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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
9년전이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찾았다. 하필 그때가 중국의 30년만의 대홍수라서 길이 끊겨 이틀동안 밤낮으로 시골길을 달려 새벽 3시가 되서야 백두산 초입에 도착했다. 여장도 풀 겨를도 없이 바로 산행에 들어갔다. 쏟아지는 별을 맞으며 하염없이 걸었다. 몸은 버거웠지만 변함없이 살아있는 백두산의 숨결을 마음껏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3시간정도 터벅터벅 걸었을까? 비로서 안개 걷힌 천지가 내 시야에 펼쳐졌다. 폭발하는 감동을 간신히 추스리면서 스스로 결심한 것이 하나 있었다. "우리 국토를 죽도록 사랑하자. " 그렇다. 나의 국토사랑은 9년전 천지를 보았을 때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작년에 동쪽섬 독도땅을 밟을 수 있었고, 금년 초에는 금강산까지 밟게 되었다.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우리 산하에 꼭지점을 찍을 때마다 나는 벅찬 환희를 맛볼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라도 역시 나의 국토순례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마라도는 작은 섬이며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그럼에도 내가 마라도를 필연적으로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일게다. 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인체도를 탐사했다면 나는 머리끝과 왼팔의 손톱 그리고 발끝까지 구경한 셈이다. 이제 백령도만 다녀 오면 신체의 끝자락은 다 돌아본 셈이다. 그렇게 구획을 그었으니 이제 그 안에 들어 있는 우리 산하를 샅샅히 훓어보는 일만 남았다.
제주도 남쪽 바다가에서 한가로이 노닐다가 갑자기 마라도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배시간을 알아보았더니 20여분 후에 마지막 배가 떠난다고 한다. 사건 현장에 출동하는 싸이카처럼 무섭게 도로를 질주했다. 송악산 선착장에 도착했더니 출발 2분전이었다. 휴- 선착장 바로 옆에는 송악산이 길게 뉘여져 있다. 영화 ‘연풍연가’와 드라마‘대장금’이 촬영된 곳이어서 요새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곳이기도 하다. 동굴이 곳곳에 뜷려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해식동굴이 아니다. 일제시대 미군의 함정을 막기 위해 가미카제용 어뢰를 보관하던 곳이다. 일본군은 미군과 마지막 한판 승부를 제주도에서 벌일 생각을 가졌다. 그걸 말해주듯 송악산 근처 알뜨르 비행장에는 격납고와 포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래저래 남의 전쟁판에 죽도록 노역에 시달리다 죽어간 사람은 제주사람이다. 저 딱딱한 돌을 뚫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역사가 만들어낸 비애를 보고 웃으면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컬하다.
저멀리 우뚝 솟은 산방산과 한라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제주도에서 한라산은 절대권력을 누리고 있다. 제주시내에서도, 성산포에서도 , 서귀포에서도 고개만 쳐들면 한라산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쳐다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신성함을 떠나서 한라산이 만들어낸 완만한 곡선은 사람을 참 편하게 만든다. 이번엔 유람선 뱃머리에 자리 잡았다. 유람선을 탈때마다 들리는 신나는 뽕짝조의 음율도 이젠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바다가 나를 그렇게 동화시켰는가? 저 멀리 하멜이 표류했다고 전해지는 가파도가 보인다. 릴레이의 중간 선수처럼 본섬과 마라도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가파도(갚아도)좋고 마라도(말아도)좋고"라는 말이 있듯이 외떨어진 두 섬은 세찬 바람을 함께 이기며 서로를 보듬고 살아온 것이다. 마라도 섬사람의 빚을 가파도 사람이 갚아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함이 전해진다. 드디어 마라도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 갈수록 섬이 크게 보이고 내 가슴 역시 부풀어 오른다. 땅을 밟았을 때 묘한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라도는 산도 없다. 해발 38미터, 동서 폭이 500미터 남북이 1.2Km 의 조그만 섬이다. 해안선의 길이라고 해봐야 4.2km의 작은 섬이다. 완만한 경사의 동산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가운데 신작로만 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항공모함의 활주로만큼이나 시원스럽다. "숨바꼭질을 해도 술래를 금방 찾을 수 있어요" 한바퀴 둘러 보는데 1시간이면 족하다. 옛날엔 울창한 삼림으로 가득 했다고 하던데... 사람들이 살기시작하면서 나무를 태워버렸다고 한다. 한켠에 자리잡은 자전거 대여점이 눈에 들어온다. 코발트 바다를 배경삼아 패달을 밟는 맛이 일품이다.
해안선을 따라 목책이 길게 이어졌다. 이 길을 따라 마라도를 둘러보면 코발트 빛의 바다와 녹색의 초지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연인끼리 왔다면 이런 자전거를 타는 것이 어떨까? 마라도에는 아무 가로막이 없다. 푸른 초원을 거침없이 달리면 그만이다.
바다를 바라보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들었다. 이 여인이 드넓은 바다를 품에 안고 무슨 생각에 빠졌을까? "나의 애인 마라도 바다여" 육지의 갈대와는 사뭇 다르다. 바람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키를 줄이고 잔뜩 엎드리고 있다. 선인장 군락지도 마찬가지다. 하늘을 향해 올라간 것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자세를 하고 있다. 자연과 싸울 생각은 없다. 그저 순응하며 살아갈 뿐이다.
마라도 등대를 밝히기 위해 복합발전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다. 태양전지 373장과 풍력발전기 2기로 이루어졌다. 청정에너지인 빛과 바람을 이용하여 전기를 일으킨다.
마라도 등대 우리나라의 1호 등대이자 가장 밝은 등대이기도하다. 동지나해로 향하는 어민들에게는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 그 앞에 보이는 건물은 작은 성당이다. 바람에 잘 견딜 수 있도록 건물이 올라가 있다. 마라도는 세계각국의 해도에 반드시 들어가는 중요지점이다. 등대가 민족이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헤드라이트가 되길 바란다.
대한민국 최남단비 반도의 끝- 해남 땅끝에서도 이렇게 생긴 비가 있어 한참을 어루만졌는데...국토의 끝자락에 만난 비 역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실은 최남단비 뒤쪽에 장군바위가 서 있다. 가장 남쪽은 이 바위가 아닐까? 바위는 마라도의 수호신이 되어 마라도를 지켜주고 있다. 장군 바위는 하늘에 살고 있는 천신이 땅에 살고 있는 지신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는 길목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시대때는 일본인들이 자기나라쪽을 향하여 신사참배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주민들이 해신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초코렛 캐슬이라는 예쁜 집도 보인다. 젊은이들이야 좋아하겠지만 순박한 마라도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두루막이를 입은 어르신이 넥타이를 맨 모습처럼 보인다. 마라도에 와서 쵸콜렛을 먹을 이유가 있을까?
마라도에는 총 30가구에 80여명의 섬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은 주로 관광업과 어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마라도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사는지 궁금해 담벼락 너머로 시선을 돌려본다. 숭숭 뚫린 화산돌로 담을 쌓고 안마당에는 파가 심어진 텃밭이 놓여져 있다. 아담한 함석집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마라도에는 사찰도 있다.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탑도 보인다. 평화의 범종이 세계구석구석 퍼져 나가길 바란다.
교회도 보인다. 섬주민 80명밖에 없지만 우리나라 3대 종교가 이 좁은 마라도에 비집고 살아가고 있다.
팔각정도 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본 바다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편편한 섬과 달리 해안은 상어의 이빨처럼 울퉁불퉁하다. 그러다보니 해안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졌다. 멋진 곳에 터를 잡고 낚시대를 드리우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넓은 자연 초지가 형성되어 있다. 마을사람 모두가 축구를 해도 좋을 정도로 넓은 운동장이다. 이 곳에서 진도개를 만났다. 마라도에서 만난것은 모두 "우리나라 최남단의"란 수식어가 붙는다.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이 먼 마라도까지 와서 컹컹 짖는 모습이 신기하다. "독도에서 본 삽살개와 마라도 진도개와 미팅을 시켜주면 어떨까? " 흐믓한 상상을 해보며 싱긋 웃어본다.
마라분교...박정희 시절 마라분교 아이들이 손을 잡고 서울 구경을 하는 모습을 대한뉴스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때는 정말 "촌구석에서 왔구나."라고 생가했는데..지금은 이 아이들이 너무나 부럽울 따름이다. 교문이 제주도 전통문처럼 꾸며져 있어 이채롭다.
언젠가 핸드폰 CF에 나오더니 마라도는 짜장면으로 유명해졌다. 일부러 핸드폰으로 짜장면을 시켜먹는 사람도 있다. 그럼 3륜 오토바이가 즉시 달려가 짜장면을 배달해준다. 대흐미소다 사진 한 장 훔쳤습니다. 두 집이 있는데 서로들 원조라고 프래카드를 내걸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은다. 어쨌든 마라도 짜장면은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다. 오로지 해산물과 야채로 만든 소스가 얹혀진다. 바다를 바라보며 젖가락을 휘젖는 기분은 마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추억거리가 아닐까? (해물짜장면 5천원)
드넓은 초지에 신작로가 뻗어 있다. 저 멀리 한라산이 희미하게 서 있다. 작은 섬이지만 한라산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니 마라도는 한라산의 보호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섬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야트막히 봉분이 올라간 무덤이었다. 뭍에 올라가지 않고 죽어서도 마라도를 뼈를 묻이고 있는 모습이 의연하다.
마라도를 떠난다. 독도가 기운찬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마라도는 부드러운 곡선미를 가진 여성의 섬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난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마라도를 다시 찾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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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번 여*름 휴가를 이 곳으로 갈까?백령도로 갈까?^^*행복한 고민...
너무 멋집니다... 꼭 한번 가봐야겠습니다...정말 망설이던 곳이었는데...역시나 멋진 대장님 ^^
기억이 새롭네요 변한것도 많고....
좋아하는 음악 귓전에 깔고, 절벽 넘어 바다를 바라보면서 저 쓸쓸한 갈대밭을 걸으면... 분위기 그만이죠.. ^^; 에고 또 가고 싶어라..
제주도에서 30년 살았음에도 마라도는 커녕 우도도 안 가봤으니...ㅠㅠ 후기 땜에 더 가봐야 할 듯...
최남단 마라도,,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아 마라도 갔다온지... 일주일도 되었는뎅... 쩝.. 또가고 싶넹.... 아...정말 마라도 감동이었어염....
너무 좋네요 저런곳에서 며칠 묵었다 왔음 좋겠다. 저 곳에도 자장면집이 있다는 곳이 마라도 아녜요?
내 꿈이 형님처럼 살면으로 바뀌는중이랍니다 ㅎㅎㅎ 어쩐다냐??^^
악어야..나처럼 살면...배고파서 악어 가죽만 남는다..^^
마라도의 그 느낌이 그대로 되살아옵니다. 섬 어디서나 시원한 눈맛이 일품인 곳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