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공포가 몰려온다
65세 이상 노인 5~10% 정도 발병하고 최근 급증 추세
설 연휴를 맞아 경남 함양군 고향집을 방문한 회사원
박모(43ㆍ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귀경(歸京) 차 안에서
시종 착잡한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2~3년 전부터 기억력 감퇴(減退)현상을 보이던 칠순 어머니가
얼마 전부터 외출했다가 집을 찾아오지 못한다는
말을 형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지난 연휴 때 충남 태안군 고향집을 찾았던
최모(39ㆍ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1년 전부터 심한 건망증
증상을 보이던 아버지(67)가 최근 소변조차 잘 못 가린다는
어머니의 말에 가슴이 내려앉는 답답함을 느꼈다.
회사원 권모(59ㆍ서울 종로구 청운동)씨는 설 연휴에
아내(58)를 데리고 자녀들이 살고 있는 캐나다에 다녀왔다.
전문직 출신인 아내가 몇달 전 치매(癡)로 진단돼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자녀들 얼굴 한번 더 보게 하려던 게
여행의 목적이었다.
연로한 부모를 둔 사람들 사이에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흔히 ‘노망(老妄)들었다’는 말로 표현되는 치매환자 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5~10% 정도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치매환자 수는 지난 95년 21만여명으로
추산됐으나 급속한 고령화(高齡化)의 진행으로 2000년에는
6만명이 증가한 27만여명으로 추산됐으며 고령(高齡)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2020년에는 현재의 3배인 62만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기관의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앞으로 치매로 인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지금도 치매 환자를 가진 가정은 환자 수발에
등줄기가 휘는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억력 저하로부터 시작하는 치매는 점차 언어능력, 방향감각 등
각종 인지(認知)능력이 떨어지며 심한 경우 옷 입거나 세수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가족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살라’는 욕설이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이같은 고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뚜렷한 치료법은 없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조차 대책없이 서서히 증상이 악화되고 있다.
● 치매와 알츠하이머는 같은 병인가?
치매는 그 자체가 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원인에 의한
기억력, 판단력, 추리력, 계산능력 등의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즉 치매는 뇌세포들이 죽거나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치매를 일으키는 질환에는 수십가지가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의 하나로 전체
치매환자의 약 50%(서양인의 경우 80% 정도)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이상 단백질들(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
이 뇌 속에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어 발병한다.
알츠하이머 외에 뇌 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치매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결과이며
전체 치매의 약 30~40%를 차지한다.
이밖에 뇌 속에 물이 고이는 뇌수종(腦水腫), 갑상선 기능저하증,
뇌막염, 뇌 경막하 혈종(血腫), 약물중독,
우울증 등 기타 질환에 의한 치매가 약 10%를 차지한다.
따라서 치매라고 해서 모두가 알츠하이머는 아닌 것이다.
●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되나?
알츠하이머병은 대개 기억력 감퇴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발병 초기 단계에는 건망증과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다.
여기서 점차 새로운 정보를 배우거나 지시사항을 따르지 못하며
같은 이야기나 질문을 반복한다,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말이나 글을 끝내지 못하며
횡설수설하기도 한다,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감추고 다른 사람이 훔쳤다고 비난한다,
시간 개념이 흐려진다, 다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공포 초조 슬픔 분노 불안 등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식사 목욕 등 일상적인 일들을 하지 못하는 등의 수준으로 진행된다.
알츠하이머는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나 결국은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돼 모든 것을 보호자에게 의지하게 된다.
이에 비해 혈관성 치매는 발병과 증상이 계단식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알츠하이머는 비교적 말기까지 신체 장애가 거의 없으나
혈관성 치매는 운동장애나 신체마비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알츠하이머는 증상 발생 후 짧게는 2년 길게는 20년 이상
생존하며 평균 생존기간은 8년 정도이다.
결국은 신체능력까지 저하돼 폐렴 욕창 요로감염 등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 누가 치매에 잘 걸리나?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아직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러 연구에 의해 최근 몇 가지 중요한 위험 인자가 알려져 있다.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는 나이. 이 병은 대개 65세 이후에
발병하며 나이가 들수록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력도 중요하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형제가 알츠하이머
환자이면 다른 형제가 병에 걸릴 위험성이 40~50%에 이른다.
부모가 모두 알츠하이머에 걸린 경우 자식이 80세까지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도는 54%로 부모 중 한쪽이 환자일 때의 1.5배,
부모 모두 정상일 경우의 5배이다.
여성은 남자보다 13% 가량 발병위험이 높다.
유전적으로는 뇌에서 콜레스테롤 대사에 관여하는
아포e 지단백 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3~10배의 발병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천적으로는 교육수준이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연구팀이 65세 이상 흑인 2200여명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조사한 결과, 시골서 자랐고 교육기간이
7년 미만인 그룹은 반대 그룹(도시에서 자랐고 교육기간 7년 이상)
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비율이 6.5배였다.
이에 대해 의학자들은 특히 뇌가 왕성하게 발달하고
뇌신경세포를 연결해 주는 시냅스가 많이 만들어지는
학동기(초등학교 시절)에 적절한 교육을 받았는가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하게 머리를 다치거나 경미하지만
여러 차례 머리를 반복해서 다친 경우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성이 50% 이상 높아진다.
이같은 두부(頭部) 외상은 특히 권투선수들에게서 문제가 된다.
이는 뇌에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 알츠하이머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가 일시적으로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요즘은 폭주족들이 이같은 두부 외상을 경험할 확률이 커
추후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뇌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생기기 쉽다.
즉 고혈압, 당뇨, 고(高)지혈증, 흡연, 심장병 등이 주요 원인이 된다.
● 치매는 어떻게 진단하나?
치매는 초기 단계에 대부분 기억력 장애만 나타나기 때문에
노인성 건망증과의 구분이 매우 힘들다.
이럴 때 기억력, 언어능력, 계산능력, 시공간 지각능력,
판단력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한다.
이 검사는 각 병원 신경과에서 시행하며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비용은 15만~20만원 선이다.
따라서 60세 전후로 심한 건망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우선 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신경심리검사에서 치매로 나타나면 뇌 MRI(자기공명영상)촬영을 한다.
과거 이 방법으로는 치매를 바로 진단하기는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위치한 측두엽을 정밀
검사함으로써 치매를 비교적 초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됐다.
비용은 50만~60만원선. MRI촬영은 치매의 종류를
구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츠하이머인지, 혈관성 치매인지 여부도 이 검사로 알 수 있다.
또 다른 질환에 의한 치매인지를 판별하는 데도 긴요하다.
치매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해야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대학병원들은 이와 함께 뇌 특정 부위의 기능저하 여부를
파악하는 뇌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검사를 시행함으로써
치매 여부를 더 정확히 진단한다.
뇌의 활동과 대사(代謝)를 영상(映像)으로 보여주는 이 검사는
MRI와 상호보완적으로 시행하며 비용은 50만~80만원 정도.
이밖에 다양한 진단법들이 있다.
● 치매 치료 어디까지 왔나?
▲ 자원봉사자들이 치매환자들과 색칠놀이를 하고 있다.
현 의술로서는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거나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다.
단지 발병 초기에 인지기능 장애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약물들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알츠하이머 발병 초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이 약물을
투약한 그룹과 투약하지 않은 그룹을 비교했더니 인지기능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최근에는 1년 이상 그 효과가 지속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나 이들 약물이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은 결코 아니며
4종류가 현재 FDA 공인을 받았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적극적인 치료로써 진행을 방지할 수 있다.
이미 파괴된 뇌세포는 복구가 되지 않지만 뇌 혈류(血流)를 정상화해
추가적인 뇌손상을 예방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또 뇌졸중에서와 같은 치료법으로 증상도 개선시킨다.
뇌수종, 갑상선 기능 저하증, 뇌막염, 뇌 경막하 혈종, 약물 중독,
우울증 등에 의한 치매는 원인질환을 치료함으로써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를 제외한 나머지 치매는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치매환자가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치매의 종류를 판별해 치료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정확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치매라고 해서 다 손 놓고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 치매와 건망증은 어떻게 다른가?
정상인도 나이가 들면 뇌세포의 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기억력도 감소하는데 주로 새로운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또 생각의 속도는 느려지지만 그 정확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럴 때 생기는 건망증은 차근차근 생각을 더듬어 보면
잊었던 사실을 기억해내는 수가 많다.
반면 치매는 단순한 기억력뿐 아니라 인지기능 전체가 떨어져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을 말한다.
기억장애만 보이는 초기의 치매도 그런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는 점에서 건망증과 구분된다.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어디서 몇시에 모이기로 했더라?”
고 하면 건망증이고 “뭐? 난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어”
라고 하면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잊은 일을 기억해 내지만
치매환자에게는 힌트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기억장애만 있고 다른 장애가 없는 경우를 경도(輕度)
인지기능 장애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 중 20% 정도는
치매로 발전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같은 건망증이라고 해도 40ㆍ50대 혹은 주부에게서 잘 생기는
건망증은 너무 신경쓸 일이 많아 생긴 집중력 저하,
주의력 분산이다. 주로 스트레스 등에 의한 것이며
이런 분야의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병적으로 기억의 저장이 잘 안되는
노인성 건망증과는 명백히 구분된다.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假性) 치매도 치매와 구분해야 한다.
가성 치매는 많지는 않지만 우울증이 심해져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우울증 치료로써 회복이 가능하다.
( 이재홍 울산대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신경과 jhlee@amc.seoul.kr )
●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13가지 방법
1. 고혈압을 치료해야 한다.
2. 당뇨병을 조절해야 한다.
3. 콜레스테롤을 점검해야 한다.
4.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5. 심장병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
6. 비만을 줄여야 한다.
7.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8. 과음은 절대 금물이다.
9. 머리를 많이 쓰고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
10. 우울증은 치료받고, 많이 웃고 밝게 살아야 한다.
11. 성병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12. 기억장애나 언어장애가 있을 때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
13. 미리미리 노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치매환자 시설의 현황과 문제점
유ㆍ무료 전문요양시설 전국 28곳 뿐
전문인력 양성ㆍ다양한 프로그램 시급
‘UN의 노인을 위한 원칙’(UN principles for older persons)
에서도 언급했듯이 노인은 가능한 오랫동안 집에서 살아야 하며
이것은 치매노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재가(在家)
노인복지서비스(노인복지법 38조)가 마련되었다.
대표적인 시설로 주간(晝間)보호시설과 단기(短期)보호시설이 있다.
주간보호시설이란 부득이한 사유로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심신이 허약한 노인과 장애노인들을 낮 동안
입소시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로 1992년부터
서울에 3개소(한국노인복지회, 은천노인복지재단, 천사양로원)를
시범적으로 운영했으나 작년 기준 100여개로 늘었다.
생활지도 및 일상동작훈련 등 심신의 기능 회복을 위한 서비스,
급식 및 목욕 서비스, 취미·오락·운동 등 여가생활 서비스,
치매 또는 중풍노인 가족에 대한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4~5시까지 노인을 맡길 수 있다.
단기보호시설은 부득이한 사유로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일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심신(心身)이 허약한 노인과
장애노인을 단기간 입소시켜 보호해 주는 곳이다.
한번 입원에 45일까지 보호가 가능하며 연간 이용일수는
3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
1992년부터 대구(성산노인양로원), 인천(영락요양의 집),
광주(벧엘타운), 충북(성암안식원), 전북(성예요양원),
전남(선희간병요양원) 등지의 6개소를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운영,
지금은 전국에 30여개 기관이 이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주간보호의 경우 대개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는 무료이며 그 외에는
1일 5000원 내외(중식비, 간식비 포함)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시설에 따라서는 치매환자의 입소를
허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또 대기자가 밀려 있는 곳도 많다.
자꾸 집 밖을 배회하려고 하고 며느리를 구타하려고 하는
증상을 보이는 시어머니를 요양시설에 모시려고 계획했던
한 며느리는 최근 대기자가 밀려 앞으로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현재 치매노인을 위한 각종 시설은 그 절대수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요양시설은 유료와 무료를 합하여 전국 28개 시설에
2799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요양병원은
7개 병원에 836병상이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은 3500여명으로
전국의 치매환자 30만명(추산)의 1%에 불과하다.
이같은 시설 부족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다.
각종 입소시설을 경험한 보호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90세 노모(老母)를 모시고 있는 60세의 할머니는 최근 1년 사이
시어머니를 단기보호시설에 3개월간 입소시켰다가 퇴소시켰다.
이 할머니는 “시어머니가 잘 지내신 것 같다.
상태도 좋으신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하였다.
하지만 비용이 매우 저렴한 시설이었음에도 매달 40만원 가량
하는 비용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현재 정부의 보조를 받는 대부분의 시설은 국민기초생활법에
의한 저소득자를 위해 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저소득자를 제외한 치매노인들은 자비(自費)로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계층의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의
저소득 가정에 월 50만원 내외의 금액은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또한 환자의 상태가 중하거나 치매 이외의 질병을 같이 치료해야
하는 경우는 100 만원을 넘기기 일쑤이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시설들의 질적인 면도
반드시 향상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비단 치매환자 관련 시설의 문제는 아니지만 2000년도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80% 이상의 노인요양시설들은 법적 기준에 적합하지
못한 인력으로 노인을 보호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 밝혀졌다.
더욱이 현행 노인복지법에서는 치매질환에 대한 케어(Care) 제공
인력의 전문성 확보나 케어의 질을 규정하는 운영지침에
대해서는 별도의 항목을 두고 있지 않다. 현재 정부의
치매정책은 각종 입소시설을 증설하는 데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도록
이들 시설들을 조직하고 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시설을 운용할 전문인력의 양성,
각종 시설의 운영기준 마련, 각 시설에서 시행할 각종 프로그램의 연구,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전담할 중앙정부 차원의 기관이 필요하다.
또 중증 치매환자가 2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증 이외의 치매환자들을 위한 각종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 지역 내에 가정 케어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야간 보호, 전일(全日)보호, 주말보호 등
각종 단기보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해야 한다.
( 우종인 대한치매협회장ㆍ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
●치매 조기발견 체크 리스트
치매인가, 아닌가. 치매가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가족들이
우선적으로 판별해 볼 수 있는 체크 리스트가 만들어져 있다.
치매로 의심되는 사람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보호자가
최근 6개월간의 해당 사항을 체크하는 것이다.
1. ( )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다.
2. ( )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3. ( )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는다.
4. ( ) 오래 전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잊는다.
5. ( ) 반복되는 일상 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
금방 적응하기가 힘들다.
6. ( ) 본인에게 중요한 사항을 잊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배우자 생일, 결혼기념일 등)
7. ( )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때가 있다.
8. ( ) 어떤 일을 해놓고도 잊어 버려 다시 반복할 때가 있다.
9. ( ) 약속을 해놓고 잊어버릴 때가 있다.
10. ( ) 이야기 도중 방금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를 잊을 때가 있다.
11. ( ) 약 먹는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
12. ( ) 여러 가지 물건을 사러 갔다가 한 두 가지를 빠뜨리기도 한다.
13. ( ) 가스 불을 끄는 것을 잊어 버린 적이 있다.
또는 음식을 태운 적이 있다.
14. ( ) 남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15. ( ) 어떤 일을 해놓고도 했는지 안했는지 몰라 다시 확인해야 한다.
16. ( ) 물건을 두고 다니거나 또는 가지고 갈 물건을 놓고 간다.
17. ( )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18. ( ) 물건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19. ( ) 개인적인 편지나 사무적인 편지를 쓰기 힘들다.
20. ( ) 갈수록 말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21. ( ) 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때 이야기 줄거리를 파악하지 못한다.
22. ( ) 책을 읽을 때 같은 문장을 여러번 읽어야 이해가 된다.
23. ( )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다.
24. ( ) 자주 보는 친구나 친척을 바로 알아보지 못한다.
25. ( ) 물건을 어디에 두고 나중에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게 된다.
26. ( ) 전에 가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27. ( ) 방향 감각이 떨어졌다.
28. ( )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29. ( ) 물건을 항상 두는 장소를 망각하고 엉뚱한 곳에서 찾는다.
30. ( ) 계산능력이 떨어졌다.
31. ( ) 돈 관리를 하는 데 실수가 있다.
32. ( ) 과거에 쓰던 기구 사용이 서툴러졌다.
위 각 항목을 1점으로 채점해 17점 이상인 사람을 일단
치매로 진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치매가 있는 사람을 있다고 발견할 확률이 89%,
없는 사람을 없다고 할 수 있는 확률이 94%인 것으로 주장된다.
이 체크 리스트는 치매 유무만을 판정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데 그쳐야 한다.
정확한 진단은 전문의에 의한 정밀검사로써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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