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기 >>
무박 산행이라..? 그리고 보니 무박산행을 해본지도 제법 꽤나 되는가 보다.
대구에서 설악까지 잠 안자고 달려와서 한계령올라 용아룡타고 백담사로 간다..?
그것도 14시간이나 걸어서 - 도대체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막상 갈등이 생긴다.
다른 것 보단 잠 못자는 부담이 예전 같지 않다. 아무래도 나이는 못 속이는가 보다.
허나 어쩌랴! 용아를 상대하면서 시간은 하루 뿐이고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계획을 포기하자니 후회할 것은 뻔한일.. 못하고 후회하는 것 보단 해보고 후회를 하는게
나을 것 같다.
28일(土) 저녁 8시 50분 남대구 IC올라 원주에 12시 10분에 도착. 다시 횡성∼서석(풍암)∼
인재상남∼현리∼필레약수∼한계령에 도착한다. (日, 02시 30분)
한계령 주차장엔 등산객주차를 통제하느라 직원 한분이 아예 밤새 나와 있었다.(휴게소 영업때문)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등산객은 이 시간에도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02시 50분 산행을 시작한다. 한계령 매표소엔 아주 착실한 국립공원 직원이 24시간 영업중이었다.
한계령 오름길은 급경사 길로서 1시간여동안 고도를 에누리없이 400m나 올린다.
한계령 삼거리 안부에 오르니 온통 랜턴 불빛이다.(04시 06분) 왼쪽길은 귀때기청봉 길이고 오른쪽이 대청가는 길로서 불규칙한 돌길이 많아 랜턴켜고 진행하는데 상당히 더디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밀려 증체현상까지 일어난다.
어떤 산악회에서 따라 오셨는지 아주머니 세분이 랜턴을 준비못해 어두운 길을 제대로 못가는걸 보고 그 산악회 인솔 책임자가 원망스러웠다. 그 분들을 뒤로 하고 갈려니까 마음이 상당히 안타까웠다.
1459봉을 지나 끝청 오름길 전에 끝청정상이 희뿌래하게 보인다. 날이 밝아 오는 모양이다.
랜턴을 접어놓고 한차례 헐떡이며 올라치니 끝청 정상이다. 어둠속에 나 몰라라 했던 일행들이 여기서 다시 합류한다.(06시 20분)
중청 갈림길에서 대청 오르는길이 마치 머리가르마 처럼 나있고 그 아래 중청대피소에는 동내 장터같이 시끌벅적거린다. 대청은 생략하고 소청대피소 한켠에 자리를 잡는다.
자! 식사합시다. - 아침식사때는 따끈한 국물이 필요할 것 같아 오뎅국물을 끊여 보온병에 넣어 왔는데 그걸 자랑스럽게 꺼내니 '김규수대원'이 씩 웃으면서 꺼내는 비장의 메뉴(?)
어쭈! 이건 즉석 된장찌게 아닌가 코벨에 찌개를 부글부글 끊여서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고난 우리일행, 드디어! 용아릉 들머리인 봉정암 사리탑에 도달한다.(08시 30분)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진사리를 가지고 이 설악산에 들어 왔을 때 봉황새 한 마리가 이 절터를 안내해주었는데 자장은 여기에 절을 창건하고 그 이름을 봉황이 정해주었다 하여 '봉정암'이라 했다 한다.
이 절에 유난히 많은 신도들이 공덕을 들이고져 찿아 오는데 그 이유는 부처님의 진지사리가 봉안되어 있는 이 사리탑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들도 안정한 산행을 위해 잠시 부처님의 사리탑을 배알하고 곧, 경고 안내문과 철조망이 둘려쳐 있는 용아릉 초입에 들어선다.
초입에는 출입을 금지시키는 철조망이 쳐져 있었지만 출입을 해야하는 등산객들에 의해 훼손된 곳으로 우리 또한 통과를 하면서 죄를 짓는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어쩌면 이해가 가는 당연히 조치에도 또 다른 이유가 맞서야 하는 안타까운 현장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이 대목에 와서는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용의 이빨은 역시 대단했다. 누가 말했던가? '살인적인 경치'라고. 표현그대로 였다.
어떤 무엇을 처음 보고 나면 그 다음은 감동이 덜 하기 마련인데, 용아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어쩌면 볼수록 그 감동이 더해지는게 아닌가 싶다.
두명의 여성일행이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경험이 풍부한 상태라 약간의 도움으로 전체적인 진행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용아릉의 아홉봉을 통과하는데는 크고 작은 난코스를 수도없이 만나지만 우회하는 길도 지금은 꽤 많이 나 있었다. 또 우회가 도저히 불가능한 곳도 몇군데 있지만 그것도 보강된 안전시설로서 많이 쉬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절대 안되는 많은 부분들이 어떤길을 선택하느냐 따라 그 어려움은 여전한 것 같다.
반대쪽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30M 직벽에서 처음 만났다. 백담사 매표소에서 새벽 두시부터 시작했다 한다. 서울에서 30여명의 일행들이 왔다했으며 이후 마지막 후미일행과는 한시간 이상 차이가 나 있었다.
두시간 정도 진행했을 때 또다른 두명의 일행을 만났다.(10시 30분) 수렴산장에서 8시에 올랐다 했는데, 그렇다면 2시간 30분만 가면 된다는 얘긴데.. 우린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았다.
오세암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용아의 끝자락이 어림되고, 우측 공룡의우람한 선릉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신선봉, 1275봉, 나한봉, 마등령, 멀리 황철봉이 어림되고,
뒤쪽 대청에서 좌측 귀때기청으로 이어진 서북릉이 또 한번 눈을 시원하게 한다.
좌측 발아래에는 수렴동계곡이, 우측 아래에는 가야동계곡이 구비쳐 흐르고, 불쑥불쑥 솟아있는 기암 괴봉들은 온통 우리를 감싼채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조화도 이런 조화는 없을 것 같다.
잠시 소강상태로 이어지던 능선이 한차례 올라쳐 도달하니 드디어 문제의 `개구멍바위`다.
개구멍바위 주변에는 개구멍 몾지않게 위험하며, 이곳에 내려설땐 조심해야 하는곳이다.
전엔 베낭을 벗고 바닥으로 기어야만 했으나 지금은 튼튼한 줄이 설치되어, 기지않고도 통과가 가능했다. 다만 줄을잡고 반쯤 앉은 자세에서 낭떨어지 쪽으로 몸을 젖어서 게 걸음을 해야하니 담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여기서 또 얼마안가면 `뜀바위`다 여긴, 반대 방향에서 올땐 뛰어야 하지만 이쪽에선 뛸 수 가 없다. 절벽 끝에서서 상체를 기울려 반대편 바위를 부둥켜안고 다리를 옮긴후 발부둥 치듯이 뽑아올리면 된다. 물론, 뒤사람은 건너간 사람이 잡아주면 무난히 통과 할 수 있다.
이젠 한시간 정도면 수렴동산장에 내려설수 있을 것 같았다.
근사한 봉우리 하나를 꿰차고 점심식사를 한다.(12시 30분) 이후 진행에는 크게 위험한곳은 없었으나 여전히 어려운 곳을 몇군데 통과 하고서야 용아릉 끝을 알리는 수렴동산장에 도착했다.(13시 55분)
산장에서 아까 10시 30분께 만났던 두사람을 또 만났다.(그분들은 그후 봉정암에서 수렴동계곡으로 내려왔다 했음.)
이젠 백담사로 거쳐서 셔털버스 정류장까지 부지런히 걷는일만 남았다.
긴장이 풀리니 몸도 피곤하고, 졸립고, 길은멀고.. 그러나 어쩌랴! -대구까지 갈려면 열심히 걷고 또 걷는 도리밖에 없다.
백담사에서 버스정류소 까지 갈려니 은근히 화가 난다. 왜? 버스는 백담사 까지 안들어오고 2.4KM 아래 까지만 들어오는지.? 온갖차들 통제 시켜놓고 저네들 특권 가진놈들만 다니면서 셔틀버스 한 대 못들어오게 하다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따져볼 참이다.
어쟀든 우리 일행들은 오늘 일정을 종지부찍는 정류소에 무사히 도착하자 두 여성대원(아내와 그친구)들의 선전에 너무 고맙고,-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바 이다.(16시 15분)
<< 산행일지 >>
♧ 산행일자 : 2000년 10월 28일(土)∼29일(日), 무박2일, 날씨 : 흐림
♧ 코스및소요시간 : 설악산 한계령(02:50)∼중청(06:45)∼소청휴게소(07:10),조식[35분]∼봉정암사리탑(08:30)∼용아장성릉,중식[35분]∼수렴산장(13:55)∼버스정류소(16:15)
♧ 총소요시간 : 13시간 35분(약 29KM)
♧ 인원 : 총 5명(남자 3명, 여자 2명)
♧ 작성자 : 이한성, E-mail : bjc22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