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한사발 ‘속이 확 풀리네’ |
|
|
‘평창 장국밥’ ‘속풀이’ “국물이, 국물이 끝내줘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를 고르라면 그건 바로 국물일 것이다. 잦은 모임과 회식으로 쌓이는 숙취와 피로를 푸는데 있어, 속풀이 국물은 보약과 매한가지라 한다. 기온이 점점 떨어지는 요즘 날씨에 따뜻한 기운도 불어 넣어주고,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국물 요리. 그 한 그릇에 정이 묻어 난다.
평창 장국밥
노란색 바탕에 ‘평창 장국밥’이라고 쓰여있는 간판이 다소 장국밥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지만, 햇빛이 환히 들어 오는 1층의 넓은 실내는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식탁과 바닥에 앉아 먹을 수 있는 좌석으로 나뉘어 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인상을 심어준다. 평창 장국밥(6천원)은 쇠고기 국거리 중 최고로 치는 양지머리로 푹 곤 국물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대파 등을 무쳐넣고 두 시간 가량 끓여낸 따로 국밥으로, 진하고 강한 육수맛에 비해 느끼하지 않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부드럽게 익은 무에 밥을 얹어 김치와 즐기면 개운함과 포만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02)549-7292.
속풀이
서울 종로 청진동은 술 손님과 해장을 하려는 손님들의 발길로 유난히 붐비는 곳이다. 해장 골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물 요리를 파는 식당들이 밀집돼 있는데, 그 중 상호명이 ‘속풀이’로 돼 있는 작은 식당 앞에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다리고 있다.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대구탕(5천원)과 해물 뚝배기(5천원)도 인기지만, 특히 빠가사리를 넣고 푹 곤 해장국(6천원)과 매운탕이 강점이다. 고소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에 함성이 절로 나온다. 밥을 말아 한 그릇 먹고 나면 든든하면서도 속이 확 뚫린 느낌이 하루를 버티게 한다. (02)732-3806. |
|
*눈물 콧물 흘려가며 비워내는 장터국밥 |
|
|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11863823) |
|
▲ 술국 5천원. 국밥은 4천원이며 국물과 밥은 당연히(?) 리필이 됩니다. |
|
ⓒ2004 나영준 |
서울 구로역 애경백화점에서 구로동 안쪽으로 두 정거장 더 들어오면 구로소방파출소가 있는데, 그 건너편에 구로중앙시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 '중앙시장'이지 열댓 집 정도의 이런 저런 가게들이 모여 있는 조그만 골목입니다. 그나마 대형 백화점과 할인매장들의 융단폭격에 문을 내린 집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골목 제일 안쪽에 전형적인(?) 장터 국밥집의 모습을 한 '특미 순대국' 집이 있습니다.
이곳의 특징은 순대국 특유의 비린 맛이 없다는 점입니다. 순대국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약간 비린 듯한 특유의 냄새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순대국을 즐기는 '마니아' 중에는 그 특유의 냄새가 바로 순대국의 매력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이 '특미 순대국' 집에서는 이러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24시간 푹 고아낸 돼지 사골 국물은 결코 비린내가 나지 않아 가끔은 다대기를 넣지 않고 설렁탕 먹듯 먹기도 합니다. 젊은 여성이나 어린아이들도 부지런히 국그릇을 비워내는 것이 그 반증이 아닐까 합니다.
맛 집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듯 큼직한 깍두기를 올려 한 입 밀어 넣으면 고소하고 진한 맛이 입 안에 퍼집니다. 머리고기는 국물을 만들 때 쓰지 않고 따로 삶아서 고명으로 내오는데, 역시 부드러운 맛이 일품입니다.
문득 맛을 글과 사진으로 옮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식당의 맛은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말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점심시간이면 근처 구로구청과 경찰서, 병원, 은행 등등 일대 많은 직장인들로 가뜩이나 좁은 가게 안이 지나다니기가 버거울 지경입니다.
그 중에는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서도 점심시간만 되면 택시를 타고 달려와,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우곤 다시 눈썹이 휘날리도록 직장으로 달려가는 '충성파' 단골 손님도 있다고 주인 아주머니는 귀띔해 주십니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워하는 눈치입니다.
때문에 정오 무렵은 실내에 있는 여섯 개의 테이블과 얼마 전 포장을 설치해 실외에 마련한 두 개의 테이블로는 오는 손님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 집은 큰 평수의 가게와 화려한 실내장식을 외면한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시골장터다운' 분위기 또한 손님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곳은 다른 분이 이십여년 넘게 경영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사람과 술을 너무 좋아하던 주인 아저씨가 몸이 안 좋아져 요양을 가는 바람에, 고향 동생에게 만드는 비법과 함께 가게를 맡긴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경우 아무리 정확하게 전수를 해 주어도 원래 주인의 손맛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인데, 이 집은 각고의 노력 끝에 3년여를 경영해 오며 '부족한 2%'를 채운 경우에 속합니다. 덕분에 기존 단골도 잃지 않고 새로운 손님도 쏠쏠히 늘고 있습니다.
기사를 쓰는 저 자신도 그곳을 다닌 지 십여년이 넘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경우에는 점심식사 보다는 어두운 저녁,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기 위해서 이 집을 찾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펄펄 끓는 뚝배기 술국에 우선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청양고추를 듬뿍 넣은 후 매운 다대기로 마무리를 합니다. 그리고 술 한 잔을 털어 넣은 후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따끈한 국물의 맛은 한 마디로, 짧은 글 실력으로는 표현키 어려울 정도입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사람도 여행 중 만나게 되는 너른 들판이나, 한적한 국도변의 초가집 풍경에서 마치 고향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각진 빌딩 틈 사이에서 힘겹게 호흡해 오던 도시인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겁니다. 그건 아마 약간은 낡은 듯, 조금은 부족한 듯해도 오히려 그 빈틈이 내 일상의 메마름을 채워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6시 내 고향>을 보며 미소 짓고, 그 안 시골장터의 가보지 못한 국밥집을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좁은 식탁, 삐걱거리는 작은 의자지만, 그 안에서 옛 시절을 추억하며, '호호' 불어 먹는 따끈한 국물의 온기를 그리며 말입니다. 그래서 이 집은 날이 차가워져 가는 요즘에 더욱 정겹게 느껴집니다.
점심시간이 주변에 위치한 넥타이맨들의 차지였다면, 저녁은 손톱 밑이 까매지도록 육체 노동에 시달린 이들의 공간으로 변해 갑니다. "아시바(비계)를 타다 6층 밑으로 떨어질 뻔 했다"는 목수의 넋두리와 "아농(화공약품) 냄새에 술 안 마셔도 취해 지낸다"는 인쇄공장 공원(工員)의 한숨이 진하게 울려 퍼집니다.
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23일 저녁, 그런 그들을 보고 있다 문득, 안 좋은 일 때문에 실의에 빠져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다는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전화를 하니 역시 반쯤은 잠에 취한 목소리로 세상만사가 귀찮다고 합니다.
"그럼 집에 있어라. 참, 여기 순대국 집이야."
잠시 후, 득달 같이 달려 온 친구가 국물까지 추가로 청하고, 눈물 콧물 흘려가며 정신없이 퍼 먹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때려 죽여도 안 나올 놈 같더니, 잘만 먹네."
잠시 숟가락질을 멈춘 친구가 소매로 코 밑을 쓰윽 닦더니 말합니다.
"몰랐냐? 나 여기서 밖에 안 먹잖아."
거나하게 취해 가는 이들의 욕지거리가 푸짐해지고, 주인 아주머니는 식은 술국에 국물을 부어 다시 데우기 시작합니다. 어려운 경기에 일인분 6000~7000원의 삼겹살도 부담스러운 이들이, 5000원 술국 한 그릇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모습이 어둠 속에 묻혀 갑니다. |
*인사동 ‘국화향기’ |
|
|
인사동을 찾은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뭘 먹을까.” 고민해보았을 것이다. 전통음식이라는 간판을 건 음식점이 많기는 하지만 입에 착 달라붙는 맛있는 음식점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국화향기’라는 음식점을 추천하고 싶다. 안국동 쪽 입구에서 더 가까운 이곳은 크기는 작지만 노란 불빛이 국화향처럼 은은하게 스며나오는 아담한 곳이다.
문학평론가인 구중서 선생이 직접 간판을 써준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닥종이인형 카페로도 유명하다. 사장 최희정씨가 틈틈이 만든 닥종이 인형이 음식점의 곳곳에 장식되어있는데, 손재주가 좋아 전시회도 몇 차례 열었을 정도. 원하면 그 자리에서 직접 살 수도 있고, 주문판매를 하기도 한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뚝배기 버섯 국밥’이다. 표고, 양송이, 팽이, 새송이, 느타리 등 다섯 가지 버섯을 넣어 끓인 이 국밥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와 함께 진동하는 들깨냄새가 압권이다.
국밥 한 그릇 다 비우고도 입안에서 감도는 고소한 들깨향을 잊기 어렵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비법의 육수를 만들어 끓이기 때문에 따로 간을 하지 않는다. 원래 한끼 식사로 내놓은 메뉴지만, 술안주로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고소한 맛보다 얼큰한 맛을 원한다면 ‘얼큰한 버섯국밥’을 추천한다. 술 마신 다음날 해장용으로 좋을 듯하다.
‘얼큰한 수제비’는 칼칼하면서도 양파로 단 맛을 내 부담스럽지 않다. 손으로 쭉쭉 찢어 넣은 얇은 밀가루가 입안에서 쫀득쫀득 감칠맛을 낸다.
반찬으로 딸려 나오는 무김치도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직접 담근 김치 역시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막걸리 마시는 손님들은 안주대신 무김치만 찾을 정도다. 깍뚝 썰지않고 반원모양으로 큼직하게 썰어냈기 때문에 한입 베어물 때마다 아삭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차한잔으로 입가심을 해보길 권한다. 원래 찻집으로 시작한 곳이라 차맛도 훌륭하다. 카모마일 향이 나는 사과꽃차가 유명하고, 중국의 원숭이가 직접 따온 찻잎을 우려냈다는 녹색웅담차도 쓴 맛이 독특하다. |
*'용두산' 돼지국밥 |
|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11863825) |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 또는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아마도 음식일 것이다. 어머니가 해 주는 평범한 밥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단다. 평소 먹지도 않던 음식들이 자나 깨나 떠올라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나라에 살더라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되었지만 반드시 ‘그 곳’에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 비싼 것보다는 서민적이고 평범한 것일수록 그렇다. 바로 그 음식이 꿈 많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가족, 친구들을 이어 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영토는 작지만 각 지방마다 음식의 색이 짙은 편이다. 특히 전쟁을 거치면서 독특한 음식 문화가 뿌리를 내렸는데,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이었던 만큼 어떻게 하면 적고 저렴한 재료로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인가는 최대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국 전쟁 중 가장 많은 피난민이 몰렸던 부산 지역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음식들이 생겨났다. 그 중 하나가 돼지국밥이다. 이름이 투박하게 들리긴 하지만 뜨끈한 국물에 밥 한 덩이를 말아 먹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엔 이마저도 대단한 호사였다고. 설렁탕이 전국적으로 대중화된 음식이라면 돼지국밥은 부산이나 마산 출신 사람들만 아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치동 포스코 빌딩 뒷편에 자리한 용두산은 부산 토박이가 운영하는 돼지국밥 전문점이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돼지국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 입 소문을 타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꽤 많다. 부산 출신인 김중환 사장은 돼지국밥 만드는 비결을 배우기 위해 부산의 50년 된 국밥 식당에서 직접 일을 도우며 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보기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재료 선별에서, 끓이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맛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3년 이상 된 국산 돼지의 사골과 고기가 기본이 되는데, 머릿고기 같은 잡고기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돼지냄새를 없애기 위해 특별한 향신료를 넣는 것도 아니다. 엄선된 재료만 사용하면 절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김사장의 설명이다. 돼지국밥이라는 이름 탓에 왠지 느끼하고 노린내가 심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 맛은 전혀 딴판이다. 뽀얀 국물의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그래서 오히려 여성 고객들이 더 선호한다. 국밥 위에는 고기, 정구지(부추), 파, 다대기가 반드시 들어가는데 부추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잡냄새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간은 새우젓이나 다대기를 넣어 맞추면 된다. 함께 나오는 부추무침과 깍두기 모두 맛깔스럽다. 순대도 직접 만든다. 왕순대와 백순대, 카레순대가 있어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또 부산 사람들이 술 안주로 가장 선호하는 양, 대창 구이도 있어 퇴근 후 부담 없이 찾기 좋다.
▲ 메뉴 : 돼지국밥 5,000원, 순대국밥 5,000원, 내장국밥 5,000원, 술국 9,000원, 수육 7,000원~20,000원, 순대 10,000원, 대창 15,000원.
▲ 찾아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선릉역 1번 출구, 포스코빌딩과 동부금융그룹빌딩 사잇길로 들어와 직진, 편의점 미니스톱을 끼고 돌면 왼편에 용두산 간판이 보인다.
▲ 영업시간 : 오전 10시~밤 10시. 연중무휴. 02-556-3479, 반포점 02-532-2858
|
|
|
*닭곰탕 먹을까, 닭칼국수 먹을까 |
|
|
서울 홍익대 정문 놀이터 앞 골목에 자리 잡은 닭곰탕 전문점 '다락투'. 대학가이니 학생 손님이 많은 것은 당연.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이 골목까지 찾아오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고. 학생과 직장인의 비율은 평균 6대 4 정도라고 한다.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11863826) |
|
▲ 골목에 위치한 다락투. |
|
ⓒ2004 최은경 | 대학가 닭곰탕집. 어떻게 보면 그리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 집은 어떻게 생기게 된 것일까? 현재 사장은 30대 후반의 이종권씨인데, 건네는 명함에 'since 1968'이라 되어 있어서 의아했다. 아니나 다를까 2대째 운영하고 있는 중이란다. 이 작은 집이 자그마치 36년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자리는 서교시장 쪽이었는데 1979년에 홍대 쪽으로 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 이 닭곰탕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이씨는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서 신선한 생닭을 사러 경동시장이나 가락시장에 나간다. 편안하게 유통업자가 배달해주는 닭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재고가 생기면 결국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본인이 매일 직접 나가 고르는 일을 마다 않는다.
이씨가 말하는 신선한 닭은 살이 미끈미끈할수록 선도가 떨어지는 것이고, 삶은 뒤 살을 찢었을 때 보풀이 일어나는 게 선도가 좋은 것이라 한다. 시장 봐온 생닭은 수작업으로 기름기를 제거하고, 내장을 긁어내며 살코기를 발라낸다. 남은 뼈들은 솥에 넣고 육수를 우려내는 데 쓰는데 여기엔 마늘, 찹쌀 등이 들어간다. 그 다음 일은 좋은 쌀로 밥을 짓는 일.
이렇게 해서 육수와 살코기, 밥이 준비되면 이제 남은 것은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다진 양념을 만드는 일이다. 바로 여기에 다락투 맛의 비밀이 숨어 있다. 고춧가루, 마늘, 소금 등 9가지 재료가 들어가는데 중요한 것은 한 달 동안 숙성을 거친다는 것.
이것으로 기본적인 준비가 끝나면 손님의 주문과 동시에 뚝배기에 육수를 붓고 밥을 넣고 닭고기 살코기와 다진 양념을 얹어 상에 올린다. 여기에 필수 반찬으로 김치와 깍두기가 곁들여지고 특히 생양파와 고추장이 따라 나간다. 생양파와 고추장은 왜 제공되는가 물었더니 부모님이 운영하실 때부터 제공하던 반찬이었다고 한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11863827) |
|
▲ '다락투'의 닭곰탕 |
|
ⓒ2004 김영주 |
| 다락투의 닭곰탕 가격은 4천원. 부담 없이 한 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양이 좀 부족하다 싶을 경우, 500원만 더 내면 밥이 따로 나오는 특닭곰탕을 먹을 수도 있다. 혹 다른 메뉴를 찾는다면 닭칼국수도 추천할 만 하다.
언젠가 이 사장에게 지나가는 얘기로 일산에서 잘 나가는 닭칼국수집이 있다는 얘길 했는데 바로 찾아가서 먹었다고 한다.
결론은? 자신의 닭칼국수가 더 맛있다는 것. 당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제는 다락투의 닭칼국수에 점수를 더 주고 있다. 둘 중에 누가 더 잘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됐던 이 집의 닭곰탕과 닭칼국수는 맛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11863828) |
|
▲ 닭곰탕 전문점 다락투 전경 |
|
ⓒ2004 최은경 |
| 늘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가득 차 있는 다락투. 부담없는 가격으로 닭의 고기와 육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닭곰탕의 매력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이씨는 프랜차이즈를 할 생각은 없고 직영점 한 곳 정도는 더 할 생각이라고 한다. 대형 프랜차이즈를 하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특히 닭곰탕은 주인이 직접 관리해야 음식의 맛이 제대로 사는 만큼 더욱 그러하단다.
다락투의 벽에 걸려있는 '경영 윤리' 팻말이 눈에 띈다. '국, 밥, 반찬을 절대 재활용하지 않는다'라는. 근데 다락투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지난 1979년 홍대 앞에 왔을 때 이름이 '많을 다', '즐거울 락'을 써서 '다락'이었는데, 93년 이곳으로 옮겨왔기에 두 번째 다락이라는 뜻에서 '다락투'라고 지었다고.
직장인 점심 추천 맛 집으로, '타락투'를 강력 추천한다! |
*종로 ''시골집'' |
|
|
“우리 여기 단골집 삼자.”
연인 사이인 듯한 옆자리 남녀는 배가 고팠는지, 아니면 너무 맛있어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었는지 게걸스럽게 국밥을 먹다 한마디 주고받는다. 한 상 건너에는 오랜 지기인 듯한 또 다른 두 사람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옛날 이야기에 빠져 목소리 커지는 줄 모른다.
종로 YMCA 뒷골목 기와를 올린 마당 너른 집, ‘시골집’은 장터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맛을 찾아온 사람, 그저 지나가던 사람, 혹은 친구들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여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이 낯익은 풍경이 이곳에서는 좀더 살갑다. 따뜻한 온돌방과 속을 풀어주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마음마저 넉넉하게 만들어주는 모양이다.
소고기를 얇게 펴 구운 석쇠 불고기, 날달걀 노른자와 선홍빛 생고기가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하는 육회, 모듬전, 해물전 등 여러 메뉴가 있지만 이집 음식의 백미는 국밥이다.
선지와 듬성듬성 손으로 찢어 넣은 듯한 소고기, 무와 파에 붉은 고추기름이 질그릇에 넘칠 듯 담겨 나온다. 한 숟가락 떠먹어 보니 과연 ‘시골장터 국밥’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모양은 꾸밈없이 소박하지만 오래도록 끓여낸 듯 맛이 깊다. 식당을 찾은 홍민숙(24·회사원)씨는 이를 “엄마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사골 국물에다 양지와 사태를 넣고 하루종일 끓여 우려낸 ‘진국’이 맛의 비밀이다. 마당 한가운데 걸린 커다란 솥 두개에서 뽀얀 김과 함께 구수한 냄새가 풍겨 나오며 식욕을 자극한다.
먹음직스럽다고 함부로 떠먹다가는 입 천장을 데기 십상인데 기름기가 많아 생각보다 훨씬 뜨겁다. 갈 길이 바쁜 게 아니라면 천천히 먹으면서 맛을 음미해 보자.
◆추가 정보
국밥은 5000원, 밥 없이 술국으로 먹으면 4000원이다. 방이 20개가 넘어 화장실 갈 때 방 이름을 외워두지 않으면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서울 종로 YMCA 우리은행 골목 안쪽 20m.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일요일은 오후 9시까지). (02)734-0525 |
*을지로 '하동관'
이집 메뉴는 곰탕 한가지이다.
특(8000원)과 보통(7000원)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냥 곰탕과 내장곰탕(내포라고 부름)으로 나뉘는데 거의 내포로 먹는다.
허영만 '식객'에도 나와서 젊은 사람들에게도 유명해졌는데 무엇보다 이집은 진한 국물이 특징이다.
음식점의 최고덕목은 '맛' 아닌가?
그래서... 이 집은 대한민국 최고의 식당이다.
1,3주 일요일 휴무
오전 7시경에 열어서 3-4시경 닫음 (2시에도 닫을 때 있음)
찾아가는 길
을지로 입구역 3번출구 (광교방향)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들어오다보면 조흥은행, 소공동 뚝배기 지나 오른쪽에 위 사진속 간판보임
밥장사의 요체는 맛, 분위기, 가격일게다. 하동관은 이 삼박자가 모두 잘 맞는다.
맛(품질)
내가 보기론 우리나라에 "진짜" 곰탕은 하동관 곰탕 밖에 없다. 요즘은 하도 엉터리들이 많아 지가 파는 게 곰탕인지 설렁탕인지도 모르고 집치장만 그럴 싸하게 하고 밥장사하는 위인들이 많아 서글프다. 하루는 내가 지배인한테 왜 네 시에 문을 닫냐, 퇴근 후 소주를 먹고 싶어도 못 먹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제대루 된 순종 중짜 암소한우 구하기가 쉽지않을 뿐 더러 오후 네 시부터 준비해야 - 손질하고, 물 잡고, 안치고, 끓이고, 편육 썰고 - 겨우 다음 날 아침 일곱 시 장사에 댈 수 있다는 얘기였다. 또한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고, 진짜 고기국물 맛을 낼 수 있는 양지머리, 사태, 차돌배기, 내포를 고루 쓰고, 탕밥은 그냥 밥을 말아서는 잘 씹히지 않아 소화가 잘 안될 수가 있으니, 반드시 말렸다 불린 밥을 말아야 된다는 설명을 덧붙혔다. 편육 썰기는 가로 썰기 1~1.5mm두께로 씹기에부담이 없고, 파는 대파를 줄기와 잎을 적당한 비율로 큼직하게 껄어 대접에 수북히 담아 내어놓는다. 메뉴는 곰탕 하나지만 손님 취향에 따라 전체적으로 기름기를 빼 주기도 하고 (기본은 안 뺀것), 양지머리만 달라면 양지머리만 넣어주는데(차돌배기, 내포도 마찬가지), 쏘주를 곁들인다면 차돌배기만 넣어 먹는 걸 권하고 싶다. 총각 한 놈이 잘 익은 깍두기 국물(깍국)이 그득 든 주전자를 들고 식탁 사이를 누비며 원하는 손님한테 붜 준다. 그날 남은 건 환경미화원이나 종업원들한테 나눠주고 네 시부터 다음 날을 준비한다. 그릇은 예나 지금이나 놋대접을 고집하고 있다.
분위기
뒷마당에 척 들어서면 벌꺼 세월이 진하게 밴 구수한 냄새가 나고, 마당 한켠으론 늘 굵고 싱싱한 대파, 배추, 무가 쌓여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사이로 지배인과 눈인사를 나눈다. 식권을 사고 앉으면 길어야 1분 이내에 곰탕이 나온다. 소주가 생각나면 보통 이 때 총각한테 "얘,냉수 한잔 다우"하면 된다. "냉수"는 하동관식 표현으로 소주 반병을 물 컵에 따른 것이다. 이 집엔 젊은 손님은 거의 없고 주로 중년이후 사람들이거나 일요일엔 손주, 손녀까지 일가족을 거느린 노인네 손님들이 많고, 더러는 냄비를 갖고 와 사가는 사람도 많다. 냄비를 갖고 올 때는큰 걸 갖구 가면 조금만 시켜두 그릇 크기에 맞춰 듬뿍 담어둔다. (나는 2인분을 사 갖고 가 4식구가 두 끼를 먹은 적두 있다.) 냄비는 엎질러지지 않는 압력솥이 좋고 안 갖고 갔을 때는 5000원을 주면 양은 주전자에 담아준다. 한번은 지배인한테 강남 지점이라두 하나 내면 매일 먹을 수 있어 참 좋겠다고 했더니 그런 얘기가 많았었는데 선대가 유언으로 '집이 갈라지면 맛도 갈라진다'고 한 후 지점이나 분점은 절대 금기가 되었다고한다. 들은 바로는 선대가 왜정 때 하동관을 세운 까닭은 고달픈 동포들한테 진짜 고깃국을 먹여주자는 것이었단다. 선대가 80년대 초 돌아갔을 때 마음이 쓸쓸했던 기억과함께 그 양반이 늘 입고 있던 모기 적삼도 선연하게 떠오른다.
가격
보통은 6000원, 특은 7000원이다. 8000원을내면 8000원 짜리, 1000원을 내면 1000원 짜리가 나오는데 이 집에서는 '70, 80'등으로 부른다. 고기가 워낙 많아 70 짜리만 해도 냉수 넉 잔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언젠가 100 시켰다가 다 못 먹고 남긴 적이 있다. 냉수는 한 잔에 1000원이고 날꼐란은 200원이다. 세상이 죄다 하동관 같으면 좋겠다. 언제나 거기 있고, 소박하되 진실되고, 전통을 지키되 고루하지 않고, 따뜻하되 수선스럽지 않고. 다음 주일도 나는왕복 70km를 달려 하동관엘 갈 꺼다.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보면 좋겠다. 격주 휴점이고 전화는 776-5656, 을지로 입구 경기빌딩 골목 안.
'국물도 없는' 환갑 넘은 곰탕 名家 “국물도 없다.” 이런 농담을 하며 친구를 데리고 이 집을 찾는 단골도 적지 않다. 이 말은 본디 노력의 대가로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부정적 의미를 머금고 있다. 그러나 하동관(河東館)에선 그 뜻이 사뭇 달라진다. 과장을 조금 보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말끔히 비울 만큼 맛이 뛰어나다는 역설의 의미를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손님의 입이 음식 맛을 판정하는 심판이지요. 맛이 달라지면 손님이 먼저 알게 마련입니다.” 하동관대표 장석철(張錫喆ㆍ65)씨는 손님을 가장 공정한 심판으로 여긴다. 그 역시 매일 오후 1시 반이면 곰탕을 든다. 그 날의 맛을 손님 입장에서 감정하는 시간이다. 짓궂은 손님은 “더 맛 있어 보이는데 바꿔 먹자”고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식단은 '곰탕' 단 한가지에 달랑 깍두기 한우 진한 국물맛 광우병 파동도 먼얘기 '곰' 처럼 욕심없는 장사… 손님들 북적
하동관의 식단은 단 한 가지, 곰탕뿐이다. 부족하다 싶은 사람은 수육을 추가한다. 광우병 파동도 여기서는 먼 남의 나라 일처럼 보인다. 주방에선 직경 1m가 넘는 가마솥 3개에 담긴 진국이 손님을 기다린다. 가마솥 1개에서 150~200인분 정도 나온다. 찬도 달랑 깍두기 한 가지다.
곰탕과 깍두기는 궁합이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깍국’을 부어 다소 느끼한 맛을 씻어내기도 한다. 깍두기 국물을 줄여 그렇게 부른다. 놋그릇을 고집하는 것도 이 집만의 특징이다. 요즘은 기계를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영업이 끝난 뒤 종업원은 물론 온 식구가 나서 새끼줄에 기와 빻은 가루를 묻혀 닦아냈다.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60년 전통 한우만을 고집합니다.’ 벽 여기저기에 표어처럼 써서 붙여 놓은 문구다. “반세기 넘게 거래해온 종로의 정육점이 있습니다. 우리 식당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됐는데 전국에서 가장 좋은 한우를 취급하는 정육점으로 유명합니다. 곰탕은 한우 중에서도 암컷의 정육을 써야 제대로 맛이 우러납니다.” 장사장은 이젠 손으로 만져 정육이 한우의 암컷의 것인지 아니면 수컷의 것인지 정확하게 감별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단점은 느긋하게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식권을 들고 줄지어 서 있는 손님들을 보면 맛을 음미하겠다는 생각은 감히 들지 않는다. 서울 중구 수하동 26번지, 대지 100평에 들어 앉은 비교적 넓은 공간이지만 단층이라 한 번에 수용 가능한 손님은 100여명 정도. 증축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손님 때문에 장기간 문을 닫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심지어 내부 수리나 도배도 인건비를 몇 배나 더 주고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한다.
하동관은 저녁장사를 하지 않는다. 매일 일정한 분량의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모자라면 모자랐지 남은 적은 없다. 아침 7시에 문을 열어 보통 오후 4시 반이면 영업이 끝난다. 곰탕이 떨어져 낮 12시 반에 문을 닫은 날도 있다. “밥 굶지 않고 자식 공부시키면 됐지 더 바랄 것이 무엇 있겠나.” 장사장의 선친(張樂恒ㆍ장락항)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장사장은 “큰 욕심을 냈다면 왜 저녁 장사를 않겠습니까. 더구나 요즘은 조금만 이름이 나면 분점을 내는 게 유행인데 우리는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맛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 말한다. 그의 서랍에서는 숱한 명함이 잠자고 있다. 일부러 한국에 나와 며칠씩 조르다 빈 손으로 간 해외동포도 많다.
하동관의 창업자는 고 김용택(金容澤)씨. 39년 지금 자리에 문을 열었다. 인쇄업 등을 하던 그는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음식장사에 뛰어들었다. 하동관이란 상호는 그의 어머니가 역술가를 찾아가 받은 이름이란다. 역술가는 “무조건 이 상호를 내걸면 돈을 번다”고 작명을 해주었다.
김씨와 교분이 두터웠던 장사장의 선친은 64년 하동관을 인수했다. 제법 맛 좋기로 소문이 오르내리던 무렵이었다. 그 명성을 확장한 주인공은 손맛이 뛰어난 장사장의 모친(洪昌錄ㆍ홍창록)이었다.
“어머니의 손이 닿았다 하면 맛이 달라진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장사장은 대학졸업 후 일년간 선친을 도와 손님 시중을 들었다. 이후 30여년간 섬유사업을 하다가 2년 전 큰 형의 뒤를 이어 부인 임정옥(林貞玉ㆍ59)씨와 손님을 맞고 있다.
사실 하동관의 얼굴은 지배인 강복형(姜福馨ㆍ64)씨와 주방장 권혁녀(權赫女ㆍ65)씨다. 강씨는 48년째 하동관의 대소사를 챙기고 있고 권씨도 30년 넘게 주방을 지키고 있다. 단골들은 강씨의 얼굴이 안보이면 의아하게 여긴다. 장사장의 모친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권씨에게 맛?비법을 모조리 전수했다.
하동관 곰탕을 즐겨 들지 않은 역대 대통령은 없다. 특히 고 박정희 전대통령은 누구보다 좋아했다. 연초 초도순시 때 제주도까지 경호실에서 공수할 정도였다. 김대중 전대통령도 청와대 주인이 되기 전 자주 찾아왔다. 그 때마다 종업원들에게 천원짜리 새 돈을 봉사료로 주며 격려하곤 했다.
60년대 한국인의 우상이었던 프로레슬러 김일, 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고 김기수씨도 곰탕 맛에 푹 빠졌다. ‘나 홀로’단골도 많다. 점심 상대가 없거나 입맛이 없으면 혼자서 찾아온다. 52년 단골도 있다. 올해 여든 둘인 이 노 신사는 아예 매일 점심을 여기서 해결한다.
장사장의 희망은 하동관이 언제나 손님 곁에 존재하는 것이다. 큰 아들 민하(旻河ㆍ30)씨는 직장을 그만 두고 올해부터 대물림 수업을 하고 있다. 하동관 곰탕으로 배를 달래면 머리도 즐겁게 웃는단다. 단골들의 밉지 않은 아첨이다.
*역삼동 ‘토가 설렁탕’…깔끔한 국물 맛에 ‘손길’ |
|
|
세상에서 수프나 국에 밥 말아 먹는 민족은 우리뿐이다. 이런 식습관을 가리켜 ‘탕반문화(湯飯文化)’라고 하는데,한여름에도 땀 뻘뻘 흘려가며 뜨거운 해장국이나 갈비탕,설렁탕에 훌훌 밥을 말아 먹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기는 한 것 같다. 하긴,뱃속까지 뜨끈뜨끈해지는 국물을 들이키고는 ‘어,시원하다∼’라고 말하는 것도 우리에게만 있는 ‘이열치열’ 표현법이다.
서울 강남 교보타워 맞은편의 ‘토가설렁탕’도 이렇게 이열치열 식사법을 즐기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색색의 아크릴로 꾸며놓은 인테리어에 잔잔한 팝송이 깔리고,설렁탕 국물이 빨리 식을까 걱정될 만큼 에어콘이 빵빵한 현대식 설렁탕집이다.
깔끔한 서울내기 같은 매장분위기와는 반대로 음식은 싸고 푸짐하다. 보통 6000원∼8000원 정도하는 설렁탕이 이 집에서는 5500원,특설렁탕이 7000원이다. 뚝배기에 찰랑찰랑 담겨 나오는 설렁탕은,약간 과장하자면 ‘물반,고기반’. 파와 양지머리고기를 이리저리 젖히고 국수를 한참... |
*지하철 맛집기행 - 명동역 설렁탕집 ‘이남장’ |
수육장 맛 일품··· 국물·사리 ‘양껏’
뚝배기를 보면 거친 할머니 손이 연상된다. 투박한 모양과 진중한 질감이 음식에 정감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질박한 뚝배기 그릇에 설렁탕만큼 잘 어울리는 음식도 없다. 30년 동안 한우 사골만을 고집해 국물을 내는 이남장 설렁탕이 젊은이의 거리인 명동에서도 변함없는 맛을 보여준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뽀얀 국물에 두툼한 고기가 담겨져 나온다. 여기에 한 움큼 파를 넣으면 시감(視感)이 자극될 뿐 아니라 아삭아삭 씹히는 질감(質感)도 즐길 수 있다. 취향에 따라 김치 국물로 간을 하는 것도 괜찮다. 사골국물을 이용해 만드는 김치와 깍두기는 맛의 무게가 깊다. 이남장 설렁탕이 더욱 맛있는 이유는 수육장에 있다. 매운 고추를 가득 담은 항아리에 간장과 식초를 적절하게 넣어 살짝 삭혀 낸 것인데, 육질이 좋은 고기를 알싸한 수육장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설렁탕 국물과 국수 사리는 원하는 만큼 계속 준다. 48시간 이상 우려낸 국물이 깔끔하고 묵직하기 때문에 연령구별 없이 많이 찾는다. 외국 잡지에도 소개가 돼 일부러 찾아오는 외국인 손님을 많이 볼 수 있다. 설렁탕 보통은 6000원이고, 스테이크를 방불케 하는 고기가 얹어 나오는 특 설렁탕(1만원·사진)은 장안 최고의 양을 자랑한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 내려 5번 출구로 나오면 밀리오레를 기점으로 명동 중앙로가 보인다. 중앙로의 첫 번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40m 정도 걸으면 왼편에 이남장이 나온다.
02-319-8855.
|
*화곡동 ‘큰댁돌솥설렁탕’ |
|
|
뽀오얀 진국에 돌솥누룽지 환상
부담과 격식 없이 먹고 싶을 때, 친근함이 그리울 때, 과음했을 때, 화학 조미료를 넣지 않고 재료의 맛을 우려낸 국물이 생각 날 때…. 이럴 때 한그린 파스타비스트로 상무인 조우현 주방장이 어김없이 찾는 곳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에 있는 ‘큰댁돌솥설렁탕’ 집이다.
16년째 이태리 요리를 하고 있고, 독일, 싱가포르, 홍콩 등 내로라는 국제요리대회에서 금, 은메달을 차지한 조 주방장이 이 집을 좋아하는 첫째 이유는 무엇보다 오랜 시간 우려낸 진한 국물 맛이다. 여기에 돌솥밥까지 같이 즐길 수 있으니 집에서 먹는 밥을 더 좋아하는 그이지만 이 집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고 한다.
“보통은 설렁탕에 밥을 말아 먹지만 저는 밥과 설렁탕을 따로따로 먹습니다.
큼직한 깍두기를 한입 베어 물면서요. 노릇노릇하고 바삭한 누룽지가 수저 끝에 닿을 때 쯤 돌솥에 설렁탕을 부어 돌솥누룽지를 먹는 겁니다. 설렁탕 국물과 고소한 누룽지 향, 적당히 바삭한 누룽지의 질감이 만나 또 다른 맛을 내지요.” 큰댁돌솥설렁탕의 홍덕매 사장은 “별다른 맛의 비법은 없다”며 “오직 사골과 반골을 반씩 섞어 12시간 동안 우려내 완성할 뿐”이라고 귀띔했다. 돌솥설렁탕 6000원. |
|
|
첫댓글 와우....!!! 이것 참 좋은 방이네요...사실 유명한집 길몰라 못가고 귀찮아 못가는데..이왕이면 맛있는 집으로...가면 좋겟다...먼 얘기야 횡설수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