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산에서 살아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꺾이고 만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들이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덮이면 꺾이게 된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싸이는 그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꺾이는 메아리가 울려올 때 우리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정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에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고 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법정 <설해목(雪害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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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절을 두고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풍성히 아낌 없이 내리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에 녹엽이 우거진 이때 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 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오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