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집은 한국실로암선교회에서 부설기관으로 설립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group home)이다. 작년 말 정기이사회에서 그룹홈 설립을 의결하고 올 초에 효천역 근처의 농가주택을 임대하였다. 한 달여 동안 입구에 경사로와 화장실과 세면장을 실내에 새로 설치하고 출입문의 턱을 없앴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축사(畜舍)를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이었다. 추운 겨울날 축사바닥과 벽에 달라붙은 소똥을 치우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인내와 수고를 요구하였다. 그리하여 지난 2월 26일에 꽃피는집 개원식을 가졌으니 벌써 한달이 지났다. 현재 두 명의 장애인 형제와 직원 1명, 자원봉사자 1명이 살고 있다.
꽃피는집에는 무슨 꽃이 피었을까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꽃피는집은 이름에 걸맞게 한겨울에도 꽃이 피어있다. 실로암에서 내노라하는 꽃미남(?)들이 살고 있다. 식구들이 사는 방의 이름도 진달래와 민들레, 안개꽃이니 그야말로 꽃피는집이다. 진달래는 가장 한국적인 꽃이고, 민들레는 장애인의 삶과 소망을 닮을 꽃이다. 그리고 안개꽃은 사무실 겸 자원봉사자가 사는 방으로 다른 꽃들과 가장 잘 조화를 이루는 꽃이다. 굳이 사족(蛇足)을 달자면 꽃피는집은 민족과 장애인을 품고 섬기며 서로가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곳이다.
꽃피는집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소원한 것들이 있다. 꽃피는집은 작은 공동체이다. 적은 숫자가 가족처럼 사는 곳이다. 단지 ‘함께 있는 곳’이 아니며, ‘자기를 위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곳’도 아니다. ‘자기와 남을 위해 함께 도우며 서로 성숙하는 곳’이다. 날마다의 삶 속에서 예수의 복음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영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향하여 기다리는 것을 배우고 싶다. 상대방을 향하여 기다리는 것은 사랑과 소망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사랑은 자연스레 알아서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적으로 선택하고 작정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꽃피는집이 장애인을 환영하고 인정하며 화목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원한다.(누가복음 15:11-32). 장애인을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환대하고, 장애를 가진 모습 그대로 인정받으며 헌신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연약한 부분이 공동체를 통해 용납되고 채워지며, 하나님나라의 공동체를 소망하면서 살아가는 이 땅의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꽃피는집의 마당에 목련이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4월에는 목련꽃 그늘아래서 여러분과 함께 찬양과 기도를 드리고 싶다. 혹시 숯불에 삼겹살 생각나시는 분은 꼭 오세요.
* 월간 실로암 2005년 3/4월호에 실린 글임
첫댓글 민들레를 닮은 꽃 미남들이 사는 꽃피는 집... 민들레처럼 굳건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