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섭의 미술사학과 한국미술사의 오늘과 전망

고유섭의 미술사학과 한국미술사의 오늘과 전망 글 │문 명 대 미술사가.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교수 머리말 우현 고유섭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인 미술사학자 또는 미술사의 학조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고유섭 선생은 1905년에 태어나 1944년 39세의 나이로 단명의 생을 마친 천재적인 학자였다. 그는 22세의 나이인 1926년 9월 11일 일기장에 “짧고 굵은 일생, 가늘고 긴 일생, 짧고 가는 일생, 굵고 긴 일생”이라는 구절을 적어 놓으면서 그의 일생을 일찍이 예견한 듯 인생의 허무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참으로 짧고 굵은 일생을 살다간 근대 학문의 대두였다는데 아무도 이의가 없다. 그는 특히 한국 미술사학의 초석이 되었고, 지금도 한국미술사학계를 이끌고 있는 지침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유섭의 생애 고유섭은 1905년 2월2일 인천 용동에서 아버지 고주연씨와 어머니 평강채씨 사이에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고주연씨는 명치대학 법학부를 다닌 후 무역업에 종사했던 당시의 인텔리였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 채씨를 내치고 서모와 살게 되면서 고유섭은 감성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고 이런 성격은 그의 학문 활동에 알게 모르게 미묘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는 1920년 보성고보를 거쳐 1925년 경성제대 문학부에 입학 미학미술사를 전공한다. 여기서 그는 우에노 다나까, 후지라 교수 등에게 근대적인 미학, 미술사학을 전수 받게 되었는데 그의 학문적 기초를 단단히 구축한다. 그는 전공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문학에도 심취하여 문우회와 낙산문학회의 활동에도 적극적이었으며, 이강국과는 평생의 우애를 다졌던 것이다. 1929년에 대학을 졸업한 후 곧 바로 이점옥 여사와 결혼하고 그 이듬해인 1930년 4월부터 연구실 조수생활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학문의 세계로 들어섰으며, 만 3년 후인 4월에 필생의 학문의 터전이었던 개성박물관관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1930년 7월 「미학의 사적개관」, 1931년 「금동미륵반가상의 고찰」을 시작으로 1944년 6월 26일 별세하기 까지 수많은 글을 남겼다. 고유섭의 미술사학 앞에서 말했다시피 고유섭선생은 일제 식민지 치하의 남다른 열의와 비상한 능력을 갖추고도 끝내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불우한 일생을 살다가 요절한 천재적인 학자였지만 이후 한국미술사학계의 비조로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행운이기도 하다. 그의 학문세계는 시기에 따라 몇 단계를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양식사적 미술사학 단계이다. 1931년부터 1934년까지 벨프린의 양식사적 미술사학을 적용해서 글을 쓰고 있다.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의 고찰」은 양식사적 관점에서 접근한 대표적인 글이라 하겠다. 둘째 사회경제사적 미술사학 단계이다. 1934년부터 1940년 까지 양식사나 정신사적 관점 보다 사회경제사적 미술사학적 미술사학(플레하노퍼가 정리) 좀 더 중점을 두고 접근하고 있다. 셋째 정신사적 미술사학 단계이다. 즉 1940년부터 1941년까지 휘들러의 이론을 좀 더 정비한 리글의 관점에서 접근한 단계이다. 「조선 고미술의 특징과 그 전통문제」에서 보다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데 미술이 인간의 심의식을 들여다 보고 인간의 가치이념을 들여다 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부분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그의 학문 단계를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다. 이러한 미술사학의 인식은 한국 미술사학 연구에 적용한 최초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생애 동안 수많은 글은 남겼으나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은 고려청자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해방 후 고유섭의 학문은 그를 사사한 황수영교수와 진홍섭교수가 고유섭선생이 남기고 간 글들을 모아 여러 전의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은 크게 주목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미술사학의 전망 한국의 미술사학은 그 동안 장족의 발전을 하게 되었다. 학부의 미술사학 계열학과들은 물론 대학원 미술사학 계열 학과들이 인기절정의 성황을 누리고 있을뿐더러 연구 층이 꽤 두터워 경쟁이 심화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 축척되고 있는 설정이다.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숙한 분야나 연구계층도 있고 모색되어져야 할 과제들도 상당수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서는 몇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연구의 우선순위에 따른 연구방법의 개발이다. 미술사학의 기본적인 연구 방법은 사료의 적절한 선택과 미술 사료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양식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거시적인 파악 즉, 조화된 미술사관에 입각한 해석을 명쾌하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소홀하게 다루어서는 미술사를 제대로 논의 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연구인원의 적절한 배출과 소화에 정책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한 점이다. 미술사연구 인원의 배출에 각 대학, 대학원의 조화있는 선택 즉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고, 아울러 이들 배출된 연구인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조절이 원만히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미술사학은 획기적인 발전이 기약 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미술사학계의 심도 있는 연구와 활기에 찬 토론의 장이 언제나 열리어 있어야 할 것이다. 세분화 된 연구 토론도 활발해야겠지만 전 학계가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고 진지하며 심도 있는 논의가 자주 열릴 때 한국미술사학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을 확신한다. 이렇게 된다면 아마도 세계학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맺음말 이 상에서 고유섭선생의 생애와 미술사학에 대해서 우선 살펴보았다. 고유섭선생은 20세기 전반기에 40여년 살다간 단명의 학자였지만 한국인 학자로 최초의 미술사학자가 되어 한국미술사학의 비조로 인식되고 있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고유섭 선생의 업적을 계승한 현재의 한국 미술사학계는 1980년대 이후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고 몇몇 과제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한국의 미술사학은 장족의 발전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글쓴이 문명대는 1940년 경북 경산 출생으로, 동국대학교에서 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박물관장, 한국미술사학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동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미술사연구소장, 동국대학교 불교미술문화재연구소장, 문화관광부 위원, 서울시 문화재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미술사학의 이론과 방법][한국조각사][한국의 불화] 외 다수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