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경쟁의 와중에 경영 전략의 획기적 변화를 보인 분야가 중국의 로컬 컬러 TV이다. 가격 인하 여력이 한계에 달하면서 `저가 공세'라는 소극적인 시장 전략을 포기하고 기술과 품질 향상이라는 `가치 경쟁'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중국의 로컬 컬러 TV 브랜드들이 가치 경쟁 전략을 통해 외산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인가.
로컬 기업들이 가격 경쟁을 통해 외국 기업들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하반기부터다. 하이센스(海信)ㆍ소세코(厦華) 등 브랜드들이 외국계 브랜드에 비해 20~30%나 싼 가격으로 시장에 선풍을 몰고 온 것이다. 이후 2005년 말까지 로컬 기업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2006년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외국계 기업들이 벤치마킹을 통해 국면 반전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2007년 1월부터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외국 기업의 LCD TV 매출액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로컬 기업들을 침체기로 몰아넣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로컬 LCD TV 업체는 경영 전략을 새로 짜야 했다.
베이징(北京) IT 전문가들은 "지난 수년 간 거듭된 가격 인하로 로컬 LCD TV업체 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에 따라 로컬 업체들은 기술과 품질 혁신이라는 정면 대응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치 경쟁 핵심은 소비자 니즈에 맞춰 혁신적인 제품과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부 로컬 컬러 TV 업체들은 모듈 제조나 관리 구조조정 등을 통해 생산 원가의 대폭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하이센스가 LCD 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한데 이어 TCL, 삼성, 스카이워스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협력해 지난 3월과 4월 LCD 모듈 생산라인을 구축 중인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창훙(長虹)과 하이센스, 콘카, 스카이워스, 소세코 등 로컬 컬러 TV 업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외국계 브랜드에서 1년으로 정하고 있는 평판 TV 주요 부품 무상보증 수리 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다. 앞서 2005년 10월 콘카는 멀티미디어 사업부를 평판 TV, 디지털 네트워크 등 4개 신흥 사업부로 분할해 시장 대응력을 제고시켰다.
아직은 로컬 컬러 TV 업체들이 경영 전략이 성공할 지를 점치는 것은 이르다. 하지만 가격 전략에서 가치 전략으로의 변화가 성공을 거둘 경우, TV 시장엔 대대적인 판도 변화가 불어닥칠 수 있다. 특히 가격 경쟁 속에서 분쟁과 알력으로 멀어졌던 로컬 업체 간 공동 의식이 살아나 내부의 경영 전략적 제휴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로컬 기업들의 전략 변화가 성공을 거둔다면 컬러 TV 산업 경쟁 상황은 한순간에 변할 수도 있다"며 "이는 여타 산업 부문 경쟁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