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화)은 부산역에 밥퍼는 날이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왜냐하믄 위대한 APEC 땜시 우리의 밴츠, 코란도가 2부제에 걸려 못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을 싣고 갈려믄 차를 빌려야 한다. 차를..... 2부제와 상관이 없으믄서도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차, 즉, 트럭을 빌리는게 제일 상수다. 전날까지 차를 빌리지 못했다. 그땜시 아침부터 전화를 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아슬하게 트럭을 확보해서 버스를 타고 트럭을 가지러 갔다. 키를 받아서 차가 있다고 하는 곳을 가니 아무리 둘러봐도 트럭이 보이지 않는다. 몇바퀴를 돌다가 전화를 다시 해볼려고 하다가 아래 주차장말고 위의 도로가에 올라가 보니 주차장이 아니라 큰 대로변에 차가 세워져 있는게 아닌가? 시간이 늦을까봐 급하게 차를 몰고 반여동 주방으로 달려갔다. 아침에 맑은님과 왕언니님께는 오늘 차를 가지러 가는 관계로 시청앞까지 모시러 가지 못한다고 전화를 했었다. 바로 버스를 타고 반여동으로 들어오시라고 ..... 반여동 주방에 도착하니 맑은님과 왕언니님은 물론이고, 행복지기님과 퉁보님도 벌써 와있다. 이미 밥도 국도 생선조림 반찬도 다 준비되었다. 싣고 출발만 하면 되도록 되어있다. 트럭 한대에 모든 짐을 싣고 부산역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퉁보님의 차도 두고 트럭에 함께 타고 갔다. 부산역에 도착하니 김대용님, 바보사랑님, 서정애님외 친구분 1분, 지난 토요일 시청공원에서 지나가다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하신 서옥련님도 오셨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라는 것을 증명하신 것이다. 화,목,토 주 3일을 다 봉사하시겠다고 하는 말을 실천하신 것이다. 물론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웬지 믿음직하다.
근데 아니, 이게 웬일? 노숙인들이 밥먹을 시간인데도 인원이 평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다들 어데 갔노?" 하고 물어보니 인근의 모 쉼터에서 상담활동을 하면서 APEC 기간중에는 부산역에는 밥을 주지 않는다고 소문을 내어서 그 쉼터에 40~50이 입소했고 또 상당수의 노숙인들은 부산역을 떠나 다른 밥주는 곳으로 갔다고 한다. 아무래도 부산시에서 쉼터를 조종해서 APEC 기간동안만이라도 부산역에서 노숙인들을 줄여볼려고 상당한 노력을 하는 모양이다. APEC 때문에 임시방편을 동원하지 말고 노숙인들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당부를 간곡하게 했건만 결국 임시방편으로 일관할 모양인가? 안타까운 노릇이다. 노숙인들 왈! "그래도 며칠만 있으면 다시 돌아와요!"
어쨌던 덕분에 밥과 국이 많이 남았다. 남은 사람들 나중에 먹으라고 담아주었다. 마침 오늘 서울 MBC에서 기자분들이 내려왔다가 밥먹는 장면을 찍겠다고 부산역으로 왔다. 며칠전부터 전화가 왔었는데 부산역에서 만났다. 명함을 주면서 얘기하기에 일단 봉사자들을 찍는 것은 좋은데 노숙인들을 찍을 때는 얼굴을 보이지 않게 뒷모습을 찍으라고 당부를 했다. 그러겠다고 하고 멀찌감치 뒷쪽에서 찍고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노숙인들이 방송국에서 나와서 카메라로 찍는다고 수군수군 되었다. 그래서 또 시비가 생길까봐 미리 방송국에서 노숙인들 입장에서 여러분을 위해서 찍을려고 나와서 찍겠다고 하기에 뒷모습만 찍으라고 미리 얘기했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