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하고 함께 걸어온 40년간의 우정
- 부리초등학교 40회동창 40주년행사 -
동무들아 반갑구나
그리고 은사님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헤어진지가 벌써 40년의 세월이 흘렀군요
우리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한참 청년이었던 선생님은
이제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였고
졸업할 때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앳띤 소년이었던 우리들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이되어
손자를 본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으니
40년은 결코 짧은 것은 아닌가 봅니다
우리는 40년전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 앞에선 마음으로
어린시절 낯이 읶던 고향마을 학교의 교정에서 만났습니다
40년 후에 부르는 출석부에는 빠진 사람들이 더러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 결석을 한 사람 중에는 개인 사정이 있어서 나오지 못한 벗이 있는가 하면
이미 우리들 곁을 떠나 저승으로 간 친구들이 있고
또한 투병생활로 고생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지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도 합니다
40년전 우리가 다녔던 부리국민학교는 별로 변한 것이 없군요
오늘 새벽 운동을 하기 위하여 운동장에 나와 혼자서 달리기를 하면서
옛날 생각을 하였습니다
놀이거리가 없던 시절 느티나무 아래서 꼬늬를 두거나 풀파먹기를 하던 기억도 났고
고무줄 놀이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팔딱팔딱 뛰어놀던 여자애들의 모습도 보이는 곳 같았고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교실 가득 햇살처럼 찰찰 넘치던 날들이 바로 엊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처럼 불행한 시대에 태어나서 어렵게 소년시절을 보낸 사람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6‘25난리 무렵에 태어난 우리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못하였으며
헐벗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래도 집안 형편이 되는 친구들은 상급학교를 갈 수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채로 일터에 뛰어들어야 했고
여자들은 일찍 시집을 갔습니다
서로가 뿔뿔히 흩어져 각자의 길을 걸어갔던 것이지요
농촌에서 태어나 벗어난 곳이 금산이나 대전 밖에 없는
순촌놈이었던 우리가
낯선 땅 낯 선 사람들 틈에
끼어들어가서 산다는 것이 참으로 얼마나 힘이 들었던 것입니까
흔히 어른들 말씀대로 소설로 쓰면 몇권을 쓴다고 할 만큼
살아온 날들은 간단한 것이 아니었지요
그러나 우리들은 40년동안 그 험한 바다의 파고를 헤치고
용맹스럽고 힘차게 헤엄을 쳐서 자랑스럽게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그 바다에 빠져죽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곧 성공을 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고 곧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살아있기에 조촐하지만 처자식과 손자를 거느리고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으며
그래서 오늘 우리는 다정한 동무들의 손목을 잡아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깨동무를 하면서 여기까지 온 우리들의 우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그리고 대전에서
그리고 고향에서
단한번도 잡았던 어깨를 놓은 적이 없었으며 그 힘이 여기까지 오게한 것이지요
아주 질끼고 대단한 사람들이지요
돌아서지 않고 잡았던 어깨를 풀지 않고 40년 동안 버텨왔다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갈 날이 더 짧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늙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사회에서 은퇴를 할 날도 오래남지 않았고 건강도
나빠지지만 않으면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건강하게 살아야겠고
오래오래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