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짬이 나는대로 짜투리로 된 내 밭으로 간다.
자라는 산야채가 좋아서다.
먹는 것도 좋지만 보는 것도 즐겁다.
보다가 문득 나는 산야채들의 자리를 바꾸고 싶어졌다.
요즘에는 천궁뿌리 두개에서 새순이 나왔는데 그 향기가 아주 좋다.
백하수오는 묻은지 오래 되었는데 아직 새순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당귀는 떡잎 사이에서 새잎이 솟아 나오고 있다.
우엉채는 재법 잎새가 커졌다.
쑥을 덜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야겠다.
나무 아래로 그럼 봄에는 나무들의 잎이 나지 않아 햇빛이 좋아
잘 자랄 것이고 잎이 우거지면 약간 그늘이 되어
새로 올라오는 쑥잎이 연해서 생즙을 내 먹기에 좋을 것 같다.
양지바른 곳의 쑥밭에 있는 쑥뿌리를 모두 캐어
음지쪽으로 옮겼다. 머위도 옮기고.
그리고는 양지 바른 밭에는 쑥갓과 겨자채와 토란 그리고 줄기가 뻗지 않아서
땅을 조금 차지하는 돼지호박을 심었다.
그러니까 많이 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여러가지를 심었다.
그렇게 이밭에서 저밭으로 산야채들을 옮겨 심으면서
우리 예빈이를 보고는 다시 시간이 나면 세운상가에 갔다가
걸어서 종로6가로 가서는 모종과 씨앗을 사고는
다시 방산시장으로 걸어가서 벽에 바를 시트지를 샀다.
다시 동대문시장을 거쳐 종로5가에 와서 222번 시내 버스를 타고
한짐두짐을 들고 집에 오니 몸이 몹씨 피곤하다.
그러더니 팔다리 살 속에서 무언가가 구물구물거리는 느낌이 오고
입맛이 소태맛이 되어 밥맛이 없어진다.
노곤해진 몸을 방바닥에 누위고 자는데 잠이 오지를 않고
계속 들뜬 상태가 되더니 기침이 나오기 시작한다.
"으흥" 몸살감기가 찾아 온 것이다.
이제껏은 몸살이 오면 그냥 며칠 쉬면 물러갔다.
감기가 오면 모과차,생강차,도라지차,벚꽃차를 번갈아 마시면
그런대로 견딜만 했고 그럭저럭 열흘쯤 지나면 괜찮아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내몸이 어떻게 몸살감기를 풀어가나 보고 싶었다.
머리가 멍해지고 아픈 것도 없어지고 마치 최면에 걸린 것 같아진다.
기침이 심해지고 가래가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가래를 삭히는 재주는 없고 뱉어내는 재주만 있다.
가래가 계속나와서 계속 뱉어냈다.
열도 많이 오르지 않는다.
우선 먹는 것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배가 고프지도 않고 열도 심하게 나지도 않는다.
먹는게 있어야 열도 나겠지.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니 살 속에서 스멀거리는 것 같던 기분이 없어지고
개운해지기 시작한다.
가래는 멍청 뱉어내고 보니 가슴 속이 조금 뚫린듯한 기분이다.
밥은 그래도 자극성이 없는걸로 조금씩 먹었다.
과일도 먹고 물을 많이 마셨다.
삼사일이 지나니 이제는 코가 멍청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살이 무척 빠졌다.
밥을 먹었더니 소태맛이 좀 덜하다.
회복기에 들어선 것이다.
모과차나 벚꽃차,도라지차 등은 모두 신경을 억제하는 차들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먹지 않았더니 오히려 회복이 더 빨라졌다.
입맛이 없어지고 소태맛이 되고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고,
먹지 않으니 연료가 없어선지 열도 별로 나지를 않고
머리는 멍청한 상태가 되고 편안한 마음이다.
그러다가 밥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극성이 없는 걸로 먹으려고 돼지불고기에 양파, 마늘,버섯,양배추 등을
조금 많이 넣어 양념을 해 두었다 볶을 때 자소엽과 방안잎등을 넣어서
볶아 먹었다.
먹으니 살것 같다.
그리고는 도대체 소태맛이라 쓴맛만 나던 음식맛이 조금씩 제대로 돌아오고
무언가를 먹고 싶어졌다.
이상한 일은 그전 보다 더 쉽게 빨리 몸살감기가 물러갔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와 같은 처방을 따르라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원래 아프면 내식대로 이렇게저렇게 해 먹으면서 물리치는 버릇이 있어서다.
열이 한 없이 오르지도 않고, 머리가 쑤시고 아프지도 않는다.
그리고 지금껏은 이차 저차를 마셔서인지는 몰라도 밥맛을 잃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희안하게도 입맛이 소태맛이 되고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고
멍한 상태랄까 몽롱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로 며칠을 가다가 저절로 점점 소태맛이 가시고
머리 속에 점점 맑아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나았다.
그 동안 못먹었던 것을 보충이라도 하려는듯 먹어도 먹어도 자꾸만 허기가 진다.
빠진 살이 다시 보충되려나 보다. 나이가 들면 너무 말라도 문제다.
왜냐하면 마를수록 골다공증이 심해질테니까...
다행스럽게도 나는 아직 치아가 말짱한 걸 보니 뼛속도 괜찮겠지...
그래도 조심해야지 무거운걸 가끔씩 등에 지고 걸어야겠다. 뼈가 단단해지라고...
이제는 무리는 하지 않아야겠다.
그러나 나는 나를 알 수가 없다.
또 어느 때 무리를 하게 될지 그럼 다시 몸살을 며칠 앓고서 괜찬아지겠지..
감기가 오면 견디어야지....
불편하기는 해도 면역력은 강해질테니까..
카페 게시글
건강생활
감기몸살 이겨내기
임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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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0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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