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8. 5
수련 12일째
아직은 내가 업장의 존재에 대한 느낌을 잘 알지 못하지만 수련을 갈 때마다 매번 많은 업장의 인연들과 함께 해서 몹시 죄송하다. 와공수련시마다 나의 육신은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열감에 감싸여서 무척이나 행복해진다. 반면 스승님께서는 힘드실 것 같다. 내가 편안해진만큼.
좌공수련시에는 뒷목이 괜찮은지 물어 보셨다. 방금 업장이 하나 소멸(천도) 되었다고 한다.
오른 발바닥으로 아주 미세하게 찌릿찌릿한 감이 있었으며 등이 따뜻해졌다.
업장의 잔해가 목에 있으면 그곳에 어떤 통증이라든지 이물감이라든지 뭔가가 느껴져야 할 텐데
아직은 맑지 못해서인지 별 느낌이 없다. 내 육신의 탁함이 답답해지는 순간이다.
저녁에는 목 뒤가 후끈거리더니 목부터 뒷머리까지 간헐적으로 조여들고 있었다. 눈이 불편해져서
거울을 보니 흰자위가 붉게 충혈된 것으로 보아 또 다른 업장의 출몰인 것 같다. 점점 육신의 변화가
느껴진다. 그에 따라 여기저기서 열감으로 따뜻해지는 것만큼이나 구도에 대한 나의 열망도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다.
원하는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노력과 끊임없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내면의 나를
성숙시키기 위한 촉매제로는 무언가 끊임없이 부닥쳐 멍도 들어보고 그 가운데서 환희감도 느껴보고
그렇게 조금씩 나를 키워가는 것도 수행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