물 맛을 더해 준다. 지방이 적어 구워도 고기의 양이 그대로인 점도 청둥오리가 여느 오리와 다른 점이다. 청기와가든의 오리구이(1마리 2만원)는 고추장 물엿 참기름 등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내는데 지방이 적고 쫄깃쫄깃하다. 고기를 먹고 나면 된장찌개(2천원)와 공기밥(1천원)을 시켜 식사를 할 수 있다. / 최현녕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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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거리 <18> 서면 뚝배기 골목 부산의 맛거리 <17> 해운대 복요리 골목 부산의 맛거리 <16> 남포동 양곱창 골목
부산의 맛거리 <15> 부산대앞 돼지국밥 골목 | ||||||||||||||||||||
이런 곳에서 30년 가까이 변하지 않는 맛으로 변덕스러운 신세대의 입맛을 사로잡는 ‘구세대 메뉴’가 있으니 바로 경상도 특유의 음식인 돼지국밥이다. 부산대 정문에서 부곡동 방향으로 내려와 장전시장 쪽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소박한 모습의 돼지국밥 집 7곳을 발견할 수 있다. 골목 가득 풍기는 고향의 냄새가 길 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하루 종일 고아 은근한 맛이 나는 국물에 쫄깃쫄깃한 고기와 순대를 듬성듬성 섞은 돼지국밥을 싱싱한 부추와 깍두기와 함께 먹을 때 느끼는 포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거기다 저렴한 가격(3천원)이 더해져, 돼지국밥이 오랫동안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 아닐까. 아침 식사를 거른 젊은 학생들부터 전날 마신 술의 해장을 위해 찾아오는 중년 아저씨까지, 찾는 손님은 주로 남자들이지만 최근 들어선 성별을 불문한다. 여자 손님들끼리 돼지국밥 국물에 소주 한병 시켜 먹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투박한 모양과 맛 때문에 남자전용 음식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누구나 한 번 맛본 사람은 다시 찾곤 한다. 대학 시절 먹었던 국밥 맛이 그리워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은 물론 타지에서 온 손님과 함께 찾는 나이 지긋한 대학 교수들까지 기성세대 단골층도 두꺼운 편이다. 돼지국밥은 원래 이북에서 먹던 음식인데 남하한 피란민들을 통해 부산경남의 향토음식으로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주 비봉식당 주인은 상경한 부산 사람들로부터 서울 와서 국밥집 차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25년 동안 이곳을 떠난 적이 없다. 8평 남짓한 식당에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만 세 명이다. 이곳 돼지국밥은 하루 종일 푹 고아도 돼지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고유의 양념장이 감칠맛을 낸다. 생강 마늘 소금과 함께 잡내를 없애 주는 된장은 개운하고 구수하다. 고기는 따로 삶아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는 젊은 사람에게는 살코기만 내놓고, 기성 세대에게는 비계를 섞어 준다. 깍두기와 부추 반찬이 나오는데 소금과 고춧가루로 맛을 내 깔끔하다. 부추는 겨울에 물이 많이 빠져 겨울초를 섞어 내놓는다. 저녁 술손님들에게는 수육안주(4인분 1만원, 2~3인분 7천원)가 인기. 비봉식당과 나란히 있는 터줏집은 사골을 고아 우려낸 국물에 한약재까지 넣어 담백한 맛에 영양을 더했다. 돼지국밥에 부추와 새우, 쌈장, 국수를 한꺼번에 넣어야 제맛이 난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 태양초로 만든 고추장의 매콤한 맛과 된장의 구수한 맛이 어우러진데다 새우까지 넣어 먹으니 그 맛이 진하고 시원하기 그지없다. 직거래해서 구입하는 고기는 기름을 걷어 낸 살코기만을 넣어 줘 그 맛이 뛰어나며 생강 양파 마늘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은 국밥 맛을 구수하면서도 깔끔하게 해준다.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3천5백원)은 고기가 풍성하고, 순대국밥(3천원)은 차진 순대와 진한 국물 맛이 어우려져 별미다. / 최현녕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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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거리 <14> 광안리 해장국 거리 | ||||
연말이다. 줄 이은 술자리에 마음도 속도 불편한 직장인들이 많다. 술을 마신 다음날에는 속풀이 해장국이 그만인데, 해장국 한 그릇으로 마음까지 개운해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터. 부산 수영구 민락동 광안리 앞바다에는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해장국을 먹을 수 있는 해장국 거리가 있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민락타운 왼편으로 24시간 문을 여는 이름난 해장국집 다섯 곳이 모여 있다. 술꾼들의 마지막 코스로 새벽이나 술 마신 다음날 아침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문을 닫지 않는다. 이곳은 대부분의 술집들이 문을 닫는 새벽 2~4시께에는 해장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해마다 1월 1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일출 손님’이 몰려든다. 광안리 앞바다의 새해 일출을 보러 왔다가 아침 식사를 하는 손님이 줄을 설 정도다. 또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이른 아침 조깅후 한 그릇 식사를 부담 없이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콩나물국 시래기된장국 선지국 등 해장국의 종류도 다양한데다 정성을 쏟은 국 한 그릇 한 그릇이 먹음직스럽다. 속풀이용으로 개발된 터라 갖가지 재료가 듬뿍 들어가 영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노오란 콩나물에 파를 송송 썰어 넣고 계란까지 하나 풀어 먹음직스러운 콩나물해장국은 단연 인기다. 새벽집(753-5821)은 30년간 전남식 시래기된장국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원래 막걸리와 회, 해장국을 함께 파는 음식점이었는데 시래기된장국의 맛이 뛰어나 해장국집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우리 장의 깊은 맛을 깨닫게 해주는 시래기된장국밥(3천5백원)은 남녀노소가 즐겨찾는다. 전남 담양 시골집에서 매년 메주를 쑤어 만드는 장맛에 그 맛의 비결이 숨어 있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여도 호박 깨 쌀가루 고추 등 2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가 그 맛이 각별하다. 밥을 국에 말지 않고 국과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4천원)은 반찬을 서너 가지 더 준다. 콩나물해장국밥(3천5백원)은 깔끔하고 시원하다. 멸치와 양파, 무를 망에 넣어 끓는 물에서 다시를 낸 뒤 고추장 양념과 마늘 등으로 맛을 냈다. 싱싱한 콩나물과 파가 듬뿍 들어간데다 식탁에 올려지기 직전 톡 터트려 뜨거운 국 기운에 익혀 먹는 생달걀은 보기에도 구미를 당기게 한다. 원조콩나물해장국집(753-2328)은 시원한 콩나물해장국으로 주당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콩나물국에 김치를 넣어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맛을 내 술로 뒤죽박죽된 속을 개운하게 해준다. 멸치와 다시를 우려낸 국물에 쇠고기를 갈아 볶아 갖은 양념을 하고 새우까지 넣어 시원한 맛을 냈다. 광안리의 풍광을 즐기면서 속풀이를 하고 싶다면 소문난전주식콩나물해장국집(752-7557)에 들러볼 만하다. 2층 식당에서는 커다란 유리 창문을 통해 일출일몰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 콩나물국밥과 함께 선지국밥(3천5백원)도 인기 메뉴. 선지국은 밀가루와 왕소금으로 깨끗이 씻어낸 소창자로 국을 끓여 냄새가 안 나며 토란대와 콩나물, 파를 넣어 깊은 맛을 낸다. 만약 해장하러 이곳을 들렀다면 문주 한 잔(1천5백원)을 마셔 보자. 막걸리에 계피 대추 감초 등 여섯 가지 한약재를 넣어 끓였는데 맛이 뛰어나고 뒷맛도 깔끔하다. / 최현녕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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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거리 <13> 온천동 칼국수 골목 부산의 맛거리 <12> 기장 죽성 장어거리 부산의 맛거리 <11> 삼락동 재첩거리 부산의 맛거리 <10> 범천동 조방낙지거리 부산의 맛거리 <9> 초량동 중국음식점거리 부산의 맛거리 <8> 만덕동 오리타운 부산의 맛거리 <7> 망미동 아구찜골목 부산의 맛거리 <6> 부평동 족발골목 부산의 맛거리 <5> 장안사 메기매운탕 거리
부산의 맛거리 <4> 문현동 곱창골목 부산의 맛거리 <3> 금정구 금샘로 부산의 맛거리 <2> 초량 돼지갈비 골목
부산의 맛거리 <1> 송정 광어골 | |||||||||||||||||||||||||||||||||||||||||||||||||||||||||||||||||||||||||||||||||||||||||||||||||||||||
송정터널과 송정바닷가 사이의 광어골은 최근 5~6년 새 급속도로 발전한 부산의 맛거리다. 연인들을 위한 호젓한 레스토랑이 처음 자리잡은 뒤 음식점들이 줄줄이 들어서 현재 30여 곳에 달한다. 연인들의 ‘밀회’장소에서 요즘에는 가족단위 음식점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매립되기 전 광어가 뛰놀았다는 주민들의 증언에 따라 광어골이라 불리고 있다. 송정바닷가 드라이브에 나선 마이카족들은 일단 깔끔하고 예쁜 건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송정해수욕장과 인접한데다 구덕포로 넘어가는 초입이고 달맞이언덕의 끝자락이란 지리적 이점도 이곳의 번성에 한몫했다. 광어골의 원조 음식점은 모닝캄(703-9229)이다. 모닝캄 주인 정병삼씨는 “7년 전 온통 숲과 과수원뿐이던 이곳에 레스토랑을 짓자,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고 말했다. 그땐 이곳에 겨우 사람 한둘 다닐만한 샛길뿐이었다고 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해산물 요리는 그야말로 별미다. 모닝캄의 바닷가재 요리는 값(1인분 3만4천원)이 비싼 것이 흠이지만 특별한 날 식도락가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하다. 가재 배를 갈라 소라 새우 당근 피망 양송이 등 해산물과 야채를 넣고 소금 후추 생크림 등으로 맛을 낸다. 이 집의 원두커피도 별미. 생원두를 갓 볶아 맛을 낸 커피가 부드럽기 그지없다. 모닝캄을 중심으로 나나이모 카리브 솔베이지 등 분위기 만점의 레스토랑이 도열해 있다. 근래 들어 레스토랑 일색이던 광어골은 기장 방향으로 갈비집 만두 칼국수 전문점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광어골 한정식집(703-5212)은 가마솥밥으로 고향의 향수를 불러준다. 7천원에 15종류가 넘는 반찬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가마솥밥을 먹고나면 구수한 숭늉을 덤으로 맛볼 수 있다. 단 한번에 80인분의 밥을 짓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가야 차진 밥을 먹을 수 있다. 광어골 가마솥은 오전 10시와 오후 6시부터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싼 값에 친절한 서비스와 맛난 요리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송정버섯전골(704-0089)에 들러보자. 부산에서 보기 드문 버섯요리 전문점으로 자연산송이 팽이 느타리 표고 양송이 새송이 등 갖가지 버섯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버섯매운탕 1인분 4천5백원, 버섯튀김 5천원, 버섯전골 7천원, 한우버섯 샤브샤브 1만2천원. 임금에게 바치던 궁중요리의 맛을 그대로 살린 신선로전골(2만원)은 이 집이 자랑하는 메뉴. 은밀한 데이트를 하려는 ‘아베크족’들은 맞은편 해돋이방갈로(704-0607)를 가보자. 마당에 따로 지어진 방갈로에서 소주 한 잔을 걸칠 수 있다. 1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영덕대게 안주도 있지만 3만~5만원대 모듬요리도 먹을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