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2006 CEO
성공사례
101
102 웃음 웃음바다 한만희 2기 축산
105 도예 집중과 집적, 초밀도의 도자조형 윤주철 6기 버섯
108 술 직접 빚은 술로 주안상을 내어보자 강태석 10기 과수
110 여행1 제주 성시이돌 목장을 다녀와서 김성보 10기 낙농
112 여행2 농자는 천하의 근본 이용백 10기 과수
114 여행3 필리핀을 돌아보고 최승우 10기 수도작
102 2006 CEO
테마이야기 웃 음
한만희 (2기 축산)
동문회 2대 3대 회장
웃음바다
한국어른들은 하루 7~8회 웃고 50이 넘으면 4번으로 준다. 미국
사람들은 하루 15번 웃고 아이들은 400번 웃는다.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유교문화권이었기에 사회적인 체면이나 권위, 눈치 등을
보기에 더더욱 그렇다. 또한 남자가 웃음이 헤프면 가볍다고 하였고 신부
가 결혼식장에서 웃으면 흉이 되고 경망스러워 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간과 인중의 길이가 짧고 입 꼬리가 6도가 내려
가 있어 가만히 있으면 늘 화가 나 있는 표정이 되고 만다. 그런데 아이러
니 하게도 여기에 반하는 속담도 있다. 옛 선조들께서는“소문만복래(笑門
萬福來)”하여“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였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이며 동기
부여가인 월리엄 제임스 박사도 웃을 일이 있어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고 역설하였다.
웃음의 효과
첫째, 웃음은 인간관계를 결정짓는다.
최근 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이혼의 조짐으로 나타나는 징후 중에 하나
가 부부사이에 웃음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표정이 굳어지고 말은
안 하게 된다. 이것은 비단 부부사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정, 직장, 사회
에서도 마찬가지다. 잘 웃는 사람은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여 마음을 안
정시킨다. 미국의 메릴랜드대학 심리학과 로마트프로빈 교수는 우리가 짓
는 웃음의 80%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주
장했다. 그리고 성공학의 대가인 지그 지글러는 웃지 않는 사람이 인간관
계에 있어서 가장 문제라고 했다. 또한 중국 속담에 웃지 않는 사람은 기
업을 경영하거나 사람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하였다.
둘째, 웃음은 최고의 자산이고 유산이다.
폴 J.마이어( 20대에 백만장자가 된)는 성공을 유산으로 남기는 법이라는
책에서‘무엇보다도 웃음을 유산으로 남기라’라고 서술하였다.
셋째, 웃음은 아이를 천재로 만들어 준다.
윌리엄 앤메리 대학의 덕스박사는 웃음이 우리의 지능과 연관이 있다고
103
밝혔다. 서울의 일부학교에서 수업 전에 아이들을 웃게 하고 나서 수업을 하였더니 학업성적
이 향상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넷째, 웃음은 자부심(자존감)을 높여준다.
‘나는 내가 좋다’, ‘나는 내가 정말 좋다’, ‘나는 내가 아무 조건 없이 좋다’라고 말하며 웃으
면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웃음이 나오면서 자부심(자존감)을 느끼게 된다.
웃음은 건강의 명약
한번 웃으면 에어로빅을 5분간 한 것과 비슷한 운동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1분간에 웃음은
10분간 조깅한 것과 비슷하며, 10초 동안 배꼽을 잡고 깔깔 웃으면 3분 동안 힘차게 보트의 노
를 저은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한번 웃을 때마다 우리 몸의 670개의 근육 중
231개의 근육이 움직여주고, 650개의 뼈마디 중 426개의 뼈마디가 움직인다고 한다. 웃음은
돈들이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다음과 같은 3가지 방법으로 웃으면 웃
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첫 번째, 크게 웃는다. 두 번째, 10초 이상 길게 웃는다. 세 번째, 배와 온몸으로 웃는다.
웃음의 아버지인 노만커즌스는 미국 토요신문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던 1964년 강직성척추염
을 앓게 되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어 하루에 아스피린과 진통제를 38알 먹어야 잠을 이
룰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개그 프로를 보면서 15분간 웃고 나서 2시간을 숙면할 수
있었고 1년여를 웃음을 강도 있게 운동으로 적용한 결과 완치가 되었다고 한다(강직성척추염
의 완치확률은 0.2%). 이 사실을 근거로 하여 캘리포니아 대학과 함께 연구를 하여 웃음치료
테마이야기 웃 음
104 2006 CEO
분야의 일가를 이루게 되었다.
로마린다 의과대학의 리버크 교수는 1996년 폭소 비디오를 보고 난 후 항체인 인터페론 감마
호르몬의 양이 200배 늘어났다고 발표하였고 2001년 발표논문에는 암을 잡아먹는 MK세포
가 웃음에 의해서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증명, 웃음은 대체의학이 아니라 참 의학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처럼 웃음은 복식호흡이 되어 내장마사지효과가 있다. 또한 알레르기 개선효과(일
본 우니티카 중앙병원 기아타 하지메 박사팀 논문)와 당뇨병 개선효과가 있다( 혈당수치가
123에서 77로 하락).
진정한 웃음 ; 마음웃기
2500년 전 히포크라테스는 건강하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균형으로 보았다. 그래서 그는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함께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웃음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하는
최고의 치료수단이라고 말했다.
첫째, 마음웃기의 핵심은 바로‘자존감’이다.
둘째, 비전(vision)이 바로 웃음이다. 즐겁게 일을 하면 웃음도 제 발로 찾아온다.
셋째, 칭찬과 격려가 바로 진정한 웃음이다.
메릴랜드대학의 로버트 프로빈 교수는 어설픈 웃음보다는 칭찬 한 마디가 상대에게는 강력한
힘이 된다고 하였다. 남편인 경우 아내가“당신을 믿어요”, 아내인 경우에는 남편이“많이 힘
들지”라며 위로의 말을 전할 때 가장 힘이 난다고 한다.
넷째, 감사는 웃음의 뿌리다.
에모또 마사로는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서 감사는 세포의 구조를 바꿀 만큼 강력하
다고 말한다. 또한 감사는 내적인 치유의 강력한 수단이다. 그리고 우리의 몸을 가볍게 하며
피를 맑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엘리베이터 안의 밀폐된 작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불편하고, 불안하고 당혹스러울 때
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먼저 침묵을 깨고 웃음으로 인사를 해보자. 필자의 경우, 아침에 산에
가는데 자세히 보면 서로 오가며 지날 때 반 이상은 그냥 지나친다. 용기를 내어 웃음으로 인
사를 해보자. “하하하! 안녕하세요(수고 많으십니다)? 하하하!”CEO
한국웃음연구소 / 웃음바다 대표 웃음프로듀서 한만희 Smilepd@nate.com ☎ 011-747-1501
www.cyworld.com / Smile Santa
105
테마이야기 도 예
윤주철 (6기 버섯)
집중과 집적, 초밀도의 도자조형
도예가윤주철은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동 시대적 가치와 개성
적 성취를 성공적으로 일구고 있는 작가이다. 아직 약
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작가는 도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자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폭넓
고 유연하다. 전통적인 기성형에서부터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유
연한 조형의 세계를 갖추고 있다. 어느 사이 도자예술의 일가(一家)를 이루
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깊이와 성과를 일구고 있는, 오늘날 찾아보
기 쉽지 않은 건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작년 청주국제공예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음으로써 주목받기 시작한 작
가는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적 도자 조형을 통해 아
주 인상적인 등장을 하였던 것이다. 작가만의 독특한 기법이 너무나 강렬
한 인상을 주는 조형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 기법 중심으
로 기술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독특한 기법조차도 도예에 대
한 성찰과 애정이 진지하고 확고하기에 일궈낼 수 있는 성취로 보인다.
작가 특유의 기법을 스스로는 尖漿(첨장)기법이라 부르고 있다. 그것이 작
가 고유의 것이지만, 교과서에 실려야 할 보통명사로 불릴 날이 곧 올 것
이란 예감이 든다. 마치 복어가시와도 같은 모습의 무수한 가시형 돌기들
이 표면을 감싸고 있으면서 신비롭고도 영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 머지 않아 보편적 도예기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을 조
심스럽게 해 본다.
작가가 스스로 명명한 첨장기법이란 전통적인 귀얄기법을 독자적으로 변
형시킨 것으로, 기체(器體) 외면에 화장토를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라줌으로써 이루게 된다. 농도가 적당히 표면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
절된 화장토는 초벌 상태의 기체 표면에서 땀방울 모양으로 응집된다. 마
르고 나면 다시 덧칠하고, 또 마른 후 덧칠하기를 무려 쉰 번에서 백 번을
106 2006 CEO
반복함으로써, 지금의 가시모양 돌기(突起) 군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똑같은 것이 거의 없
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질서를 이루고 있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 효과는 그야말로
슬립이 덧칠되는 첨장(添漿)이면서도 슬립이 가시처럼 뾰족해 가는 첨장(尖漿)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렇듯 이루어지는 첨장은 다양한 색을 연출할 수 있으며, 그것으로 영롱하고도 신
비감 넘치는 도자, 혼이 담기고 생명의 숨결을 발산하는 것 같은 도자를 가능하게 한다.
작가가 터득한 이 기법은 작은 도자의 공간형식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지만 그 어떤 조형작
업 못지 않게 강렬한 경험을 발산하는 작업이다. 첨장 과정에 있어 색을 조절함으로써나, 첨
장의 지점을 구성적으로 조절함으로써도 작업의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특히 백자 기형
구조를 근간으로 하여 강렬한 원색의 첨장은 그것대로의 영롱함과 화사함을 줌과 동시에 다
테마이야기 도 예
107
양한 구조와 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탐구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도자를 밀도의 조형이
라 부를 수 있을 텐데, 윤주철의 작업이 바로 그렇다. 다른 장르에 비해 그리 스케일이 크지는
않으나, 가공할 집중과 집적, 응축에서 오는 밀도는 그 어떤 조형도 따라올 수 없는 그야말로
초밀도의 조형이다.
80, 90년대 우리의 현대도자는 전통 기형만이 아닌 많은 실험들을 통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부터 그러한 현대도자의 추구 양상이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모
르긴 하여도 도자의 물리적 영역에서 행할 수 있는 실험의 한계라는 것은 분명히 있었기 때문
이었을 것이다. 그런 한계에 봉착한 현대도자는 손쉬운 문화상품을 표방한 산업도자나 그저
그런 오브제 상태로 위축된 안타까운 양상에 머물고 있었다. 이렇듯 긴 터널과도 같은 역사적
슬럼프를 겪고 있었던 도예계에 이제 새로운 빛줄기가 비치고 있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도자
의 실험이 한계에 이른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도 진행되어야 할 우리의 과제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오늘의 도예가 직면한 과제 앞에서 작가가 시사하고 있는 바는 명료하다. 오랫동안 도자의 정
체성을 반성적으로 사색하는 움직임들 속에서 도자의 전형은 많이 변질되었던 터이다. 그런
데 윤주철 작가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도자는 여전히 한정된 형식 속에서 자유롭고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요컨대 오늘의 현대도자가 도자 자체로 돌아가야 할 이유를 명료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도자의 정체성 자체를 회의하기 이전에 왜 오늘날에도 도자는 도자로서 존재
해야 하는지를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도자가 고도의 자율성을 근간으로 하
는 순수예술이어야 한다거나, 혹은 재화로 환원되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 산업 생산
품이어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도자 자체만으로도 성취할 수 있는 가치
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니 말이다. 더욱이 윤주철의 작업은 수공 노동의 진정한 가치와
소박한 수준의 기술과 기교가 가지는 가치의 시대적 의미까지도 조심스럽게 시사하고
있지 않은가. CEO
이재언 (미술평론가)
108 2006 CEO
테마이야기 술
강태석 (10기 과수)
직접 빚은 술로 주안상을 내어보자
우리술 문화의 특징은 무엇일까? 예전부터 우리 술 문화는 가양
주 문화였다고 한다. 우리가정에서는 술의 쓰임새 중 제주(祭
酒)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친한 벗이나 손님이 찾아오면 반드시 주안
상을 내었다. 또한 집안의 대소사에 많은 하객을 치르려면 몇 달 전부터
누룩을 만들고 술을 빚어 내놓기도 했다.
우리 술을 빚는 원리를 먼저 살펴보자. 술을 만드는 미생물은 효모(yeast)
로서 이 효모는 당을 분해해서 알코올을 생성하는데 애석하게도 우리 술
을 빚는 재료는 거의 대부분이 쌀, 밀, 조, 옥수수 등의 곡류인 것이다. 그
래서 이들 효모가 술을 만들 수 있도록 누룩이라는 놈이 쌀(전분)을 분해해
서 포도당으로 만들어 놓아야만 효모가 발효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술을 빚을 때는 곰팡이(rhyzopus, oryzae, aspergillus등) 덩어리인
누룩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누룩은 어떻게 만들까? 먼저 밀을 껍질째 타개어 물로 되게 반죽을
하고 이것을 누룩틀에 담고 발뒷꿈치로 꼭꼭 밟아 디딘 후 바람이 잘 통하
는 곳에 쑥대, 볏짚 등을 깔고 곰팡이와 효모를 앉혀 띄운다. 잘 만들어진
누룩은 곰팡이가 속속들이 고루 피고 향긋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요즘은
재래시장이나 전통 술 만들기 동호인이 운영하는 숍(shop)에서 누룩이나
효모를 구해서 쓰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누룩이 준비가 되면 쌀(1kg)을 잘 씻은 뒤 2시간 정도를 불리고 물
기를 뺀 뒤 고두밥을 찐다. 이 고두밥을 펼쳐 놓고 잘 식힌 뒤, 누룩(200g)
을 잘 버무린 뒤 항아리에 물 1.5리터를 붓고 버무린 고두밥과 누룩을 넣
으면 술 담기는 다 된 것이다. 기호나 필요에 따라 과일이나 한약재 등을
넣고 같이 담글 수도 있다.
술이 발효가 되기 시작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온도조절이다. 초기
에는 효모들이 누룩에 의해 분해된 포도당을 먹고 자신들의 증식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이때는 자체 술 온도가 여름철에는 40℃이상까지도
상승하여 효모들이 피해를 입어 술이 쉰다든지,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는
다.
109
그래서 발효초기(담근 후 4일 정도)는 발
효온도를 약25℃ 정도로 맞추어 주어야
효모들이 제대로 활동을 해서 맛있는 술
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4일 정도
가 지나면 효모들의 개체수가 많이 증가
하여,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알코올을
생성하기 시작한다. 또한 이때는 술의 온
도도 거의 상온에 맞추어 주고 발효가 완
전히 끝나면 술 찌꺼기가 가라 않는데 이
때 또 한번 술밥과 누룩을 넣어 두 번째
담금을 한다. 이렇게 하면 술맛이 부드럽고 향기도 좋은 술이 된다.
이제 찌꺼기가 포함된 걸쭉한 술덧에서 노릇하고 맑은 약주를 받아 내야 한다. 술독 가운데
에 용수를 박고 용수의 틈새로 스며들어 고인 전주를 조용히 떠내면 이것이 진짜 우리의 청
주(淸酒)이고 약주(藥酒) 인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주 진하고 맛있는 약주를 얻게 되는데,
더 많은 약주를 얻으려면 처음부터 술덧을 모두 자루에 담아 약틀에 짜내기도 한다.
완성된 술의 윗부분에 뜬 맑은 술을 약주라 하는데 약 16도 정도의 알코올을 가지고 있어 부
드럽게 마실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우리네 술 마시는 것이 그렇게 신사적이지 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캬아∼”하는 감탄사가 나와야 제대로 마시는 술이 아니던가!
소주는 발효가 끝난 술덧을 솥에 넣고 끓여 알코올 증기를 받아낸 것을 말한다. 소주를 내리
는 도구는 소주고리가 있다. 솥에 술덧을 넣고, 이 소주고리를 위에 얹고 그 위에 솥뚜껑을 거
꾸로 뒤집어 놓은 뒤 찬물을 붓고 불을 때면 물보다 낮은 온도(78℃)에서 끓는 알코올 증기와
향기 성분이 먼저 기화되어 솥뚜껑 밑에 증기가 닿아서 온도차이 때문에 술 방울이 맺히는데
이렇게 맺힌 술 방울을 받아낸 것이 우리 고유의 증류식 소주인 것이다. 45℃ 전후의 소주는
목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향이 일품이다.
그렇다면 우리 농민을 대표하는 막걸리는 어떤 술인가? 약주를 떠내고 남은 술덧에 물을 부어
섞은 후 베 보자기나 체에 받쳐서 밥알을 으깨고 찌꺼기를 걸러 낸 것이 바로 막걸리이다. 알
코올도수가 낮아 취기도 천천히 오고 허기도 달랠 수 있어 들일에는 제격인 술이다. CEO
테마이야기 여 행
김성보 (10기 낙농)
제주 성이시돌 목장을 다녀와서
시간은어느덧 흘러 한 학기를 마치고 우리10기 낙농반원들과
2박3일 제주도를 이번 하계방학을 이용해 선진지 견
학겸용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처음으로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에 어린아이 마냥 기분이 좋아 잠을 제대
로 이루지 못했던 나는 이른 아침부터 부모님께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나
서 집을 나섰다. 날씨는 전날부터 조금씩 내리는 비가 아침까지도 이어지
고 있었다.
지역반원들과 김포공항에 도착해보니 먼 곳에 사시는 분들이 먼저와 반갑
게 맞아 주셨다. 사실 이분들은 이번뿐만 아니라 학교에도 제일먼저 오셔
서 컴퓨터도 공부하셨던, 너무나 부지런하신 분들이다.
모두가 모여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동안 날아가 제주공항에 도착하니‘넹
바리’가이드님이“혼저옵써예”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넹바리’는 제
주도에서 결혼한 여자라는 뜻이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2박3일간 관광지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지만) 아마도 성이시돌 목장 견학과 한라산등반, 분재예술원이 아니
었나 싶다.
성이시돌 목장은 우리가 늘 보고 직접 하는 것이라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이는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가 1954년 4월
콜룸반외방선교회 소속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 온 뒤 가난한 제주도민들
에게 자립의 기틀을 마련해 주고자 1961년 11월 성 이시돌 중앙실습목장으
로 개장한 것이다. 이시돌은 중세 에스파냐의 농부로 하느님의 영토인 땅
을 가꾸고 농사를 짓는 일에 열성을 다하였다 하여 후에 로마가톨릭교회
에서 정한 농민의 주보 성인이 되었다.
1962년부터는 비영리 사업을 위해 이시돌 농촌산업개발협회를 설립해 양
을 키우고 양털로 양모 제품을 생산하는 한림수직과 사료공장 등을 운영하
였다. 1969년부터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소·면양·종돈 등을
들여와 한때는 100만 마리에 가까웠던 면양과 동양 최대의 돼지목장, 치
즈·우유공장, 수천 마리의 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젖소와 말 등이 전부다.
110 2006 CEO
111
앞으로는 목장에서 생산되는 우유, 고기를 브랜드화하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한다. 여기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성이시돌양로원, 어린이집 등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나눔의 미학을 배울 수 있었다.
제주도는 정말 자연경관이 훌륭한 곳이다.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한라산등반! 1,950m라는 남한에서는 제일 높다는 산을 전
날 과음으로 잘 오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첫발을 디디는 순간 사라졌다.
올라가는 동안 땀은 비오듯 흘렀지만,
서로서로 격려하며 물 한 모금, 중간 중
간 즐거운 담소 한마디를 나누며 가다보
니 어느덧 정상에 올라 있었다.
정상에 올라보니 왜 한라산이 유명한가
알 수 있었다. 긴 세월 속에서도 너무나
잘 보존되고 관리에 소홀함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분재예술원에서는 평생을
산간오지에서 돌밭을 개간하며 외길을
걸어온 한 농부의 꿈과 혼을 공원의 곳곳마다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 그루의
나무와 한 덩이의 돌과 대화하며 바라보게 되는 생명의 신비와 그 속에서 느껴지
는 많은 생각들….
한 그루의 나무가 아름다운 분재로 태어나기까지는 수많은 상처들이 세월의 흐름
과 더불어 인간의 정성으로 치유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듯이, 한 사람의 훌륭한
지성인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고뇌와 인내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불
가능하다는 깨우침이 마음속깊이 스며온다.
즐거운 마음을 추스르며 제주공항에서 다시 김포공항에 도착하며 우리들의 짧고
도 길었던 여행을 마감했다. 이번 여행은 우리 낙농반원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
주었고, 2002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대한민국은 어디서든 하나가 될 수 있다
112 2006|CEO
이용백 (10기 과수)
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좋아서 나는 생명의 산업인 농업을 천직으로 생
각하며 한 평생 종사하면서 살아왔다.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고자, 새로
운 지식을 터득 하고자 농협대학 최고농업 경영자과정 과수과에서 수학한
지가 어언 1학기가 지나 방학을 맞이했다.
방학기간에 우리 과수반은 일본으로 선진지 견학가기로 했으나 여러 과수
반 학생들의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국내에서 선진지 견학하기로 했다. 드
디어 7월 6일 오전8시 학교에서 모여 1박2일간에 여행길에 올랐다. 그런
데 포천에 이영길 학우가 몸이 불편하여 불참하였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약간 내려 더웁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날이라 생각했
다. 첫날 여행지가 경남 거창 한효균님의 사과과원이다. 거창에 도착하여
한효균님의 안내로 광민 식당에서 꿩 고기 탕으로 점심식사후 사과과원으
로 갔다. 새로 조성한 1ha(3000평)의 과원이다. 사과 밀식재배 포장에 모
든 시설이 잘되어 있었다. 한효균님은 우리가 모르는 많은 것을 알려주고
학우들의 많은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사과를 재배하는 학우 대부분이 새
로 시작하는 과원이기에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성목이 있는 과원으로 가보니 모든 시설이 잘 정비돼 있어 옆에 있는
다른사람의 과수원과 큰 차이가 났다. 참으로 농사 잘 지은 현장에 와 보
니 내가 절로 뿌듯했다. 배 농사하는 난 잠시 사과 농사로 바꿔 볼까하는
욕심까지 생겼다. 사과과원을 뒤로하고 다시 경남 약초 시험장으로 향했
다.
한호균님의 정성어린 가르침과 학우들의 배우고자하는 욕심때문에 지리
산 약초 시험장에는 좀 늦게 도착했다. 비가 오는데 김만배 강사님이 우리
를 기다려 맞이 하는 것이었다. 김만배 강사님은 100여가지 이상의 약초
를 일일이 설명해 주셨고 성실한 학우들은 한 자라도 놓칠까싶어 빽빽히
메모를 했다. 강사님의 안내로 안의에서 갈비찜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테마이야기 여 행
농자는 천하의 근본
113
황석산 청소년수련관에 가서 여장을 풀었다.
숙박시설이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밤 10시경에 안의에 있는 노래방으로 가서 10기 과수반 학우들의 친목과 우의
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춤과 노래의 향연을 끝내고 숙소에 오니 새벽 2시경이다. 모두 잠이 들었다. 나는 항시 새
벽 4시30분에 기상하는 습관 때문에 일찍 일어났다.
둘째날 아침 일찍이 나는 포천의 윤태근님, 고양의 김양원님과 같이 수련관 앞의 황석사를 찾았다. 그곳에는 옛
날 임진왜란 정유재란때 왜군과 싸우다가 살해된 많은 우리의 옛 선조님의 무덤과 위패가 모셔진 사당이 있어 참
배를 올렸다. 아침식사 전에 롱월정(弄月亭)에 들렀다. 그런데 정자는 불타서 없어지고 계곡에 맑은 벽계수가 유
유히 흐르고 바닥 넓은 마당바위에 롱월정과 여러 선비들의 이름이 한문으로 좀 큰 글씨로 새겨놓은 흔적만 있었
다. 다시 안의로 가서 아침식사를 하고 떠날 때 김만배 강사님이 노나무와 잎 밑부분이 붉은 들깨 모종을 우리 모
두에게 선물로 주셨다. 이후 하동 강명록님의 배 과원으로 이동을 하였다. Y자 밀식재배 포장으로 시설이 잘 되
어 있었고 섬진강을 낀 천혜의 환경조건이 한편으론 부러웠다. 고양시의 최청주님, 남양주의 김태선님, 김광국님
의 열화와 같은 질문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재첩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박경리 여사의 대하소설‘토
지’의 배경인 평사리 최참판댁에 가보니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최참판역을 하고있는 노인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소설‘토지’가 독일과 프랑스어로 번역 되었고 앞으로
노벨 문학상을 탈 수도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노인의 말을 듣다가 시간이 지체되어 버스 기사
님께 좀 미안하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경상도와 전라도가 한데 모여 장이 선다는 화개장터에서 은어회에 동
동주 한잔을 들고 귀향을 재촉하였으나 밤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였다.
교수님과 학우들에 감사하면서 한시(漢詩)한수 적어봅니다. CEO
農者天下之大本농자는 천하에 근본이기에
生命産業平生年생명산업(농업)을 평생 하였네.
果樹韓牛酪農地과수, 한우, 낙농의 땅과
水道菜蔬花卉田수도, 채소, 화훼의 밭에
新親環境農學習새 친환경의 농사법을 배워 익혀
先進技術豊饒全선진 기술로 온전히 풍요롭게 하네
農學恩師多親友농학에 은사와 많은 친한 벗들이여
相扶相助不變傳상부 상조 하면서 변함없이 이어가세
테마이야기
114 2006 CEO
여 행
최승우 (10기 수도작)
필리핀을 돌아보고
첫해외여행길이었다. 몇 번의 해외 여행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겹치는 일로 인하여 미루어 왔던 해외여행. 부푼 마음과 기대감
으로 인해 밤새 뒤척이다가 뜬눈으로 새벽을 맞으며 준비한 가방을 챙기
고 약속한 과원님들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해외여행은 첨이라 과원님들
과 이른 아침부터 모이기가 무섭게 대절한 승합차에 몸을 싣고 부지런히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7월5일-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했지만 필리핀 니노이 아퀴노 국제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11시 무렵. 반기는 것이라고는 타국에서의 이국
인들과 우리나라 여름기후보다 조금 더 습한 더위. 시내관광 중 필리핀의
영웅이라는‘호세 리잘’에 대해서 자세히 안내해주는 가이드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필리핀의 이모저모를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내 관광을
돌아보면서 마닐라 시내에서의 잡상인들과 극빈층의 자녀인 듯한 어린이
들의 구걸 모습을 보면서 언듯 우리의 70년대 초 시절 시골에서 미군들에
게 구걸하던 모습을 연상 할 수 있었다.
7월6일-10기 수도작 선진지 견학에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국제 미작
연구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수많은 벼종자와 씨름하고 있는 직원들과 전
시되어지고 있는 볍씨종자, 과거 쓰여졌거나 아직 일부 쓰여지고 있는
농기구의 전시관…. 세계최고로 큰 키의 벼. 무려 그 키가 8m 30cm 라
고 한다. 깜짝 놀라고 말았지만 자세히 알고 보니 늪지대 벼라고 한다.
이리 국제 미작 연구소 전경
미작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농진청 소속의 정운기 박사님의 연구소
설립 취지와 미작 연구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115
때 수도작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전혀 몰랐던, 많은 품종의 분포도에 대해 새삼 알 수 있었
다. 미작연구소 방문을 마치고 바탕가스로 이동하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필리핀의 농촌
을 바라보면서 한쪽에서는 벼 수확을 준비하느라 볏단을 쌓아놓고 다른 한쪽에서는 모내기
를 준비하느라 기계를 이용한 로터리 작업을 볼 수 있었다.
로터리작업을 하고 있는 필리핀에서의 농촌을 바라보면서 농기계 보급이 우리와는 사뭇 뒤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필리핀의 농가를 방문 할 수 있는 기회가 일정에 없는 것
이 아쉬움에 남았다. 비록 우리와는 농촌이 현실이 다르겠지만…. 우리 역시 콤바인이 아
닌, 낫 들고 벼 수확을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필리핀 농촌 역시 우리나라 농촌을 뒤따를 것
이 아닌가.
어느덧 목적지인 바탕가스의 팍상한 폭포에 도착하였다. 간단한 식사와 함께 화산폭발과
함께 자연적으로 생겨났다는 계곡을 따라 상류에 위치한 폭포를 향하면서 2인1조의 보트맨
들이 대가를 위하여 보트를 밀고 댕기는 것을 보고 왠지 안쓰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가이드의 말에 보트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류 폭포에 도착하니 폭포의 웅장함은 말
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뗏목을 이용하여 폭포 안쪽까지 이동하는 가운데 우리 과
원들의 어린 시절 장난기들을 조금은 느낄 수 있어 유쾌했다.
팍상한 폭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가진 교수님들과의 대화의 시간은 우리가
필요로 했던 강의주제였고 1학기 과정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어떤 시간
116 2006 CEO
보다도 유익했던 것 같다.
7월7일 삼일 째-레이비치항으로 이동 도중 차창 밖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보니
또 아일랜드로 가기 위하여 바닷가의 방카보트에 옮겨 타는 동안 비를 맞으면서도 일행모
두는 마냥 즐거웠다. 수자원 보호구역이라는 보니또 아일랜드섬. 반겨주는 한국인 유학생
들과 더불어 근처 바닷가에서의 수경을 이용한 산호초와 여유롭게 노니는 아름다운 물고기
를 한동안 볼 수 있었다. 방카보트를 이용한 바다낚시기회도 있었다. 고기를 낚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내리는 비 때문에 일찍이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보니또 아일랜드에서
보니또 아일랜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마닐라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일행들의 지친 모습과
흡사한, 차창 밖으로는 길게 늘어진 차량 정체를 볼 수 있었다. 마닐라 시내가 가까이 옴에
따라 차량 체증은 심해져만 가고… 가이드의 필리핀에서의 생활상을 다시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필리핀의 하루 평균 노동인건비가 우리나라 돈으로 5,100원 정도란다. 더욱 놀란 일은 일
행을 태운 버스가 달리고 있는‘스카이워이’고속도로 10Km 구간의 통행료가 우리나라 돈
으로 5,300원이었다. 필리핀에서의 상류층 전용 도로를 달리고 있는 중이라고 가이드는 설
테마이야기 여 행
117
명했다. 하기야 우리도‘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있지 않은가!
뒤늦게 숙소로 돌아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피곤한 일행은 숙소에서 쉬기로 하고,
나머지는 가이드의 안내로 마닐라시내를 돌아볼 수 있었다. 공원에 노숙자들이 진을 치는
한편으로 유흥가에는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외국인만 만나면 구걸에 매달
리는 극빈층 자녀처럼 보이는 어린이들과 꽃 한 송이를 팔려고 따라 다니는 어린이도….
7월8일 마지막날-귀국하기 위하여 니노이 아퀴노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방향에 필리핀 관
광청 면세점과 토산품점을 들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필리핀에서 유명하다는 진주로 만
든 토산품들과 코코넛으로 만든 여러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식구들
을 생각해서 몇 가지 선물을 구입하려 했지만 선뜻 손에 잡히는 게 없다.
결국 공항까지 오는 동안 3박4일 동안 함께 하였던 현지인 사진사가 촬영한 사진 몇 장을
찾는 것으로 필리핀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 필리핀에서의 3박4일은 해외선진지 견학의 의미보다 수도작 과정들과의 유대와 친밀감을 더욱 돈독
히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선진지 견학의 자리를 마련하여 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신 과정생 , 교수
님들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CEO
119
120 힘들게 틔운 작은 알갱이 김영희 3기 화훼
121 시와 함께하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 박창근 5기 수도작
122 자연과의 공생 조병권 5기 수도작
124 메뚜기 사냥 김정이 6기 버섯
126 태풍이 지나간 후 한복희 6기 절화
128 그리움 & 가을의 기도 양재흥 6기 절화
129 피자가게에서 생긴 일 이종복 8기 화훼
132 당하고도 미소 지을 수 있는 이유 안흥찬 8기 과채
134 새로운 관광농원을 꿈꾸며 이동국 9기 과수
136 가을의 행복 임미정 9기 화훼 136
138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노혜정 9기 수도작
139 당신의 사랑 그리워 할 겁니다 유채진 9기 채소
140 벌과 나비들의 배추꽃 김창래 9기 채소
142 다객 김신자 10기 과수
143 추억 안종섭 10기 채소
144 가을 & 그리움 이관용 10기 한우
145 나무였으면 김태선 10기 과수
146 시설하우스에 빠져버린 나의 마음 정태예 10기 채소
147 농업인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 김형민 10기 채소
148 엄마의 행복한 시간 김다영 10기 한우
150 가을날의 하루 손영이 10기 한우
152 또 다른 세상, 아름다운 이야기 김대연 10기 수도작
154 강원도 인제를 다녀와서 황광익 10기 수도작
156 남은 여생을 한우와 함께 이완섭 10기 한우
문예
김영희 (3기 화훼)
힘들게 틔운 작은 알갱이
차 창 밖으로 보이는 황금들판이 아름답다.
그저 봄에 심어놓으면 저 혼자 자라는 거라 생각했는
데…
어느 샌가 키가 훌쩍 커서 보는 이를 부끄럽게 하듯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고개 숙인 채 한들거린다.
파아란 가을 하늘 햇살 때문일까?
눈이 부셔 안개가 끼어온다.
문득 들녘에 멍하니 서서 고개 숙이고 흔들거리고 있다.
어디서 노랫가락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할 줄도 모르니까 그저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고개 숙인 그들을 함부로 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세차게 불어오는 태풍에도 신음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고
뜨거운 햇살아래서도 그늘도 없이 살아간다.
그렇게 힘들게 작은 알갱이를 틔우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그 끈기가 대단하다.
우리들의 삶은 과연 어떠한가.
한가지 목적으로만 살아지지 못하고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탐내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인양
그렇게만 살아간다.
내게 주어진 것이 어떤 것이고 내가 노력한 만큼만
얻어지는 것에 만족할 수는 없을까?
내게 주어진 많은 시간과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나에게 너무나도 관대함으로만 일관함은 아닐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박창근 (5기 수도작)
시와 함께 하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욕심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청산을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욕심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범은 발톱이 있으나 날개가 없고
소는 뿔이 있으나 이빨이 없는데
학의 종아리는 긴데 오리의 종아리는 짧고
새는 발이 둘이데 짐승들은 발이 넷이네
고기는 물에 능숙하나 육지에선 못 사는데
수달은 물에서나 육지에서나 모두 능숙하네
용과 뱀 거북과 학은 천년을 산다는데
하루살이는 아침에 태어나서
저녁에 죽네
다 같이 한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어찌 해서 천만가지 서로 다른 것인가
한여름 뜨거웠던 날씨도 어느덧 선선해지고 아침저녁 공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청명한 파란 하늘
에 가을꽃이 한가롭게 피어납니다. 이제 곧 우리의 명절 한가위 추석이 다가 옵니다. 한 여름의 비바
람과 한낮의 뜨거운 열기와 매년 지나가는 태풍의 시련을 딛고 오곡의 결실들을 수확합니다.
평소에 시를 좋아하는 습성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수록해 놓았던 시를 게재함
으로 공감 해주실 것으로 생각되는 분들과 같이 잠시나마 마음을 함께 하고 싶은 것입니다.
122 2006 CEO
조병권 (5기 수도작)
자연과의 공생
예전에 아니 몇 년 전에만 해도 풀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었습
니다. 집집마다 소 한 마리씩은 기르고 있어 논두렁이나 밭
두렁에 있는 풀은 당연히 베어와서 소에게 먹였습니다. 심지어 논이 없는
사람은 남의 논두렁을 베어 주기도 하고 낮은 산에서 풀을 베어 와야 했습
니다. 그때는 풀이 공짜로 얻어지는 자연의 선물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영농의 규모가 커지고 기계화, 집약화 되다보니 풀은 이제 자
연의 선물이 아닌 적이 되었습니다. 풀을 없애기 위해 죽이는 약, 안 나오
게 하는 약, 심지어 불로 태워 버리는 기계 등등 많은 제품이 나와 있습니
다. 그러나 풀은 자르고, 뿌리고, 태워도 결국엔 씨를 퍼뜨리고 생을 마감
합니다. 이놈의 풀은 죽여도 죽지 않고, 없애도 없어지지 않는 끈질긴 생
명력으로 농사꾼의 적수가 되어 항상 빈틈을 노리고 있습니다. 우렁이 농
법, 오리농법은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유기농법으로 보편화되었지만 조금
만 방심하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퍼져 한해 농사를 망쳐 버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벼농사뿐만 아니라 각종 농산물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시
는 분들은 각종 해충의 공격도 문제지만 풀의 공격이 제일 문제라 생각됩
니다. 농업의 발전은 바로 풀의 끈질긴 괴롭힘에서 좀더 편하게 벗어나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풀이 사라진다면…?
일본의 어느 섬에 뱃사람들이 염소를 풀어놓았습니다. 그 놈들은 천적이
없고 기후 또한 적당해서 잘 먹고 잘 자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체 수는 급속히 늘게 돼 차츰 그 섬에 풀이 사라졌고 염소들은 이제 나무
껍질까지 벗겨먹었습니다. 풀이 사라진 대가는 컸습니다. 각종 희귀식물
들은 멸종했고 토사유출로 섬의 형태가 변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엉뚱하게도 흙탕물로 인해 바다까지 오염되어 어패류가 떼죽
음을 당했다고 합니다. 결국 일본 정부는 그 섬의 염소를 다른 곳으로 옮
겼습니다.
문 예
5기
123
극단적인 얘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구도 결국 고립된 섬과 마찬가지라 봅
니다. 이는 탐욕스런 인간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신의 선물이라 생각됩
니다.
예전에 많았던 미꾸라지, 메기, 빠가사리 등 많은 물고기와 개구리 물뱀 등이
벌써 많이 줄었습니다. 너무 많이 잡아서 줄었냐? 아닙니다. 벼에 약을 많이 뿌
려 줄었냐? 아니라고 봅니다. 바로 논두렁, 밭두렁에 풀을 없애기 위한 지나친
제초제 사용으로 인해 먹이 사슬의 맨 아래 단계에서부터 줄어들었다고 봅니
다. 그로 인해 먹이로 삼고 있는 많은 동물들도 줄었고 언제인가 우리 차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태초에 신이 지구에 내려보낼 많은 생명들을 준비할 때쯤에 먼저 풀에게 당부
를 합니다.
“풀아 너의 임무는 먼저 세상에 내려가서 주변 환경을 조성하며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인간이 너를 없애려 하여도 넌 빠르게 적응하여 어
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네가 버티지 못할 땐 나에게 오라. 그때가 바로
내가 세상에 내려갈 때이니라.”
풀마저 인간에게 정복당하면 지구의 종말이라는 뜻이지요.
파주시에서는 금년부터 논두렁에 제초제 사용을 제한하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꼭 생태계문제 뿐만 아니라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에 초점을 둔 제안
입니다. 제초제 사용을 금한다면 전에 비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은 예초기 사용을 못하시기에 더욱 고생을 하실 겁니다.
우리 농사꾼은 풀과의 생활에서 항상 지는 마음으로 적당히 공생해야 합니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잘되든 안되든 항상 만족하면서 풀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린 항상 예전에 맑고 깨끗하던 그때를 그리워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단지
사진으로만 보게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CEO
124 2006 CEO
양재흥 (6기 절화)
그리움 가을의 기도
평화를 제게 주소서
님의 품 안에서 살게 하소서
고독을 배우며
그 속에서 진리를 깨닫게 하시고
침묵속에서
영혼의 노래를 듣게 하소서
누가 알리요? 나의 마음을
누가 알아 나를 위로해주리요.
깨달음이 없으면
나의 인생은 헛된 것. 먼지로 돌아갈 것을
내 삶은 죽음의 행진뿐인것을...
님의 가이없는 사랑을 배우게 하시고
교만한 고개를 떨구게 하소서
평화를 갈구하며
고요속에 머무르에 하소서
그리움을 달래러 산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오시지 않고 솔바람만
살포시 마중합니다.
그리움을 달래러 들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보이지 않고
추억만 말없이 동무합니다.
헤어짐이 슬픈것이 아닙니다.
다시볼수 없다는 절망이 애를 끊을 뿐입니다.
이 세상에 영원이 있겠습니까만은
그래도 나는 믿고 싶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에
헤어짐 뒤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습니다.
파-란 하늘에 눈이 시려워
눈을 감았습니다.
그대 그리움에 마음이 시려워
눈물로 눈을 덮었습니다.
문 예
6기
125
김정이 (6기 버섯)
메뚜기 사냥
일요일이라도 아이들이 중간 고사를 치르는 관계로 집이 텅 비었다. 시누이가 김밥과
잡채를 좋아하여 부지런히 준비하니 점심때가 되었다. 오랫만에 원두막에나 가자 하
여 김치 두 가지와 급히 만든 국을 가지고 원두막에 도착하니 사위가 고요하다. 추수
철이라 하여도 어느 사이 벼를 베는지 콤바인 구경하기도 힘들다.
예전같으면 이 시절엔 밥 먹을 사이도 없이 먼지속에서 살았는데 시절은 자꾸 좋아져
추수하는 모습도 운이 좋아야 보게 되니 참으로 격세지감! 황금빛 들판에 이제 서서히
물드는 단풍을 구경하며 맛난 점심을 먹으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후식으로 가지고 간 화성포도를 먹으며 아래를 내려다 보니 무엇인가가 자꾸 날아다
닌다.
“어? 메뚜기네? 우리 메뚜기 잡을까?”
이렇게 시작된 메뚜기 잡기. 모내기할때 뱀을 본 적이 있어 막대기를 준비해 풀과 벼
포기 사이를 헤치니 깜짝 놀란 메뚜기들이 도망가기 바쁘다. 메뚜기뿐이 아니다. 방아
깨비는 뭘하다 이제 아기들을 키우는지 어린 방아깨비가 정말 많다. 잠자리는 유유히
맴돌고 있는데 작은 곤충들은 오늘 나한테 진짜 많이 놀랬다.
얘네들이 도망갈때마다 미안하여서 메뚜기 잡는 일을 그만둘까 하다가 이왕 나선 일
이니 내 참을성을 견뎌 보기로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크! 바로 1 m 앞에서
장마철에 보았던 그 크기만한 뱀이 스르를 도망간다.
“ 어머! 뱀이야! “
소리지르는 내게 남편은“이봐! 그만큼 이 곳은 청정지역이란 말이야! 여기서 잡을래?
“ 하며 논두렁을 바꾸잔다.
“ 싫어요. 어딘 없을라구? “
다시 뒤적이는데 요 넘의 메뚜기들, 정말 빠르다. 날쌘돌이마냥 약을 올리며 날아가는
데 굼뜬 나는 걔들을 따라가기역부족. 역시 30 마리 정도 잡고는 포기하고 남편의 뒤
만 따라 다녔다.
“ 어머나 ! 여기 이 메뚜기들 봐요. 이거 잡아 봐! “
잎이 넓은 벼 포기 사이에 붙어서 사랑을 하고 있다.
“이 넘들아! 왜 여기서 그러고 있니? 그래도 너희들은 좋겠다. 한날 한시에 같은 운명
문 예
6기
문 예
6기
126 2006 CEO
이니... “
남편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터억 잡아서 망에 놓는다. 얄궂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디카를 열심히 찍어대며 가지고 있던 막대기로 남편 엉덩이를 철
썩 때리면서 진도 아리랑도 불러 주구..... 이런 아내가 밉지는 않은지 소리를 안 질러
댄다. 더욱 신이 난 나는 메뚜기는 뒷전이고 푸른 하늘과 풍성한 들녘의 조화를 만끽
하는데 여념이 없다. 철없는 아내는 이런 장난이 너무 좋다.
햇볕은 제법 따가워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둘러 메고 아까전에 뱀을 보았던 그 자
리에 돌아오니 다시금 오싹!
“ 뱀아. 넌 왜 그리 징그럽게 생겼니? 나처럼 예쁘게 태어나지! “
이러면서 위안을 삼고 있는데 남편은 내 말이 우스운지 아까전에 당했던 보복이라도
하려는 양 엉덩이를 턱! 하고 쳐서 앙탈을 부렸다. 약수터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이 쪽을 바라보며 웃는데 메뚜기들처럼 벼 포기 사이에라도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
에구... 난 왜 이리 조심성이 없는지....
남편은 엊그제 짜온 들기름으로 메뚜기를 볶아 놓고 시원한 맥주 한잔하랜다.
“ 나 못 먹어요! 잡기는 했지만 징그러워서 어떻게 먹어? “
“ 이 사람! 단백질 풍부하지...칼슘도 보이네? 와아... 요넘 맛있게 생겼다! “
이러면서 자꾸 먹으래요.
“큰일났네.... 차라리 맥주 안 마시지! “
이러면서 빼었더니 빨갛게 볶은 메꾸기만 혼자 다 해 치운다.
으이구우,,, 100 마리는 먹었을 거다! CEO
문 예
6기
127
한복희 (6기 절화)
수혜복구현장의 교훈
찌는듯한 더위가 한창 무르익던 8월 1일 ... 이틀간 수해 복구 현장에서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다. 시청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마을 진부면의 모습은 정말 비참 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실 도착 하기 전부터 보이던 주변의 풍경들은 나와 동행한 모든 사람들의 입을 다물
지 못하게 할 정도로 비참하고 참혹하기까지 하였으니 진부면의 풍경을 말로 다 표현
할수 조차 없을 만큼 가슴이 저려오는 풍경 이었다.
산에서 토사가 쓸려 내려와 마을을 모두 덮어 버렸고, 산 비탈의 밭들은 그 형체를 알
아볼 수 없을 정도로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도저히 마을이라고는 할 수 없는 진부
면의 모습. 비단 이곳만의 풍경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니 내 가슴이 아파왔다.
정신을 가다듬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9시 였다. 진부면 면사무소 직원들의 안내
를 받으며 도착한 마을에서 이장님과 새마을 지도자 분들의 안내를 받아 활동을 시작
했다. 10명, 20명, 30명 정도의 인원으로 나뉘게 되었고, 나는 한국 자유총연맹 소속
으로 30명 정도 되는 인원들과 함께 마을로 향했다. 우리는 물이 차있는 민가의 지하
로 내려가 모삽과 바가지, 빗자루 등을 동원해서 물을 퍼내고 쓸어내며 일을 시작했
다.
지하실의 일을 마치고 감자 밭으로 향하자 조금씩 감자의 썩은 내가 진동하기 시작했
고 조금 더 가까이 가자 우리는 저절로 손으로 코를 막아야만 했다. 마치 쓰레기장의
폐품이라도 되는듯 밭 위를 뒹구는 감자들이 썩기 시작하며 내는 악취는 정말 절로 인
상이 찡그려 지는 말로 표현하기 조차 힘든 정도의 냄새였다.
그 쾌쾌한 냄새를 맡으며 정신이 없었지만 우리 회원들은 모두 하나와 같은 마음으로
넓은 밭에 쪼그려 앉아 수거를 시작했다. 요즘 유독 허리가 아팠던 나로서는 정말 힘
든 과정 이었지만 수해를 입고 힘들어할 수해민 들을 생각하면 내 일과 같은 마음을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을 멈출 수 없었다. 다른 회원들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쉬
지 않고 기계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해 갔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동안 어느새 오후
가 되었다. 우리와 떨어져서 다른 현장으로 갔던 회원들도 어느새 집 한 채를 말끔히
정리하였다.
아침부터 시작해 3시쯤 되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물건들도 모두 제자리를 찾아 돌
문 예
6기
128 2006 CEO
아 갔고, 엉망이 됐던 집들도 원래의 모습으로 조금이나마 돌아온 듯 보였다.
점점 해가 저물어 가고 이곳 저곳으로 흩어졌던 봉사자들도 집합장소로 삼삼오오 모
여들기 시작했다. 피곤에 지치고 여기저기 쑤시고 안 아픈 데가 없는데다 온몸이 더러
웠지만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모두들‘우리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양주는 살기 좋은 곳이구나’라며 한마디
씩 뱉어 냈고 나도 그 말들을 통감하며 이야기에 동참했다. 비록 내가 한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경험을 내 가슴에 새기고 잊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잊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도 겪었던 아픔이기에…더욱 가슴이 쓰리
다.
수해를 입은 내 이웃, 내 가족과 같은 사람들의 고통을 내가 전부 알수는 없지만.. 많
은 것을 보고 느낀 오늘 하루를 다시금 되돌아 보면 나게 닥쳐오는 작은 아픔쯤은 기
꺼이 삼켜버릴 수 있을 듯하다. CEO
129
이종복 (8기 화훼)
피자 가게에서 생긴 일
나에겐 20개월, 5살 된 딸 둘과 7살인 아들이 하나 있다. 나는 워낙 보수적
인 성격이라 제법 아이들을 엄하게 키우는 편이다. 어른들께는 항상 존댓
말을 쓰게 하고, 밖에 나가서는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조심하라고 귀
에 딱지가 붙도록 늘 잔소리를 한다. “어른들보면 항상 인사해라.”“아파
트에서 쿵쾅거리지 마라”등.
첫애를 그렇게 가르쳤더니 동생은 자연스럽게 오빠를 따라하고, 만약 잘
못하는 게 있으면 오빠가 지적하고 고쳐준다. 지난 7월에 아내는 애 셋을
나에게 맡기고 3박4일간 천안으로 농업에 관련된 교육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부부를 보고 엄마와 아빠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놀라워했다. 다 큰 애들도 아니고, 이제 유치원, 어린이집
다니는 애들인데, 그것도 셋씩이나 아빠 혼자 어떻게 하려고 교육을 갔느
냐고. 하지만 우린 그냥 웃었다. 우리 애들은 농사꾼 부모를 닮아 오히려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는 걸 걱정해야 할 정도로 부지런했고, 내가 아침
상을 차리는 동안에 다섯 살 짜리 딸이 식탁 위에 숟가락, 젓가락을 챙겨
놓고, 식사 후 알아서 이 닦고, 유치원에 입고 갈 옷을 꺼내놓으면 옷 갈아
입고, 유치원 갔다 오면 옷을 다시 갈아입는다. 아들은 어린이집에 갔다온
막내의 손을 씻겨주고 간식으로 과자를 챙겨주며 같이 놀아주고 책 읽어
주고, 내가 청소기를 돌리면 둘째는 안방, 큰애는 작은 방을 걸레질하고,
저녁식사 후 샤워시켜주면 자기들이 알아서 자기 몸에 로션 바르고, 자기
속옷 꺼내 챙겨 입고, 책 보다가 졸리면 인사 후 방에 들어가 잔다.
다들 스스로 하기에 내가 신경 써야 할 일들이 그다지 많지가 않았다. 한
번은 작은 방을 걸레질하던 아들이 생각보다 걸레질하는 시간이 오래 걸
린다. ‘웬일이지?’혼자 생각하며 거실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아들이 평
상시보다 더 시꺼멓게 된 걸레를 들고 작은 방에서 땀을 흘리며 나온다.
문 예
8기
130 2006 CEO
“아빠! 제가 창틀도 닦았어요.”시키지도 않았는데 제 딴에는 더러워 보였는지 의자를 갖다놓
고 올라가서 창틀의 홈과 유리까지 일일이 닦은 것이었다.
너무 예쁘고 기특해서 물어 보았다. “준원아! 너는 제일 먹고 싶은 게 뭐냐?”“햄버거요.”
나는 햄버거나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사 준 적이 전혀 없고, 오직 외할머니께서만 몇 번 사 오
셔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무척 맛있었다는 기억이 남았나보다. 아내가 교육을 마치고 집에 온
날, 회의 끝에 우리 가족은 피자 집에 가기로 했다. 피자 역시 외할머니께서 두세 번 사 오셔
서 먹은 적은 있어도, 피자 파는 가게엘 직접 가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저녁 식사시간에 겹치
지 않게 일찍 간다고 갔는데도, 손님이 엄청 많았다. 스파게티 하나와 피자 라지(Large) 한 판
을 주문했고, 아내가 샐러드를 퍼 와서 먹는데, 완전 토종인 5살 큰딸은 피자 두세 입 베어먹
다가 놀이방 안으로 놀러 들어가며 한마디한다.
“엄마! 이따가 집에 가면 밥을 주세요.”역시 맛이 별로 인가 보다.
피자가게에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눈에 띄던 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 붐비는 가게 안에서 숨
바꼭질을 하고, 뛰어다니던 초등학교 2~3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애 둘이었다. 처음엔 참았
는데 도저히 안되겠기에 또 우리 테이블 옆으로 막 뛰어가는 한 녀석의 팔을 낚아채어 붙잡고
한마디했다.
“야! 여기가 놀이터야? 장난하지 말고 뛰어다니지마. 한번만 또 그러면 아저씨한테 혼난다.”
피자가게 한편에 있는 놀이방은 자기 수준에는 시시하겠지만, 그렇다고 가게 안에서 뛰어다
녀야 하겠는가? 또, 그렇다고 그런 애들에게 그 부모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꼬마는 나에게 한마디 듣고 조용히 지나갔고, 우린 다시 식사를 하였
다. 그런데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한 2분쯤 지났나?
우리가 먹고 있는 피자 위에 난데없이 시꺼먼 운동화 한 짝이 툭 떨어졌다. 순식간의 일이라
자세히는 못 보았지만, 그 운동화는 분명히 스파게티 접시에 떨어져서 원바운드된 뒤 피자판
에 떨어진 듯 스파게티소스까지 묻어 있었다. 어찌나 황당한지. 나와 아내, 아들은 먹던 피자
를 손에 들고 멍하니 가만히 있는데 한 꼬마가 온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런, 하필이면 그 놈은 아까 나한테 주의를 받은 그 꼬마였다. 얼마나 화가 나던지
“네 엄마 오라고 그래”호통을 쳤다. 어떤 장난을 치다가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지만,
음식점에서 식탁위로 운동화가 떨어진 걸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그 애는 우리 테이블에서
서너 테이블쯤 뒤에 있는 지 엄마한테 가서 말한다.
“엄마! 저기 아저씨가 엄마 오래.”
문 예
8기
131
엄마가 빽 소리를 지른다. “왜 또?”아마 그 녀석은 사고뭉치 상습범인 듯 하다. 일행인 다른
아줌마와 함께 우리 테이블로 온 그 꼬마 엄마는 나한테 자초지종을 듣고 연신 미안하다는 말
만 한다.
“아까 너무 부산스럽기에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아서 내가 한번 주의를 주었었는데 이게 무
슨 일입니까? 식당에서 운동화가 왜 날아다녀요?”
가게 안의 손님들의 시선은 모두 우리로 향해 있다. 옆 테이블에선 젊은 부부가 그런다. “어쩌
다가 저런 일이 일어났대?”
그 가해자(?) 엄마가 똑같은 메뉴로 다시 시켜주는 걸
로 사태는 일단락 되었지만, 벌써 입맛과 기분은 확
달아나 버린 후였다. 아내가 그런다. “여보! 우리가 오
늘, 평소에 안 하던 미친 짓을 해서 그런가 봐.”
그랬나 보다. 생전 처음 피자라는 걸 먹으러 오니 그
런 황당한 일이 생겼나 보다. 돼지갈비집이나 추어탕
집, 아귀찜집, 칼국수집엘 갔을 땐 이런 일 전혀 없었
는데.
라디오나 TV에서 자주 듣는, 바로 그 유명한 피자가
게의 CM송처럼‘함께 즐기려고’갔다가 함께 기분만
망치고 온 저녁식사였다. 그날 난 애들의 교육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매사에“오냐 오
냐”원하는 것은 무조건 다 해주고, 버르장머리없어도 그냥 놔두고, 남에게 피해를 줘도 대수
롭지 않게 생각하고, 자기 아이가 최고인 줄 알고 키우면 나중에 그 아이에게 남는 게 무엇일
까?
유치원이 방학임에도 여전히 6시 반. 7시만 되면 알아서 스스로 일어나는 준원, 채원, 예원아!
이 아빠는 너희들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잘 놀다가도 내가 한번만 인상쓰면 금새 얼굴이
굳어버리는 우리 애기들아! 이젠 아빠도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다정스럽게 대해 줄 테니, 너
희들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예의바르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그런 아이들로 자라
줄 수 있지?
예전 CF카피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씩씩하게만 자라다오.”맞는 말이
다. 하지만 그 개구쟁이는 예의바른 개구쟁이이어야 한다는 게 나의 기본원칙이다. CEO
132 2006 CEO
문 예
8기
당하고도 미소지을 수 있는 이유
물폭탄 좍좍.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비는 기어이 사단을 내고 말았
다. 호우주의보… 호우경보. 이미 뉴스의 화제는 전국의 물난리, 수마
가 할퀴고 간 처참한 구석구석을 속보로 내보내고 있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
게 쏟아진다. 인력으로는 이제 역부족이다. 한 푼이라도 건지자. 값이 비싼
농자재부터 최대한 높은 곳으로 옮겨 놓았다. 트랙터, 파종기, 열풍기, 삼 천
장 받아놓은 박스…. 휴우∼ 하고 한 숨 돌리는 순간, 아차! 이미 물은 모터까
지 찰랑인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하우스 다리 절반까지 물이 차 올랐다. 사
람이 들어서면 허리춤까지 찰 것 같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얼마나 분주했는
지 피곤과 허기가 몰려온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8
기 채소과 김학동. 걱정스러워 제일먼저 전화를 했더니 아침에 지붕만 남은
하우스를 먼발치에서 보고 왔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할말을 잃어버렸
다.
식사를 하러 집에 가는 길에, 동네 앞 사거리에 난리가 났다. 중학생 남매가
학교 길에 발을 헛디뎌 급류에 떠내려갔단다. 실종된 자리에서 5백 미터 떨
어진 곳에서 남학생 동생은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누나는 찾지를 못해 구조
원들이 고생을 하고 있었다.
물에 차였던 채소는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머리 풀어헤친 귀신처럼 험하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땅이 말라 로터리치고 씨앗을 뿌렸지만, 그 작물 또한 다
죽어 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아주 다행이, 살아남은 한 동에 상추, 한 동의 근
대가 아주 금값이었다. 산 입에 거미줄 안친다. 신은 인간에게 있어 이겨낼
만큼의 고통을 준다는 말 실감했다.
다 잊고 열심히 일을 하던 어느 날, 통장정리를 했는데 양주시에서 너무나 고
맙게도 수재보조금 2백만 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거금이었다.
‘감사히 쓰겠습니다. 용기 잃지 말고 더 열심히 살라는 채찍으로 알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각지에 살고 있는 소꿉 친구들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뉴스
를 보니 생난리인데 너희는 괜찮으냐고.
안흥찬 (8기 과채)
김종애 (9기 과수)
133
“우리도 다 잠겼어.”
친구들은 많은 걱정을 했다. 우리가 도울게 없냐고.
“괜찮아 땅 마르고 나면 다시 씨 뿌리면 돼.”
친구들은 그래도 걱정이 더 많다. 아마 강원도 인재 쪽 모두를 삼키고 간 산사태 피해처럼, 상
상을 하고 있나보았다. 또한 덕소에 살고 있는‘환태’라는 친구부부는 위로를 해야 된다며 너
무도 걱정스러워하며 그날로 달려와서, 생맥주를 사주며 그 밤을 위로해주었다.
“괜찮아, 우린 하우스도 땅도 다 멀쩡하잖아. 땅 마르기까지 두어 달 수입만 없을 뿐이야.”
친구가 오히려 놀란다.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가 있냐고.
하지만 물 폭탄, 우린 그것을 맞고‘아, 역시 고향친구는 가장 자연과 가까운 친구구나’하는
걸 깨달았다. 친구들이 돈을 모아 금일봉을 가져왔지만, 아직 그 정도 어려움은 아니라며 마
음만 받겠다며 돌려보냈다. 그래도 친구는 역시 고향친구야. 객지에서 만난 친구들은 한 놈도
전화 없잖아.”
아, 이것을 깨어버린 친구가 있었다. 농협대학 최고 경영자과정 9기 과수과 이동국. 학우이자
동생처럼 잘 따라주고 챙겨주는, 아주 반듯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친구다. “누님.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농장 괜찮아?”정말 고마웠다 이렇게 예쁜 놈이 어디 있을까? 그 많은 사람들 중
에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 풋풋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에 고향친구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고향친구 전화보다 더 반가웠다.
“그래, 전화해줘서 고맙고 학원은 잘되니? 집사람 아토피 치료는 효과 있고? 아들은? 채소 많이
나올 때 한번 들러. 고마워”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소식을 동국이로부터 전해들은 포천에 살고
계시는 학우 이해춘 오라버니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 말없는 인정과 평소 그분의 몸에서 성
실을읽을수있는분이시다. 걱정스러운마음으로서로의안부를전하고전화를끊었다.
나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전화를 했다. 9기 채소과 이경희. 내 등하교 길을 책임져주었던 학
우. 우린 편한 마음으로 친구하기로 했다. 물난리에 아무 이상 없냐고 안부를 물었다. 이웃에
있는 한기홍 씨의 안부도 함께 물었다. 그 쪽은 더 안전하다고 한다. 다행이다. 농담 끝에 쌀
이라도 한가마니 가져온다던, 뚝배기 같은 구수한 고집이 있어 보이는 좋은 친구다. 사랑. 이
것은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데 상비약이다 이렇게 주위에 사랑 가득 속삭임이 있다는 것을 바
쁜 일상에서 우린 잊고 살아왔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왔다. 벼가 노오랗게 통통 살쪄 가는 동안 우리들의 피땀, 브
로콜리도 통통 꽃을 피워 소득으로 연결되고 있다. 부러울 것 없는 들판 가득, 풍요로운 우리
의 가슴 가득 사랑으로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이 항상 영원하기를 염원하며 우리도 사랑을
전하는 전령사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CEO
134 2006 CEO
새로운 형태의 관광농원을 꿈꾸며
농협대 최고농업경영자 과정을 마치고 1년 동안의 세월을 뒤돌아
보며 관광농원의 꿈을 실현코자 주말이면 일산에서 풍기(경
북 영주)농원을 가꾸기 위해 나무를 심고 돌을 고르며 땀을 흘린 보람이 있
었다.
나는 첫 번째로, 아름다운 경관의 조성을 위해 냇가를 따라 어린 벚꽃과
은행, 살구나무를 심고 볼거리 제공과 쉼터를 마련하는 첫 삽을 떴다. 앞
으로의 관광농원은 볼거리와 바른 먹을거리 그리고 차별화 된 농원의 특
성을 지녀야 함을 알고 인터넷과 관광농원 책자 외국 사람과의 대화로 나
름대로 시도해 가고 있다. 주변경관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의
조성이 형성되고 틀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런히 풍기와 행신(경기도 고양)
을 오가며 일했으나 많은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차근차근 일
궈 가는 보람 속에서 미래의 아름다운 농원이 그려지고 있다.
나는 바른 먹을거리와 농원의 특성을 살리며 지역특산물인 인삼, 사과, 벼
농사 중 사과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새로 심은 750여 그루는 성장이 부족하고 기존에 있던 17년생 150여 그루
에서 사과가 달렸으나 고품질 과일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원인규명을
해본 결과 토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경험부족으로 퇴비가 부족함이었음
이 농협기술센터 자료에 나타났다.
모든 것이 배움과 연구없이 이루어 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내년에도 새로
심은 나무에 지주대를 설치하고 보식도 하고, 돌도 골라야하는 일이 기다
리지만 미래의 농원을 생각하면 마음은 기쁘고 흐뭇하다. 사과뿐 아니라
이동국 (9기 과수)
문 예
9기
135
고추, 콩, 깨 등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연습을 가족과 친지들과 이웃을 위해 미리 해본다.
내가 꿈꾸는 농원은 도시에서 힘들고 지친 심령들을 자연을 통해 치유하며 맛있는 사과 한
쪽, 밥 한 그릇에 그들의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확 풀고 갈 수 있는 쉼터다. 아름다운 나무와
꽃길을 돌며 이곳에서 수확한 좋은 먹을거리로 나눔을 나누며 대화도 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
는 편안한 장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곳은 위치상 도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들러 갈 수 있는 곳이기에 농원자체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급선무다.
가장 한국적 특색을 지닌 것이 가장 세계적인 문화에 동참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꿈꾸는 농
원에는 진흙으로 지은 집과 한국의 정자, 물레방아 등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선조들의
전통모습을 떠올리는 문화와 어우러진 곳 그리고 한국전통요리 중 지역적 특성과 어우러진
음식을 제공하며 농촌의 넉넉함과 소박함, 풍요로움이 깃든 정취를 풍기는 쉼터이고 싶다. 한
번 다녀가면 다시 가고 싶은 고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 말이다.
또한 그 지역에서 가고 싶은 명소를 만든다는 목표를 두고 외국인들도 다녀갈 수 있는 이벤트
를 만드는 것과 여러 홍보채널을 통해 알리기 위해 외국어공부에도 욕심을 내고있다. 언어가
통하면 마음도 통하고, 우리 나라의 맑고 청명한 하늘과 아름다운 단풍, 사계절의 축복 받은
자연환경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고 꿈꾸는 아름다운 농원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
해 한 그루 한 그루 정성스럽게 나무를 심고 맑은 냇가의 물을 제공하기 위해 부들도 심으며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그런 터전을 만들고자 한다.
나와 이웃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삶을 생각하며 조금은 나눔의 여유를 갖고 싶다. CEO
문 예
9기
136 2006 CEO
임미정 (9기 화훼)
가을의 행복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라 했던가! 얼었던 땅이 녹아 다져진 일
터에는 가을 녘의 행복을 기다리는 땀과 노력이 있다. 들판
의 새싹과 짙은 녹음으로 농사의 계절이 시작되고 밭갈고 씨뿌려 싹이 돋
아 움트길 고대한다. 어느 새 계절의 변화 속에 넓고 큰 논과 밭에 땀의 결
실인 쌀과 고추, 콩, 참깨, 들깨, 땅콩, 고구마 등 우리들의 생활에 꼭 필요
한 농작물의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면 흐뭇해지기도 한다. 앞 다투
어 자리를 잡아 저마다의 의기양양한 모습… 살아간다는 건 참으로 중요
한 일이다.
올해 여름도 이글거리는 태양과 30℃ 넘는 불볕더위, 그 속에 국지성 폭우
가 강원도에 다시 머물렀다. 많은 손길을 기다리던 그곳은 TV로 보았던
상황보다 더욱 심각하게 느껴졌다. 아! 세상도 무심하지 한 번도 아닌 두
번씩 시련을 겪게 했는지, 나 자신도 모르게 눈앞이 캄캄해지고,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다 우연히 바라본 곳은 짙은 녹색이 물든 고추밭이었다.
고추밭 옆엔 어떤 농작물이 있었는지… 골이 패이고 흔적도 없이 쓸려간
농작물들을 생각하며 천재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나마 살아남은 고추나무는 예전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었다. 이제는 우
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농작물이다.
농사에 몸담고 살아오다 보니 어른들이“자식 농사도 고추 농사처럼 되면
좋으련만…”하시던 말씀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2005년 농협대학의 최
고농업경영자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준 남편
과 올 초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열심히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그리고
대학입시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새침떼기 딸…. 지금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들의 막사가 있고, 잠을 줄이면서 공부하는 딸이 있어 힘이
들어도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땐 자신들
의 주장만을 강하게 내세우는 아들과 딸을 보면서 섭섭하고 가슴이 너무
137
아플 때가 있었다. 며칠 가슴앓이를
하면서‘자식 농사는 고추 농사처럼
성실한 농부의 맘처럼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올 여름도 폭우에 무더위에, 모든 농
작물이 그러하듯이 열매가 풍족하진
않았다. 축산업을 하는 이웃 농가를
보면 더위에 지친 소망이네 소들과
희망이네 돼지들도 눈만 끔뻑 끔뻑,
참으로 힘겨운 여름을 보냈다.
요즘에는 조석으로 싸늘한 바람과 맑
고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에 나만의
가을 행복을 느낀다. 또 황금빛으로 물들어 아름다운 넓은 들과 결실을 얻기 위한 수확의 과정을 생각하면 아무리
힘이 들어도 견딜 수 있다. 빵의 주원료인 밀의 가치 상승과 우리의 주식인 쌀의 가치 하락이 맘 아프지만 나름대
로 자부심도 가지고 산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모든 곡식의 맛은 어느 나라에서도 모방할 수 없다. 우리들에게 길들여진 맛, 사계절이 뚜렷한
절기와 정성으로 거둔 농작물의 성분은 타국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강원도는 송이버섯이 유명하다. 송이뿐 아니라 느타리, 노루궁댕이, 구름웅지, 표고, 상황 등 종류도 다양하고 몸
에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산에 오르면 참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독버섯도 있다.
여러 가지 농작물처럼 우리의 삶도 다양하다. 우리의 꿈과 희망 버리지 말고 긍정적인 사고로 주어진 상황에 최선
을 다하여 대처할 수 있다면, 화려한 독버섯보다는 둔탁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여러 버섯처럼 인생은 깊이 있는
삶 속에서 더욱 소중한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삶이라는 큰 동그라미를 만들면서 힘겨운 일에 대한 과
정과 실패의 원인에 대해 고민해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 다듬고 포기없는 의지로 열과 성을 다 한다면 머지 않아
황금 들녘의 농부들에게는 농작물에 대한 우월한 가치와 더불어 전 세계의 호평이 함께 할 가을의 행복이 올 것이
다. CEO
노혜정 (허훈호 부인, 9기 수도작)
사랑스럽습니다
언제나 사소한 작은 일 하나하나 까지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도 웃으며 앞으로 더 잘될 거라고 힘내자고
말해주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와 천진난만하게 아이와 놀아주는
당신의 모습이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집안에 크고 작은 일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주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가끔씩 웃으며 기꺼이 집안 일을 도와주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어느새 사랑하는 아이와 닮은 모습으로 같이 잠든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항상 든든한 우리 집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배려해주는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139
유채진 (9기 채소)
당신의 사랑, 그리워 할 겁니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어머니의 모습. ‘어머! 너무 많이 늙으셨어……’.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이며, 결혼생활 16년 전 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결혼 후 2년 동안은 하루하루 평범한 생활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실직과 함께 새로운 방향의 키를 돌려야했다. 행운의 여신은 우
리를 농업이라는 신선한 분야로 화살을 쏘아주었다.
농업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안쓰러움에 친정어머니도 도와주신
다. 복이 터졌다. 두 분의 어머니와 함께 하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좋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불거져 마음에 상처를 가
져다준다. 너무도 힘들고 괴로움에 축 처진 나의 초라한 모습…. 하루하루
가 지루하다. “어쩔 수 없나보다 너도”하는 한탄도 해보고‘아니야, 이게
아니야. 왜? 무엇이 문제인 거야’하면서 끊임없는 질책도 해본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부정보다는 긍정을, 피해의식보다는 받는 고마움을,
미움보다는 사랑을, ‘아니오’보다는‘네’라는 대답을, 섭섭한 감정보다는
이해의 지혜로움을 가질 수 있도록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 본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모든 문제를 역으로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에게 처해진 위치에서 벗어나기보다는, 수용을 하면서 즐기는
모습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어머니!’하면 왜 이리도 마음이 찡할까? 어느덧 세월이 흘러 거울에 비춰
진 나의 모습, 흰 머리카락에 신경이 쓰이는 나이가 되었다. 두 어머님의
발자취를 따라 나도 끊임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 자리에 나도
서있겠지.
사랑하기에도 너무도 짧은 시간들, 미워할 시간이 어디에….
고맙습니다. 저를 이렇게 성숙할 수 있게 해주신 사랑하는 어머님 두
분…. 먼 훗날 당신의 사랑을 그리워할 겁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베갯잇이 촉촉이 젖어온다. CEO
문 예
9기
140 2006 CEO
벌과 나비들의 배추꽃
2002년 4월 어느 저녁 날, 착잡한 마음으로 비닐 하우스 옆으
로 다가가 담배 한 대를 피워물고, 깊은 생각에 잠겨 앞일
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지난 늦가을 얼갈이를 심어 120여 일이나 비
닐에 보온덮개를 덮으면서 온갖 정성을 들여 힘들게 키워 왔건만 로터리
작업을 해야 한단 말인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엎친데 덮친다고 했던가. 값
이 폭락 한데다 배추꽃까지 조기에 피는것이 아닌가. 지난 겨울에는 종자
선택을 잘 못한 많은 농민들은 모두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겪어야 하는 현
실이 너무나 한심하다. 3, 4월이면 일년중 가장 많은 소득을 얻고 그 소득
으로 내야할 임차료와 농자금, 추가 영농회전금, 생활비 등 밀린 돈들이
산적해 있지 않은가!
막막한 농심은 상심으로 깊어만 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걱정스러
운 나날들이 현실로 다가오건만 이렇다할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다음날 10시쯤, 얼갈이 배추를 갈아엎기 위해, 하우스 모퉁이를 들어선 순
간 바람 막히고 따뜻한 곳에 벌들이 30마리 정도가 제 나름대로 많은 꿀을
먹고 노닐고 있었다. 나는 벌들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벌들아, 너희들은 내일부터는 아마 다른 곳의 배추꽃을 찾아 가야 할꺼
야!”
그때 벌 한 마리가 나에게 말했다.
“농부 아저씨! 며칠만 기다려 주세요.”하며 말하는 것이 아닌가.
벌은 다시 나에게 말했다.
“저희들은 일산에 있는 장항동 비닐 하우스에서 일주일간이나 배추꽃에
꿀을 먹으며 살았거든요. 그런데 더 이상 머무르며 살기가 힘들어 가족을
김창래 (9기 채소)
문 예
9기
141
데리고 기다시피 왔어요. 농부 아저씨의 아픔 마음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요.
그러니 아저씨도 한 일주일만이라도 좀 기다려 주세요. 부탁 드릴께요!”
참 기가 막힌 일이었다. 난
“야! 너희들은 우리 마음 알기나 하냐!”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때, 12마리의 나비가 벌들의 주위를 맴돌며 거들었다.
“아저씨 마음은 저희들이 잘 알죠. 그러나 이왕 버려진 채소인데 일주일 놓아둔
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꺼 아니에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살아가야 하는 저
희들의 어려움도 아저씨가 이해해 주리라 믿고 싶어요.”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너희들 말맞다나 이왕 망친 농사 일주일 더 있다 갈아엎으면 어떠리. 곤충
에 대한 너그러움. 그것이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길이 아닌가.”
나는 일주일후 벌과 나비들이 약속한대로 얼갈이를 갈아엎으려고 준비를 하고 있
었다. 그 때 벌과 나비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농부 아저씨! 일주일간 고마웠어요. 아저씨께는 너무나 길고 아픈 시간이었지만,
우리 가족들은 앞으로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얻은 시간이었어요…….”
그렇다! 한 농부의 작은 성의가 벌과 나비 가족들에게는 살아 갈 수 있는 희망을
준게 아닌가. 그렇다. 인생에 있어 짧은 시간들의 아픔을 작은 생명들의 즐거움으
로 변화 시켜만 준다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벌과 나비 가족들은 새
로운 삶을 위하여 떠났지만 나는 또한 내일을 위하여 준비하는 농민이 되리라 굳
게 다짐했다.
2002년 잔인한 사월을 넘기며... CEO
그곳에는
참 좋은향이 기다립니다
情香
茶香
時香
花香
無香
때로는 雜香(잡향)도 있지만,
그 香마저도 향기롭게 느끼고 싶습니다.
그곳에는
色도 볼수 있습니다
情도 무지개를 피고
茶는 풋풋함을 보고 싶고
時는 정열의 빛을
花의 따뜻함을
無의 아름다움을 색칠하며.......
그 곳에서
나는 당신의 客이고 싶고
당신이 나의 客이었으면 합니다.
김신자 (이수광 부인, 10기 과수)
茶客
143
추 억
매년이맘때쯤이면 가끔씩 옛 기억을 더듬어보곤 합니다. 40여년
전만해도 버스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당연히 웬만한 거리
는 걸어가는 줄로만 알았던 그때. 학교가는 일은 어린 저에게 먼거리였지
만 친구들과 동네선배들과 함께 장난도 치고 싸우기도 하던 등하교 길은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하게 피어있고 양옆
논에는 노랗게 익은 벼들이 꽉 차있었습니다. 푸르고 높은 하늘아래 평화
로운 대지의 풍경은 마치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습니다.
꽤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논과 꽃들이 있던 그 자리에 아파트와 상가들이
꽉 들어차고 학교를 향하던 등하교 길에는 개발로 인한 공사가 한창입니
다. 제 추억의 장소인 그 길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없어졌다고
해서 그 아름답고 즐거웠던 등하교 길이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죠. 제 머릿속 마음속에서 말이죠. 가끔
답답할 때 전 그 등하교 길을 생각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면
서 마음속에 알수없는 잔잔한 감동이 일곤합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일들이 지금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죠. 누구에게나
추억은 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하찮게 여겼던 일이었을지 몰라도 시간
이 흘러 힘들거나 괴로울 때 다시 새로운 힘을 낼 수 있게하는 원동력이 되
어주는 것이 바로 추억인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살고있는 지금. 가족, 친구,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추억입니다.
때로는 귀찮기도 하고 싸우기도하고 미워지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 그
때를 기억하면서, 회상하고, 후회하고, 즐거워할 날이 올것입니다.현재를
사랑하고 지금 주변의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주변의 가족, 친구들을 마
음껏 사랑하세요. 세월이 흘러 지금을 회상하며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
도록.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면 후회하는 일보다 기쁘고 뿌듯하고 마음이 따뜻해
질수 있도록 말이죠. CEO
안종섭 (10기 채소)
문 예
10기
가 을
바람결에 실려 온
가을이여
산지사방 겹겹 높은 산 넘어
산골마을에
천년묶은 은행나무 찾아왔나
안마산 비탈 밭 심 서방 심어놓은
메밀꽃 보고파 찾아왔나
올 처음 농사지은 한 움큼 참깨
터닥 투덕 날 저물도록 털고 있는
노처녀 안쓰러워 찾아왔나.
이 서방 축사 뒤에 심어놓은
함지박만한 호박 보러 찾아왔나
참새 떼 쫓으라 세워놓은
허수아비 중절모에 앉아 재잘대는
참새 떼가 얄미워 찾아왔나
뒷동산 아름드리 잣나무 곡예 하듯
잣 따는 아재비 노래 가락에 놀라 깨어
꽃 봉우리 피어나는 색색들이
빛깔고운 이름 없는 들꽃 보러 찾아왔나
한해두해 희어지는 이 서방 흰 머리 세러왔나
여인네들 가을여심 훔쳐보러 찾아왔나
이왕지사 왔으니,
잎새 마다 곱디고운 물들이고 가이소.
그 리 움
나 어렸을때
오늘처럼 무더운 여름 밤 이면
아버님은 마당에 멍석 펴시고
무쇠 화루에 보릿짚 한 움큼 쏘시게 불붙이고
아침나절 베어말린 시들시들한 쑥대를 얹저
모기 불을 놓으셨다
모기에 물려 투정 할라치면
어머님은 옥수수솔로 등을 긁어주시고
한켠 손엔 부채질을 하시며
칠월 칠석 견우직녀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야기보따리 끝이 날 때 쯤이면
어머님 무릎을 베고 잠들었던 어린 시절이
오늘처럼 무더운 날
앞마당 잔디위에 돗자리 펴고 별을 세노라면
가슴속에 밀려드는 죄스러운 그리움.
이관용 (10기 한우)
145
김태선 (10기 과수)
나무였으면...
나무였으면 좋겠네
잔 머리 굴릴수 없어 죄짓지 않아도 좋을 나무
다리가 없어 기웃 기웃
제 뿌리를 떠나 헛된 세상 헤메이지 않아도 좋을 나무
한 생애 다하여
저 눈보라 속 죽은 듯 서 있다가
봄마다 또 다시 아기로 태어나는 나무
고백 성사도 보는 일 없이
벌레 먹힌 잎파리, 낡고 부끄러운 인생따위
가을이면 훌훌 털어낼 수 있는 나무
나무였으면 좋겠네
고향을 뜨는 일도 없이
어미 곁을 새끼 곁을 떠난는 일도 없이
아아 제 뿌리를 버리는 일도 없이
이별할 일도 없이
날마다 땅으로만 깊어져가는 나무,
나무였으면 좋겠네
나무였으면… 나도
문 예
10기
146 2006 CEO
시설 하우스에 빠져버린 나의 마음
나는시설채소를 천직으로 삼게해준 언니께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있
다. 결혼 하고 나서 1년 후 쯤, 생활이 안정되지 않고 힘들어하는 모
습을 보던 언니가 이러다간 전세방도 면하기 힘들겠다면서 농사 한번 지어보라고
제안 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작한 시설채소 농사는 올해로 17년째.
비닐하우스 속에 온전히 담겨있는 지난 17년은 실패와 고통의 연속이기도 했다.
강풍, 태풍, 폭우… 공포스러운 천재지변이 닥쳐올때마다 우린 늘 피해를 벗어날
수 없었다. 무너져 내린 하우스를 볼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한번 시
작한 사업을 포기하기는 시작하는 것만큼 쉽지 않았다. 시간과 돈과 그리고 내 인
생의 소중한 의미가 담겨진 비닐하우스는 직업 그 이상의 것이었다.
이왕 시작한 일,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마음먹고 나니 견딜만 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땐 경매시
장이 형성되지 않아 가격도 불안정하고 농업지식도 부족해 실패도 많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도 농업기술
도 점차 향상되었다.
농사 실패와 천재지변을 반복해 경험하면서 터득한 것은 일단 인건비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차선책으
로 보고 가족, 형제들이 품앗이로 계속 돌아가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다보니 어느 정도 수지타산이 맞았다. 하우
스를 확장하게 되었고 아파트도 한 채 분양받을 수 있었다. 신원당에 있는 작은 아파트였는데 '내집'을 장만했다는
그 뿌듯한 마음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 아파트는 두고두고 우리집 기둥이 되어주었다. 아파트 담보로 대출받아 땅
을 샀고 농사는 점점 규모있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농사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리는 말이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가다보면 지혜도 기술
도 차곡 차곡 싸여 시련과 역경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되는 것 같다.
아무것도 없이 농사에 뛰어 들었던 젊은 날을 회상해 보면 그때 젊지 않았다면 그렇게 쉽게 도전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누구든 젊었을 때는 두려움 없는 도전을 꼭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이제 시설하우스의 매
력에 푹 빠져 일하는 행복감을 맘껏 느길 수 있게 됐다.
당장 닥쳐올 시련이 두려워 마음이 움추려진다면 시야를 멀리보고 현재를 가늠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 수 여유
가 생기고 새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빈 손으로 시작해서 집 장만하고 땅 만하고 어느 정
도 궤도에 올라왔지만 나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으련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계속 전진하고 싶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지만 작은 부자는 노력이 좌우한다. 시설채소 농사로 작은 부자가 될 수 있는 길. 최농경
의 모든 시설채소 경영인들과 함께 도전하고 싶다. CEO
정태예 (10기 채소)
문 예
10기
147
농업인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
8주만 더 있으면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을 수료를 한다니 참 빨리 지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귀농 5년차 시설채소를 재배하며 재배
품목의 수익성과 향후 채소농업의 미래, 개인적인 변화와 도전 등등 여러
가지 문제로 고심하던 중 농협대 최고농업경영자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
고 입학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고 자료도 수집하고
책도 사서 공부를 하다가도 하루 이틀 만에 일에 쫓겨‘작심삼일’에 그치
는 일이 다반사였다.
과정초기 간부 선출 때는 동료들의 지지로 채소전공 대표를 맡았다. 남들
은 다소 부담스러워 했던 전공대표를 기꺼이 맡았던 이유는 부끄럽게도
전체를 위한 봉사보다는 개인적인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다. 대표라는 책
임을 맡게 되면‘책임감 때문에라도 결석도 하지 않고 남들보다 한 가지라
도 더 배울 수 있겠지’하는 개인적인 욕구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
인 공부가 시작되고 보니‘대표’자리도 소용없었다. 자주 늦고 자주 졸고
(심할 땐 코까지 골며)... 항상 교수님들의 열정과 학우들의 향학열을 쫓아
가지 못했다.
농협대는 농업의 미래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분자식
들은 낯설지만 여러 교수님들의 준비된 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성공사
례, 선도농가 견학, 부문별 전문가들의 이론과 실무 등 너무나 많은 배움
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최농경 과정은 어려운 가운데도 포기하지 않고 농업을 지켜 오신 선배농
업인들과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고 일하는 동료 농업인들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사랑을 싹 트게 해주었다. 또 나라의 미래를 지켜나가는 농업인으
로서의 새로운 가치정립은 농업인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최
농경에서의 배움이 내 농업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CEO
김형민 (10기 채소)
148 2006 CEO
김다영
(손영이 10기 한우 부대표의 딸)
수요일, 우리 엄마의 행복한 시간
매주수요일 아침. 비록 잠결이지만, 평소보다 더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시는 엄마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한주
중, 유일하게 엄마가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제법 긴 시간동안 집을 비우
시는 터라 엄마의 걱정어린 잔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밥은 다 해 놨고, 빨래는 널기만 하면 되고, 일찍 올 거니깐 잘 하고 있
어!”
자신 혼자 준비해서 나가기에도 바쁜 시간인데, 일일이 집안 점검 다 하시
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집을 나서신다.
집을 나서는 순간,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은 훌훌 벗어던지고, 엄마는 자
신의 모습을 찾아 훨훨 날아가는 나비와도 같이 농협대학으로 향하신다.
이러한‘엄마의 화려한 수요일 외출’은 우리 가족에게 크나큰 변화를 가져
오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엄마에게 온 변화일 것이다. 엄마는 지금 많
은 친구들과 또한 그 친구들과 공유 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학교에 다녀와서 이런저런 학
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를 붙잡고 늘어놓았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되
었다.
엄마가 농협대학을 다녀오는 날 저녁이면, 엄마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
야기꽃을 피운다. 공부하다가 떠든 이야기, 쉬는 시간에 아저씨들과 장난
친 이야기…….
우리는 한바탕 웃음보가 터진다. 엄마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엄마는 한우
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생인 것 같다. 그 이유는 단연 엄마가 유일한 홍
일점 때문인 것이 아닐까. 엄마는 정말이지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신지
문 예
10기
149
연신 얼굴에는 싱글벙글 이시
다. 듣다 못한 아빠가 옆에서
질투가 나셨는지“마누라, 그
렇게 좋아요?”라고 한마디 던
지신다. 이 모습은 바로 수요
일 저녁 우리 가족의 모습이
다.
가족과 집을 놔두고 멀리 떠나
있던 적이 없으신 엄마가 지난
여름, 일주일 동안의 일본여행
(견학)은 우리 가족 전체의 변
화를 가져왔다. 결코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엄마가 집을 비
운 날들. 아빠는 묵묵히 집안
일을 하셨다.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커 보였지만, 아빠는
그것을 매꾸려고 최선을 다하
셨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엄
마가 일본을 다녀오신 후, 아
빠는 엄마가 수요일 화려한 외
출을 하실 때 마다 배려를 해주시는 듯하다.
지금까지 가정, 그리고 자식들 밖에는 몰랐던 엄마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도약하고 있다. 그
기회를 바로 농협대학이 엄마에게 선사해준 선물이 아닐까 싶다.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를 하시고, 논문을 쓰시고, 편집 일마저 도맡아서 하시면서 들뜬 마음
에 어린아이처럼 너무나도 행복해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엄마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나 생
각이 든다.
다시 공부하게 되고, 책을 읽게 되어 누구보다 행복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는 엄마. 그리고 지금
까지 가족들을 위해 많은 나날을 희생으로 살아온 엄마. 이제 당신도 자신만의 당당한 삶을 찾
아가시기를…. ‘아내, 엄마’가 아닌 당당한‘손영이’로 빛나는 당신이 되기를 바랍니다. CEO
150 2006 CEO
가을 날의 하루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이다...
단풍든 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통일로에는 코스모스 한들거
리고, 잣나무 숲속으로 길이 나있었다. 어느새 학교 앞이다. 허둥지둥 4층
으로 오르니 덩치 큰 사내들이 앉아 있어서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가득차
보인다.
생기가 넘치는 교실 안은 온통 남정네들 뿐이다. 누군가가 들어오면 우리
는 조용해진다. 그러면 우리는 한참동안 열의에 찬 무언가를 머릿속에 담
아둔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창 넘어로 들어오는 오후, 앞에 앉아 있는 이장님은
우수에 잠겨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정신을 못차리시고 뒷줄 순이 아저씨
는 어제 먹은 술이 덜 깼다면서‘꺽꺽’된다. 열심히 질문을 하던 옆줄 태순
이 아저씨는 어느새 안경을 벗어 던지고 기도를 하고 있다. (가을에는 사랑
하게 하소서...)
젊디젊은 우리 총무와 단벌신사 아저씨도 몸살이 나서 왔다 갔다 하고 어
쩌다 10분 휴식이면 잠도 꿀맛이고, 커피도 꿀맛이다. 커피를 한잔들고 창
밖을 내다보니 가을 하늘이 너무도 청명하다. 창 저쪽에서 새가 지저귄다.
갑자기 여고시절로 돌아가서 나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있
다. 가을을 아름답게 노래한 시인들의 이름과 가슴에 깊이 새겨진 싯구들
이 저절로 솟아난다. 구르몽의 낙엽, 릴케의 가을날...
파아란 하늘아래,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속에 우리들의 교실이 있다는 것
이 느껴지니 모든 것이 새롭고 행복해진다. 한창 부풀어오르는 마음에 냉
수를 끼얹듯 복도 한 귀퉁이에서 밀려오는 뿌연 담배연기 속으로 굵직한
소리가 실려온다. 젊은 총무다.
“수업이 너무 빡빡해요. 엉덩이 쥐나겠어요.”
하루 학교생활은 진짜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 총무말에 누구라도 공감하
손영이
(10기 한우 부대표 10기 편집위원)
문 예
10기
151
지만 우린 이 낯선 생활을 어느덧 사랑하게 되었음을 안다. 나도, 총무도, 또 다른 이들도.
사내들하고 몇 마디 주절주절 떠들다 보면 하루가 금새 지나가곤 한다. 처음부터 우리가 이렇
게 스스럼없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1학기 마치고 일본 선진지 견학 갔을 때였던것 같
다. 우리는 그때 일 년 동안 같은 추억을 쌓았던 동지로서 서로의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 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일본은 지금 생각해도 참 깨끗하고 검소하고 조직체계가 잘 정비돼 있
는 나라였다. 얽히고 설킨 민족의‘한’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마지막 시간, 누군가의 핸드폰 소리가 요란하다. 끝줄에서 졸던 사내들이 다 고개를 들고, 마
무리 수업에 열중한다. 하루 수업이 벅차게 지나간다. 눈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서니 가을 햇
살이 따사롭다. 먼 훗날 세월이 흐른 뒤, 나는 이야기 할 것이다. 행복하고 소중한 가을날 이었
다고...
내일은 호박죽을 끓여 놓고, 과수반 친구가 준 CD를 들어야지! 가을을 노래한 다비드윌손의
바이올린 연주, '고 엽'을 들으면서 맛보는 호박죽은 얼마나 달콤할까. CEO
152 2006 CEO
김대연 (10기 총학생회장)
또 다른 세상, 아름다운 이야기
저는지금부터 제 친구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온
세상 다 살아낸 육십 지난 우리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무슨
아름다운 사랑이냐고 웃으실는지 모르겠으나 제 친구는 자기의 남은 인
생을 지켜 낼 마지막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저도 친구의 말을 믿습니
다.
1970년대 중반 친구가 살던 작은 시골 마을 국민학교에 작고 청순하며
사랑스런 여자 선생님이 전근을 왔더랍니다. 학교에 볼 일이 있어 학교 운
동장에 갔던 친구는 첫 눈에 여선생님을 사모하게 되었더랍니다. 혼자 몰
래 가슴앓이를 했던 거죠. 그도 그럴 것이 친구는 그 때 이미 결혼을 한 유
부남이었기 때문이죠.
우연히 서울가는 버스를 함께 타게 된 기회를 시작으로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사랑을 시작했더랍니다. 아주 도덕심이 강한 친구와 여선생님은
서로에게 해가 미칠까 두려워하며 만나서 시골길 20여리를 걸으며 얘기를
나누어도 길을 가운데 두고 떨어져 걸었고, 뜨거운 감정이 생겨도 상대방
에게 들킬까 봐 조바심내며 아닌 척해야 하는 안타깝고 애틋하지만 아름
다운 사랑을 2년여 동안이나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그런 사랑은 여선생님이 서울로 전근을 가시게 되면
서 끝이 나게 되었답니다. 친구는 서울로 가버린 여선생님을 찾아 볼 용
기조차 없어서 그 아픈 사랑을 자기 가슴 깊은 곳에 감춰 두고 많이 기쁠
때나 슬플 때, 아주 힘들고 지칠 때, 혼자 감당키 어려운 감정을 정리할
때... 이런 때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아무도 몰래 숨겨둔 사랑에게 자
기 속내를 독백으로 고백하며 추억의 힘으로 3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
왔답니다.
문 예
10기
153
2년 전 11월 어느 초겨울 날, 차를 타고 가던 친구는 도로
건널목 신호등 밑에서 길을 건너려고 서 있던 한 여인 앞에
차를 세웠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바로 어제도 만났
던 사람인 것처럼 눈에 익숙한 그 여인은 25년 전에 헤어진
바로 그 여선생님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다시 만난 그 날
이후, 두 사람은 서로 헤어져 살았던 그 긴 세월이 주는 어
색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아주아주 잔잔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서로 나누고 있다는군요. 친구가 전하는 말로는 그
여선생님은 서울로 간 후 결혼해서 다복하게 살다가 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아들 딸 남매
와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오랜 세월 동안 친구와 여선생님
은 걸어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
동안 길에서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으련만 단 한 번도 만나
지 못했다는 거죠. 이제, 친구와 여선생님은 살아 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지 않으니
안타깝게 감추고 살아왔던 그 귀한 사랑을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도덕적이지만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에게 많이 주고 많이 받으며 살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그게 무슨 특별한 일거리냐고 웃으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 친구가 워낙 도
덕적이며 모든 생활이 모범적이고 자기 분야에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사실은
저도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친구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되었고 인간적으로 더욱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 여러분 곁에 겉보기와 다른 면을 가진 분이 계실 지도 모릅니다. 사랑이야기가 아니더
라도. 이 세상은 우리가 아는,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보다 모르고 지나가는 세상이 너무나 많
기 때문이죠. CEO
154 2006 CEO
수해지역 강원도 인제를 다녀와서
매달말이면 우리 동네는 부녀회 월례회를 한다. 부녀회장님과 이
장님이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저녁 나절에 가지
거름을 주다가 부리나케 씻고 저녁도 못 먹은 채 마을회관에 갔다. 부녀회
원들은 많은 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안건 중에 이번엔 수
해지역 봉사를 하자는 제의가 나왔다. 그래서 모두의 의견이 어떠한지, 그
리고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불렀다고 한다.
다음날 나는 반상회를 열어 동네 주민들 의견을 여쭈어 보았다. 주민들은
모두 찬성을 했고 부녀회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같이 봉사하겠다는 분들
도 계셨다. 우리 동네는 2년에 한번 여름 복 놀이를 하는데 그때 쓰려고 했
던 자금을 부녀회에 보태주자는 의견도 있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강원도 인제군청에 전화를 걸어서 우리 마을 소개를 하고 수해복구 지원
도하고 수해물품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 중 제일 심한 지역 세 군데
를 추천해 주셨다. 이중 한 마을은 우리 마을과 비슷하기에 그 마을을 도
와주기로 결정 했다. 그 마을은 현재 쌀이 없기에 이왕 도와 주실려거든
당장 먹을 쌀을 주셨으면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우리 동네는 50여 가
구의 작은 마을이고 이웃이 이웃사촌처럼 함께 모여 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부녀회 자금은 콩과 참깨 심어 팔고 폐품수집해서 만든 것이다.
최종적으로 수해봉사를 가게 된 지역은 인제 덕적리였다.
8월10일 새벽 5시에 관광차 한대를 대절하여 출발했다. 버스안에서 부녀
회가 준비해 온 식사를 하고 인제에 도착하니 9시30분경이 되었다. 덕적
리 이장님과 통화하면서 찾아 가던 중에 쓰러져 있는 집을 보았다. 지반이
쓸려져 나가고 집이 붕괴된 것이다. 어떤 집은 온데간데없고 차광망을 씌
운 하우스에서 임시 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도 계셨다. 나무는 뿌리 채 뽑
혀서 거센 물살에 떠밀려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곳도 있었고 승용차도
찌그러진 채 덩그러니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마을 공동 농산물 집하
장 창고에 그 마을 이장님과 부녀회장님,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기다리고
황광익 (10기 수도작)
문 예
10기
155
계셨다.
우리가 준비해간 김포 금 쌀과 도
배지를 덕적리 마을에 전달했다.
이장님 말씀에 이곳 덕적리도 삼일
동안 고립되어 있었다고 한다. 부
녀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가 이
마을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가재
도구는 손도 못 대고 하니 당귀 밭 2천여 평을 농사짓는 노부부가 계시는데 이분의 밭에 풀을 뽑아 줄 수 있느냐
고 하신다. 우린 쾌히 하겠다고 했다. 이곳에서 4㎞떨어진 곳인데 길이 붕괴가 되어 바로 가진 못하고 돌아 가야
하는데 한참 걸린다고 말씀하셔서 우리가 타고 온 관광차를 타고 그쪽으로 이동을 했다. 이동하면서도 눈을 뜨고
차마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많이 보았다. 비닐하우스도 흙이 떠내려가 반만 걸쳐 있었는데 복귀하려면 몇 년이 걸
릴지 모른다고 한다. 흙은 다 떠내려가고 바윗돌만 남았으니 앞으로 농사 일이 까마득하다는 것이다.
무참히 쓰러져 있는 도로 옆에 세워진 난간대도 붕괴 직전이다.
밭 입구에 도착하니 이곳부터는 관광차 같이 큰 차는 진입하기 어렵다고해서 우리와 같이 오신 이장님의 화물차
에 옮겨 타고 또 이동을 했다. 산골짜기로 들어가고 또 들어가서 겨우 당귀 밭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당귀가 무엇
인지 몰라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조금씩 눈에 익으니 풀 뽑는데 속도가 붙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정말
쉬지도 않고 열심히 해서 몇 시간 만에 일이 끝났다. 배고프실까봐 도중에 식사하고 하시자고 했지만, 밥 먹고 하
려면 지친다며 아주 일을 마치고 먹자고 하신다. 겨우 배고픔의 지쳐있을 때 쯤 당귀 밭 풀 뽑기는 끝이 났다. 먹
는 것은 혼자 먹어도 일은 혼자 못한다더니 여럿이 일을 하니까 빨리 끝났다. 입구에 프록스가 주변 사정이야 어
떻든 자주색과 분홍색이 조화를 이루며 잘도 피어있었다. 도로 옆 난간대에도 조롱박은 주렁주렁 튼실하게 열렸
고, 생전 처음 본 칡꽃도 피었는데 어찌나 향기가 좋던지 너무 황홀했다. 냇가에서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바로 집
으로 향했다. 오던 중 포크레인 장비로 수해복구를 하는 곳들을 곳곳에서 보았다.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 집들, 다
리도 끊겨지고 오도 가도 못한 주민들을 잠깐 생각해본다. TV에서만 보았던 장면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보는 이의 마음도 이런대 당한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쓰리고 아플까?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아
파하며 아픔을 극복하는데 함께 동참하는 보람은 또 다른 인생의 기쁨이 되는가보다. 힘 들고 피곤했지만 보람된
하루였다. CEO
156 2006 CEO
남은 여생을 한우와 함께
아침동이 튼다. 일찍 서둘러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자면 아침
이 너무 바쁘다. 태어나서 지금껏 농사일에만 전념하다가 어
느날 갑자기 친구 소개로(2004년 12월)에 한우 영농법인(T.M.F사료)에 가
입 하여 출자를 하였고, 다음 해에 한우를 키워 보기로 결심을 했다. 이렇
게 2005년 6월, 한우 13두로 목장을 시작하였다.
터를 갈고 닦고, 비닐하우스를 짓고 마음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사육 20일이 지나고 나니 소들이 설사와 호흡기 질환으로 정신이 없었다.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경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소 사육 농가
를 찾아가 물어 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내 마음을 다스리고 용기를 북돋았다.
올 2월 어미 소가 출산을 하였을 때는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혼자 송
아지를 낳아서 젖을 물릴 때면 짐승이지만 어쩌면 사람보다 낫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 기쁨도 잠시뿐, 다른 어미소는 출산을 하다가 송아지가 난
산됐다. 이래저래 많은 경험을 쌓아야 했기에 열심히 일을 하던 중, 농협
대 최고농업경영자과정(한우반)에 입학하게 되었다. 한우반에 들어와서
여러 동기생들과 서로 친분을 맺어 각 농가의 노 하우를 익혀 나름대로 많
은 것을 배웠다.
작년, 올해동안 사들인 소만도 60두가 넘는다. 현재 사육두수는 총72두인
데 ( 비육우18두, 번식우42두, 송아지12두 ) 개체별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
다. 매주 수요일 날은 즐거운 마음으로 농협대로 간다. 강의를 잘하시는
교수님들을 초빙하여 강의를 듣고 농장에 와서 실천하고 배운 것을 여러
이완섭 (10기 한우)
문 예
10기
157
모로 이용할 때면 더욱 더 흐뭇하고 신이난다. 또한 나이어린 동기생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고양시 행주 한우를
브랜드화하고 품질을 고급화시켜 최고의 고양 한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또한 한우 모범 농가로 거듭나고 싶다
앞으로 한우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젊은 동기생들이여, 꿈을 잃지 말
고 열심히 뛰어서 같이 행복한 길을 갔으면 좋겠다. 친구들이 나를 대접해줘서 나는 항상 감
사하고, 고마움을 느낀다. 끝으로 여러 교수님들과 학교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
음을 전하고 싶다. 한우반 동기생들이여, 함께 탄 배에 한명도 낙오자가 없도록 서로 밀어주
고 당겨줍시다. CEO
158 2006 CEO
소식&안내
159
160 동문회 소식 2006홀스타인챔피언 이응기 동문
167 농협대 최고경영자과정 교육과정 안내
173 농협대 최고농업경영자 과정 모집공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