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산문
최우수상
별(내 마음의 고삐)
조은경
매일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가끔 볼 때면 기분은 좋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내가 바라보기엔 엄청 작지만 그 수가 많을 때면 혹시나 내게로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하늘의 별도 내가 가진 것에 비할 수는 없다.
더위가 자리 잡은 6월의 어느 날 모양은 알 수 없지만 너무나 작고 따뜻한 별 하나가 내게로 왔다. 그리 긴 시간의 기다림은 아니었어도 간절했던 나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맙고 소중한 별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나를 들뜨게 하고 모든 것을 용서 할 만큼 관대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 별을 받은 후부터 좋은 것만 먹고, 보고, 말하고, 생각하고...
그 작은 별이 내 속에서 나를 가르쳤고 나의 시간을 지배하고 나의 강성을 깨웠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속의 별을 ‘고삐’라고 불렀다.
우리는 태어난 달의 별자리로 성격파악을 하고 운도 점치고 미신처럼 믿어도 본다. 하지만 내겐 별의미가 없다. 그 보다 더 나를 지탱해 주는 나만의 별이 지금도 나를 보고 웃는다. 이유도 없이...10달을 나와 함께 지내던 그 별이 세상을 궁금해 하며 내 품에 안겼다. 별과 함께 시작한 이 세상의 하루하루가 말 그대로 별천지이다.
흐린하늘의 별은 힘이 없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도 반짝이지도 심지어 잘 보이지도 않아 보는 사람의 눈을 두리번거리게 하고 뭔가 우울한 맛을 달래고 싶은 바람을 스스로 접게 만든다. 내일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느낌이 야속하지만 어느 누구의 탓으로도 돌릴 수 없다. 점성술사의 일상처럼 별의 출현이 나의 삶을 좌우하진 않지만 나에게로 온 내 마음의 고삐인 별은 내 인생의 지침서이자 교과서이다.
조용한 새벽, 소위 말하는 ‘어지러운 꿈자리’에 몸을 뒤틀면서 잠을 깼다. ‘별’이 울다 지쳐 쉰 목소리로 흐느끼며 나를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눈을 뜨길 기다렸는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눈을 꼭 감고는 갑자기 정신이 없어진 나 머릿속은 멍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서가 없는 나 자신을 원망하면서 무작 정 별을 안았다. 가족들을 깨우고 주섬주섬 챙기고는 내가 믿는 십자가와 모양이 같은 빨간 십자형을 찾아 거친 운전을 했다. 그 순간 기도 뿐 달리 생각나는 것도 없었다. 마음속으로 ‘살려 주세요’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보니 더 이상 울음소리가 안 들렸다. 내 가슴에 얼굴을 폭 묻고 잠들어 있는 내 아기 나의 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우리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평온을 실감했다. 내 마음의 고비인 나의 별이 나를 살린 것이다.
오늘은 아침 일찍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혹시 별이 깰까봐 조심하는데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봤더니 별이 웃고 있다. 나도 웃는다. 너무 기분이 좋다. 더 이상 소중한 것이 없을 만큼 소중하고 그 어떤 표현도 모자랄 만큼 무한한 내 별. 내 속에서 나와서 이제 나와 함께 하지만 처음의 그 느낌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름답게 빛날 별을 영원히 사랑한다.
내 마음의 고삐. 나의 아기. 나의 별.
우수상
별(1970년대의 좋은 별)
조은별
손바닥에 별이 하나 박혀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나는 내 인생이 그리 순탄치 않은 것이라는 망상에 빠지고 말았다. 필시 이것은 어떠한 조짐에 다름 아닐 것이었다. 뒤이어 나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간 수많은 위인들을 떠올리며 비로소 내가 그 장렬한 대열에 동창 할 수 있을 것임을 예견했다. 과연 그랬다. 출생부터 비범했던 그들의 삶은 왜지 모르게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가령 불우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천재성을 타고 났다거나,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예지력을 과시하는 등, 그들의 유년을 결코 시시하거나 평범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내 오른쪽 손바닥의 한가운데에 새겨진 그 손금을 목격한 순간 마치 산삼이라도 발견한 듯 기쁨의 환호성을 질러 댈 수 있었던 것이다. 손바닥의 별은 그동안 내 속에서 막연히 잠자고 잇던 어떠한 열망을 깨우는 데에 한몫을 했다. 그것은 어쩌면 나름의 선민의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야말로 헛되이 부풀려진 자만심이라도 다르지 않았다.
별의 등장을 기점으로 해서 이후의 내 삶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막 사춘기에 접어들던 열다섯 살의 그 무렵부터 나는 내가 타고난 별을 지키는 방법은 어서 빨리 어른이 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서, 스스로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적막감을 걷어내야만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못했다. 뇌리 속을 맴돌던 달콤한 공상의 한 자락처럼 친절히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키가 크고, 보폭이 늘어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내 삶을 돌아보며 어쩌면 문제는 이지러진 별 모양에 있지 않았을 지를 생각했다. 별은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았다. 손바닥을 확 펼치면 잔금마저 펴져 그것이 별인지, 그저 의미 없는 잔금의 조합인지 조차 분간 되지 않았다. 나는 그대서야 비로소 별을 속성을 부여하는 것은 그것의 외양이 아니라 내면에 있음을 깨닫게 됐다.
어느 날 문득 별이 내게 왔으나 그것을 결정짓는 것은 스스로에게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별을 위해 한 것을 고작해야 겉멋을 부리거나 객기에 사로잡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 데 지나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찬찬히 시작했다면 무언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인생을 예측할 수 없고 그렇기에 재미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부터라도 홀로서기에 치중할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나만의 온전한 별 갖기에 성공하지 않을까. 언젠가는 말이다.
우수상
별
김성혜
바다가 해를 삼키고 나면 세상은 흑으로 변한다. 반딧불이가 짝을 부르는 불빛만큼의 빛이라도 없으면 한걸음 앞을 내딛기도 힘겨울 정도다. 하지만 세상 곳곳엔 양 극으로 빛을 내는 가로등이 뿌리 내리고 서서 불 밝히고 있다.
밤하늘의 햇님이라 일컬을만한 달님이 하늘 한 가운데를 유영한다. 달님은 달걸이를 하며 점점 크게 혹은 점점 작게 모양을 바꾼다. 그에 따라 달빛 또한 밝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한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눈의 시선을 모두 빼앗은 달님 뒤로 무수히 많은 별이 반짝인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별이 더 많다는데 서 있는 곳, 머리위에는 쏟아질 듯한 별들이 내려 다 보고 있다. 하늘이 어두울수록 별은 더 밝게 빛이 난다. 힘주어 누를수록 더 멀리 튀어 오르는 용수철처럼, 더 세게 매를 맞을수록 더 잘 도는 팽이처럼, 언젠가 이렇게 어두운 밤하늘을 본 적이 있다. 아버지를 따라 밤낚시를 나섰던 날이었다. 엔진 소리가 바닷물 속에서 ‘통통’거리며 난다고 ‘통통배’라고 부르던 2.3인용짜리 나뭇배에 몸을 싣고 바다로 나갔다. 아버지랑 나는 단둘이 앉아서 망상어, 노래미 등 물고기 중에서도 조무래기들마 몇 마리 잡았다. 그 날 낚싯대를 바다 깊숙이 드리우고 물고기 잡는 것보다 잠에 더 취할 때 쯤 이었다. 그 곳에서 누워 바라보던 하늘엔 말 그대로 별들이 강처럼 흐르는 은하수가 장관이었다. 은하수를 본 적도 배운 적도 없었지만 어릴 적 그 밤하늘이 잊혀지지 않았다. 철이 든 후 다시 그 하늘을 찾아 봤지만 내가 세월을 삼키는 동안 하늘도 많이 탁해져 버렸는지 찾을 수 없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하늘 한번 올려다보는 여유조차 쉽게 가지지 못할 대가 많다. 유난히도 달이 밝거나 가슴 한켠에 묻어둔 추억이 베어 나오는 날에는 으레 하늘의 별들이 ‘반짝바반짝’하며 말을 걸어온다.
“언제나 행복하지?”
가끔 잊고 산다. 하늘의 별이 밤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하늘 한가득 메워진 별이 태양의 눈부신 빛에 가려서 자신의 빛을 잃고 산다. 옅은 구름에도 쉬 가려져 제자리조차 거두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별은 항상 그 곳에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별이 달라질 뿐이다. 밤이면 그제서야 숨은 빛으로 나타나는 그 변하지 않는 행복을 잊고 살았다. 불행 뒤에 가려지 행복을 보는 법을 밤하늘의 별을 보며 배운다.
우수상
별
김정애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한 경주에서 직장 동료로 남편을 만났다. 그는 날마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처럼 늘 내 주변을 맴돌았다. 남편은 그렇게 소리 없이 내 마음에 의미를 담은별이 되었고, 우린 평생을 약속한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그와 나의 결혼 생활이 10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두 딸과 함께 늘 행복하게만 살고 싶은 소망을 기원하며 평범하게만 살고 있는 요즈음 내게 특별한 별의 존재가 자꾸만 퇴색해지고 있음을 문득 문득 느낀다. 재작년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 이후 시아버님과의 힘든 사투가 시작되었다. 연로한 연세로 점점 더 잃어가는 시력과 청력, 그리고 연약해진 마음까지 모든 것을 잃어가는 시아버님과 그것들을 지켜주고픈 남편의 부모 사랑 사이에서 나는 자꾸만 지쳐간다.
남편의 대한 원망과 어린 아이처럼 응정만 느는 부모 앞에서 짜증이 나고 영원한 빛을 바랄 것 같은 별은 하늘에서 찾을 수 없도록 날 헤매게 한다. 계속 되는 방황을 이끌어 줄 10년 전에 내 마음의 별처럼 변치 않는 모습으로 우리 가족을 지켜줄 별을 사랑하며 우리 가족을 지켜줄 별을 사랑하며 힘든 여정을 잘 마무리 하고픈 소원을 저 하늘의 반짝이는 우주를 향해 소리쳐 본다.
일반부 운문
최우수상
별
배은주
사랑의 전설을
빼곡히 담아
밤 하늘에 뿌려 두고
한 번씩 쳐다보면
마음은 호수처럼
맑아진다.
지치고 힘들 때
가만히 올려다보면
수많은 이야기가
가슴에 내려와
‘힘 내라힘내라’ 한다.
가만히 가만히
견뎌라 한다.
우수상
별
김현진
아이들의 마알간 웃음소리가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로
기와 얹은 토담 사이로
별빛도 시샘하듯
감나무잎에 살짝 내려와
전율할 때까지
동네에 머문다.
집집마다 굴뚝에서
하루 일이 피어나면
구수한 된장국 냄새에
거친 엄마의 목소리가
대문을 트고 나온다.
“진경아~밥 먹어.......”
아쉬운 듯 눈 속에
별빛 머금고
총총히 사라지는
내 어린 시절 별들
낙엽 만 큼 꿈도 많고
바람 만 큼 웃음도 많고
책 속의 글자 수만큼
걱정도 많던 그 때
그 여윈 별빛마저
내 가방을 무겁게 짓누를 때
별빛을 잡아먹었다.
지금도 하늘엔 별이 총총하다.
내 행복 만 큼이나.
내 사랑 만 큼이나.
내 어린 시절 별빛 얘기를
세상에 내어 보낸다.
나의 어린 두 별에게.
가슴에 꼭 박힌 두 별에게.
우수상
별
신명자
이른 아침
강안개 숨 쉬기 시작하면
새벽 별빛 드잔 삼아
장으로 향하시던
바지런한 발걸음
외롭고 어려운 살림
피곤에 젖은 한숨소리
당신의 굽은 등을
새벽별은 오롯이
바라만 보았지요.
낙엽비가 흩날리던 그날
당신은 제 가슴속에
푸른 별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억새가 춤추는 새벽이면
당신의 따스한 숨결 그리워
한없이 불러봅니다.
어머니.
우수상
별
조미란
사는 일이 버거워
한 줄 시가 그립던 밤
켜켜로 쌓이고 무시로 찾아오는
휑한 허기마저 등을 떠밀어
뜨락에 섭니다.
눈물로 반 쯤 가린 은하수 속에
아스라이 먼 기억
세월 저 편을 부를 때
스무 살 뜨락에 서 있던 감나무 한 그루
그 가지에 걸려 있던 별 하나
뚝, 가슴으로 떨어집니다.
슬픈 눈으로 올려 본다며
나무라시던 어르신이 무서워
툭, 놓아 버린 후
꽃으로 열매로
내 뜨락에 눕고 싶었노라
소식 전하던 어느 날처럼
이 밤
감인 듯, 별인 듯, 쏟아 내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