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훈련에 충실한 웨스트햄
1군의 경우 계속 리그 경기가 열리는 상태이기 때문에 프로 선수들임에도 굉장히 기초적인 훈련 위주였다. 막대기를 세워놓고 빠져나가는 드리블 훈련이나 패싱게임을 비롯한 패스훈련이 주를 이뤘다. 슈팅훈련이나 패스훈련 때는 정확도를 매우 강조해서 골문에도 미니골대를 배치해 정확하게 차는데 집중하도록 유도했다.
공격수들만의 특별훈련에서도 움직이면서 서로 연결해 골까지 넣는 과정을 매우 빠르고 민첩하게 반복했고, 특히 수비수 특별훈련에서도 패스의 질을 매우 중시했다.
먼 거리부터 서로 주고받으면서 미니골대에 인사이드 패스로 볼을 집어넣는 훈련을 중점적으로 했다. 센터백들도 빠르고 강한 인사이드 패스를 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프리미어리그이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생각 없이 패스를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조직훈련은 4-3-3 시스템을 기초로 실시했고, 기초훈련과 함께 슈팅훈련에 많은 비중을 뒀다. 웨스트햄 뿐 아니라 다른 클럽들도 4-3-3을 꽤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특징은 예전과 달리 미드필더 3명 중 수비형 미드필더를 1명 두고, 앞선에 2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난 유로 2008에서도 대세를 이뤘던 공격적인 4-3-3 시스템이다. 또한 코디네이션 훈련은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일 조금씩은 시간을 배정하고 있었다.
웨스트햄 유소년 클럽의 훈련
그 동안 유럽과 남미를 다니면서 여러 경험을 했지만, 유소년 클럽의 훈련을 본격적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 면에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일단 웨스트햄 유소년 클럽에서는 체력훈련을 매일 하는데, 거의 민첩성 훈련과 병행했다. 다양한 훈련방법으로 앞뒤상하 근육에 모두 적용할 수 있게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다양한 움직임의 스텝 밟는 훈련을 많이 하는데, 이것은 체력훈련이 됨과 동시에 민첩성도 길러준다. 현대축구가 점점 복잡해지고, 그에 따라 빠르고 정교하게 압박 상태를 벗어나야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길러주기 위한 훈련이었다.
특히 슬로우 스타일의 축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잔스텝으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거의 서킷 트레이닝 형태로 이루어진 체력훈련에서도 이 부분에 주안점을 뒀다.
사실 이런 점은 예전 브라질에 갔을 때도 느꼈다. 브라질에서도 매일 체력훈련을 시킨다. 다만 무리하게 한꺼번에 시키지 않을 뿐이다. 민첩성과 탄력 등이 모두 이런 훈련에서 비롯된다. 이 훈련을 쫓아오지 못하면 낙오시킨다. 너 아니어도 할 선수는 많다는 것이다.
또한 웨스트햄 유소년 클럽의 중심 훈련은 패스훈련이 많았다. 기본적인 패스훈련 뿐 아니라 포지션별 위치에 세워놓고 실제경기운영 형태로 패스훈련을 실시했다. 수비와 미드필드, 공격을 나눠서 자기 지역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게 하면서 훈련을 중점적으로 했다. 전술과 기술은 이것이 만들어진 다음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1주일에 한번 리그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훈련강도를 아주 강하게 하지는 않는다. 다만 매일 피지컬 트레이너의 코칭 아래 체력훈련이 조금씩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체력훈련이라는 것도 단순히 뛰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적극적이고 격렬하게 패스게임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력훈련의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요즘 우리 축구 역시 이런 식으로 체력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잉글랜드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 항상 잔디가 축축하고 미끄럽다. 그 뿐 아니라 비가 오지 않더라도 경기 시작 전에 잔디에 물을 항상 뿌린다. 이 때문에 패스가 쭉쭉 빠르게 나갈 수 있다. 다만 볼 컨트롤이 어려워지는데, 이것은 어릴 때부터 항상 이런 조건 하에서 기본훈련을 충실히 받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적응하면서 매끄러운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웨스트햄 유소년 클럽의 훈련에서도 이런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점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훈련에서도, 실전에서도 물을 뿌리고 하지 않는다. 미끄럽다는 이유 때문이다. 자연히 이런 부분에 적응이 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유로 2008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국제대회를 나가보면 경기 전에 잔디에 물을 뿌리는 경우가 많다. 좀 더 속도감이 빠른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K-리그의 경기 스피드가 많이 느려보이는 것에는 이런 영향도 있다. 세계축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훈련이나 실전을 통해서 우리도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