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남들은 춘천마라톤대회에 간다고 부산을 떠는데
혼자서 조용히 여의도 세브란스마라톤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실은 혼자가 아니고 우리집 큰아들과 그 친구녀석들이
자원봉사를 간다기에 아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려고
갔었습니다.
회원님들이 아시다시피 숨어서 훈련한 것도 없고
토요일날 오후에 고교동창생들과 광교 8.6km 달린게
훈련의 전부였기에 완주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다가왔습니다.
23일 저녁에 자원봉사 함께 갈 큰애 친구들이 몰려왔습니다.
고1인데 키가 훌쩍 큰 녀석들인지라 좁은 집안이
꽉 차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애들은 애들인지라 컴퓨터앞에서 게임을 하면서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들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내일 새벽 6시에 집을 나서야 하는데도 밤 늦게까지
재잘거리며 잘 생각을 안합니다.
내일 뛰어야 할 이 몸은 자야하니 조용히 해달라고 당부하고
눈을 감았으나 조용히 한답시고 소곤거리는 소리가
더 신경쓰입니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지만 아침이 밝아왔고 아이들은 이미
여의도로 출발하였습니다.
컴퓨터를 켜서 춘천 간 마라톤친구들에게 응원문자를 보내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지난여름 강촌대회에서 2시간 넘게 뛰면서 일부구간에서는
걸으면서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애들이 보고 있는데 또 다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중압감이 몰려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고 악으로 깡으로 앞으로만
가야합니다.
'틈틈이 시간을 할애해서 훈련을 열심히 할걸.....'
대회 나가기 전에는 늘 이런 후회를 합니다.
그러면서 또 다짐을 하지요.
'다음 대회에는 준비 철저히 해서 좋은 기록을 내야지....' 라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여의도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나라 달리기인구가 많긴 많은가봅니다.
춘천으로 다 갔을 것 같은 달림이들이 여의도에도 무지 많았습니다.
기념품으로 나눠준 노란 점퍼차림의 달림이들이
제각기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온 이들은
기념촬영도 하고 제각기 바쁘게 움직입니다.
기웅이를 찾으니 물품보관소에 배정을 받았답니다.
아들이 있는 곳이라 남들보다 수월하게 짐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이리 저리 돌아다녀보니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더군요.
가족들과 함께 온 사름들을 배려해서 아이들 게임을 준비해놓았고,
연예인들을 섭외해서 공연도 하고, 뽀식이 이용식씨의
걸죽한 입담과 진행도 좋았습니다.
줄이 길게 늘어서있기에 무슨줄인가 가보니 아나운서 강수정이
자신의 싸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TV Star를 가까이서 본다는 것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이더군요.
이리 저리 돌다보니 출발시간이 얼추 되어서 출발지점으로
갔습니다.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긴장이 풀리긴 했었는데 또 다시
긴장이 됩니다.
5, 4, 3, 2, 1, 펑!
우와~~~~~~~~~~~
동작대교쯤 가니까(대략 7km) 2시간 페이스메이커와 그를
따라 뛰는 무리들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선두가 반환점을 돌아서 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때가 대략 44분정도 달렸을 때인데 만난곳은 7.5km지점이니
대략 선두와 6km정도 벌어져 있는 것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아직 힘이 남아서인지 자꾸 앞지르려고 하는 것을 느낍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내 페이스를 찾아서 천천히 한발짝 한발짝
내딛습니다.
반환점을 돌면서 시계를 보니 52분!
이대로만 간다면 2시간내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20여분을 달렸을 즈음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마지막 주자인듯한 달림이가 정말 힘겹게 달려옵니다.
다시 강촌마라톤대회때의 생각이 났었습니다.
그때의 제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다보니 15km지점을 달리고
있었고 이제는 남은 거리는 1/4 .
자! 이제 남은 힘을 다해서 달려보자. 라고 마음먹고 힘을
내었습니다.
한명, 두명, 세명, . . . . .
이렇게 세어가면서 달리다보니 저 앞에 풍선을 매달고 가는
무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도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인것 같습니다.
30여명을 제쳤을 때 63빌딩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내심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를 제치고 싶어서 남은 구간을
죽자고 달렸습니다.
진짜 죽자고 달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카메라가 나타나면 즐기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인 양
미소지으며 카메라앞을 지납니다.
그렇게 죽자고 달렸는데도 1시간 50분 페이스페이커는
못잡았습니다.
그리고 시계를 보았더니 1시간 47분이었습니다.
1시간50분 페이스메이커가 오줌이 마려웠는지 너무 일찍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1시간50분안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 용서하렵니다.
그리고 완주 기념품을 받으러 완주자들과 함께 이동을 합니다.
편안하게 걸어가니 아주 편안하게 기념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이리 저리 우왕 좌왕하던 타 대회와는 달리 준비가 철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빵대신 주는 주먹밥 또한 맛있어보입니다.
하나 더 달라고 하니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와 함께 하나 더
주더군요.
사실 자원봉사하는 아들을 주려고 더 달라고 했는데 아들 친구들이
있는데 아들만 줄 수도 없고 돌아가서 몇개 더 달라기도 그래서
그냥 물품보관소에 있는 아들에게 주먹밥 두개 내밀면서 먹으라고
하니 배가 고팠는지 얼른 받아서 친구들과 한입씩 나눠먹더라구요.
그리고는 맡긴 물품을 찾아서 옷을 갈아입고 또 다시 한바퀴 돌아서
주먹밥을 두개 더 받아서 애들 있는데로 오니 그 녀석들은
대회준비위에서 나눠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옆에서 주먹밥 두개로 점심을 해결하고 아이들과 함께
공연도 구경하면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아이들 자원봉사 확인하고
함께 버스타고 안양으로 내려왔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김완규선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춘천 안갔냐고 물어오시길래 춘천대신
여의도 세브란스갔다고 하였더니 완규형님도 세브란스대회에 가서
연대별 3위 입상을 하였다는군요.
완규형님 축하드려요.
그리고 한번 뵈요.
ㅎㅎㅎ
첫댓글 수리산님! 수고많았습니다. 연습량이 많지안았을텐데 기록은 좋네요! 역시 기본가락이 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