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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많지 않지만, 정성과 노력을 기우려 올곧은 차를 만들며 치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차나무 기르기와 차 잎 생산, 제다법의 끊임없는 발전을 도모하는 하 서룡 씨(고려다원(www.hadongtea.com)/ 055-883-2270, 02-999-6265/ 경남 하동군 화개면 덕은리).
<2002년 국제명차대회 은상> <2004년 올해의 명차상> <2006년 국제차문화대전 최우수명차상> 등을 수상한 정통 덖음 녹차와, <2003년 대한민국명차대회 올해의 명차상>과 <2005년 국제명차대회 은상>을 받은 독보적 발효차를 만들어낸 고려다원의 명성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고려다원은 도입종 차나무를 밀식재배(密植栽培) 하지 않고, 토종 차나무를 산식(散植)하여 돌보아 기른다. 게다가 봄 잎차만 만들 뿐 여름과 가을 차 잎으로 티백형 차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비료와 농약은 주지 않는다.
하 씨는 70년대 선친이 시작한 고려다원을 이어받아 오로지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불완전한 차 이론으로 침소봉대하거나 부족한 제다기술로 견강부회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적지 않으나, 맹아기(萌芽期)의 우리 차 산업과 차 문화가 위축된다는 염려로, 안타까운 현실에서 한걸음 비껴나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80년대 초, 선친을 도와 지리산 일원과 남도 각지의 산사 주변에 잔존해 있었던 우리차 제법을 조사 발굴하였었는데, 그 때까지 차를 제대로 만드는 법을 지키고 있었던 이가 드물었습니다. 이 땅에 사는 이들은 워낙 특출해서 한 5년만 차 만들면 모두 대가(大家)와 명인(名人)이 되고, 차 잎 덖음 솥을 건 지 10년만 지나면 3대째의 가업(家業)이라고 공공연하게 말들을 합니다. 허...”
야생차는 산야에 저절로 생겨나서 저절로 자라난 차이니 상품화하기 어려운 차이고, 자연친화형 차에는 비료를 전혀 주지 않는 자연농 차와 유기질 비료만을 주는 유기농 차가 있는데, 시중에 유통되는 차의 대부분은 밀식 재배차이고, 그나마 일부의 산식 재배차 가운데 제대로 된 유기농 차마저 드문 것이 우리의 실정이라고...
고려다원은 2만여 평의 차밭에 퇴비도 주지 않은 자연농법 차를 4분의 3, 유기농법 차를 4분의 1 비율로 재배하며, 주 생산품은 봄철(4월 중순 ~ 5월 중순) 이른 시기에 나는 우전급과 세작급이다.
우전차 가운데 맨 위에 돋아 난 뾰족한 눈(嫩)만 따서 만든 침차(針茶)를 비롯하여, 1창 1기를 따서 만든 가품(佳品), 선품(仙品), 옥품(玉品), 특품(特品), 특선(特選)등의 특급차가 있다.
1창 2기를 따서 만든 차가 우전(雨前), 세작(細雀), 중작(中雀)등인데, 녹차는 전(全) 등급을 모두 만들고, 홍차, 청차, 황차 등의 발효차는 일부 등급만을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봄에는 손으로 따서 고급 잎 녹차를 만들고 여름 가을에는 기계로 채엽하여 대중용 티백형 차를 생산하는데, 이는 세계 공통이며,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고 한다. 다년생 작물인데다 연중 채엽을 하는 차나무에게는 비료와 농약이 불가피한데... 실제로는 대규모 밀식 재배를 하면서 자연친화형 재배인 척 하고, 사실은 대량 기계식 제다를 하면서 손으로 따서 솥에서 덖고 멍석에서 비벼 수제로 만든 양하면서 소비자를 농락해온 그동안의 행태가 동업종 종사자로서 부끄러울 뿐이라고.
하 씨는 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후 대만에 체류하면서 차에 눈을 떴고, 대만과 중국의 차 산업과 차 관련 연구 성과를 접하고는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함께 느꼈다고 한다. 귀국하여 1991년부터 차 농사를 직접 짓기 시작하였는데, 선친이 복원해 놓은 우리 전통 덖음 녹차의 제법을 과학적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계속하여 왔단다.
“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출판된 차 총론서부터 영양학, 식품가공학, 생물학, 생리학, 인체해부학 등의 기초 학문을 두루 섭렵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 초대 대만성차업개량장장과 대만대 교수를 지낸 오 진택 선생의 논문집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구태여 숨기지 않겠습니다.”
- 천차만별한 차 잎 덖기
고려다원의 덖음 녹차 제법은 초의스님의 <다신전>(원전은 장원의 <다록>)에 있는 ‘뜨거운 솥에서 덖어 익힌 차 잎을 꺼내어 비빈 다음, 다시 솥에 넣어 솥의 열도를 낮추어 가면서 덖어 말린다’는 제다법을 기본으로 발전시켜 온 것인데, 간단하면서도 간단치 않은 제법으로, 차 잎 덖기는 차 잎의 성질에 따라 차 잎의 투입량, 솥의 열도, 덖는 시간 등이 ‘그 때 그 때 다르다’고 한다.
특히 차 잎의 성질을 잘 파악해야 하는데, 차 잎의 성질은 토질, 표고, 경사도, 기온, 일교차, 강수량, 일조량, 풍량...등의 차밭 환경과 밀식정도, 비료주기의 유무와 종류와 정도,...등의 재배조건에 따라 다르고, 차 잎 따기의 시기와 방식에도 크게 좌우된다고.
또, 손쉬운 열풍 또는 냉풍 건조나 온돌방 건조 대신에 성가시고 비효율적인 덖어 말리기를 고집하는데, 이렇게 만든 차의 형색향미기(形色香味氣)가 순정(純正)하기 때문이란다. 특별한 차는 차 잎을 솥 밖으로 꺼내지 않고 솥 안에서 익히고 비벼서 말려 완성시키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든 차라야 덖음 녹차 특유의 신선 상쾌한 향미와 달고 부드러운 뒷맛을 겸비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 낮아서 많이 만들지 못해, 오래도록 함께해 오신 고정 고객 분들께도 충분히 대어 드릴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 독보적인 발효차 제법
하 씨의 발효차 제법은 우리의 전통 발효차 제법과 중국의 발효차 제조 이론을 융합하여 발전시킨 독특한 것이란다.
“대만이나 복건의 제법을 그대로 적용시켜 오룡차를 만들어도 보았는데, 청차도 황차도 홍차도 아닌 발효차가 만들어 졌습니다. 숨죽이기, 시들리기, 띄우기... 등의 발효차 제조 공정들을 우리 차 잎의 성질에 부합시키기가 쉽지 않아서, 5~6년 전까지만 해도 맘에 안 들어 태워버리고 썩혀서 버린 차가 일 년에 몇 포대씩이었습니다.”
강렬하거나 농염하지는 않으나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향미를 지닌 고려다원의 발효차는 대홍포(청차)나 다즐링티(홍차)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 세계 최고 품질의 우리 차 생산이 목표
“중국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고, 동급의 일본차보다 비싸니, 우리 차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모두 없는 셈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차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과도한 관세장벽만 쳐 놓고, 실질적인 장단기 대책은 방기하여 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 차 산업은 자생력과 경쟁력을 모두 잃게 되어, 고급 잎차 시장은, 보따리 상인들이 몰래 가져 온, 검정도 되지 않은, 중국차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대중차인 티백은 중국산이거나 중국산을 섞은 것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밀식 재배차는 효율적인 비배관리와 생산설비의 고급화를 통하여 생산성을 더 높혀야 합니다. 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춰야지요.”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우리 차 산업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차 산업을 일으키려면 육종, 재배, 제다 등의 관련 학문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관료주의에 젖은 전시행정 대신에 현장의 농민과 함께 하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수시로 파악하고 실제로 도와야 합니다.”
형(形) 색(色) 향(香) 미(味) 기(氣)를 고루 갖춘 우수한 차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흠이 없게’ 만드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한단다. 현재 우리의 고급차 산업은 제법의 미숙, 유통의 왜곡, 소비자들의 외면...등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여전히 고급차만을 고집하는 하 씨는 차 산업과 차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대중차와 고급차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시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서호용정은 대부분, 중국 절강성 항주 서호변 사자봉 등에서 특별히 기른 차나무의 이른 봄 차 잎을 창기(槍旗)만 따서 솥에서 손으로 덖어 익히고 누르고 비비면서 덖어 말린, 특급 수제 녹차가 아닙니다. 이런 사정은 다른 이름난 차들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통틀어 1%도 되지 않는 소량의 특급차가 그 지역의 차를 대표하고 명차(名茶)의 성가(聲價)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고려다원 차의 향미는 맑으면서도 풍부했고, 우려낸 찻잎은 방금 딴 차 잎처럼 아엽(芽葉)이 생생히 살아있어서, 그 품질이 중국의 어떤 명차에도 뒤지지 않은 것 같았다.
하 서룡 씨는 일 년 중 차를 만드는 봄철 2개월을 제하고는 차 연구와 강의에 시간과 정열을 바치며 ‘세계적인 우리 차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가 있어 우리 차의 미래는 더욱 밝게 빛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사진캡션
<선품(仙品)녹차>
- 서남향의 비옥한 토질에서, 퇴비조차도 주지 않고, 산식재배(散植栽培; 빽빽이 심지 않고 한 그루씩 띄워서 심어 기름)한 차나무의 간지(幹枝; 가운데 가지)에서 맨 처음 돋아난 여린 눈아(嫩芽)만을 채취(採取)한 차 잎으로 만듦.
- 솥에서 덖어 익히고, 꺼내어 비빈 다음, 다시 솥에 넣어 솥의 열도를 점점 줄여가면서 덖어 말린 차.
<홍차(紅茶)>
- 갈아서 만드는 파쇄형(破碎形)이 아닌, 잎이 그대로 살아있는 잎 홍차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급 잎 홍차인 다즐링, 우바, 기문홍차, 전홍(운남홍차) 등과 비견할 수 있음.
- 열대나 아열대에서 나는 대엽종이 아닌 우리 토종 소엽종 차잎의 특성을 반영하여, 홍차의 기본제법에 충실하면서 밀실(황토방) 발효를 가미함.
- 향미는 대엽종 홍차의 농욱(濃郁; 강하고 짙음)함에 비하여 순감(醇甘; 부드럽고 담)하고, 파쇄형 홍차의 강한 삽미(澁味; 떫은 맛)가 적음.
- 작년(2005년)의 국제명차대회(미국 뉴욕)에서 우전급 홍차로 본상인 <은상>을 수상.
<청차(靑茶; 우롱차)>
- 포종차(包種茶; 대만산(産) 경(輕)발효 청차, 고산오룡으로 대표됨)의 제법을 원용(援用)하여, 고려다원 만의 독보적 청차 제법으로 만듦.
- 우리의 차엽 특성과 입맛을 반영하여 녹차에 좀 더 가깝게 만들었으므로, 청차의 쾌활(快闊; 시원하고 상쾌함)한 느낌과 녹차의 감윤(甘潤; 달고 부드러움)한 향미를 겸비함.
- 2003년 <대한민국 올해의 명차>.
<침녹차(針綠茶)>
- 맨 위에 돋아 난 뾰족한 눈(嫩)만 따서 만든 차.
- 솥 안에서 꺼내지 않고, 손을 놓지 않은 채, 덖어 익히고 비벼서 덖어 말려 끝냄.
- 천진무구한 젖먹이 아이의 내음 같은 눈향(嫩香)이 일품이고 맛은 여리면서도 풍부함. 마시고 나면, 따스한 기운이 온 몸을 부드럽게 감쌈.
- 2004년 하동차축제 <올해의 명차>. ('차와 사람' 7월호에서)
첫댓글 저도 한번 알아본 적이 있는데요. 너무 비싸서 포기...ㅠ_ㅠ 가난한 학생은 서러워요..흐흑..
2~3만원대의 중작급이나 세작급 차 가운데 골라 보시지요?<춘수배상>
춘수님 사진이 안올라 와요 내 컴은 항상 문제군요
처음엔 보이더니 이젠 제 컴에도 안 뜹니다. 제가 서툴러서.../ 지워야 겠습니다!/ '티엔피플'에 실려 있습니다~
위쪽에 몇십만원인것만 보고 기죽어서 아래는 보지도 않고 홈피 꺼버렸는데...그 가격대도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