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화를 봤다. 몸도 피곤해서 머리를 식힐 겸 시간이 맞는 영화를 선택했다. 제목은 '론 서바이버'이다. 실화를 영화로 옮긴 아프카니스탄에 파병된 미군 특수부대의 생환기였다. 영화는 실감났고 사람들의 상황을 그대로 옮겼다는 점에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미군 해병을 죽인 탈레반 지도자를 암살하기 위하여 파견대 수색대원 4인은 탈레반과의 총격전 끝에 1명만이 생환하게 된다.
이 영화는 두 가지의 충격을 던져주었다. 첫째는 민간인 살육의 문제다. 잠입한 부대원들은 우연하게 이동중인 양치기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을 그대로 돌려보내는 일은 결국 탈레반의 공격을 자초하는 일일 것이다. 부대원들은 격렬한 논쟁끝에 결국은 이들을 돌려보내는 것으로 결정내린다. 그 결과는 탈레반의 공격이다. 위험이 분명한 상황에서 인간의 도덕적 행위는 어떠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영화 속 내용이어서인지 이들은 밀고자들에 대한 분노보다는 탈레반의 공격을 다만 예정된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둘째 장면은 정말로 전율할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것이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그것은 혼자 남은 미군병사를 구출해준 그 지역 부족민의 행동이다. 미군병사를 발견한 부족민은 마을로 데려가 치료해주고 보호해준다. 그러나 수색중이던 탈레반에게 발각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 부족민들은 무력으로 탈레반을 쫓아내고 기꺼이 한 이방인을 위하여 마을의 몰락을 가져올 행동을 결정한다. 탈레반과 싸우려는 결정이다.
이 순간 엄청난 충격이 닥쳤다. 탈레반의 보복은 잔인하기로 유명하다. 영화 앞장면에서 미군에 협조한 사람들에 대한 살해장면을 보여주며 이들의 잔혹성을 설명하였다. 그럼에도 마을 전체는 비록 격렬한 토론 끝에 결정한 상황이지만 기꺼이 총을 들고 탈레반에게 저항한 것이다. 위기의 순간, 비상연락을 받은 미군에 의해 탈레반은 퇴치되고 마을은 위기에서 벗어난다. 부족의 결정은 한번으로 끝나는 일시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계속적으로 탈레반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공포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 미군병사를 위하여 그것을 결정했다. 영화가 끝나면서 자막으로 설명한다. 이 부족이 미군병사를 구출한 것은 오래된 관습에 따른 것이라 한다. 자기 마을에 구원에 요청한 사람은 어떠한 희생을 하더라도 구출해야 한다는 오래된 불문율때문이라 한다. 인간에 대한 진정한 예의, 인간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목격한다. 말이나 도덕적 사소함에서 만족을 느끼는 인간성이 아닌 처절한 공포와 위협 속에서도 보여주는 인간성의 극치,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개인적 결정이 아닌 오랜 전통의 힘이었다. 이것이 가능하구나. 인간의 이기성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소박한 부족의 결정에서 확인한다.
우연하게 보게 된 영화이지만 오랫동안 감동으로 남을 영화이다. 그것이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사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로 도배된 영화관 속에 숨어있는 영화가 나를 부른 것 같다. 누군가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진실이 주는 힘에서 감동받기를.......
첫댓글 긴박한 상황 속의 판단 = 가치관의 선택. 진실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지. 진실과 거짓의 혼란이 서로 뒤엉켜 있는 세상이다. 어쨌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에 따라 사는 사람들 앞에 고개가 숙여진다. 이런들 저런들~하며 살 때도 지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