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당진군 정미면에 위치한 미호중학교(전교생 37명명)의 폐교를 둘러싸고 지역언론과 주민, 교사들간의 논란이 뜨겁다.
지역주민들이 폐교방침에 반대한다면
우리 교사들도 투사가 될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주민들이 찬성하는 폐교논쟁 앞에서 교사들과 학생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미호중중학교는 올해 신입생 12명이 입학했다. 인근 초등학교 졸업생이 13명이었는데, 중학교 배정원서를 쓰기 직전에 11명이 읍내 등으로 전학을 가고 2명만 입학을 하게 됐다. 따라서 폐교 논의가 더 활발할 수밖에 없다.
폐교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면 하나에 학교 하나를 존치한다는 교육청의 원칙에 따라 비록 소규모이지만 이제까지는 학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작은 학교'는 아름다워!
소규모 학교들이 (지역주민이 간절하게 존속되기를 원해도) 갖가지 명분 때문에 폐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허나 내가 근무하는 미호중학교는 경우가 다르다.
이 학교는 읍내에서 버스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상당수의 학부모님들은 막연하게 작은학교보다는 읍내학교에 진학해야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미면에 연고를 두고도 위장전입을 해서 읍내학교로 전학하는 경우가 많다.
미호중학교는 내가 이 학교에 부임하기 수년 전부터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는 슬로건 아래 여러 각도에서 학교교육을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으로 군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지역주민은 아름다운 작은 학교로 만족할 수 없었다.
작은 노어촌학교에서는 자식들의 경쟁력이 키워질 수 없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졸업을 얼마 앞두고 너나 없이 읍내로 위장전학을 하게 한 것이다.
학부모님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체제가 소규모 학교를 발도 못 붙이게 하는 한국 교육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읍내학교에 근무한 선생님과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보기에 미호중학교는 읍내학교보다 열악한 것이 하나도 없다.
학생이 적어서 선의의 경쟁을 할 친구가 적다는 것 밖에는...
교육기자재도 풍부하게 갖춰져 있고 수업도 내실 있게 이뤄지며,
학교행사 하나하나도 아이들의 민주적인 의사수렴을 거친 후 교육적인
내용성을 고려해 결정되고 치러진다.
학생들은 학교와 선생님들로부터 소외되지 않았고 교무실의 쉬는 시간은 종종 학생들과의 토론시간으로 활용되었다. 한 예로 초등학교 때 읍내로 전학을 갔다가 중학교에서 부적응아가 되어 다시 전학온 학생이 있는데, 녀석은 우리 학교에서 잘 적응하여 상을 수상하는 학생이 되었다(졸업생). 녀석은 우리학교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가장 크게 주장하는 수호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