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정진우
출연: 정윤희,이대근, 윤양하, 김신재, 최봉
19회 대종상 작품-남우주연-여우주연-여우조연-촬영-음악-미술-녹음-조명상 수상. 제34회 깐느국제영화제 출품,
제1회 영평상 음악,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한국이 개화기에 접어들고 있을 무렵 남사당 패거리의 딸인 순이(정윤희 분)는 생모에게서 버림받고 산에서 숯을
구워파는 돌이(이대근 분)와 그의 어머니 한씨의 손에서 자란다. 오누이처럼 다정하게 자란 순이와 돌이는 결국
부부가 되어 의좋게 살아간다. 한편 돌이와 어려서부터 친구인 칠성이도 순이를 은근히 좋아하고 있었으나 둘이
부부가 된 이상 자신의 연정을 억누를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돌이는 마을장터 씨름대회서 우승하고 상으로탄
황소를 팔아 순이에게 옥가락지를 선물한다. 순이는 생전 처음보는 장터의 화려한 웅성거림과 여러가지 신기한
물건들을 보며 호기심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장터에서 순이를 본 음흉한 김주사는 순이를 차지하려고 그를
산림법 위반으로 고발하여 경찰에 끌려가게 한다. 이윽고 혼자 남은 순이에게 몰래 숨어든 김주사는 순이를
막무가내로 덮친다. 때마침 칠성이 찾아와 순이는 위기를 면하게되나 칠성은 여자가 산에서 혼자 사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타이른다. 고민하던 순이는 결국 칠성을 따라 산을 내려온다. 그러나 순이는 돌이를 배신한
사실에 괴로워하며 자신은 산을 떠날 수 없음을 알고 다시 숯막으로 돌아와 혼자 숯을 구우며 돌이를 기다린다.
하지만 돌이는 돌아오지 않고 김주사가 다시 나타나 순이를 괴롭힌다. 비장한 결심을 한 순이는 김주사를
껴앉고 숯가마의 불길속으로 뛰어들어 처참하게 타죽는다. 그 이후 감옥에서 폴려난 돌이는 산으로
돌아오지만 집과 숯가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폐허에서 옥가락지만을 발견한다.
정진우 감독의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는 70년대 트로이카로 명성을 날렸던 정윤희에게는
제법 의미가 깊은 작품입니다. 상복이 없는 여배우라고 할 수 있었던 정윤희는
80년과 81년 우연스럽게도 정진우 감독의 '새 이름'이 들어가는 영화에 연속으로
출연하였고, 2년 연속 대종사 여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그 두 작품에서 모두 '비극의
여주인공'은 연기하였던 점도 유사하고 모두 토속적인 영화라는 점도 비슷합니다.
사실 '나는 77번 아가씨' '꽃순이를 아시나요' '가을비 우산속에' 등 흥행은 잘 되는
배우지만 영화는 그저 그런 편이라고 평가를 받는 정윤희에게 80년대 들어서 출연한
이 두 작품은 '배우'로서의 위상을 꽤 높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4년에 은퇴한
정윤희가 '작품'을 남기고 간 배우로 기억 될 수 있게 했으니.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는 정비석의 성황당이 원작인 토속물입니다. 제목도 특이해서
기억이 잘 되지만 무엇보다 80년도 대종상을 싹쓸이해버린 작품으로 화제에 올랐습니다.
사실 그 시기만 해도 '대종상'에 대한 이권이 꽤 강했던 시절로 알고 있습니다.
대종상을 받고 나서 개봉을 하기 때문에 소위 '상발'이 흥행에 꽤 영향도 미쳤고.
지금이야 이미 개봉한 영화들을 대상으로 영화상을 주어지는'정상적'인 방식이지만
당시에는 개봉을 안한 영화가 대종상을 몰아서 수상하고 난 뒤에 개봉해서 상발로
흥행을 하는 경우도 많았으니까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역시 그런 덕분인지 꽤 흥행이
되었던 영화입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산림에서 진행되며, 강한자의 힘 앞에 파괴되어 가는 순박하고 힘없는 인간을
다룬 작품입니다. 이대근을 한국의 '안소니 퀸'이라고 평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70년대
김두한류의 주먹영화 80년대 '뽕' '변강쇠' '심봤다' 등의 토속물에서 투박한 청년역의 단골로
등장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주 적역을 연기합니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는 정윤희는
그다지 많은 대사는 없는 영화였지만 김주사의 치근덕거림에 당당히 맞서는 강하고 지조있는
여성으로서의 표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동물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작품은 '상징적'인 의미로 그치는 것이 많은데 반하여
이 영화에는 실제로 뻐꾸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단점을 꼽는다면 영화 도중 시간이 밤인지
낮인지 애매한 배경과 조명을 사용하여 시간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자주 발생합니다.
정윤희는 80-82년에 최전성기를 보내며 그 3년동안 무려 16편의 영화에 몰아서 출연하게
됩니다.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에서는 시골소녀로 출연하여 전혀 멋을 내지 않고 화려한
의상도 입지 않고 최고로 수수하게 등장하는데 비련의 여인상에 썩 어울리는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한국의 '토속물'하면 '에로틱'하거나 '코믹'한 것이 연상되는데 이 영화는
진지하고 비극적인 비련의 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