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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니티(amenity)란 인간이 생태적·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지닌 환경과 접하면서 느끼는 매력·쾌적함·즐거움이나 이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를 말합니다. 농촌의 경우 맑은 강이나 산 등 자연환경, 특산품 · 토속음식, 지방 고유의 축제나 문화, 야생 동식물 등이 어메니티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남 함평군이 전통 꽃 단지와 나비축제를 통해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것, 강원도 평창군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면 일대에 메밀밭을 조성한 것 등이 농촌 어메니티 자원을 활용한 모범사례로 꼽힙니다.
새로운 세기는 '환경·정보·복지·문화·교육·여성'의 시대이자 '생존·생명'의 시대라고 합니다. 각분야마다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종합적인 삶의 쾌적함' 즉 '어메니티'(amenity)라는 관점에서 21세기를 조망할 필요성이 여기에서 나옵니다.
전쟁과 불신, 과학문명의 맹신으로 인류와 지구의 존속이 위협받게된 20세기적인 삶을 청산하고 21세기는 평화와 믿음, 인간과 자연존중으로 참된 '어메니티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의 생활인은 자신의 의지를 바탕으로 의식주 등 일상생활에서 주체가 되고 지역의 환경을 새롭게 바꿔나가며 국제적인 친교를 끌어내는 어메니티운동의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프랑스국립고등과학원의 오구스텡 베르크교수는 "오늘날 지구적 환경파괴를 불러온 것은 데카르트의 이원론 이래 근대성에 의한 것으로 그 막다른 골목에 이른 근대성을 초극(超克)할 수 있는 것은 '진·선·미를 재통합하는 사상으로서의 어메니티'에 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어메니티운동과 더불어 사회의 자세나 행동 등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은 자연을 지배하는 것 보다도 자연을 소중히 다루는 쪽에 사람들은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넓은 의미의 어메니티운동은 인간의 활동의 모든 차원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것은 에콜로지처럼 과학적 인식의 발전 뿐만 아니라 풍경, 건축물의 질 등 미적인 배려를 전제로 하고 있고, 행동의 제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윤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래의 근대는 기계나 기술이 사람을 부리는 사태를 낳았습니다. 20세기에 두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지구규모의 환경파괴를 거쳐 핵무기와 자원낭비는 인류에게 생존·생명의 절대절명한 위기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20세기를 '살인의 세기'라고 불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사랑과 생명'을 주축으로 한 어메니티라는 구석은 하나도 없습니다. 표면적으로 어메니티의 세기라고 불려질 것 같았던 20세기는 실제로는 극도의 '反어메니티'의 세기였습니다.
사람과 물질의 순환에서 일어나는 불평등을 없애고 대등하게 인류가 어메니티로 교류해 나가는 그러한 쾌적한 사회의 모습이야 말로 '완전순환형 어메니티문명사회'라고 합니다.
물질이 권력이나 부 등으로 말미암아 편재되어 있는 것, 결국은 어메니티재(財)가 편재되어 있는 불평등성을 없애고 물질이 평등하게 리사이클해 순환하고 나아가 자유와 문화가 꽃피는 쾌적한 사회가 바로 어메니티운동이 지향하는 정점인 상태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과 물질의 평등순환은, 바꿔 말하면 진·선·미·애의 실현이기도 합니다. 이는 가령 과학·윤리·예술·사람과 물질에 대한 애정을 융합한 다음에 어메니티사상에 의한 정보·교통수단의 향상, 욕망의 억제와 남을 배려하는 매너, 아름다움의 공유, 이웃사랑, 인류애, 지구애로 승화시킴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메니티운동은 특정종교와 관계가 없는 시민운동에서 출발했지만 인류의 종교가 지닌 보편타당한 본질에 가장 접근하며 이를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21세기적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지향하는 참됨과 선함과 아름다움의 가치를 어떻게 지역에서 실천할 것인가' '21세기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으로 한번쯤 '어메니티'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①J·B·컬링워드(Cullingworth)
속담에 나오는 코끼리처럼 어메니티도 정의하는 것보다도 인식하는 쪽이 쉽다. (Amenity is easier to recognize than to define). 그러나 코끼리가 어떠한 것인가에 관해서는 모든 사람이 동의하겠지만 가령 어떤 환경이 보존돼야 하는가, 어떻게 보존돼야 하는가, 공공 혹은 민간차원에서 그 비용은 어느 정도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등 어메니티의 중요성 및 정도에 관해서는 상당한 반대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②윌리엄 홀포드(William Holford) 홀포드는 도시계획법을 중심으로 법률을 고찰한 영국의 도시계획학자이지만 관점은 도시계획분야라는 틀을 넘어서 어메니티를 생각했다.
" 어메니티는 단순히 하나의 성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가치를 지닌 총체적인 카탈로그이다. 그것은 예술가가 눈으로 보고 건축가가 디자인하는 아름다움, 역사가 낳은 상쾌하고 친근감있는 풍경을 포함해 일정한 상황하에서는 효용, 가령 주거, 따뜻함, 빛, 맑은 공기, 집안의 서비스 등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The right thing in the right place.) 또는 '전체로서 쾌적한 상태'를 말한다." |
-삼성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