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선수들 대부분은 글러브회사로부터 용품 스폰서를 받습니다. 하지만 수만달러에 이르는 사이닝 보너스에다가 무제한 용품공급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선수들은 극소수의 탑급 플레이어들 뿐입니다. 많은 선수들의 경우 자신의 주문에 의해 만들어진 2개의 글러브와 몇천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받게 되죠.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선수들은 사이닝 보너스 없이 글러브만 공급받는다고 합니다. 어떤 선수들은 공짜 글러브보다는 자신이 직접 구매하는 글러브를 선호하기도 하구요. 골드 글러브 수상자로 유명한 로빈 벤투라는 3루에서 외야용 크기의 글러브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했는데 자신의 글러브 대금을 꼭 치루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나 재미있는 것은, 메이저리거들이라고 해서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글러브를 항상 받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생각한 사이즈보다 크거나 작은 글러브를 받거나, 스폰서사에서 주문을 받아주지 않거나 하는등의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고 하네요. 특히 선수가 유명세와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이런 일들이 많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생각처럼 메이저리거는 무조건 자신의 손에 딱 맞는 글러브를 여러개 무상으로 공급받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재미있는 일화로 심지어는 매덕스조차 롤링스 글러브를 쓰던 신인 시절 자신이 주문한 글러브의 사이즈보다 작은 글러브들을 받곤 했다 하는군요. 그래서 글러브 사이즈를 좀 더 크게 해달라는 주문을 다시 했는데 퇴짜를 먹었답니다. 그 이후 윌슨으로 글럽을 바꿨는데.... 매덕스는 이후 A2000 시리즈의 충실한 전도사가 되었지요. 심지어는 300승 축하인터뷰에서조차 윌슨 A2000 티셔츠를 입고 나오더군요. 롤링스 측에선 배가 좀 아팠을것 같습니다.
비슷한 얘기로 랜디 울프가 무명이던 시절 자신의 스폰서사인 윌슨에 매덕스와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글러브를 주문했는데 윌슨에서 퇴짜를 놓았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바로 며칠 후에 롤링스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매덕스 글러브와 똑같은 글러브를 만들어다가 울프의 집에 배달해줬다고 하네요.
뭐니뭐니해도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글러브는 롤링스와 윌슨입니다. 뭐 워낙 역사와 전통이 깊은 회사들이니 그럴수밖에요. 현 시점에선 롤링스가 약 50%, 윌슨이 약 30%의 마켓 셰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 윌슨은 메이저리그 공식 글러브 회사입니다. 그래서 글러브에 감히 메이저리그 마크를 쾅쾅 찍어낼 수 있죠. (물론 이 돈도 결국은 소비자 부담이겠지만....)
2000년 초반까지는 롤링스 HOH(Heart of the Hide)가 단연 최고의 인기 글러브였습니다만 미국인들의 말로는 롤링스 HOH의 품질이 필리핀 OEM 생산과 오일레더 가죽으로 바뀌면서 크게 떨어졌다고 하네요. (물론 아직도 탑급 선수들의 글러브는 같은 재료로 미국의 글러브맨들이 만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성향이 바뀌어서 그런지 아직도 꽤 선전하고 있는 글러브이긴 합니다. 과거에는 프리퍼드를 사용하는 선수들보다 HOH를 쓰는 선수들이 월등 많았는데 요즘에는 비슷해진것 같기도 하네요.
윌슨 하면 당근 A2000이겠죠. A3000이 탑 모델이긴 하지만 케리 우드나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A2000을 씁니다. 3000시리즈가 좀 실험적인 모델이긴 하죠. A3000은 필리핀에서, A2000은 일본에서 생산되는데 프리퍼드와 HOH같은 느낌이 나는군요. A3000은 프리퍼드처럼 조금 무겁고 너무 두툼한 반면 A2000이나 HOH는 덜 두툼하고 더 가볍습니다. 한마디로 A2000이나 HOH 두 시리즈 모두 미국의 상징적인 글러브라고 보시면 됩니다.
나머지 20%의 마켓은 미즈노가 주류를 이루고 아카데마, 사사키, 제트, 프랭클린 등의 회사들이 아주 미약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즈노는 클래식 시리즈와 프로 리미티드 시리즈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실제 사용률은 반반정도입니다. 두 모델 다 중국에서 생산되지요. 특이하게도 마크 테익셰라는 월드윈 시리즈 글러브를 사용하는것으로 되어있더군요. 이 글러브는 80년대인가에 나왔는데 굉장히 호평받고 평가가 좋았던 글러브입니다. 글러브 수집가들은 이 월드윈 시리즈에 많은 점수를 주더라구요.
미즈노는 미국에서 가장 부드러운 글러브로 유명합니다. (일본에서의 명성과 정 반대죠?) 그리고 손목부분이 가장 타이트한 글러브를 만들고 있죠. (반대로 롤링스는 손목부분이 가장 넓게 나오는 글러브로 유명합니다)
아카데마는 요즘 뜨고있는 회사로서 이미 대학야구팀들(미래의 메이저리거들)에 많은 고객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점유율이 점점 올라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국 생산의 글러브인데 부드러운 가죽임에도 불구하고 길들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글러브로 유명하죠. 윌슨, 미즈노, 롤링스에 비해 가격이 굉장히 저렴한 맛이 있습니다.
선수들이 스폰서를 받는다고 해서 꼭 스폰서사의 글러브를 쓰라는 법은 없습니다. 어떤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글러브맨에게 주문한 글러브(대표적인 글러브 제조회사로는 글러브스미스가 있음) 또는 어린시절부터 써왔던 자신의 글러브에 스폰서사의 마크만 달고 나온다고 하더군요. 글러브 회사들도 중요한 것은 브랜드 마크의 노출이기 때문에 이런 행위들을 용인해 준다고 합니다.
한편 선수들이 글러브 주문시 택할 수 있는 범위는 탑급의 선수들을 제외하곤 웹모양, 색깔, 크기정도라고 하는군요. 따라서 선수들은 딱 자신에 맞게 최고 재질로 주문된 글러브만을 사용한다라는 통념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어디선가에서 롤링스 HOH나 미즈노 클래식같은 글러브는 선수들이 사용한다는 식의 광고만 나왔을 뿐이지 그들이 실제로는 해당 회사의 최고모델라인급 글러브를 쓴다는 얘기를 읽은적이 있는데요, 절대적으로 틀린 얘기입니다. 개인별 맞춤 주문으로 인해 기성품과 색깔과 모양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다른 재료로 만든 다른 라인의 글러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핑거패드나 손가락 덮개를 넣고 빼거나 하는등의 옵션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선수들의 주문품은 대부분 (꼭 다 그런것은 아닙니다) 프로샾에서 제작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샾 제작품과 기성품과의 차이가 나는것은 아닙니다. 프로샾은 선수들의 주문에 맞게 다양한 옵션생산이 가능한 곳이며 제품간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기성품들은 같은 모델로 나와도 글러브간에 조금씩 상태가 틀린게 발생하기 마련이죠)이 있는 것이지 그것이 선수들만을 위한 초고급 재료로 제작하는 특별한 곳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자신이 써보기에 클래식은 부드럽고 무겁고 불편하다고 해서 치퍼가 그걸들고 수비할 리 없다는 생각은.... 글쎄요....
참고로, 저는 롤링스 프로샾에서 만든 HOH와 기성품 HOH를 모두 써봤는데요, 글러브간의 차이는 거의 없더군요. 같은 모델일 경우에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들을 대단하게 만드는건 그들의 스킬이지 장비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