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에 출시된 FPS게임 언리얼은 두가지 충격을 주었다. 첫 번째는 뛰어난 엔진으로 표현된 외계행성,“나팔리”의 잊을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며, 두번째 충격은 이 멋진 게임의 제작사가 에픽이라는 것이다.
에픽은 아포지, id 소프트웨어와 함께 게임을 쉐어웨어 형태로 판매하는 대표적인 제작사였다. id가 울펜슈타인 3D와 둠을 선보임으로써 그들의 주가를 올리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었을때, 다른 쉐어웨어 제작사들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의 작품은 단순하고 깊이가 없는 일회용적인 성격이 짙었고, 그것은 소규모에 넉넉하지 못한 자금을 가지고 할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게이머들은 과거와는 달리 단순한 아케이드에 돈을 지출하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갔고 대책이 필요했다.
때문에 언리얼은 에픽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금이 투입되었는데, 정말 사활을 걸었다고 표현함직하다. 쉐어웨어 제작사로서의 에픽은 한계가 있다. 누구보다도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었으리라. 언리얼은 그들 조직의 운명을 바꾸어줄 희망이요, 도전이었다.
에픽의 노력은 언리얼의 출시와 더불어 보상받았다. 그것은 역대의 PC 게임중에서 가장 우수한 그래픽을 선보였고, 덕분에 언리얼 엔진은 순식간에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에픽 핀볼, OMF, 재즈 잭 레빗을 만들어 오던 쉐어웨어 제작사가 이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을줄은 전혀 생각치 못했다. 에픽의 희망대로 언리얼은 회사의 운명을 바꿔놓게 된다. 물론 매우 긍적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언리얼의 탄생
카타콤브 이래 거의 십여년간 FPS (First Person Shooter) 장르는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더불어 모든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진보를 이룩해왔다. 만약 울펜스타인 3D 시절의 게이머에게 현제 출시되는 FPS 게임을 보여준다면 그 게이머는 기겁하고 말것이다.
진정한 액션 FPS의 창시자는 바로 id software 였다. 그들은 던젼 RPG 게임에서 쓰이는 일인칭 시점의 긴장감에 단순한 조작과 능동적인 액션을 조합시킨 결과물인 울펜스타인 3D 를 탄생시켰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게임은 울렁거림을 포함하여 다양한 면에서 많은 게이머들에게 충격적이었다.
몇년후 나온 id software의 또다른 FPS 게임 둠(DooM) 은 지금의 액션 FPS 게임을 완벽하게 정의내린 그야말로 역사적인 게임이라고 할수 있었다. id software 는 이 게임으로 일약 게임계의 스타가 되었고 그때 부터 제작자 존 카멕과 존 로메로는 팬들로부터 추앙받기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완벽한 그래픽과 현실감 넘치는 사운드는 놀라운 충격을 선사했다. 또한 악마주의에 영향을 암시하는, 그로테스크한 배경은 매우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것이었다. 이후 등장한 멀티 플레이용 패치는 네트워크 게임의 가능성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둠의 성공 이후 많은 제작사들은 FPS 게임의 시장가치를 깨닫게 되었고 곧이어 FPS 라고 주장하는 수많은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선보였다. 이중 듀크 누켐 3D나 사이클롭스 같은 매우 참신한 것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둠 만한 스릴과 흥분을 가져다 주진 못했다. 많은 게이머들은 여전히 둠을 최고의 FPS 게임으로 여겼고 id software 만이 진정한 FPS 겜을 만들수 있다고 믿는 광신도적인 게이머들도 다수였다.
FPS 로 자신들의 노선을 완전히 굳힌 id software는 둠 이후 또다른 신작을 발표했는데 이 신작을 시작으로 하여 FPS 게임에서 엔진 테크놀로지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글을 읽는 분들은 그 신작이 무엇인지 쉽게 알수 있을것이다. 바로 퀘이크 (Quake) 다. 완벽한 3D 환경을 구현해 낸 이 엔진은 타 제작사의 3D 엔진보다 훨씬 진보적인것이었다. 게임의 사실적인 광원효과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 했고 텍스쳐는 더욱 진보했으며 사운드는 너무나도 공포스러웠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한 멀티 플레이의 지원은 많은 게이머들을 열광케 했고 퀘이커(Quaker)라는 광신도들을 배출해 내었다.
id software 의 신작, 퀘이크의 발표로 게임계가 대단히 떠들썩 하였을 때 우리는 놀라운 잠제력을 지닌 하나의 제작사를 간과하고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에픽 핀볼로 유명해졌고 정글소녀 질이나 재즈 잭 레빗등 쉽고 재미있는 쉐어웨어 게임을 제작해오던 에픽 메가 게임즈(Epic Mega Games, 현제는 Epic Games)를 말이다. 이들은 퀘이크 1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됨과 동시에 언리얼이라는 그들 최초의 FPS 게임 제작을 알렸다.
제작과정
언리얼은 에픽의 야심찬 프로잭트였으나 개발에는 기술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에픽은 3D 엔진에 매우 초보적이었으며, id software와 같은 노하우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MX와 24bit 컬러 지원등의 놀라운 기술적 성과는 그들의 피나는 노력의 진정한 결실이었다. 그러나 개발에 시일이 걸리면서 또다른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3D 가속 하드웨어가 등장하는등 컴퓨터 테크놀러지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데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개발되어온 언리얼 엔진은 그들을 감안하지 못했다. 엔진 코드는 상당부분 수정을 보게 되었고 이는 다시 출시일의 지연을 초래했다. 3D API의 지원도 제한적이었는 언리얼의 첫 번째 버전은 오로지 3DFX의 독자적인 3D API인 GLIDE만을 지원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3D 사운드를 위한 추가적인 개선도 있었다. 출시일은 계속하여 지연되었으며 퀘이크 1편 출시 당시 개발중임을 발표했던 언리얼은 퀘이크 2 가 출시되었을때도 여전히 개발중이었다.
잦은 엔진의 수정처럼 게임의 컨셉이나 구성 그리고 레벨 디자인도 매우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게임 컨셉이 외계행성으로 불시착한 지구인의 모험으로 바뀌자 외계행성에 대한 디자인 작업이 새롭게 시작되었고 줄거리의 진행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주인공을 위협하는 적들의 디자인도 대폭적으로 수정 혹은 추가되었는데 개발 초기 당시 디자인된 적들중에서 완성된 언리얼에 등장하는 녀석은 부르트(Brute)뿐이었다. 물론 그것도 겉모습은 많은 변화를 거쳤다.
이 모든 수정은 보다 완성된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서였으며, 언리얼이 에픽의 사활을 결정하는 게임임을 감안할때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출시 지연은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많은 게이머들이 기다림에 지쳐 언리얼에 별다른 기대를 가지지 않게 된것이다. GT 인터랙티브 역시 기다림에 지친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언리얼을 미리 홍보하는것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단지 몇해동안 E3쇼의 GT 부스에서 데모를 보여준것 이외는 이렇다할 홍보도 없었고 언리얼의 소개에 한쪽씩이나 지면을할애하는 게임 잡지도 없었다. 이렇게 언리얼은 출시되기 전까지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잊혀져 버린것이다.
에픽은 묵묵하게 개발에 전념했고 드디어 98년 언리얼을 출시할수 있었다. 그것은 예정보다 1년 6개월 정도를 초과한 시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충분히 보상할수 있는 무수한 장점들이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안겨주었다. 게임은 미국 및 유럽의 인기순위에서 상위랭킹을 차지하게 되었고 특히 유럽쪽에서는 몇주간 1위를 고수했다. 언리얼은 출시 후 1년내에 100만장이 넘게 팔린 것으로 집계되었다.
언리얼 확장팩
id의 게임 엔진이 레이븐이나 리츄얼과 같은 몇몇 제작사에게 라이센스 되듯이 언리얼 엔진도 그 우수함으로 인해 여러 제작사들에게 본격적인 엔진 라이센스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레전드 엔터테인먼트(Legend Entertainment)는 에픽을 제외한 최초로 언리얼 엔진을 게임 제작에 이용한 곳이며 그들은 에픽과 대단히 깊은 친분관계를 가지고 있는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언리얼을 접한 후 게임의 아름다움과 세계관에 매료되었으며, 곧바로 언리얼 확장팩을 제작했다. 언리얼 : 리턴 투 나팔리는 단순한 생존극의 원작보다 더 흥미로운 줄거리와 추가적인 임무 구조를 선보아며 언리얼 세계관에 새로운 색을 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