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로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갖가지 지식 전달 매체들이 등장하고, 전자북(e북)이 통용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에게 사랑받는 인류 지혜의 최고 저장고는 종이책이다. 특히, 예술 분야의 책은 실제로 만나볼 수 없는 작품들과 작가들을 접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통로이다. 이런 예술관련 신간을 가장 먼저 만나고, 예술서의 정보를 훤히 꿰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서점을 지키는 사람들. 향을 싼 종이에선 향내가 난다고 했던가? 매일 예술서와 함께 사는 예술계 또 하나의 파수꾼 아트 북 마스터들을 만나 책 향기 솔솔 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임현진 교보문고(강남) 예술 담당
북 마스터는>> 매장의 책들을 진열하는 업무는 물론이고, 신간이 나오거나 부족한 책이 있으면 주문하는 일도 맡는다. 무엇보다 책을 먼저 만나고 소개하는 입장이니 평소에 꾸준한 독서가 필요하다. 또한, 책의 판매촉진을 위한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저자 사인회라든지 미술관 전시와 연계해서 도서 구입 시 전시 티켓을 제공하는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책 추천, 보람이자 부담>> 책을 찾아주거나 고객이 원하는 책을 추천해주는 일도 중요한 업무. 때론 독자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잘 알지 못하면 어떤 책을 추천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전에는 ‘문학’ 분야를 담당했는데 선물용으로 추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예술’ 분야를 찾는 분들은 추천을 부탁하는 일이 적은 편이다. 분야에 대한 정보를 이미 많이 체득하고 오시는 고객이 대부분인 것 같다. 독서는 나의 힘>> 많은 사람이 삶의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책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힘들 때 책을 통해 삶의 변화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나의 가장 큰 보람이다. 최근에 출간된 ‘희망을 주는 그림’이라는 책 역시 그런 이유에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나의 사랑은 책>> 책이 좋아 이 직업을 선택한 만큼 평소에도 독서를 즐긴다. 다른 취미로 요즘에는 퀼트도 하고 있다. 조각조각 천을 이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독서와 닮은 구석이 많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넓혀가는 과정이고, 그렇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김인애 아트앤드림(신사동) 예술 전문 서점
예술분야 수입 전문 서점>> 아트앤드림은 예술과 관련된 외국 서적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서점이다. 현재 이와 관련해 외서의 주문과 수입의 역할을 맡고 있다. 서점이 생긴지 7년. 이미 구축된 경로와 노하우를 통해 꾸준히 외국 출판사와 거래를 이어오고 있으며, 외국도서의 카탈로그를 보고 신간을 주문하기도 한다. 또한, 독일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리는 북 페어 외에도 국제 북 페어를 방문해 세계의 예술 도서들의 출판 경향을 읽고 좋은 책을 선택하여 국내로 수입하기도 한다. 트렌드는 필수>> 좋은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현재 문화적 흐름과 관심사 그리고 독자들의 소비성향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 북 페어도 방문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공부이다. 새로운 신간들과 고객들이 찾는 책을 보면 요즘의 트렌드를 읽을 수가 있고 표지만 보아도 최근에 유행하는 스타일을 알 수가 있다. 한동안은 빈티지 스타일이 인기가 있었으나 요즘에는 다시 모던한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유행은 역시 돌고 돈다.~~ 외국어의 압박 오~NO>> 우리가 취급하는 책들은 텍스트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는 예술 서적도 있지만 이미지가 풍부한 서적들을 주로 소개하는 편이다.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일지라도 글자만 빡빡한 책들은 부담스럽다. 책을 선택할 때는 글과 이미지가 적절히 조화된 구성과, 내용이 알찬 책들이 기준이다. 더 많은 독자들이 외국어의 부담 없이 이곳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만이 누리는 기쁨>> 직접 보지 못하고 자료를 통해 주문한 후 책이 도착했을 때는 박스를 열면서 흐뭇하다. 마치 선물 포장을 뜯어보는 설렘이라고나 할까. 내가 한국 독자들에게 외국의 도서들을 소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게 즐겁다. 또 국내에서는 외서의 양이 방대한 데 비해 이를 수입하는 통로들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단골손님들이 유난히 많고, 이런 고객과의 관계도 일을 하는 보람 중에 하나다. 어떤 분들은 외국에 나갔다가 좋은 책이 있으면 애국하는 마음으로 추천해 주시기도 한다.
진선미 리브로(을지로) 예술 담당
경험을 파는 직업>>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에서 겪을 수 없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여행 도서를 읽으면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듯한 경험을 가질 수도 있고, 에세이를 통해서는 다른 사람이 겪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붙이자면 그렇게 수많은 가능성을 가진 책들을 유익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상품은 판매되는 가격에 비례하는 가치를 갖지만 책은 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여 간접적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다. 책 진열에 숨은 마케팅 전략!>> 소비자의 관심에 맞춰 책을 정리하고 진열하는 건 나의 몫. 매일 아침 매출 조회를 통해 책의 판매 동향을 파악하고, 판매율, 신간 순 등에 맞춰서 배열한다. 사람들의 관심사나 구매 경향을 읽으려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 필수이다. 요즘에는 미술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미술 재테크에 관한 일반인의 관심이 늘었고, 이와 관련한 신간들이 여럿 출간되었다. 이런 책들을 고객이 찾기 쉬운 곳에 진열하거나 따로 모아서 코너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미술 분야는 미술관에서 현재 진행되는 전시들을 파악하는 것도 관심의 흐름을 읽는 요령. 잘 팔리는 책의 비결>> 책의 판매는 베스트셀러의 영향을 받는다. 많이 팔린 책이 계속해서 팔리는 두드러진 현상 때문에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서 출판사가 직접 책을 사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식의 인기는 결국 독자들의 안목으로 걸러져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미술 분야의 책은 독자층이 꾸준한 편이다. 중독성이 있기에 한번 관심을 두고 읽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이 분야의 책들을 찾고 안목도 높아져 더 높은 수준의 책을 찾는 것 같다. 테마 따라잡기>> 해마다 4분기별로 책에 대한 흐름과 전망을 파악해 판매 계획을 세운다. 또한, 주목받는 전시가 있으면 그 전시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는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반 고흐 전시에 맞춰 그와 관련된 코너를 마련했는데 반응이 좋다. 이렇게 직접 준비한 프로젝트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 그만큼 더욱 보람이 크다.
정상 영풍문고(종로) 예술 담당
나는 예술이 좋다>>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했고, 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서점에서 예술분야를 담당하면 좋겠단 생각에 입사지원을 할 때 희망분야를 이곳으로 정했다. 입사 후에도 분야별 로테이션이 있어 부서를 옮길 기회가 있었지만 담당직원의 관심사와 분야에 대한 파악이 중요한 만큼 업무 분야 선택에 실무자의 의사가 잘 반영되는 편이다.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사진 분야를 함께 담당하고 있는데 일을 하면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예술 도서의 다양화>> 예전에는 예술사 전반에 관한 서적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좀 더 세분화 된 추세다. 예술 사조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시리즈물이 많이 출간되기도 하고 예술이 대중화되면서 에세이적 성향을 지닌 도서들도 많아졌다. 심리, 범죄, 돈 등 미술을 다른 분야들과 접목해서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책들이 인기가 높아졌으며, 표지나 구성에서도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눈에 띄는 경향이다. 고상한 직업?>> 많은 사람이 매일 책과 함께하는 직업이라 매우 편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하루에 나르는 책이 수백 권이고 육체노동도 따른다. 행사라도 있으면 그 양이 엄청나다. 지난겨울에 동방신기 화보 사인회를 가진 적이 있는데 하루에 천부가 넘는 책을 나르느라 몸살을 앓았다.^^ 서점을 떠나지 않는 이유>>서점 근무는 오전반과 오후반을 돌아가면서 교대 근무한다. 오전반은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고, 오후반은 1시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근무하는 것. 따로 특별히 회의를 갖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 같은 팀에서 일하는 동료와 책에 대한 정보를 자주 나눈다. 대부분 직장을 가진 분들이 그렇게 느끼겠지만 동료와의 관계가 직장생활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서점 분들이 가장 좋고 또 잘 놀기도 한다. 하하~ 동료는 내가 서점을 떠나지 않는 제일 큰 이유이다.
김원규 반디앤루이스(코엑스) 잡지 담당
시대를 읽으려면 서점에 가라?>> 서점에 방문하면 시대적 관심사를 읽을 수 있다. 도서의 출판 경향은 이를 잘 반영한다. 스스로도 사회의 흐름에 대한 보다 빠르고 정확한 감각을 지니고자 매일 신문을 읽고, 정치나 경제와 같은 시사 흐름에도 관심을 두는 편이다. 단골손님을 잡아라>> 인터넷의 발전으로 서점 판매율이 위축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서점 구매를 고집하는 분들이 있다. 책을 직접보고 구매를 원하는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서점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 때문. 고객의 문의에 친절하게 상담해드리면 그 고객은 다시 매장을 찾는다. 가끔은 도움에 대한 감사 표시로 간식을 사다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있다.^^ 그리고 나 또한 한번 고객이 되면 영원한 고객으로 더욱 관심을 두는 건 당연지사. 잡지의 생명은>> 잡지 구매자들은 부록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구매자들이 더 쉽게 부록 상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현재 부록 진열장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 실질적으로 부록에 따라 판매율이 영향 받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잡지 내용과 질이 인기의 수명을 좌우한다는 게 오랜 시간 잡지코너를 지켜온 나의 생각이다. 매월 새롭게 출간되는 잡지도 많지만 내용이 좋지 않으면 장수하지 못하는 것이 철칙. 최고의 밉상들>> 서점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라 방문자도 다양하다. 때로는 매너 없는 고객들을 만나 고생을 하기도 한다. “품절된 책을 끝까지 내놔라”하는 고집불통 어르신도 있고, 통로 바닥에 책을 쌓아 놓고 보는 막무가내 학생들, 심지어 책을 읽으며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런 고객들을 만나면 많이 힘들다. 마음의 양식을 판매하는 곳이니 좀 더 많은 사람을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