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엄마의 노래
학생들은 12년간의 학교생활을 마치고 수능수험장에 갑니다. 매우 긴 시간을 책상에서 보내고 단 하루에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맞이합니다. 이 긴 마라톤에서 희비가 갈리지만 요즘은 대개 4년제 대학과 해외연수, 대학원과 박사까지 하다보면 서른을 훌쩍 넘깁니다.
음악은 교육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학교수업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면 학생이 듣고 대답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잘 듣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겠지요! 학생들의 집중력이 15분이어서 신식 선생님들은 이 15분에 매달린다고 합니다. 대중음악은 5분이면 끝나고 그것도 지루해서 ‘야! 一節만해라!’하며 야유를 한다고 합니다. 교향곡은 30분이 넘지요? 대학에서는 100분 수업도 많지요. 아이를 가졌을 때 胎敎音樂도 곧잘 듣던 엄마가 유치원에만 보내면 배꼽을 드러내고 같이 흔들어댑니다. 이 아이가 공부를 잘 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노래방에 가서 또 흔들어대고 그것도 모자라 귀에는 늘 시끄러운 귀마개(?)를 하고 다니면 그 아이의 고막이 어떻게 되겠어요?! 고3이 되어서 모의고사를 보면 100분 시험이 지루해서 엎드려 잔다고 합니다.
고전음악은 대중음악과 갈고 닦인 민속의 가락까지 모두 품고 있습니다. 격정과 순화가 그 안에 있습니다. 신비로운 영혼의 소리와 침묵과 환호의 함성이 그 안에 있습니다. 아이를 크고 넓고 또 깊게 키우려면 부디 고전음악을 가까이 하세요. 어떤 어머니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가 초인종을 누르면 고전음악을 틀어놓고 뜰을 지나 문을 열어주고 들어오는 길에 은은히 그 노래를 듣게 했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또 음악을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고전음악에 는 세르비아의 이발사와 세계사의 변화, 춘향전 등 판소리와 사설시조 등등 수능시험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고물이 된 레코더를 잘 닦아 테이프든 CD든 오늘 당장 은은하게 고전음악을 들어봅시다. 바하와 우륵 등등 동서양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따로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북경에서 쓰다만 이야기를 덧붙여 둡니다.
부모들이 요즘 아이들이 정서불안이라고 걱정이 대단하다. 어떤 아이는 쉴 새 없이 발을 떨고, 볼펜으로 책상을 쿡쿡 찌르고, 컴퓨터게임을 못하게 하면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한다. 학교에 가면 얌전해진다는 아이들이 이제는 선생님 말도 안 듣는다. 군대에 가면 달라진다고 하다가 훈련병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고 또 걱정이다. 세태라는 말은 유행과 짝꿍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거라면서 이웃나라도 중국은 샤오황띠[小皇帝] 문제로 더하다고 자위하기도 한다.
어느 겨울을 북경의 농업대학 초대소에서 보낸 일이 있다. 땅이 넓기도 하려니와 학회라도 할라치면 외부 손님이 머물 곳이 마땅치 않으니 머물 곳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TV에 책상과 독서용 전등과 개인 욕실까지 갖추었으니 불편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낡은 건물이고 난방이 시원찮아서 만리장성을 넘어오는 겨울바람이 매서웠다.
무료하여 밤새워 책을 읽다 늦잠을 잔 어느 날 아침 확성기를 타고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인가? 아니?! 사회주의 국가에서 무슨 자본주의 냄새 나는 음악을? 그 다음날도 이런 서양음악은 모짤트 베토벤 등등 계속 이어졌다. 2교시가 끝나면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나와 인간사슬로 새끼를 꼬듯 줄을 지어 운동장에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다가 줄줄이 교실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등교 하교 점심시간 중간휴식시간에 이런 음악은 반복되었다. 내친 김에 음반가게에 들렀더니 클래식 CD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서점에는 음악가의 전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피아노가 한 대 팔릴 때마다 유럽에서 악마가 하나씩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북경의 교수들은 집도 좁고 생활도 어렵다고들 했었는데 피아노를 들여놓고 어린 딸이 치는 쇼팽을 들으며 책을 본다고 미소를 짓는 얼굴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이 아이들은 대학 시험을 치를 때 3일간 시험을 본다. 우리나라 고등고시와 같고 진사 과거를 치르듯 한다. 그리고 대개 대학에 들어가 8명이 한 방을 쓰는 기숙사생활을 한다. 땅이 넓으니 여행을 해도 24시간 기차에 갇혀있는 일은 쉽게 견딘다. 어떤 경우에는 3일간을 기차에서 지내기도 한다. 끈기가 몸에 배어 있고 어떤 일을 해도 참을성이 있다....<이하 생략>...
내일은 엄마의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