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메의 산행꾼들-張똥,林똥,馬똥(똥고집 형제들. 똥 序列順),떠드리 趙, 시끄리 金(하여간 둘이 모였다 하면 차가 고속도로를 가는지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지 모름), 安폭탄(별명은
무시무시하시만 알고 보면 괜히 가슴이 벌름벌름해지는 순수한 사람), 중랑지부장 그리고
나-이 최종 집합장소인 하남나들목에 모여든 것은 3월 4일 밤 10시 반.
부지런히 달려 금산나들목을 빠져 꾸불꾸불한 국도를 한참을 가다 '운일암 반일암' 이정표
를 보고 우로 꺾어 들어가 산행기점인 피암목재에 다다르니 새벽 1시경. 캄캄한 넓은 공터
에 차를 대다보니 옛날 동상휴게소의 빈 건물에 어렴풋이 완전군장한 군인들이 보였으나 혹
시나 하는 맘에 가까이 가보니 갑자기 몇 명의 군인들이 차 곁으로 모여듭니다. 사정이야기
를 해보나 현재 이곳에서 특수부대 훈련중이라 취침이 불가하단다. 원래 계획상 이 곳에 차
를 세우고 새벽까지 차에서 잠을 자다 새벽에 등산을 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으나 하
기야 그들이 아니래도 계획은 무리였다는 것이......우리의 시끄리 동지가 죽어도 한시간을 잘
망정 두 다리 쭉 펴고 자야지 이 상태에서는 죽어도 못 자겠답니다.
출발할 때 예전에 無泊 산행시 터득한 터라 소주 몇 병과 안주를 사 가지고 올라 수면제용
으로 먹은 것이 한계에 다다라 자꾸 고개는 땅으로만 향해 가는데, 어쩔 수 있습니까. 올라
오다 무심히 차창 밖으로 비껴지나갔던 이름들.-유스호스텔, 모텔, 민박-을 찿아 다시 내려
와 운장산 유스호스텔이란 곳으로 꺽어져 들어가니 기분이 묘합니다. 이름은 유스호스텔인
데 진입로가 비포장에다 한참을 들어가도 불빛 하나 안 보입니다. 가까스로 가본 계곡 속의
유스호스텔은 귀신이 나올만한 사람이 거주치 않은 말 그대로 귀곡산장이었습니다. 뒷 골이
으스스한 길을 돌아 나오는데 통유리 거실을 환하게 밝히는 건물이 있어 들어가보니 불륜인
지, 부부인지 두 사람이 그 시각까지 술을 먹다 급해보이려고 노력한 보람도 없이 도로 나
가랍니다. 뒷 길로 나오다 시궁창에 차가 빠져 한참을 고생하다 간신히 빠져 나옵니다. 서술
하기는 쉬워도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오지 탈출한 기분으로 운일암,반일암 계곡의
모텔을 오니 카운터에 불이 켜져 있는데 사람은 나오지를 않습니다. 많이 경험해보셨죠? 원
래 모텔이란 곳은 방이 차면 온천마크 불도 끄고 초인종 눌러도 주인이 안 나오잖아요? 나
만 알고있었나? 그러나 이 번만은 그런 것이 아니고 원래 여름철 유원지인 이 곳에서 이 시간에
문을 여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시 내려와 날이 밝으면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는 곳의 민박집을 뒤져봐도 역시.....지금이
몇십니까?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갑니다. 파출소에다도 물어보고... 결국은 포기하고 주유소
옆에서 차를 세우고 자려는데 누군(시끄리 동지가 분명합니다)가 그럽니다. 운장산휴양림이
있는데 가자구요. 아이구 우린 포기. 그냥 누워서 자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자다 보니 새벽
6시.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어디인지 분간이 안갑니다. 후에 안 것이지만 밤새 이 아자씨
들 이리저리 헤메다 결국은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다시 차를 몰아 피암목재에 오르니 군인들도 간 곳이 없고 이 곳의 터줏대감 장사꾼 아줌
마가 차 소리에 놀라 콘테이너 박스에서 나옵니다. 어젯밤에는 못 봤는데.....
춥다고 나가기도 귀찮다며 차안에서 가져온 김밥에다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본격적인 산
행이 시작됩니다. 현재 시각 7시 10분경.
조금 오르니 서쪽으로 금남정맥의 최초봉우리 연석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북사면
이라 하얀 눈에 덮힌 산자락으로 꾸불꾸불 아련하게 길이 보이는데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중턱에서 끊겨 안보입니다. 올망졸망 릿지같은 바위봉우리를 몇 개 지나니 조릿대와 억새가
무성한 활목재가 나오는데 앞에 보이는 운장서봉이 말 그대로 깔딱입니다.
조금씩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서봉을 오르니 금방 함박눈으로 변해 비껴내리는 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산행 내내 불안해했던 것은 고개마루에 세워놓은 차를 무사히 끌고 서
울로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산에 올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작년부터 벼르던
산행코스라 빨리 산행을 끝내고 올라가야 할 처지라 산행 내내 가슴 졸인 것은 누구보다
더했지요.
원래 날씨가 좋으면 남의 마이산, 모악산. 북으로 대둔산, 계룡산이 보인다던데 산아래 마
을도 희미하게 보이더니 억새와 조릿대 밭을 지나 운장산(주줄산)에 오르니 이제는 보이는
것은 오로지 눈발뿐.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각우목재를 향해 가는데 지금부터는 내리막길로
얼어있는데다 내려진 눈에 여기가 얼음인지 맨 땅인지 구별이 안가 미끄러져 넘어지기가 茶
飯事. 다행히 처음이자 마지막 산행꾼들을 만났기는 했으나 어디로 올라 어디로 가는지만
확인하는 상태. 각우목재로 내려가는 길은 된경사에다 얼음길. 평시에도 미끄러져 내려간다
는데 얼음길에서야 말해 무엇하리요. 일부는 급히 아이젠을 차느라 부산을 떨지만 아이젠을
차는 귀찮음과 조금 빨리 내려가는 것과의 차이란......
각우목재를 내려오니 함박눈이 아니라 폭설에다 부는 바람에 눈덩어리가 되어 얼굴을 때린
다. 한참을 내려온 길을 다시 내쳐 오르려니 그 힘겨움이란....
쏟아지는 눈바람에 잔뜩 얼굴을 땅에다 박고 걷다보니 1087m봉. 처음엔 복두봉이려니 했
는데 나중에 지도를 보니 복두봉은 여기서도 두시간 거리다. 지급부터는 길 옆으로 키만한
조릿대에 눈이 쌓여 경치는 좋으나 맨 앞에 가다보니 떨어지는 눈에 온 몸이 젖어갑니다.
길다란 막대기로 헤집고 가다 허기도 지고 점심 먹을 장소를 찾다보니 쏟아지는 눈발에 마
땅한 자리가 없었으나 그중 소나무 밑이 눈도 막아주어 안성마춤입니다. 사실 이곳의 소나무는 우
리 장○ 아자씨가 이야기한대로 '반송'이라는 소나무로 흔히 보아왔던 쭉쭉빵빵의 소나무나
기암절벽의 비비꼬인 듯한 소나무가 아닌 밑둥부터 가지가 여러 갈래로 쳐서 둥그런 우산
형태로 자라나는 것이 특징으로, 밑으로 들어가면 여름에는 비와 햇빛을 겨울에는 눈을 차
단해주는 훌륭한 휴식처인 곳입니다.
도시락에 부대찌개를 먹고 나니 눈이 어느새 발목 부위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반주 몇 잔
후 시간이 지체된 상태라 들뛰다시피 내달리어 초원지대(해발 800m는 될 것같은데.....) 비슷한
곳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복두봉을 오르니 시간은 벌써 2시를 지나 내려갔어야 할 시간.
제일 급한 내 맘에 다시 쏟아지는 눈길을 달려 갈림길에 오니 앞에 구봉산의 최고봉인
장군봉(천황봉)이 희미하게나마 까마득이 올려다 보입니다.
뒤의 일행을 기다리다 반대편의 차편 생각에 부지런히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데, 지쳐 있는
데다 쌓인 눈 때문에 오르기가 무척 힘겹습니다. 머리를 박고 올라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무
척 고바위인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구봉산에 올랐으나 사방을 둘러보아도 방향 감각은 어디
가 어디인지 구분도 안가고 後尾가 올 때를 기다려 처음 코스와도 다른 천황사로 잡고 내려가기 시
작합니다. 구봉을 거쳐 가려하나 이 눈에는 무리인 것같고 시간도 늦어 편하고 빠른 코스를 택한
것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지름길이란 곳이 처음부터 끝까지가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아이젠
을 착용했으나 無用之物.
간신히 하산지점인 윗양명 마을에 내려와 구봉산을 보니 눈이 걷히며 웅장한 자태를 드러
냅니다. 마을에 수소문하여 택시를 부르니 '무쏘'택시가 와 우선 내려온 사람만 타고 처음
갈림길에 내리고, 떠들이 총무만 차를 데리러 갑니다. 이때까지가 사실 좋았습니다. 식당으로
들어가 언 몸을 녹이며 찌개를 시켜놓고 쐬주 한 잔을 먹는데 후발팀에서 마을에 내려섰다
는 전화가 옵니다. 조금 있다 데리러 갈테니 기다리라 해놓고 총무한테 전화하니 상황이 장
난이 아닙니다. 무쏘택시도 눈 때문에 고개를 못 올라 지금 구보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라는
겁니다. 이런 변고가 있나. 우리는 느긋하게 찌개에 한 잔 걸치고 있는데 총무의 고생이라
니.... 급히 전화로 후발팀에게 미남계를 쓰던, 지나가는 차를 발로 걸던, 무슨 수단을 써서라
도 지나가는 차 잡아타고 이 곳으로 오라 해놓고 총무를 기다리니 다행히 내려오는 길은 차
가 다니지 않아 미끄럽지도 않고 무사히 고개를 내려오는 중이랍니다. 급히 음식추가하고
기다리니, 후발팀도 실력이 있는지 아줌마의 겔로퍼를 잡아타고 도착한 것입니다.
모처럼 여유있게 맛있는 찌개에다 소주 한잔을 걸치고 서울로 향해 오다보니 대전부터는
눈은커녕 날씨만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걱정했던 교통지체도 없어 졸다보니 벌써 차는 호법을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야 좋았지 내
내 운전만 하는 총무는 그 좋아하는 술도 못 먹고..... 하여간 우리 총무님 없으면 산행 자체
가 운영이 안될 정도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남나들목에 차를 세워놓은 상태라 시끄리동지와 같이 내리고 오늘 고생한 총무님을 위해
태릉에서 필히 뒷풀이 할 것을 약속하고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전 지사에서 감사결과로 날아온 '주의장'에 쐬주 한 잔 걸치고 들어와 이틀 전을 回想하며 이 글을 씁니다.