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의 복귀를 바란다(2012.5.29)

[이이제이]

무명시절이었던 10여 년 전의 발언으로 인해 김구라는 모든 책임을 지고 방송에서 자진 하차했다. 그가 했던 과거 발언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고 그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를 돌이켜 보면 개운하지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구라는 한때 동생처럼 여기었던 김용민의 선거운동을 도와주기 위해 그를 지지하는 영상을 찍었고 이를 빌미로 김용민은 보수신문에 융단폭격을 맞고 선거에서 떨어졌다. (김용민은 오래전 김구라와 같이 한 성인 인터넷 방송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 김용민이 타깃에서 내려오자 보수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구라를 정조준 했고 김용민에게 가한 살벌한 그 폭탄은 다시 김구라에게 쏟아졌다.


김구라는 이번 사건이 터지기 훨씬 전부터 자신이 했던 과거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저의 잘못된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분들께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이 짐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수십 차례나 사과를 했다. 그가 가지고 있던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모르는 사람이 있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과거발언은 불거졌고 이번엔 그 불똥을 피하지 못했다. 이건 평소 정치적 반대파는 그 싹을 잘라야지 속이 풀리는 보수언론과 우리 사회의 순결주의, 엄숙주의가 낳은 폐해이다.


보수언론은 이런 방식으로 청문회스타이자 차세대 정치인으로 각광받던 노무현, 진보적 학자라 추앙받던 최장집,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층을 정치란 매력에 빠지게 만든 김용민을 한방에 보냈었다.


금번 김구라 사태가 터졌을 때도 가장 신나한 집단들이 바로 보수언론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허물은 보이지 않고 남의 허물만 보이는 듯하다. 독재를 미화하고, 재벌을 비호하고, 자신의 사주들에게 더 없는 충성심을 발휘한 언론인들에게 김구라 사태와 같은 논리를 들이대면 보수신문들은 과거의 문제로 전부 정간이나 폐간되어야 마땅하다.


높은 도덕성과 순결, 정제되고 깨끗한 발언, 엄숙주의는 나라의 녹을 먹는 고위급 공무원이나 공인들에게 바라면 된다. 희극인에게까지 그런 엄숙주의의 잣대를 들이대면 이 나라에서 창작이나 사상의 자유가 어떻게 나올 수 있겠는가? 말하는 것이 무서워서 스스로 “자기검열”을 해야 하는
사회라면 그건 분명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닐 것이다.


보수정권이라고 하는 이명박 정권이 탄생하고 세간에서는 “신공안정국”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이는 과거 공안정국처럼 간첩으로 몰고 남산지하실로 끌고 가고, 감옥에 넣는 것이 아니라 밥그릇을 뺏어 입에 족쇄를 채우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이 그렇게 자신의 밥벌이를 빼앗겼다. 김구라가 이들과 다른 것은 윗선에서 내려찍어 물러난 것이 아니라는 차이점 정도일 것이다.


김구라의 과거 발언을 처음 끄집어 낸 곳은 “일베”라는 보수사이트이고 그걸 공론화시킨 것은 대표적인 보수논객이라고 하는 변희재이다. 변희재는 여러 차례 김구라가 노무현 정권에 호의적이었던 대가로 KBS라디오 DJ로 발탁되었다고 주장했었다. (김구라는 조선일보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고 보수성향의 경제방송이나 종편의 메인 MC로서 활약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변희재가 김구라를 좌편향방송인이라 생각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변희재 같은 사람에게는 사실여부는 별 중요하지가 않다. 어떤 식으로라도 이슈의 중심에 서고파하는 변희재로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연장선상으로 그는 김구라 과거발언을 끄집어낸 것이다.


그럼, 변희재는 과거에 잘못된 발언을 하지 않았나? 아니, 그는 요즘도 잘못된 발언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다. 변희재는 과거 “여기자들은 연예인 매니저에게 몸을 팔아 인터뷰를 한다.”라는 강용석이 “형님”할 정도의 발언을 했었고, 4·11총선 전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하지 않는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기둥이다”, “투표율은 후진국일수록 높다”라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다. 이뿐인가? 투표독려를 위해 인증샷을 찍은 공지영에게 “진짜 토할 뻔했다.50먹은 여자가 쌩얼을 왜 올리냐?”는 언론인으로서(솔직히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언론인? 평론가? 트위터리안?) 있을 수 없는 막말도 했다.


이런 양반이 김구라가 과거했던 막말을 가지고 문제 삼아 그를 방송에서 내려오게 한 것이다.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금메달감이다. 그래도 김구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곧바로 모든 방송에서 사퇴하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입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위안부피해자들에게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하며 용서를 빌고 봉사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변희재는 문제가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그 어떤 사과도 용서도 구한 적이 없다. 도대체 누가 조용히 살아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최시중은 이권으로 뒷주머니를 챙기고도 인사청문회 장에서 떳떳하게 살았다고 울먹였다. 전여옥은 남이 쓴 글을 도둑질해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고도 적반하장으로 소송을 걸었다. 김형태는 어떻고 이상득은 어떤가?

이들처럼 겉과 속이 다르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보다 눈치안보고 솔직한 독설을 날려 스트레스를 풀게 하고 웃음을 주는 김구라가 우리 사회에서는 훨씬 더 필요하다. 최시중, 전여옥, 김형태, 이상득을 뉴스에서 보는 것보다 김구라를 예능에서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고 유익한 일이다. 김구라는 어서 빨리 복귀하여 특유의 독설을 날리기 바란다.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동형 칼럼니스트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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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소졸]

아...구라 형님 케이블 말고...공중파에서 다시 뵙길...
라스...불후의 명곡...이제 안봅니다.

[james dean]

이작가님 말빨 짱!!

[gassafe]

옳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