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의 과실도 과실

[신남식]

킥보드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의 과실도 과실상계대상이 될 수 있을까?

기나긴 겨울이 끝나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도 하고, 길거리에서 놀이도 하는 일이 늘어나는 시절이 다시 찾아 왔다. 그만큼 아이들이 사고라는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도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근에는 킥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 바퀴 달린 운동화 같이 위험성이 큰 탈것들이 유행처럼 번져 나가면서 사리판단력이 떨어지는 특성을 가진 어린이들이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늘어 가고 있다. 지난 해 여름 장마 때에는 바퀴 달린 운동화를 신고 개천가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 익사한 사고가 있더니, 이번에는 킥보드를 타고 놀던 아이가 차에 치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경위는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킥보드를 타고 집 앞 주택가 골목길에서 놀다가 지나던 승용차 왼쪽 뒷문에 부딪혀 쓰러진 후 왼쪽 뒷바퀴에 깔려 숨진 것이다. 어린아이가 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운전자는 킥보드가 튀어 나오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고 하며, 충격 소리이후에 바로 차를 세우고 나가 보니 아이가 차 뒷편에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주택가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의 경우에 어떻게 처리될까? 운전자의 말처럼 불가항력적인 사고일까? 아니면 전적으로 운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운전자의 책임이 인정된다면, 킥보드처럼 돌발적인 놀이기구를 타고 논 어린 아이의 과실이 참작되어야 하는 것일까? 어린아이를 놀게 놓아 둔 부모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차례로 살펴 보자.

골목길 교통사고도 운전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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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교통사고란 차도(車道)처럼 도로교통법으로 정해진 길에서 일어난 것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음주운전의 경우에 아파트 구내도로나 주차장에서 걸리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도로교통법의 처벌공백 때문이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도「“교통사고”라 함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여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교통사고를 뜻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 이 규정들은 모두 운전자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이므로 되도록 처벌범위를 축소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해배상을 다루는 민법이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 말하는 교통사고의 범위는 이보다 더 넓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는「자동차의 운행으로 말미암아 사람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재물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차의 교통’보다 넓은 ‘자동차의 운행’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의 ‘자동차의 운행’이란「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에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여 설혹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고 정지 중에 있더라도 자동차의 장치를 이용하다가 일어난 사고까지 그 자동차로 인한 사고로 보아 손해배상을 하도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 방치된 오토바이주변에서 놀던 어린이가 오토바이가 쓰러지는 바람에 깔려 다친 사건에서 대법원은 오토바이 차주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번 사건에서 골목길을 운행하는 승용차 운전자가 갑자기 튀어 나온 킥보드를 탄 어린이를 보지 못하여 일어난 교통사고의 경우에, 운전자가 충분히 감속운전하고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하더라도 다음의 3가지 사항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때문이다. ① 사고가 피해자인 어린이의 고의나 자살행위로 인한 것.  어린이가 일부러 차에 뛰어 들었다거나 자살하려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우므로 이번 사고에서 입증할 수 없을 것이다. ② 사고가 다른 제3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것.  예를 들면, 누가 어린이가 다치거나 죽으라고 달려오는 차를 향해 밀었다거나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했다거나 뒤차가 추돌하여 그 충격으로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어린이를 치었다는 등의 경위라야 한다. ③ 자동차의 구조상의 결함 또는 기능에 장해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작동이 되지 않았다든가 조향장치가 말을 듣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경우 등이다.

어린이 위험놀이기구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대책…도로교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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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본 것처럼 골목길 교통사고에서 자동차운전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기대 밖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인 어린이나 그 보호자의 과실책임을 함께 추궁하여 손해배상액을 경감받는 길을 모색해 볼 수 밖에 없는데, 이 점에 있어서 중요한 법규정이 참고될 수 있다. 도로교통법은「교통이 빈번한 도로에서 어린이의 보호자는 그 어린이를 놀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유아(6세 미만의 사람을 말한다)의 보호자는 그 유아만을 보행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보호자에 대하여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형벌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주택가 골목길이라도 자동차의 교통이 빈번하다면 킥보드를 타고 어린이 혼자 놀게 한 경우에 그 보호자인 부모는 어린이 보호의무위반이라는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된다. 또 도로교통법은 교통이 빈번하지 않은 도로에서 어린이가 위험성이 큰 움직이는 놀이기구(킥보드, 롤러스케이트, 롤러블레이드, 스케이트보드, 이상의 놀이기구와 비슷한 놀이기구)를 탈 때에는 어린이의 보호자는 어린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인명보호장구를 착용시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이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아무런 제재규정을 두지 않았다. 다만 위험한 놀이기구를 탈 때 인명보호장구의무만을 부과한 것은 놀이기구 자체에서 오는 부상예방만을 염두에 두고 부가적인 다른 위험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점에서 일찍부터 개정논의가 있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재수단까지 논의해야 한다는 입법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의 규정이 아니더라도 민법에 규정된 친권자의 자녀보호교양의무규정에 의해 부모는 미성년인 자녀가 혼자 놀게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하고, 혼자 놀더라도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놀이기구나 놀이장소를 제한하며 주의를 환기시켜야 하는 의무를 진다.

위험놀이기구를 탄 어린이 자신의 과실도 문제될까?…과실상계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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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놀이기구를 타고 논 어린이 자신의 과실도 사고운전자의 손해배상책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이 점은 갑자기 튀어 나온 어린이의 과실이 전적으로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었고 운전자는 자기가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다했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할 때 주로 문제된다. 교통사고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제도로서 피해자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작하도록 민법에 규정된 제도가 바로 과실상계(過失相計)제도이다. 우리 대법원은「① 불법행위에 있어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으로서, ② 그 적용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가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배상액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며, ③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가해자의 과실이 의무위반의 강력한 과실임에 반하여 과실상계에 있어서 과실이란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부주의까지를 가리키는 것이라 할 것이다」라는 3가지 법리를 세워 판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처럼 어린이의 킥보드를 타고 골목길에서 갑자기 자동차를 향해 돌진하다시피 튀어 나와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어린이가 킥보드의 제동방법이나 조향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추정될 수 있고, 사고장소가 자동차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라면 킥보드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지 말아야 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운전자는 사고가 전적으로 피해어린이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피해어린이의 연령이 6세라는 점에서 이상의 주의능력이 보통의 성인이나 청소년에서와 같이 기대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다. 이 점에 대한 대법원의 기준이 바로 앞에서 본 ③번 법리이다. 보통의 과실과 달리 과실상계에 있어서 과실은 ‘약한 부주의’도 포함된다고 하므로 미성년자의 과실도 여기에 해당되는지 문제된다. 우리 대법원은「미성년자의 과실능력은 그에게 사리를 변식함에 족한 지능을 구유하고 있으면 족하고 책임을 변식함에 족한 지능을 구유함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에서 자동차가 통행하는 쪽에 가까운 우측으로 통행하여 경적을 울리며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하여 다친 사안에서 8세 아동에 대한 과실상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6세 아동에게 킥보드를 함부로 타면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사리변식능력이 있을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 만일 6세 아동의 과실능력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앞에서 본 친권자의 미성년자녀 보호감호의무 또는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보호의무 등을 위반한 과실을 피해자측 과실로 상계하는 것도 대법원이 세운 법리이다. 그리고 피해자측 과실로 부모의 감독의무위반 과실을 상계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20∼30% 정도를 상계하는 것이 실무이다. 결국 이 번 사건에서 사고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교통사고는 어떻게 보험처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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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의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될 수 있다. 특히 대인보상 I(종전 책임보험)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과실이 가해운전자보다 많더라도 치료비는 보장해준다. 만일 앞에서 본 것처럼 피해자와 운전자(대부분은 보험회사가 될 것임) 사이에 사고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분쟁이 심하고 장기화 되는 경우에 어린이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부상을 당한 경우에는 피해어린이의 부모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당장 치료비부터 보험회사의 지급보증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상당부분 자비를 들여야 하고, 간병으로 가정이 엉망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피해어린이의 전적인 과실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여 운전자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라도 나면 손해를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 위험에 처한다. 이때를 대비하여자녀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4월1일부터 생명보험회사의 보험료가 인상되므로 그 전에 가입하면 비교적 낮은 보험료로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손해보험 상품의 경우에는 자녀가 남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예를 들어 킥보드를 타다가 자신은 다치지 않더라도 킥보드를 날려 남의 집 유리창을 부순다든지, 자동차에 흠집을 낸다든지 등) 그 손해를 보상해 주는 금전적 손해도 담보해 주는 일상생활손해담보기능이 있다. 따듯해진 날씨처럼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의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보험가입을 서두르는 것도 좋은 대비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