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산업 활성화
김계원((주)국순당 연구소 연구소장, 국순당정선명주 대표)
한 민족 혹은 나라를 대표하는 술과 음주 문화를 보면 그 나라의 사회 구조와 생활상을 상당한 수준까지 이해할 수 있다. 지금도 정치적으로 외교행사에 있어서 반드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접대된다는 사실과 외교관의 연수기간 중 해당국가의 술에 대한 교육이 빠지지 않는 것을 보아도 술과 한 국가의 관련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폭발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고, 여러 국제행사의 건배주로 막걸리가 사용되고 있지만 지난 11월 오바마 대통령 방한 시 오찬 메뉴가 한식 정찬 코스였음에도 막걸리가 아닌 캘리포니아 와인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곡주 문화권이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 익숙하지 않은 게 이유라 하지만 여전히 국가 정상에게 내놓기에는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수긍이 되기도 하고 부끄러운 대목이다.
막걸리를 이와 같은 자리에 떳떳히 내놓고 세계적인 명주로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막걸 리가 국내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식문화로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군소업체들이 수많은 부침 속에서 개성있는 제품을 소량, 고가로 제조함으로써 튼튼한 저변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술로 발전된 프랑스의 와인이나 꼬냑, 일본 청주의 근대화 및 세계화 과정 속에서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가내수공업 수준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막걸리 업체의 경영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지역 특성에 적합한 특색있는 상품의 R&D, 시설투자, 경영 및 마케팅에 대한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저변을 공고히 하고 경영 개선으로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여건 조성과 함께 와인이나 사케의 산업화 과정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대규모화가 가능한 대기업의 참여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막걸리가 하나의 붐으로 끝나지 않고 빠른 시간내에 하나의 산업으로 positioning을 위하여는 대기업의 참여에 의한 시장 형성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막걸리의 고급화가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 막걸리 제품의 경우, 수퍼나 할인점에서 1000원에서 1500원이면 구입이 가능한데 생수의 경우는 어떠한가? 물 좋은 지역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원료 곡물, 누룩을 사용해서 수일 이상 발효를 거쳐야 제조되는 막걸리와 단순히 지하수를 사용한 생수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많은 비용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품질 관리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며, 결국 열악한 제품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막걸리가 국가를 대표하는 술로 거듭나기 위하여는 원료, 제조방법, 유통 방법 및 포장까지 최고를 지향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막걸리에 녹아 있는 아름다운 문화를 오늘에 맞게 널리 알리고 식문화의 주축으로 대접 받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름도 어렵고, 종류도 많고 다른 술에 비해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와인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택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와인이 하나의 웰빙문화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지 한 잔의 와인을 마시는 게 아니라 세련된 서양문화와 프렌치 파라독스로 대변되는 풍요로운 웰빙 문화를 마시는 것이다. 사케의 경우에도 국내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케의 약진은 초밥, 오뎅바 등 다양한 일식 전문점의 확산과 함께 사케의 주원료가 쌀이어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입맛에 잘 맞는 데다 부드럽고 순한 술을 찾는 젊은층의 욕구가 맞물린 것이다. 동시에 원료 쌀의 품종 및 도정율에 따른 등급구분 등 소비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최근 국내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와인과 일본 청주에는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술이 아닌 문화를 함께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막걸리도 와인이나 사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컨텐츠의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술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술 문화가 잘 발달했었고, 술을 음식 가운데 가장 귀한 것으로 여겨 술을 따르는 그릇까지도 특별하게 제작할 정도로 술을 숭상했다. 가양주 문화로 인해 다종다양한 술을 만들어내 술의 깊고 오묘한 맛을 즐기는 동시에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그 궁합을 음미하는 문화를 발달시켰으므로 재미있고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부터라도 이제껏 찾지 않았고, 무관심했던 문화적 가치를 찾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의 막걸리 붐이 막걸리가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해 갈 수 있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된 모든 분들의 중지가 모아 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