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를 다녀온지도 제법 세월이 묻었나봅니다....
김영선생님을 비롯한 여수 선생님들이 이젠 낮설지가 않습니다.
여수를 다녀온뒤 제 일상중 하나가 노래하자 꽃서울의 흥얼거림입니다.
그리고 왜 김영선생님이 공연 휘날레를 꼭 그 노래를 부를까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수수께끼입니다만,
나름 해석을 해 보곤하며 혼자서 씽긋 웃어 보기도 합니다만....
그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인터넷의 넓은 바다에서 찾았습니다.
참고가 될까해서 올려 봅니다.
아래 글은 옮긴 글입니다...
'하르빈'과 '꽃서울'
최 무송
중국, 연변인민방송국 문예부
1. 머리말
〈눈물 젖은 두만강〉,〈대지의 항구〉,〈홍콩 아가씨〉,〈국경의 밤〉,〈소양강 처녀〉, 눈물로 헤어지는 두만강 다리를 가송한〈국경 넘는 사랑〉도 좋다마는 지구촌 그 어디에서나 우리 백의동포 남녀 노소가 즐겨 부르는 애창 가요는〈꽃마차〉가 흘러간 옛노래 가운데서 으뜸이라고 보아진다.
작사에 반 야월, 작곡에 리 재호, 노래에 진 방남으로 밝혀지고 있는 노래는 무려 42수나 되고, 이 세상에 22절 가사로 기적을 따내고 있는〈단장의 미아리 고개〉도 가관이지만, 그 중에서도 반 야월, 리 재호, 진 방남 세 분이 가장 배합이 잘된 노래는〈꽃마차〉밖에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데 "노래하자 하르빈(→하얼빈)"이 "노래하자 꽃서울"로 탈바꿈되어〈꽃마차〉가 무대를 흐리우고, 텔레비전 화면을 흐리우고, 국경선이 없는 방송 멜로디도 흐리우니 안타까운 마음 실로 일구난설이다. 때문에 필자는 본론문에서〈꽃마차〉의 진위를 밝혀 보려고 한다.
2.〈꽃마차〉의 유래
까놓고 말하면〈꽃마차〉는 항일의사 안 중근을 기리면서 창작된 노래다. 지금까지 만방에 보급된 노래 중에는 "노래하자 도문", "노래하자 연길", "노래하자 심양", "노래하자 장춘"은 없지만, 유독 "노래하자 하르빈"으로 서두를 뗀〈꽃마차〉는 있다. 오늘도 8만여 명의 백의동포가 희희낙락 영원한 청춘을 자랑하고 있는 하르빈은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에 안 중근 의사가 우리의 철천지원수인 이등박문을 하얼빈 역두에서 격살한 다음부터 우리 마음속에 영원한 별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반 야월은〈꽃마차〉에서 "노래하자 하르빈 춤추는 하르빈", "울퉁불퉁 하르빈 꿈꾸는 하르빈", "송화강 출렁출렁 숨쉬는 밤하늘엔 별이 총총"이라고 소리 높이 구가하였다. 하얼빈에서의 안 중근 의사의 장거를 길이길이 기리면서…. 1939년에는 태평 레코드사에 취입되면서부터 "노래하자 하르빈"은 이 세상에 영원한 여운을 남겨 놓았다.
3. '꽃서울'은 절대 아니다
지금 민간에서 널리 불리우고 있는〈꽃마차〉에서는 "노래하자 꽃서울/ 춤추는 꽃서울/ 아카시아 숲속으로/ 꽃마차는 달려간다"고 했는데, 서울에 가로수로서의 아카시아가 어디 있는가? 이것이 첫 번째 의문이다.
〈꽃마차〉에서 "하늘은 오렌지색"이라 했는데, 서울은 해양성 기후라서 '하늘이 오렌지색'이 아니지만 하얼빈은 대륙성 기후라서 '하늘이 오렌지색'이니, 역시 필자를 오리무중에 빠지게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의문이다.
〈꽃마차〉에서는 "울퉁불퉁 꽃서울", "한강물 출렁출렁"이라 하고 있는데, 서울 시가지가 어디 울퉁불퉁하냐, 서울대학이 울퉁불퉁하다면 믿음이 가지만 '서울이 울퉁불퉁'하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노릇이다. 하얼빈을 다녀온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하얼빈시의 도리구, 남강구, 향방구를 두루 답사하노라면 '울퉁불퉁'하다는 것이 알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한강물은 언제나 유유히 흐르지만 송화강은 사시장철 출렁출렁 흐르니,〈꽃마차〉가사를 어느 위인이 제 마음대로 고쳐 놓았는지 실로 코 막고 답답한 노릇이다.
4. '꾸냥'이 서울에 있는가?!
서울에서 '처녀'라 하는 것을 제주도에서는 '비바리'라 하고, 평안도에서는 '체네'라 하고, 함경도에서는 '새기'라 한다. 그런데〈꽃마차〉에서는 서울에 '꾸냥'이 있단다.
우리 조선말 사전에는 '노톨'도 있고 '만만디'도 있고 '라면'도 있고 '짜장면'도 있지만 '꾸냥'은 없다. 리 재호 작곡으로 된〈황하 차방(다방)〉에서도 "조는 꾸냥 내뿜는 담배 연기", "꾸냥과 헤어지는 안타까움"이〈꽃마차〉의 "꾸냥의 귀걸이는 한들한들"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분명 '중국 처녀'이지 '삼천리 금수강산 처녀'가 아니다. 진짜 삼천리 금수강산 처녀라면〈꽃마차〉에서 "처녀의 귀걸이는 한들한들" 해야 되지 않겠는가?!
5. '꽃마차'가 서울에 있는가?!
신라의 신화나 고분 벽화에서도 천마(천리마)가 나타나고 고구려 시조 주몽도 기린말을 탔다는 신화 전설도 파다히 퍼지고 있으며, '말띠에 태어난 사람은 웅변력과 활동력이 강하다'는 일설도 자자하지만, 우리 백의 동포는 그래도 집짐승 가운데 개를 첫째로 삼고 있으며 소를 첫째로 삼고 있다.
개 가운데서 흰개는 전염병과 도깨비를 물리치고, 황둥개는 풍년을 상징한다고 하여 우리 민족이 특별히 좋아하다 보니 진돗개, 풍산개도 소문이 났다. 그리고 제주도 '삼성혈' 신화에 나오는 소는 부유와 번창의 상징으로 빛을 뿌리고 있어 오늘날도 우리 민족은 소를 특별히 기특해 하고 있다.
하기야 글쎄 말이 '천리마'라 하지마는 우리 백의 동포들은 기르기도 싫어하고 말고기는 돈을 주면서 먹으라 해도 먹기 싫단다. 개나 소는 돈을 주든 안 주든 기르기도 좋아하고 그 고기도 매일 먹어도 싫증이 안 난다니 기가 찬 노릇이다.
'꽃마차'는 지금도 우리 중국에서는 도처에서 볼 수 있으나 삼천리 금수강산에서는 '꽃마차'가 그림자도 없다. 옛날에도 소수레가 있고 꽃가마가 있긴 했지만 '꽃마차'가 서울, 평양에서 달린 적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꽃마차〉에서는 '꽃마차'가 서울에서 달린다니, 이 세상에 어디 이런 엉터리가 다 있단 말인가?!
6. 맺는 말
명가사, 명곡일수록 우리는 변증유물주의, 역사유물주의 각도에서 신중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가에서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는 첫 구절을 들을 때마다 어째서 삼천리 금수강산이 없어졌으면 하는가, 차라리 "동해물과 백두산이 영원하도록"이라 부르면 얼마나 더 좋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노들강변"도 '노들강'이 없으니 "한강변"이라 고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마는 이미 이 노래는 만천하 백성의 몸과 마음에 뿌리를 깊이깊이 내렸기 때문에 이제 고친다면 더 어색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꽃마차〉도 안 중근 의사의 영령을 길이길이 추모하면서 어서 빨리 원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