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 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 하였지..
-허영자님의 詩...[완행열차]
이번 여행의 목적은 말그대로 목적없는 여행입니다..
대학에 입학하고나서 일년에 서너번은 이렇게 목적없는 여행을 무박 2일의 일정으로 떠나곤
했는데 요번에도 어김없이 12월에 여행 일정을 잡았답니다..올해는 특히 많이 다녔던 편..
3월달에 강릉, 5월달에 또 강릉, 8월달에 대전, 9월달에 대전, 그리고 이번달..
원래는 10월 한달동안 가깝게 지내던 부산에 사는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잘될뻔 했던 인연이었죠)
12월24일과 25일에 부산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그 사람이 처음 만나는 날을
의미있는 크리스마스 이브로 하고 싶다는 말을 해서..)
이번에도 잘 지내보려 했지만 결국은
부산에 내려갈 일이 없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처음에는 그래도 마지막으로 비록 멀리있는
사람이었지만 잘지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 잘먹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생활도 활기차게
헸는데 운명의 신은 이번에도 저에게 인연이라는 끈은 이어주지 않더군요..
처음에는 많이 힘들줄 알았는데..오히려 그녀에게 나 대신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는..그래서
미안하다고만 하는 그녀의 메일을 받았을때 마음이 홀가분 하더군요..저도 사실 속으로는 '이제
또 부산을 한두달에 한번씩 어떻게 내려갈 것이며 그 돈은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라는 생각에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요..그렇지만 굳은 결심으로 하고 다달이 타는 월급도 몇푼 안되긴 하는
돈이지만 먹고 싶은거 입고 싶은거 다 참아가며 열심히 돈을 모았습니다..
매번 그랬습니다..운명은 참 무심하게도 내가 잠시 사랑했던 사람들을 나에게서 먼곳에 만들어
주었습니다..그래서 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선 나의 것은 어쩔수 없이 포기해야 했던 그런
지난 2년의 시간들이었죠..그렇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전부터 제가 이렇게 설레이고 들뜨는 것은 어쩌면 어디론가 달리고 달려가는
밤기차안에서 창밖의 어둠속에 비친 내안의 또 다른 나와 만나게 되면 뭔가를 깨닫고 정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歸鄕의 여정에 오를 수 있을꺼라는 막연한 희망때문이었을지도..
아참..서론이 길어졌군요..^^;;
그렇게 되어서 전 11월24일 경에 예매하려고 했던 부산행일정은 취소하고 그냥 12월달을 조용히
집에서 보내려고 했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는 마음의 혼란과 바람에 정처없이
흘러다니는 기억의 조각들을 정리할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홀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평소에 강릉가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일단 강릉을 무박 2일로 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혼자 가는 여행인데 휭하니 강릉만 다녀오기에는 뭔가 아쉬
워서,마침 평소에 만나자 해왔던 목포에 사는 메일 친구를 만나기로 하고 목포와 강릉행을
결정하였습니다..그때가 11월 16일..
일단은 목포까지 내려간 다음 목포에서 그 친구를 잠깐 만나고 광주에서 강릉행 무궁화 제770호
열차를 타고 정동진에서 새벽 바다를 보고 강릉으로 와서 평소에 한번도 탄 적이 없었던 새마을호
로 태백산맥을 넘기로 하고 예매를 시작했는데..어라?..
목포가 예약이 안되는것이었습니다..이럴리가 없는데..하며 이것저것 철도회원 게시판을 살펴보다
보니 호남선 송정리와-임성리 구간의 복선화 공사로 인해서 12월 5일 이후의 열차편은 예약이
안된다는 공지가 올라와있었습니다..
이를 어쩐다..이제부터는 준규형이 잘하는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데..
일단은 광주까지 간 다음 광주에서 버스편으로 목포로 이동한 뒤 친구를 만나고 다시 버스편으로
광주에 와서 770무궁화를 타는 것으로 시간 계산을 해보니 빠듯...
왜냐하면 제가 생각하고 있는 435무궁화의 광주 도착 시각이 오후 13:49분 이고 광주광역시 홈페이
지로 들어가서 목포행 버스의 배차시간과 소요시간을 알아보니 열차도착 시간에 맞출수 있는
목포행 버스 시각이 14:20분이고 소요시간이 약 1시간 30분 정도...
그러면 목포에 도착하는 시간이 15:50분 정도 되고 다행히 친구가 일하는 맥도널드가 버스터미널
옆에 있다고 하니 일단은 목포시내에서 헤매는 일이 절약..그 친구를 잠깐 보고 5시경에 목포를
출발한다고 해도 저녁 시간대 광주에 진입해서 광주역에 정시에 도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잠깐 그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제가 대학 들어와서 인터넷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고
처음 실연의 아픔을 맛보았던 1999년 여름이 끝나고 1학년 2학기가 시작할 무렵 한참 재미가
들려있던 채팅에서 만난 친구인데..실제로는 늦은 79인데 그냥 어떻게 하다보니 친구로
지내게 되었고 지금은 그 친구가 바빠서 자주 연락을 못하지만 그 친구가 대학 다니던 99년에는
정말 자주 편지를 주고 받던 친구랍니다..여자구요..지금은 그 친구 전공과는 상관없이 알바로
하던 맥도널드에서 뿌리를 박고 지금은 매니저(패스트푸드점에서 자세히 보면 앞에 빨간옷입는
점원들 말고 뒤에서 하얀옷입고 그 사람들 지휘하는 사람있습니다..^^)에서 한단계 더 높은 직책으
로 승진시험을 본다는데..(거의 점장급이겠죠..)
아무튼 내가 그동안 실연의 아픔을 겪을때마다 비록 멀리서지만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함께
아파해주었던 정말 좋은 친구랍니다..그 친구를 이제 세번째 보게 되는데 2년만에 보는 친구라 정
말처음 만날때 처럼 떨리는군요..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이 내가 첫사랑을 만나고 돌아오던 길이었
으니까 1999년 12월 20일이던가요?..그때는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 시간이 바빠서 버스터미널에서
역으로 오던 택시안에서 몇마디 주고 받은 것이 전부였는데..암튼..제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 친구 시집간다고 하면 열일 제쳐두고 가고 싶은 친구랍니다..
각설하고..
그래서 그 녀석한테 바쁜데 시간비울수 있냐고 전화를 하니 그 녀석이 고맙게도 12월 스케줄
나올때 그날 쉬도록 해보겠다고 하네요..뭐하러 바쁘게 목포까지 오냐면서요..암튼..좋은
친구죠?^^
그래서 저는 최종적으로 12월 8일과 9일의 여행일정을 다음과 같이 세웠습니다..
12월 8일(토)
무궁화 제 562 열차 남춘천 07:05->청량리 08:47(철도회원 할인 4500원)
무궁화 제 435 열차 서울 09:25->광주 13:49(학생 할인 13,700원)
무궁화 제 770 열차 광주 18:46->정동진 03:51(학생 할인 20,500원)
12월 9일(일)
새마을 제 192 열차 강릉 09:00->청량리 15:19(철도회원 할인 23.500원)
통일 제 1513열차 청량리 15:50->남춘천 17:40(학생 할인 2300원)
총 열차승차시간 23시간 20분에 총 열차운임 64,500원
이렇게 되어서 12월 5일날 학교안에 있는 열차매표소(최금자님-준규형두 아시는 분)에서
발권받아서 여행을 떠날 모든 준비를 마무리 합니다..
[text]
희미한 여명의 빛이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새벽녘에 밝은 빛을
내던 금성도 서쪽 하늘로 밀려 사라지는 모습..아마도 그 멋진 아침의 풍경을 여행을 떠나는
저라서 더 설레이게 느껴졌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언제나 떠난다는 일은 설레고 가슴 벅찬 일입니
다.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새벽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지더군요^^;;
어제까지 아침엔 찬물로 세수하고 머리감고 그랬는데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것도 있지만 어디
나가는 얘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냐는 어머님의 성화에 못이겨 5시 20분쯤 물을 올려놓고(우리집]
이 사실 온수가 안나와서 가스렌지에 물을 덥힌답니다) 잠시 이불 속의 온기를 느끼며 조용한
클래식을 들으면서 여행다니며 무엇무엇을 해볼지 생각해봅니다. 이윽고 물리 끓기 시작하자
곱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새로 산 옷들을 단정하게 입고 가방을 챙긴 뒤 새벽의 신선한 공기
를 마시며 집을 나섭니다. 어미님은 벌써 가게문을 열러 나가시고 어머님도 아버님을 도와드리러
나가십니다. 원래는 제가 아침에 아버지 문여시는 것을 도와드리고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곤 했는데
오늘은 열차시각이 일러서 어머님이 저 대신 도와드리시느라..
새벽에 날씨가 찬데 따뜻한 옷도 제대로 안입으시고 문을 여시는 부모님을 보니 괜시리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도 집떠나는 사람한텐 돈이 충분하게 있어야 한다며 집세랑 창고세 내시기도 벅차
시다고 핀잔을 주시면서도 5만원을 제손에 쥐어주십니다. 전 애써 죄송한 마음을 뒤로 하고
인사를 하고 택시를 이용, 남춘천역에 6시 30분에 도착해서 미리 지하철 승차권을 사고(저번에
그 이미숙 역무원님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친절...^^;;) 며칠전에 준규형이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안천용님이 오셨다는데..언제쯤 뵐수 있으려나..^^;;
시간이 좀 남아서 미리 건전지와 TIME 한갑을 사서 가방에 넣고 음악을 들으며 대합실에 서 있으
려니 시간은 어느덧 7시..그새 제법 많은 승객들로 남춘천역에는 적막이 깨지고 활기찬 아침이
시작됩니다..개찰구에서 표검사를 받고(박윤삼 역무원님)플랫폼에서 남은 5분동안 담배를 피며
하얗게 흩날리는 담배연기 너머 뷹게 물들기 시작하는 동쪽하늘의 풍경에 마음을 설레여 봅니다..
열차는 정확하게 7시 4분이 되어 남춘천역으로 입환...
7168디젤기관차,99250발전차 편성인 춘천발 청량리행 제 562무궁화(남춘천07:04->청량리08:47)호
열차입니다. 열차안은 역시 이른 아침 열차편이라 그런지 좌석도 제법 많이 보이고..1호차 29번
제자리에 앉아 두꺼운 패딩코드를 걸어놓고 가방에서 필기도구와 공책을 꺼내 여행후기를 적기
시작합니다...(김선홍 여객전무님....)
열차는 신남에서 7138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1501통일호(청량리05:25->춘천07:25)를 기다리느라
꽤 오랜시간 정차(약 5분), 너무 늦으면 안되는데...쩝...
07:26분 강촌 정차, 07:30분에 백양리를 통과하는데 저번에 레일로드 강촌 번개 생각이 문득 듭니
다..그때 왔던 분들이..하늘빛 땅형..하늘빛 땅형의 내연의 애인(?), 일순형,천우형,그리고 저
연풍연가, 스나이퍼, 지영이, 은희랑,그리고 잠깐 왔다갔다던 세은이랑, 근철이형, 준규형...
겨울 자전거 하이킹도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07:35분 경강 통과. 경춘대교를 건너(가평읍과 춘천시 남면의 경계) 가평읍에 들어서니 이른 아침
이고 추운 날씨라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별루 없습니다(1503통일호(청량리06:15->춘천08:11)
와 07:40분에 가평 교행) (07:27 강촌,07:30 백양리)
창밖을 보니 공사장 인부들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불놀이를..(재미있겠다..^^)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아침 노을을 바라보며 경주하듯 달리는 46번 국도의 차들...
그리고 산과 강..정말 이런게 생활속의 작은 행복이 아닐런지...
제가 어릴적부터 좀 열차라는걸 좋아하는 편이었죠..큰집이 금곡(경춘선)이라..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경춘선을 많이 탄 편인데 어릴때두 그랬고 지금도 열차 타는 것을 좋아하
거 보면..그냥 기관사나 할껄 그랬나?..^^;;
어라?..자동문이다~ 제가 탄 1호차는 다른 객차와는 달리 장애인 객차라..그런데 자동개폐식
출입구로 된 객차를 경춘선에서 보는 건 거의 전무후무 한 일..
(08:50 상천, 08:55 청평->계속 5분씩 지연되는 열차...)
계속 5분 지연된다고 하면 08:52 도착에 서울역에 09:20분까지 가려면 엄청 뛰어야 하는 상황이..
(왜 여기서 레일로드의 스나이퍼님이 생각나는 건지..) 청평역을 지나 북한강이 펼쳐지는 풍경은
언제봐도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해가 오른쪽 어깨 너머로 엷은 햇빛
을 보내며 청평댐 위로 빛나는 풍경은 정말 신비 그 자체..
잔물결을 만들며 바다로 흘러흘러가는 북한강과 빠른 속력으로 달리는 무궁화에서 듣는 WAX의
'MONEY'를 듣는 이 기분..여러분들은 아실런지..또 한가로운 강가의, 하늘을 향해 말없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겨울 자작나무를 바라보며 김윤아의 '담'을 들으며 고독을 느끼는 이 기분은...
(대성리 08:04분, 561무궁화(청량리07:10->춘천08:57)와 교행)(08:12 마석역 통과)
지금은 Y2K의 'HIDDEN'을 듣는데 정말 드럼세션이 누군지 실력이 보통이 아니네요..제가 대학 1
학년때 밴드활동을 하면서 드럼을 조금 쳐서 드럼이 의외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정도
비트를 치려면 적어도 경력이 10년 정도는 되어야 할 듯..저도 우리학교 앞에 드럼을 칠 수 있는
오락실이 있어서 Y2K의 'BED'를 쳐봤는데 정말 'CRAZY' 수준...
어라?..여기도 비행기카페가 있네..지금은 평내역에 진입중인데 오른쪽으로 천마산 스키장이
있고 그 산자락 길가에 보잉 747(아님 727기종)크기의 여객기가 카페가 되어 있네요...
아마도 중앙선 아신역 부근의 양평공항도 저 정도일듯..
갑자기 또 금곡역에 들어가기 전 교행할 열차의 금곡역 운전정리 때문인지, 아님 기술적인 문제
인지 갑자기 우리 열차가 서버리는..
이런..전력질주를 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자꾸 시간이 지체되어서..ㅡ..ㅡ
경춘선은 열차가 정시에 도착하는 일이 거의 없답니다..꼬 지연시간 3분 정도는 감안해야 합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1504통일호(춘천06:15->청량리08:10)을 타는 건데..ㅜ.ㅜ)
금곡역에서 1505통일호(청량리07:50->춘천09:45)와 교행하느라 역시..저 통일호를 기다리느라..
이궁...ㅡ..ㅡ
서울역에서 11:25분 출발인 437무궁화(서울11:25->광주15:50)도 생각은 해보았지만 광주에 15:50
분 도착이라..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밥한끼, 차한잔 제대로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435무궁화로
예매를 했는데..어쨌든 08:50분까지만 청량리에 들어갈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퇴계원08:32분, 화랑대 08:36, 성북 08:40)
이제부터 관건은 청량리에서 얼마나 빨리 지하철을 타고 각역마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물론 제 달리기 실력두 포함해서죠..일단은 이 공책과 필기도구들을
가방에 넣어두고 열차가 정차하자마자 달리기 시작해야 합니다..
에거...헥헥...오늘도 어김없이 또 이렇게 달려버리고 마네요..^^;;
그래도 다행스럽게 여유있게 서울역에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된 일인가?
성북에서 청량리구간은 아시다시피 전동차 운행구간..선행 전동차와의 안전거리 유지와 기관차
정비 문제등으로 청량리역에는 8분이나 지연된 08:55분 도착.(청량리역에는 181새마을(청량리
09:00->안동13:02)이 발차전..)
이런..큰일났다ㅜ.ㅜ 열차 출입구에 서있던 저는 열차가 정차하자마자 내달리기 시작하여서 지하
청량리에 3분만에 도착하니 다행히 인천행 전동차가 도착해서 승객들을 태우는 중..그래도 러시아
워 시간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입니다. 인천행 전동차는 제기동-신설동-동대문-종로5가-종로3가-
종각-시청을 경유해서 20분만에 서울역에 도착(09:18분)
요번에는 청량리역에서 전동차를 바로 탈수 있었던 것이 주요했습니다.
천천히 걸어서 호남선 개찰구에서 김동수역무원님께 표감사를 받은뒤 435무궁화에 승차...
옆 경부선 플랫폼에는 71장대새마을(서울09:30->울산14:26-식당,특실연결)이 개표중...
(저도 요번엔 새마을을 이용해 보게 되는군요..ㅋㅋ)
우리 열차는 1호차 특실과 장애인 객실을 연결..(특실이라고 보니 신조무궁화 비슷한것..)
열차는 정확히 09:25분이 되어 발차..09:30분에 63빌딩을 뒤로 하고 한강철교를 건너서 영등포 예
정 도착시간인 09:39분 보다 약 4분 일찍 도착하여 많은 승객을 태운뒤 후행하던 71새마을을
보내고 09:41분에 다시 출발..요번에도 제 옆자리인 34번내측자리에는 한.~~~음..4살정도 더
많아 보이시는 아가씨가 앉으셨답니다..오늘도 자리운이 좋은편..^^
역시 안내방송은 간선철도답게 4개국어 자동안내방송(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여객전무님이 간간히 말씀을 하시긴 하는데(박성식여객전무님과 김방석 차장님이 승무중..)
영등포를 빠져나온 열차는 느림보 경춘선과는 비교도 안될 속도로 달리기 시작..
그러고 보니 전라남도 광주광역시에는 지난해 4월 14일 이후로 1년 8개월만에 두번째로 가게
되는군요..얼마나 많이 바뀌었을까?...그렇지만 그때 광주 다녀온 기억은 별루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랍니다.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 오지 않을 사람을 사람을 하루나 기다리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했다 싶으면서도 바보같은 지난날의 저였죠..
그때는 봄이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산과 들에 꽃과 나무들이 만개한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는데
이젠 눈이 쌓인 호남선을 타게 되었으니..참...
광주에서 하루 종일 굶고 너무나 배고픈 나머지 서울로 올라와서 춘천으로 가는 막차를 타기 전에
먹던 눈물섞인 국밥 한그릇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그때는 다시 이러지말아야지 하고 입술을 깨물던
생각이 납니다.. 그래두 그런 추억이 있었으니까 지금의 제가 있을수 있는 거겠죠..
09:55분 군포를 지나는데 아참..레일로드의 신근수님이 여기 살죠..
신근수님은 이제 안지 1년정도 되어가는데 매번 볼때마다 참 심성곱고 성실하고 믿음직한 분이라
친동생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09:56분 부곡역을 지나는데 왠 컨테이너와 레일이 많이 깔려있나 했더니 의왕쪽으로 남부화물기지
선이 놓여있군요..
지금 듣는 노래가 이가희의 '바람맞던 날'인데 이 노래에는 제가 추억이 많답니다. 곡 인트로의
유희열의 나레이션과 파이프오르간의 연주도 일품이지만 이가희의 가녀린 목소리에서 나오는
호소력 짙은 보이스 칼라와 바이브레이션의 조화는 왠지 사람을 애틋하게 한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좋아하던 누나(지금도 물론 좋아하지만 이성으로 좋아하던 예전과는
조금 다른 편안한 느낌이죠..누나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가 좋아하던 곡이라서 그런지..
(물론 그 누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옛사랑을 떠올린다 하지만,어쨌든 제가 소개해준 CD이기도
하구요..)무척 애착이 가는 곡...여러분들께 강추하는 곡입니다.(수원10:02분 도착)
334무궁화(장항07:00->서울10:41)와 수원에서 교차운행(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경부선 서울-대전
구간은 상하행선이 따로 된 복선이므로 교행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하에서는 편의상 교행이라고
하겠음) 경부선은 도시와 도시간의 풍경이 단조로운 편이라 마땅히 적어볼 것은 없을듯. 잠시
목포에 사는 친구와 통화.
나: 혜진이냐? 나 의재! 아까 전화했었지?
친구:어..지금어디야?..열차탔어?
나:지금 수원이야
친구:몇시 도착인데?
나:응..13:49분..그러니까 2시까지 광주역으로 와..
친구:알았어..목포에서 광주가는 열차없다더라..그냥 버스타구 가야겠어..
나:그래..목포하구 광주는 하루에 딱 한번 아침에 도시통근형 통일호밖에 없으니까..버스타구 와
친구:알았어..이따봐..
나:혜진아..우리 2년만에 본다..
친구:.그래..정말 오랜만이다..
그렇게 전화를 끊는데 정말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시간과 공간은 그 거리만큼 정말 서로간에 그 관계가 우정이든, 사랑이든 사람을 무척 그리워 하게
하고 애틋하게 하는것 같습니다..저에겐 정말 좋은 친구인데 지난 2년간 한번도 못 만났다니...
매번 이런 생각을 할 때 마다 전 시월애에서 이정재가 했던 대사가 생각납니다..
[내가 보고 싶어한 사람들은 항상 제가 볼 수 없는 곳에 있었습니다..그래서 그 사람들이 더
그리웠는지도 모르겠지만...]
★내일 2부가 계속됩니다..^^☆
카페 게시글
해외여행(기타)
2001년 12월 8일-9일 광주(전라도),강릉(강원도)여행후기 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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