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노동계에서 적극 추진중인 주 5일 근무제와 관련하여 그렇게 될 경우, "한국 근로자가 세계 최장 휴가일수를 갖게된다"는 경총 등 일부 재계의 주장은 전혀 터무니없고 현실에도 부합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필자가 미국과 유럽에서 거주하고 직장생활을 한 경험에 의하면 한마디로 한국은 휴가제도에 관한 한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정부 공무원이나 중견 기업체의 직원들이 통상 년간 휴가일수는 40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 젊은 연령층이나 입사년도가 일천한 사람일 경우 30일 내외의 휴가가 주어진다.
물론 여기서 그네들의 휴가일수는 토요일, 일요일을 뺀 순수한 쉬는 날을 말한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 재계의 계산 방식으로 하면 년간 토, 일요일 104일에다 40일을 더하고 그들의 7일정도의 국경일 내지는 공휴일을 합칠 경우 구미 선진국들은 평균 150일 이상이 쉬는 날이다. 일반적으로 말해 구미 선진국에서는 안정된 직장인일 경우 거의 예외 없이 평균 두달은 휴가로 인해 직장에 안나온다고 보면 된다. 이것은 현재 프 스나 독일 같이 주당 36시간에서 38시간 근무하는 경우로 따진다면 6개월이 '쉬는 날'인 셈이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상으로는 연차휴가다 월차 휴가다해서 보통 20일에서 많게는 근무년한에 따라 30일이상도 가능한 것으로 돼있으나 현실에서 그러한 휴가를 다 사용하는 근로자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러한 연월차 휴가를 다 갔다가는 회사로부터 받는 본인의 급여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요컨대, 구미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은 그들은 유급휴가제도 인데 반해서 한국은 무급휴가제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사용주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년월차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급여를 책정해 놓음으로써 근로자가 그러한 급여성 성격의 수당을 손해보지 않고서는 법적으로 주어진 휴가일수를 써먹지 못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서양의 휴가는 두달을 쉬어도 봉급이 전액 다 나오는 사실상의 유급휴가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주어진 휴가일수를 다 찾아 쉰다는 것이다. 한국의 그러한 제도를 서양의 것과 비교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또 다른 제계의 주장, 즉 "노는날이 많으면 생산성이 떨어져서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운운하는 것도 사실과 다른 이야기이다. 김대중대통령도 언급하였지만 중국이 94년에 시범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후 성과가 좋아 97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근로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 자연히 노동 생산성도 증가하게 마련인 것이다.
한국이 세계최장의 휴가일수라구?
재계가 말하는 노동 생산성으로 말한다면 주 30시간대를 근무하는 인건비 비싼 프랑스나 독일은 벌써 망했어야 하고 일본도 주5일 근무하는 나라이고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월등히 높은 나라이니 망했어야 마땅한 것 아닌가.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나라에서 사업장에서의 안전사고나 제품의 불량
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서구인들이 사업장에서 오전, 오후에 '커피 브레이크'(쉬는 시간) 갖는지를 새삼 음미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5일 근무제는 노사간 합의에 위임할 사항이 아니고 정부가 우리 국민의 '삶의 질' 향상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법제화해서 실시할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